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폭스바겐, 고객 ‘목숨’보다 ‘영업’이 더 중요?

입력 2016.03.17 (08:59) 수정 2016.12.2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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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스바겐CC' 차주 최진석 씨의 아찔한 경험

지난 2014년 폭스바겐CC 차량을 구입한 최진석 씨는 차를 구입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아찔한 경험을 했습니다.

최 씨의 차량에서 갑자기 가속페달이 작동하지 않는 증상이 나타난 겁니다.

갓길도 없는 고속도로, 뒤에는 트레일러가 100km에 가까운 속력으로 달려오는데 옆 자리에는 최 씨의 아이가 타고 있었습니다.

기어를 드라이브 모드에서 스포츠 모드로, 다시 스포츠 모드에서 드라이브 모드로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한 뒤에야 차는 다시 웅-소리를 내며 속도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무서웠다"고 최 씨는 말했습니다.

최진석 씨의 서비스센터 입고 서류최진석 씨의 서비스센터 입고 서류

살 떨리는 경험을 한 최 씨는 차를 수리하러 서비스센터에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서비스센터의 대처는 최 씨를 당황스럽게 했습니다.

"코스팅 모드(연비절감 기능)를 끄고 주행해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엄연히 차량 구입비에 포함된 기능을 꺼보라는 답변에 최 씨는 차를 수리 맡기지 않고 그냥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가속페달 이상 증상은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 나타났습니다.

최 씨가 오작동 동영상까지 촬영해 보여주며 2번이나 차량 수리를 맡겨 점검을 받았지만, 번번이 차량에는 이상이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화가 난 최 씨는 찻값을 환불하라며 1인시위에 나섰습니다.

차에 "불량 정비, 7번이나 죽을 뻔 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큼지막한 현수막을 걸고, 타이어에 구멍을 내고는 차를 구입했던 판매장 앞에 세워 뒀습니다.

판매사에서는 그제야 다시 점검과 수리를 받아보라고 권유했습니다.

하지만 최 씨는 더이상 판매사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최 씨는 환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폭스바겐 '영업방해'라며 최 씨 고소

처음에 폭스바겐 판매사는 최 씨 차를 구청에 견인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최 씨 차가 통행을 방해하는 것도 아니고, 주차선 안에 주차되어 있는 것을 확인한 구청은 구청에서 나설 일이 아니라며 돌아갔습니다.

1인 시위는 신고를 하지 않아도 불법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불법시위라는 이유로 막을 수도 없었습니다.

궁여지책으로 차에 붙은 현수막이 보이지 않도록 검은 비닐을 씌우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판매사와 최 씨의 갈등이 극에 다다른지 일주일 째, 폭스바겐 판매사는 최 씨를 고소했습니다.

업무방해에 대한 형사 처벌, 그리고 민사상 손해에 대한 배상금 천만 원을 요구한 겁니다.

최 씨가 차량에 '허위사실'이 담긴 현수막을 달고 판매장 앞에서 업무를 방해한다는 이유였습니다.

고소장에는 최 씨가 수리도 점검도 거부하며, 오로지 환불만을 요구했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최 씨는 해당 증상으로 두 번이나 차를 입고해 수리를 의뢰한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판매사야말로 '허위사실'을 기재해 최 씨를 고소한 셈입니다.

폭스바겐의 최진석 씨 상대 고소장폭스바겐의 최진석 씨 상대 고소장

"급박한 상황이니까, 그 부분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서 저희가 고소를 안 할 게 아니었으니까요.

길가다가 폭행을 당했다면, 사실관계 다 확인하고 신고하실 겁니까?" 폭스바겐 판매사에 '왜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객을 고소했나?'라고 물어보자 돌아온 답변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판매장이 일주일 동안 겪은 '영업방해'를, 길에서 아무 이유 없이 당한 '묻지 마 폭행'으로 비유했습니다.

■ 폭스바겐, 고객 '목숨' 보다 '영업'이 더 중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보도 이후, 고소장에 사실관계가 어긋난 부분이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또한 섣부른 법적 조치는 다소 부적절했다며, 최대한 판매사와 최 씨의 갈등이 해결될 수 있도록 중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폭스바겐은 최 씨 차량에서 나타난 증상과 서비스센터에서 받았던 점검 내용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최 씨 문제만 해결되면 끝나는 걸까요? 폭스바겐이 사후 서비스에서 보여준 태도는 최 씨 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소비자 중 누구도 겪을 수 있는 문제입니다.

차량 오작동 때문에 운전 때마다 공포에 시달리는데, 동영상까지 찍어 보여줘도 서비스센터에서 '이상 없다'고 한다면, 어떤 고객이라도 화가 치밀어 오를 겁니다.

최근 배출가스 조작 파문에도 불구하고 폭스바겐의 한국 판매량은 급증했습니다.

파격적인 판매 정책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자동차는 판매로 끝나는 상품이 아닙니다.

안전과 직결되기에, 사후 서비스가 판매만큼 중요한 상품입니다.

