미국에 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호소

입력 2016.03.09 (16:12) 수정 2016.03.1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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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일본 위안군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우리나라와 일본 간의 합의가 타결된 이후 파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직접 미국에 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88) 할머니는 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 번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을 촉구했다.



자신은 피해 당사자로서 지난해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 이 할머니는 "일본이 해결하면 전 세계에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하며 "내가 위안부 피해자인데, 일본은 거짓말만 하고 있다. 진실은 결코 막을 수 없다"며 일본 정부의 진실 인정을 촉구했다. 또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 할머니는 15살 때인 1943년 타이완의 일본군 부대로 끌려가 겪었던 참혹했던 군 위안부 생활에 대해 증언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뉴욕시의회의 로리 컴보 여성인권위원장이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입장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려고 마련된 자리였다.

컴보 의원은 "일본군이 성 노예를 동원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일본 정부가 공식으로 사과해야 한다는 위안부 피해자의 요구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컴보 의원은 "오늘은 위안부 피해자를 지지하는 첫발을 뗐을 뿐"이라면서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컴보 의원은 뉴욕시의 위안부 결의안 채택과 관련해서는 "뉴욕시는 국제문제에 한정된 결의안을 통과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는 "캘리포니아 주에서도 마이크 혼다 의원이 국내 문제와 위안부 문제를 결부해 결의안을 채택했다"면서 "뉴욕시에서도 인신매매 등 뉴욕의 문제와 위안부 문제를 묶어 결의안을 만드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89) 할머니는 워싱턴을 방문했다. 8일 (현지시각) 워싱턴에 도착한 길 할머니도 생존 피해자들에게 "한마디 묻지도 않고 합의했다고 한다"며 한일 정부간 합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길원옥 할머니는 기자회견에서 "아직 살아있는 사람(피해자)이 몇 명 없지만 당국자들이 한번쯤은 피해자들을 직접 방문해서 소견을 들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길 할머니는 일본 정부에 계속 사과를 요구하는 데 대해 "밥을 달라거나 돈 욕심이 나서 그러는 게 아니며, 진실을 밝혀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을 방문한 길원옥 할머니 (사진 연합)  워싱턴을 방문한 길원옥 할머니 (사진 연합)


워싱턴 '희망 나비’ 초청으로 이뤄진 이번 방문에서 길 할머니는 9일 주미 일본대사관 앞에서 1,221차 수요집회에 참가하고, 조지메이슨대, 아메리칸대에서 증언한다. 또 국무부를 방문해 미국 관리들을 면담할 예정이다. 마이크 혼다, 제리 코널리, 찰스 랭글 등 위안부 문제에 관해 관심을 보여온 미국 하원의원들과의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길 할머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면담을 신청했지만, 아직 면담 여부가 확정되지는 않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길 할머니와 함께 미국을 방문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공동대표는 지난해 12월 한·일 정부 간 합의는 피해자 중심이라는 국제 기준에도 어긋난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합의 무효화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지난해 김복동 할머니와 영국, 노르웨이, 독일을 방문했을 때 각국 주재 한국대사들이 김 할머니를 관저로 초대하고 공무용 차량을 제공했던 사실을 소개하며 “하지만 한·일 합의 이후에는 한국 정부와의 소통은 완전히 끊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정부간 합의 이후 국내적으로 자체적인 위안부 관련 재단 설립을 위한 모금 운동이 더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그러한 합의를 해서 국민적 분노를 일으킨 정부에 감사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지난 몇 년간 정부와 때로는 협력도 하고 비판도 했든 관계를 이제 끝내고 아시아의 다른 위안부 피해자들, 전 세계의 전시하 성폭력 피해자들과 연대하는 활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앞서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7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이스마트 자한 위원은 “우리의 최종 의견은 (위안부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차별철폐위는 지난달 16일 실시한 일본에 대한 심사 결과 발표를 통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철폐위는 한·일 간 위안부 합의에 대해 “위안부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접근을 완전하게 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한·일 간 위안부 합의를 앞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배려하도록 일본 정부에 권고했다.

또 일본 지도자와 공직자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 문제를 깎아내리는 성명이나 언행으로 피해자들이 고통을 되살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일본 정부에 촉구했다.

이런 유엔의 움직임에 대해 일본 정부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일 간 위안부 문제 타결 이후 일본 지도층이 위안부를 부인하고 왜곡하는 것에 대한 국제 사회의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일본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유엔 발표는 한·일 간 합의를 비판하는 등 일본 정부의 설명 내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것이어서 매우 유감”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일 외교부 장관이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합의하고 양국 정상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도 기자들에게 “여성 차별철폐위는 일본 정부의 설명 내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 유감”이라며 “비판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지난해 말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희생자 중심의 접근 방식을 채택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데 대해 피해자와 피해자 단체가 요구해 온 핵심사항을 최대한 반영했다고 밝혔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한일 간 합의의 주된 목적은 피해자 개인의 존엄과 명예회복, 마음의 상처 치유라며 이런 차원에서 정부는 이번 합의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와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일본 측과의 협의 과정에서 이런 피해자 측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고 해명했다.

