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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참다랑어 잡지 말라”…해수부가 기가 막혀!!!
입력 2016.03.11 (09:03) 수정 2016.03.11 (13:28) 취재후·사건후
■ 비싸고 귀한 '제주산 참다랑어' 처음 봤습니다

고백부터 해야겠습니다. 저는 참다랑어(참치)를 얼려서 먹는 생선인 줄 알았습니다. 얼리지 않은 '생물' 참다랑어는 먹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죠. 그럴 법도 합니다. '생물'로 유통할 수 있는 제주산 참다랑어는 그동안 잘 잡히지 않았던데다, 잡혀도 90%는 '참다랑어 소비 대국' 일본으로 수출됐기 때문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비슷하실 겁니다. 일부 참치 전문점에서 팔긴 하지만 꽤 비싼 가격을 받죠. 참다랑어를 '바다의 귀족', '바다의 로또'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인 듯합니다.

이 비싸고 귀한 참다랑어를 일본 사람들이 싹쓸이하는 것도 속상한데, 더 속상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참다랑어가 이른바 '대박 났다'는 뉴스를 접한 주한 일본대사관이 본국에 보고했고, 일본 정부는 우리 해양수산부에 '참다랑어 일본 수출 자제' '30kg 이상 참다랑어 조업 자제'를 요청한 겁니다.



■ 참다랑어 '잡지도 수출도 말라'는 해양수산부...이유는?

해양수산부가 제주해역에서 550t의 참다랑어 대박을 터뜨린 우리 수산업계에 '참다랑어를 잡지 말고, 수출도 말라'는 공문을 내려보낸 사정은 이렇습니다. 일본은 우리 정부에 중서부태평양위원회(WCPFC) 보존관리 조치를 위반했다고 항의합니다.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중국 등 26개국이 가입한 WCPFC는 지난 2014년 12월 회유성 어족의 장기 보존을 위해 회원국에 쿼터 즉 어획 할당량을 정합니다. 문제는 이 쿼터를 산정한 기준에서 출발합니다. '30㎏ 이상 참다랑어 성어는 2002~2004년 연평균 어획량을 초과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그러니까 십여 년 전에 잡았던 양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참다랑어 어족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에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의 어획 할당량입니다. 30kg 미만 치어는 718t, 30kg 이상 성어는 0t입니다. 일본은 치어가 2,000t, 성어도 2,000t입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치어와 성어를 구분하지 않고 통계를 잡아 놓아, 30kg 이상 성어 쿼터를 하나도 받지 못한 겁니다. 국제 해양수산자원의 큰 질서를 정하는 국제적 표준과 동떨어져, 우리는 기본적인 통계 조차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던 겁니다.

이러다 보니 30kg 이상 성어 참다랑어 쿼터를 하나도 받을 수 없었던 겁니다. 올해만 벌써 성어 참다랑어가 474t이나 잡혔는데, 이 쿼터 대로라면 우리 어민들은 국제사회의 약속을 어긴 불법 조업을 한 겁니다. 그리고 해수부가 앞으로는 참다랑어 성어를 잡지 말라고 했으니, 이제 우리 어민들은 제주해역에서 참다랑어 떼를 만나도, 한 마리도 잡지 못하게 된 겁니다.



지난 8일 KBS 뉴스9에서 보도가 나가고 내놓은 해양수산부의 해명이 또 어민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고 있습니다. 해수부는 성어 쿼터를 늘리더라도, 현재 718톤인 치어 쿼터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총량은 변하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그런데 어민들은 우리 정부가 몰라도 정말 너무 모른다고 가슴을 칩니다. 참다랑어는 크고 무거울수록 값을 더 받습니다. 30kg 미만 치어와 30kg 이상 성어의 kg당 가격이 30~40%나 차이 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같은 마릿수를 잡아도, 성어를 더 많이 잡았다면 당연히 어민 소득이 더 늘어납니다. 어민들은 또 수온 변화 등으로 조업 환경이 변하는 것을 고려하면 성어 쿼터를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이제 우리 수산업계는 WCPFC 쿼터와 정부 지침에 따라 앞으로 제주 바다에서 30kg 이상 성어 참다랑어를 잡아도 다 풀어줘야 합니다. 잡을 수 없으니 수출은 물론이고 국내서도 먹지 못합니다. 30kg 미만 참다랑어가 잡히면 또 어획 할당량을 고려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마 다시 냉동 참다랑어를 먹거나 남태평양에서 잡은 '참치 통조림'을 먹어야 하는가 봅니다. 어민들이 "해수부가 누구 편이냐?"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 현장을 모르는 정책은 외면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취재하면서 의심이 들었습니다. 대형 선망수협에서는 해수부 공문이 접수될 때까지 30kg 이상 참다랑어 할당량이 '0톤'인 줄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국제 협상 당사자인 해수부가 알려주지도 않았고 2014년, 그리고 지난해 30kg 이상 참다랑어가 잡혀 일본에 수출할 때도 전혀 문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잡은 물고기를 수출하려면 해수부에서 '어획 증명서'를 받아야 하는데 해수부에서 아무 문제 없이 증명서를 발급해줬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민들은 해수부가 일본 정부 항의가 있기 전 과연 우리나라의 참다랑어 성어 쿼터가 '0톤'이라는 것을 알고나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합니다. '할당량 0톤' 인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지난해에 이미 수출도 금지시키고 어획도 금지시켰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겁니다.