영업방해가 '급박'한 문제라던 폭스바겐이 과연 고객들의 '목숨'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연관 기사]☞ 환불 요구에 ‘고소’…폭스바겐 ‘배짱 영업’ (20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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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폭스바겐, 고객 ‘목숨’보다 ‘영업’이 더 중요?
    • 입력 2016-03-17 08:59:29
    • 수정2016-12-23 13:30:45
    취재후·사건후
■ '폭스바겐CC' 차주 최진석 씨의 아찔한 경험

지난 2014년 폭스바겐CC 차량을 구입한 최진석 씨는 차를 구입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아찔한 경험을 했습니다.

최 씨의 차량에서 갑자기 가속페달이 작동하지 않는 증상이 나타난 겁니다.

갓길도 없는 고속도로, 뒤에는 트레일러가 100km에 가까운 속력으로 달려오는데 옆 자리에는 최 씨의 아이가 타고 있었습니다.

기어를 드라이브 모드에서 스포츠 모드로, 다시 스포츠 모드에서 드라이브 모드로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한 뒤에야 차는 다시 웅-소리를 내며 속도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무서웠다"고 최 씨는 말했습니다.

최진석 씨의 서비스센터 입고 서류
살 떨리는 경험을 한 최 씨는 차를 수리하러 서비스센터에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서비스센터의 대처는 최 씨를 당황스럽게 했습니다.

"코스팅 모드(연비절감 기능)를 끄고 주행해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엄연히 차량 구입비에 포함된 기능을 꺼보라는 답변에 최 씨는 차를 수리 맡기지 않고 그냥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가속페달 이상 증상은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 나타났습니다.

최 씨가 오작동 동영상까지 촬영해 보여주며 2번이나 차량 수리를 맡겨 점검을 받았지만, 번번이 차량에는 이상이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화가 난 최 씨는 찻값을 환불하라며 1인시위에 나섰습니다.

차에 "불량 정비, 7번이나 죽을 뻔 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큼지막한 현수막을 걸고, 타이어에 구멍을 내고는 차를 구입했던 판매장 앞에 세워 뒀습니다.

판매사에서는 그제야 다시 점검과 수리를 받아보라고 권유했습니다.

하지만 최 씨는 더이상 판매사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최 씨는 환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폭스바겐 '영업방해'라며 최 씨 고소

처음에 폭스바겐 판매사는 최 씨 차를 구청에 견인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최 씨 차가 통행을 방해하는 것도 아니고, 주차선 안에 주차되어 있는 것을 확인한 구청은 구청에서 나설 일이 아니라며 돌아갔습니다.

1인 시위는 신고를 하지 않아도 불법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불법시위라는 이유로 막을 수도 없었습니다.

궁여지책으로 차에 붙은 현수막이 보이지 않도록 검은 비닐을 씌우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판매사와 최 씨의 갈등이 극에 다다른지 일주일 째, 폭스바겐 판매사는 최 씨를 고소했습니다.

업무방해에 대한 형사 처벌, 그리고 민사상 손해에 대한 배상금 천만 원을 요구한 겁니다.

최 씨가 차량에 '허위사실'이 담긴 현수막을 달고 판매장 앞에서 업무를 방해한다는 이유였습니다.

고소장에는 최 씨가 수리도 점검도 거부하며, 오로지 환불만을 요구했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최 씨는 해당 증상으로 두 번이나 차를 입고해 수리를 의뢰한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판매사야말로 '허위사실'을 기재해 최 씨를 고소한 셈입니다.

폭스바겐의 최진석 씨 상대 고소장
"급박한 상황이니까, 그 부분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서 저희가 고소를 안 할 게 아니었으니까요.

길가다가 폭행을 당했다면, 사실관계 다 확인하고 신고하실 겁니까?" 폭스바겐 판매사에 '왜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객을 고소했나?'라고 물어보자 돌아온 답변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판매장이 일주일 동안 겪은 '영업방해'를, 길에서 아무 이유 없이 당한 '묻지 마 폭행'으로 비유했습니다.

■ 폭스바겐, 고객 '목숨' 보다 '영업'이 더 중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보도 이후, 고소장에 사실관계가 어긋난 부분이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또한 섣부른 법적 조치는 다소 부적절했다며, 최대한 판매사와 최 씨의 갈등이 해결될 수 있도록 중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폭스바겐은 최 씨 차량에서 나타난 증상과 서비스센터에서 받았던 점검 내용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최 씨 문제만 해결되면 끝나는 걸까요? 폭스바겐이 사후 서비스에서 보여준 태도는 최 씨 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소비자 중 누구도 겪을 수 있는 문제입니다.

차량 오작동 때문에 운전 때마다 공포에 시달리는데, 동영상까지 찍어 보여줘도 서비스센터에서 '이상 없다'고 한다면, 어떤 고객이라도 화가 치밀어 오를 겁니다.

최근 배출가스 조작 파문에도 불구하고 폭스바겐의 한국 판매량은 급증했습니다.

파격적인 판매 정책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자동차는 판매로 끝나는 상품이 아닙니다.

안전과 직결되기에, 사후 서비스가 판매만큼 중요한 상품입니다.

영업방해가 '급박'한 문제라던 폭스바겐이 과연 고객들의 '목숨'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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