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대성당, 낙서 탓에 ‘디지털 낙서장’ 도입

입력 2016.03.17 (14:29) 수정 2016.03.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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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피렌체를 찾는 사람은 누구나 가보는 피렌체의 주 성당인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이른바 두오모 성당은 그동안 관광객들의 무분별한 낙서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특히 2000년대 초 피렌체 대성당을 주요 배경으로 한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와 동명의 영화가 한국과 일본에서 인기를 끌면서 일본어와 한글로 된 낙서도 많이 늘어났다.



곳곳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등 '낙서와의 전쟁'을 벌여왔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이 성당에 최근 디지털 낙서대가 설치돼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16일 (현지시각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성당을 관리하는 이탈리아 회사는 두오모에서 가장 낙서가 많은 곳으로 꼽히는 지오토의 종탑 입구에 태블릿 컴퓨터 3대를 놓았다.

두오모 측은 이 곳의 낙서들을 올해 초 특수 젤과 레이저로 지운 뒤 새로운 낙서가 등장하지 않도록 디지털 낙서장을 마련했다.

이 계획에 관여한 알리체 필리포니는 "새로운 낙서를 막기 위해 뭐라도 하고 싶었다"며 "사람들이 두오모의 벽을 다시는 더럽히지 않으면서도 하고자 하는 말을 남기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한 관광객이 종탑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그 옆에 관객들이 낙서를 할 수 있도록 태블릿 PC를 설치했다. [사진=뉴욕타임스]한 관광객이 종탑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그 옆에 관객들이 낙서를 할 수 있도록 태블릿 PC를 설치했다. [사진=뉴욕타임스]


관광객들은 디지털 낙서장에서 나무와 대리석 등 서로 다른 질감의 배경 화면을 고른 뒤 립스틱, 분무기 페인트, 손끝 등 다양한 느낌을 내는 도구로 낙서를 할 수 있다.

이들이 남긴 메시지는 웹사이트에 저장돼 온라인상에 영원히 보관되며, 회사 측은 몇 년 뒤에는 보관된 디지털 낙서들을 출력해 두오모의 문서보관소에도 보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초반이지만, 디지털 낙서장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낙서판이 설치된 첫 사흘 동안 3천여 명의 방문객이 종탑을 찾았으나 새로운 낙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대신에 304개의 디지털 메시지만 남겨졌다.

한 관광객이 태블릿 PC에 낙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욕타임스]한 관광객이 태블릿 PC에 낙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욕타임스]


다만 완벽한 해결책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만큼, 낙서를 지우는 작업이 끊임없이 병행돼야 두오모 성당을 원형 그대로 깨끗하게 보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국립 반(反) 낙서협회의 안드레아 아마토 회장도 "사람들은 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낙서를 하기 마련"이라며, 낙서 제거 작업 이후에는 사람들이 낙서를 하는 데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만큼 낙서를 지우는 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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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렌체 대성당, 낙서 탓에 ‘디지털 낙서장’ 도입
    • 입력 2016-03-17 14:29:12
    • 수정2016-03-17 17:05:09
    취재K
이탈리아 피렌체를 찾는 사람은 누구나 가보는 피렌체의 주 성당인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이른바 두오모 성당은 그동안 관광객들의 무분별한 낙서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특히 2000년대 초 피렌체 대성당을 주요 배경으로 한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와 동명의 영화가 한국과 일본에서 인기를 끌면서 일본어와 한글로 된 낙서도 많이 늘어났다.



곳곳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등 '낙서와의 전쟁'을 벌여왔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이 성당에 최근 디지털 낙서대가 설치돼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16일 (현지시각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성당을 관리하는 이탈리아 회사는 두오모에서 가장 낙서가 많은 곳으로 꼽히는 지오토의 종탑 입구에 태블릿 컴퓨터 3대를 놓았다.

두오모 측은 이 곳의 낙서들을 올해 초 특수 젤과 레이저로 지운 뒤 새로운 낙서가 등장하지 않도록 디지털 낙서장을 마련했다.

이 계획에 관여한 알리체 필리포니는 "새로운 낙서를 막기 위해 뭐라도 하고 싶었다"며 "사람들이 두오모의 벽을 다시는 더럽히지 않으면서도 하고자 하는 말을 남기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한 관광객이 종탑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그 옆에 관객들이 낙서를 할 수 있도록 태블릿 PC를 설치했다. [사진=뉴욕타임스]

관광객들은 디지털 낙서장에서 나무와 대리석 등 서로 다른 질감의 배경 화면을 고른 뒤 립스틱, 분무기 페인트, 손끝 등 다양한 느낌을 내는 도구로 낙서를 할 수 있다.

이들이 남긴 메시지는 웹사이트에 저장돼 온라인상에 영원히 보관되며, 회사 측은 몇 년 뒤에는 보관된 디지털 낙서들을 출력해 두오모의 문서보관소에도 보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초반이지만, 디지털 낙서장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낙서판이 설치된 첫 사흘 동안 3천여 명의 방문객이 종탑을 찾았으나 새로운 낙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대신에 304개의 디지털 메시지만 남겨졌다.

한 관광객이 태블릿 PC에 낙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욕타임스]

다만 완벽한 해결책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만큼, 낙서를 지우는 작업이 끊임없이 병행돼야 두오모 성당을 원형 그대로 깨끗하게 보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국립 반(反) 낙서협회의 안드레아 아마토 회장도 "사람들은 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낙서를 하기 마련"이라며, 낙서 제거 작업 이후에는 사람들이 낙서를 하는 데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만큼 낙서를 지우는 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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