수산정책이라는 게 단시간에 결정되는 게 아닙니다. 바다는 광활하지만 자원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세계 각국이 치열하게 어획량을 놓고 경쟁을 벌입니다. 서로 간 한참 동안의 힘겨루기를 거쳐야 각국의 어획량이 할당되고 그에 맞춰 정부 정책이 결정되는 게 보통입니다. 그런데 이번 참다랑어 사건은 정반대로 진행됐습니다. 일본 정부가 '불법 어로'라며 지적하자 해수부가 서둘러 '조업 금지와 수출 금지' 공문을 보낸 겁니다. 이것에 대해 해수부는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항의한 의도는 누구나 알 수 있는 단순한 이유입니다. 참다랑어 최대 소비국인 일본에 한국산 참다랑어가 많이 유입되면 자국 수산업 경쟁력이 약화되니까 이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입니다. 내년에도 30kg 이상 제주산 참다랑어가 많이 잡힐 수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처한 거겠죠.

만약 우리 해수부가 일본의 항의를 받고 사실상 '사문화되고' '현실성 없는' 규정이라며 재협상을 하겠다는 입장을 먼저 표명했다면 어땠을까요. 해수부는 과연 누구 편일까요? 그리고 우리 국민들이 과연 싱싱한 생물 참다랑어를 먹게 되는 날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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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3-11 09:03:13
    • 수정2016-03-11 13:28:04
    취재후·사건후
■ 비싸고 귀한 '제주산 참다랑어' 처음 봤습니다

고백부터 해야겠습니다. 저는 참다랑어(참치)를 얼려서 먹는 생선인 줄 알았습니다. 얼리지 않은 '생물' 참다랑어는 먹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죠. 그럴 법도 합니다. '생물'로 유통할 수 있는 제주산 참다랑어는 그동안 잘 잡히지 않았던데다, 잡혀도 90%는 '참다랑어 소비 대국' 일본으로 수출됐기 때문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비슷하실 겁니다. 일부 참치 전문점에서 팔긴 하지만 꽤 비싼 가격을 받죠. 참다랑어를 '바다의 귀족', '바다의 로또'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인 듯합니다.

이 비싸고 귀한 참다랑어를 일본 사람들이 싹쓸이하는 것도 속상한데, 더 속상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참다랑어가 이른바 '대박 났다'는 뉴스를 접한 주한 일본대사관이 본국에 보고했고, 일본 정부는 우리 해양수산부에 '참다랑어 일본 수출 자제' '30kg 이상 참다랑어 조업 자제'를 요청한 겁니다.



■ 참다랑어 '잡지도 수출도 말라'는 해양수산부...이유는?

해양수산부가 제주해역에서 550t의 참다랑어 대박을 터뜨린 우리 수산업계에 '참다랑어를 잡지 말고, 수출도 말라'는 공문을 내려보낸 사정은 이렇습니다. 일본은 우리 정부에 중서부태평양위원회(WCPFC) 보존관리 조치를 위반했다고 항의합니다.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중국 등 26개국이 가입한 WCPFC는 지난 2014년 12월 회유성 어족의 장기 보존을 위해 회원국에 쿼터 즉 어획 할당량을 정합니다. 문제는 이 쿼터를 산정한 기준에서 출발합니다. '30㎏ 이상 참다랑어 성어는 2002~2004년 연평균 어획량을 초과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그러니까 십여 년 전에 잡았던 양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참다랑어 어족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에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의 어획 할당량입니다. 30kg 미만 치어는 718t, 30kg 이상 성어는 0t입니다. 일본은 치어가 2,000t, 성어도 2,000t입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치어와 성어를 구분하지 않고 통계를 잡아 놓아, 30kg 이상 성어 쿼터를 하나도 받지 못한 겁니다. 국제 해양수산자원의 큰 질서를 정하는 국제적 표준과 동떨어져, 우리는 기본적인 통계 조차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던 겁니다.

