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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리포트] 주민도 당국도…외면받은 ‘현대판 노예’
입력 2016.03.14 (21:38) 수정 2016.03.14 (22:19) 뉴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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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휴일도 없이 일한 고판준 할아버지 KBS 보도가 나가고, 자치단체는 고 씨를 한 복지재단에서 보호하며 건강검진을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경찰도 수사에 나섰습니다.

지난달 보도했던 이광길 씨도 지금 자치단체에서 보호중입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수십년 동안 시달린 고통에 비하면 너무 늦은 감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마을 사람들은 두 사람의 처지를 외면한 걸까요?

또 우리 복지시스템은 '현대판 노예'나 다름 없는 두 사람을 왜 찾지 못한 걸까요?

류재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연관 기사]
☞ 도랑물을 식수로…70대 노인 50년 머슴 생활 (2016.3.12)
☞ 현대판 노예 광길 씨…사회가 ‘방치’ (2016.2.4)


<리포트>

도랑에서 먹는 물을 긷는 고판준 씨.

종일 시설 하우스에서 보내는 고된 농사일이지만 월급은 16만 원 남짓입니다.

이렇게 50여 년을 이 마을 농가를 돌며 지내왔지만 누구도 이런 사정을 밖으로 알리지 않았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아무도 그런 말을 못한다니깐. 내게 해당이 안되니깐. 보면 불쌍하고 안됐지만.."

마을 주민 대부분 70-80대인 한 집성촌에서 살았던 이광길씨도 비슷한 처지였습니다.

안으론 끈끈하지만 밖으로는 폐쇄적인, 혈연과 지연으로 얽힌 농촌 문화가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인터뷰> 김문근(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집성촌 집단에서 배제될 것을 각오하고 내부 고발을 할 사람이 있겠는가, 대단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며 정부가 추진중인 읍면동 중심의 복지허브 구축도 농촌에선 남의 일입니다.

좁은 지역에 인구가 밀집된 도시와 달리 농촌에선 1-2명 뿐인 복지담당 공무원이 마을을 일일이 돌며 복지 서비스를 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녹취> 면사무소 복지 공무원(음성변조) : "이장님이 알고 묵인하셨다고 하면 먼저 저희쪽으로 연락을 해 줬더라면 아쉬움이 좀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에 둔감한 공동체 문화.

사무실에만 머문 '탁상 복지'가 제2, 제3의 현대판 노예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류재현입니다.
  • [앵커&리포트] 주민도 당국도…외면받은 ‘현대판 노예’
    • 입력 2016-03-14 21:40:03
    • 수정2016-03-14 22:19:28
    뉴스 9
<앵커 멘트>

휴일도 없이 일한 고판준 할아버지 KBS 보도가 나가고, 자치단체는 고 씨를 한 복지재단에서 보호하며 건강검진을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경찰도 수사에 나섰습니다.

지난달 보도했던 이광길 씨도 지금 자치단체에서 보호중입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수십년 동안 시달린 고통에 비하면 너무 늦은 감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마을 사람들은 두 사람의 처지를 외면한 걸까요?

또 우리 복지시스템은 '현대판 노예'나 다름 없는 두 사람을 왜 찾지 못한 걸까요?

류재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연관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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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판 노예 광길 씨…사회가 ‘방치’ (2016.2.4)


<리포트>

도랑에서 먹는 물을 긷는 고판준 씨.

종일 시설 하우스에서 보내는 고된 농사일이지만 월급은 16만 원 남짓입니다.

이렇게 50여 년을 이 마을 농가를 돌며 지내왔지만 누구도 이런 사정을 밖으로 알리지 않았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아무도 그런 말을 못한다니깐. 내게 해당이 안되니깐. 보면 불쌍하고 안됐지만.."

마을 주민 대부분 70-80대인 한 집성촌에서 살았던 이광길씨도 비슷한 처지였습니다.

안으론 끈끈하지만 밖으로는 폐쇄적인, 혈연과 지연으로 얽힌 농촌 문화가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인터뷰> 김문근(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집성촌 집단에서 배제될 것을 각오하고 내부 고발을 할 사람이 있겠는가, 대단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며 정부가 추진중인 읍면동 중심의 복지허브 구축도 농촌에선 남의 일입니다.

좁은 지역에 인구가 밀집된 도시와 달리 농촌에선 1-2명 뿐인 복지담당 공무원이 마을을 일일이 돌며 복지 서비스를 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녹취> 면사무소 복지 공무원(음성변조) : "이장님이 알고 묵인하셨다고 하면 먼저 저희쪽으로 연락을 해 줬더라면 아쉬움이 좀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에 둔감한 공동체 문화.

사무실에만 머문 '탁상 복지'가 제2, 제3의 현대판 노예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류재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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