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살기 힘드네’…가구당 전세금 1억 원 돌파

입력 2016.03.14 (10:34) 수정 2016.03.1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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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세 가구의 평균 전세 보증금이 1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오르는 속도보다 전세 보증금이 더 빨리 뛰어 오르면서 전세 세입자들이 빚에 의존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통계청·금융감독원·한국은행의 '2015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지난해 전세 가구가 낸 전세금은 평균 1억 598만 원이었다. 전세금은 전년(9천930만 원)보다 6.7%나 뛰었다. 2010년 첫 조사 때만 해도 7천496만 원이던 전세금은 매년 상승세를 거듭했다. 1억 원을 넘긴 것은 조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바로가기] ☞ 한국은행‘201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그러나 세입자의 소득은 전세금 상승 속도만큼 늘지 못했다. 작년 전세 가구의 평균 경상소득은 4천729만 원으로 전년보다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0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로 전세 가구의 경상소득은 가장 낮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소득은 찔끔 늘고 전세금은 크게 올라 세입자들이 전세금을 마련하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 됐다. 2010년만 해도 전세 가구의 경상 소득은 3천910만 원, 전세금은 7천496만 원으로, 전세금이 소득의 1.9배에 그쳤지만 작년에는 소득의 2.2배에 달하는 돈을 집주인에게 내야 전셋집을 구할 수 있는 셈이 됐다.



전세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가구들은 은행이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이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전세 가구 중 금융 부채가 있는 비율은 전년보다 1.8%포인트 줄어든 57.1%로 집계됐다.

그러나 금융 부채를 진 가구의 평균 부채 규모는 5천561만 원으로 전년보다 9.9% 불어났다. 특히 빚을 낸 전세 가구의 41.6%는 전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빚이 늘면서 원리금 부담도 늘어났다. 세금이나 연금, 4대 보험 등을 빼고 쓸 수 있는 소득인 처분 가능 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2.7%로 전년보다 2.7% 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해 전세금이 폭등한 것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전세금을 받아 이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며 공급을 줄인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 평균 전세 가격은 작년 1월 말 3억 1천864만 원에서 12월 말 3억 7천800만 원으로 5천665만 원 뛰었다.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 가격도 지난해에만 2천638만 원 올랐다. 반면 저성장 여파로 지난해 가계소득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2009년(1.2%)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1.6%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이처럼 전세 자금 마련에 허덕이는 가구가 늘어나면 그 여파로 소비가 줄어들고 경기가 악화되어 다시 고용이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또한 전세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세대는 주로 젊은층에 집중돼 있는 만큼 이들이 재산 형성을 하지 못하면 부동산 등 자산 가격에도 부정적인 효과를 줄 수 밖에 없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상대적으로 젊고 자산마련이 되지 않은 계층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면 현재 주택을 보유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노후 소득을 위해 집을 내놓더라도 다음 세대가 이를 살 수 있는 여력이 없어 주택 가격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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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 살기 힘드네’…가구당 전세금 1억 원 돌파
    • 입력 2016-03-14 10:34:16
    • 수정2016-03-14 14:46:55
    취재K
지난해 전세 가구의 평균 전세 보증금이 1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오르는 속도보다 전세 보증금이 더 빨리 뛰어 오르면서 전세 세입자들이 빚에 의존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통계청·금융감독원·한국은행의 '2015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지난해 전세 가구가 낸 전세금은 평균 1억 598만 원이었다. 전세금은 전년(9천930만 원)보다 6.7%나 뛰었다. 2010년 첫 조사 때만 해도 7천496만 원이던 전세금은 매년 상승세를 거듭했다. 1억 원을 넘긴 것은 조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바로가기] ☞ 한국은행‘201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그러나 세입자의 소득은 전세금 상승 속도만큼 늘지 못했다. 작년 전세 가구의 평균 경상소득은 4천729만 원으로 전년보다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0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로 전세 가구의 경상소득은 가장 낮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소득은 찔끔 늘고 전세금은 크게 올라 세입자들이 전세금을 마련하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 됐다. 2010년만 해도 전세 가구의 경상 소득은 3천910만 원, 전세금은 7천496만 원으로, 전세금이 소득의 1.9배에 그쳤지만 작년에는 소득의 2.2배에 달하는 돈을 집주인에게 내야 전셋집을 구할 수 있는 셈이 됐다. 전세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가구들은 은행이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이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전세 가구 중 금융 부채가 있는 비율은 전년보다 1.8%포인트 줄어든 57.1%로 집계됐다. 그러나 금융 부채를 진 가구의 평균 부채 규모는 5천561만 원으로 전년보다 9.9% 불어났다. 특히 빚을 낸 전세 가구의 41.6%는 전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빚이 늘면서 원리금 부담도 늘어났다. 세금이나 연금, 4대 보험 등을 빼고 쓸 수 있는 소득인 처분 가능 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2.7%로 전년보다 2.7% 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해 전세금이 폭등한 것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전세금을 받아 이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며 공급을 줄인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 평균 전세 가격은 작년 1월 말 3억 1천864만 원에서 12월 말 3억 7천800만 원으로 5천665만 원 뛰었다.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 가격도 지난해에만 2천638만 원 올랐다. 반면 저성장 여파로 지난해 가계소득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2009년(1.2%)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1.6%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이처럼 전세 자금 마련에 허덕이는 가구가 늘어나면 그 여파로 소비가 줄어들고 경기가 악화되어 다시 고용이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또한 전세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세대는 주로 젊은층에 집중돼 있는 만큼 이들이 재산 형성을 하지 못하면 부동산 등 자산 가격에도 부정적인 효과를 줄 수 밖에 없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상대적으로 젊고 자산마련이 되지 않은 계층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면 현재 주택을 보유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노후 소득을 위해 집을 내놓더라도 다음 세대가 이를 살 수 있는 여력이 없어 주택 가격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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