이러다 보니 30kg 이상 성어 참다랑어 쿼터를 하나도 받을 수 없었던 겁니다. 올해만 벌써 성어 참다랑어가 474t이나 잡혔는데, 이 쿼터 대로라면 우리 어민들은 국제사회의 약속을 어긴 불법 조업을 한 겁니다. 그리고 해수부가 앞으로는 참다랑어 성어를 잡지 말라고 했으니, 이제 우리 어민들은 제주해역에서 참다랑어 떼를 만나도, 한 마리도 잡지 못하게 된 겁니다.



지난 8일 KBS 뉴스9에서 보도가 나가고 내놓은 해양수산부의 해명이 또 어민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고 있습니다. 해수부는 성어 쿼터를 늘리더라도, 현재 718톤인 치어 쿼터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총량은 변하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그런데 어민들은 우리 정부가 몰라도 정말 너무 모른다고 가슴을 칩니다. 참다랑어는 크고 무거울수록 값을 더 받습니다. 30kg 미만 치어와 30kg 이상 성어의 kg당 가격이 30~40%나 차이 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같은 마릿수를 잡아도, 성어를 더 많이 잡았다면 당연히 어민 소득이 더 늘어납니다. 어민들은 또 수온 변화 등으로 조업 환경이 변하는 것을 고려하면 성어 쿼터를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이제 우리 수산업계는 WCPFC 쿼터와 정부 지침에 따라 앞으로 제주 바다에서 30kg 이상 성어 참다랑어를 잡아도 다 풀어줘야 합니다. 잡을 수 없으니 수출은 물론이고 국내서도 먹지 못합니다. 30kg 미만 참다랑어가 잡히면 또 어획 할당량을 고려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마 다시 냉동 참다랑어를 먹거나 남태평양에서 잡은 '참치 통조림'을 먹어야 하는가 봅니다. 어민들이 "해수부가 누구 편이냐?"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 현장을 모르는 정책은 외면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취재하면서 의심이 들었습니다. 대형 선망수협에서는 해수부 공문이 접수될 때까지 30kg 이상 참다랑어 할당량이 '0톤'인 줄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국제 협상 당사자인 해수부가 알려주지도 않았고 2014년, 그리고 지난해 30kg 이상 참다랑어가 잡혀 일본에 수출할 때도 전혀 문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잡은 물고기를 수출하려면 해수부에서 '어획 증명서'를 받아야 하는데 해수부에서 아무 문제 없이 증명서를 발급해줬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민들은 해수부가 일본 정부 항의가 있기 전 과연 우리나라의 참다랑어 성어 쿼터가 '0톤'이라는 것을 알고나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합니다. '할당량 0톤' 인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지난해에 이미 수출도 금지시키고 어획도 금지시켰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겁니다.

수산정책이라는 게 단시간에 결정되는 게 아닙니다. 바다는 광활하지만 자원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세계 각국이 치열하게 어획량을 놓고 경쟁을 벌입니다. 서로 간 한참 동안의 힘겨루기를 거쳐야 각국의 어획량이 할당되고 그에 맞춰 정부 정책이 결정되는 게 보통입니다. 그런데 이번 참다랑어 사건은 정반대로 진행됐습니다. 일본 정부가 '불법 어로'라며 지적하자 해수부가 서둘러 '조업 금지와 수출 금지' 공문을 보낸 겁니다. 이것에 대해 해수부는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항의한 의도는 누구나 알 수 있는 단순한 이유입니다. 참다랑어 최대 소비국인 일본에 한국산 참다랑어가 많이 유입되면 자국 수산업 경쟁력이 약화되니까 이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입니다. 내년에도 30kg 이상 제주산 참다랑어가 많이 잡힐 수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처한 거겠죠.

만약 우리 해수부가 일본의 항의를 받고 사실상 '사문화되고' '현실성 없는' 규정이라며 재협상을 하겠다는 입장을 먼저 표명했다면 어땠을까요. 해수부는 과연 누구 편일까요? 그리고 우리 국민들이 과연 싱싱한 생물 참다랑어를 먹게 되는 날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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