또 정부는 앞으로 후속조치 이행 과정에서도 피해자분들과 관련 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기 위해서 계속 노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변인은 그러나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권고에 대한 반론에 해당하느냐는 질문에는 직접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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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에 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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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6-03-10 09:03:06
    취재K
지난해 12월 일본 위안군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우리나라와 일본 간의 합의가 타결된 이후 파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직접 미국에 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88) 할머니는 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 번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을 촉구했다.



자신은 피해 당사자로서 지난해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 이 할머니는 "일본이 해결하면 전 세계에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하며 "내가 위안부 피해자인데, 일본은 거짓말만 하고 있다. 진실은 결코 막을 수 없다"며 일본 정부의 진실 인정을 촉구했다. 또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 할머니는 15살 때인 1943년 타이완의 일본군 부대로 끌려가 겪었던 참혹했던 군 위안부 생활에 대해 증언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뉴욕시의회의 로리 컴보 여성인권위원장이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입장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려고 마련된 자리였다.

컴보 의원은 "일본군이 성 노예를 동원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일본 정부가 공식으로 사과해야 한다는 위안부 피해자의 요구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컴보 의원은 "오늘은 위안부 피해자를 지지하는 첫발을 뗐을 뿐"이라면서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컴보 의원은 뉴욕시의 위안부 결의안 채택과 관련해서는 "뉴욕시는 국제문제에 한정된 결의안을 통과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는 "캘리포니아 주에서도 마이크 혼다 의원이 국내 문제와 위안부 문제를 결부해 결의안을 채택했다"면서 "뉴욕시에서도 인신매매 등 뉴욕의 문제와 위안부 문제를 묶어 결의안을 만드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89) 할머니는 워싱턴을 방문했다. 8일 (현지시각) 워싱턴에 도착한 길 할머니도 생존 피해자들에게 "한마디 묻지도 않고 합의했다고 한다"며 한일 정부간 합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길원옥 할머니는 기자회견에서 "아직 살아있는 사람(피해자)이 몇 명 없지만 당국자들이 한번쯤은 피해자들을 직접 방문해서 소견을 들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길 할머니는 일본 정부에 계속 사과를 요구하는 데 대해 "밥을 달라거나 돈 욕심이 나서 그러는 게 아니며, 진실을 밝혀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을 방문한 길원옥 할머니 (사진 연합)

워싱턴 '희망 나비’ 초청으로 이뤄진 이번 방문에서 길 할머니는 9일 주미 일본대사관 앞에서 1,221차 수요집회에 참가하고, 조지메이슨대, 아메리칸대에서 증언한다. 또 국무부를 방문해 미국 관리들을 면담할 예정이다. 마이크 혼다, 제리 코널리, 찰스 랭글 등 위안부 문제에 관해 관심을 보여온 미국 하원의원들과의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길 할머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면담을 신청했지만, 아직 면담 여부가 확정되지는 않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길 할머니와 함께 미국을 방문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공동대표는 지난해 12월 한·일 정부 간 합의는 피해자 중심이라는 국제 기준에도 어긋난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합의 무효화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지난해 김복동 할머니와 영국, 노르웨이, 독일을 방문했을 때 각국 주재 한국대사들이 김 할머니를 관저로 초대하고 공무용 차량을 제공했던 사실을 소개하며 “하지만 한·일 합의 이후에는 한국 정부와의 소통은 완전히 끊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정부간 합의 이후 국내적으로 자체적인 위안부 관련 재단 설립을 위한 모금 운동이 더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그러한 합의를 해서 국민적 분노를 일으킨 정부에 감사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지난 몇 년간 정부와 때로는 협력도 하고 비판도 했든 관계를 이제 끝내고 아시아의 다른 위안부 피해자들, 전 세계의 전시하 성폭력 피해자들과 연대하는 활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앞서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7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이스마트 자한 위원은 “우리의 최종 의견은 (위안부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차별철폐위는 지난달 16일 실시한 일본에 대한 심사 결과 발표를 통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철폐위는 한·일 간 위안부 합의에 대해 “위안부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접근을 완전하게 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한·일 간 위안부 합의를 앞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배려하도록 일본 정부에 권고했다.

또 일본 지도자와 공직자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 문제를 깎아내리는 성명이나 언행으로 피해자들이 고통을 되살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일본 정부에 촉구했다.

이런 유엔의 움직임에 대해 일본 정부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일 간 위안부 문제 타결 이후 일본 지도층이 위안부를 부인하고 왜곡하는 것에 대한 국제 사회의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일본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유엔 발표는 한·일 간 합의를 비판하는 등 일본 정부의 설명 내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것이어서 매우 유감”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일 외교부 장관이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합의하고 양국 정상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도 기자들에게 “여성 차별철폐위는 일본 정부의 설명 내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 유감”이라며 “비판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지난해 말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희생자 중심의 접근 방식을 채택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데 대해 피해자와 피해자 단체가 요구해 온 핵심사항을 최대한 반영했다고 밝혔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한일 간 합의의 주된 목적은 피해자 개인의 존엄과 명예회복, 마음의 상처 치유라며 이런 차원에서 정부는 이번 합의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와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일본 측과의 협의 과정에서 이런 피해자 측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고 해명했다.

또 정부는 앞으로 후속조치 이행 과정에서도 피해자분들과 관련 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기 위해서 계속 노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변인은 그러나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권고에 대한 반론에 해당하느냐는 질문에는 직접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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