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놀음]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타율의 상관관계는?

입력 2016.03.1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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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저리그에 이어 KBO리그도 시범경기가 막을 올렸다. 비록 아직 완전히 물러나지 않은 추위 때문에 몇 경기가 취소됐지만, 각 팀들은 올 시즌 마지막 담금질에 돌입한 상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한국 선수가 많아지면서 시범경기를 향한 관심이 이전보다 뜨거워졌다. 김현수만 봐도 그렇다. 김현수는 첫 24타석에서 안타를 치지 못했다. 그러자 김현수를 우려하는 시선들이 갑자기 급증했다. 박병호, 이대호 등 다른 한국 선수들의 선전도 김현수의 침묵을 더 두드러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범경기다. 시범경기 성적은 정규시즌에 아무런 반영이 되지 않는다. 시범경기 동안 홈런 10개를 쳤다고 해서 정규시즌에 홈런 하나를 더해주진 않는다. 좋은 성적을 거둬서 나쁠 건 없지만, 혹 나쁜 성적을 거두더라도 주눅 들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김현수의 동료인 볼티모어 포수 맷 위터스는 작년 시범경기를 23타수 무안타로 끝마쳤다. 하지만 당시 위터스의 이 기록을 심각하고 비중 있게 다루는 현지 언론은 없었다.

그렇다면 KBO리그에서 정규시즌 타율과 시범경기 타율은 어떤 관계가 있었을까. 지난 세 시즌(2013-15년)을 기준으로 정규시즌 타율 상위 일곱 타자들의 시범경기 타율을 살펴봤다.

● 2013년 정규시즌 타율 상위 7걸 (시범경기 타율)
1. 이병규 : .348 (.000)
2. 손아섭 : .345 (.167)
3. 이진영 : .329 (.278)
4. 박용택 : .328 (.417)
5. 민병헌 : .319 (.357)
5. 김태균 : .319 (.250)
7. 박병호 : .318 (.174)
7. 박석민 : .318 (.286)

박병호와 박석민의 타율이 같아서 여덟 명의 타자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정규시즌과 시범경기 모두 3할 타율을 넘어선 선수는 박용택과 민병헌 두 명 뿐이다. 안타를 치지 못한 이병규는 시범경기 다섯 타석만 들어섰던 상황. 이와 달리 손아섭은 충분한 타석(28)을 보장 받았지만, 타격감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현재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박병호도 2013년 시범경기는 좋지 않았다.

● 2014년 정규시즌 타율 상위 7걸 (시범경기 타율)
1. 서건창 : .370 (.394)
2. 김태균 : .365 (.222)
3. 손아섭 : .362 (.400)
4. 강정호 : .356 (.294)
4. 최형우 : .356 (.294)
6. 김주찬 : .346 (.333)
7. 민병헌 : .345 (.235)
정규시즌 201안타를 때려내면서 새로운 역사를 쓴 서건창은, 시범경기 때부터 심상치 않은 자태를 보여줬다. 손아섭 역시 펄펄 날아다녔다. 반면 김태균과 민병헌은 시범경기에서 침묵한 방망이가 정규시즌에 접어든 이후 깨어났다. 참고로 2014년은 타고투저가 절정에 달했던 시즌이었다는 사실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 2015년 정규시즌 타율 상위 7걸 (시범경기 타율)
1. 테임즈 : .381 (.233)
2. 유한준 : .362 (.207)
3. 구자욱 : .349 (.293)
4. 마르테 : .348 (.174)
5. 박병호 : .343 (.308)
6. 이용규 : .341 (.231)
7. 이승엽 : .332 (.179)
앞선 두 시즌에 비해 정규시즌과 시범경기의 타율 격차가 가장 많이 벌어졌다. 일곱 명의 정규시즌 3할 타자 중 시범경기 3할이 넘는 선수는 박병호 뿐이다. 심지어 이승엽은 시범경기 3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 가운데 최저 타율 2위였다(마르테 23타석).

이 기록을 찾아보니 또 다른 기록이 궁금해졌다. 앞서 명단에 포함된 타자들의 정규시즌 평균 타율과 시범경기 평균 타율은 어떻게 변했을까.

2013년 : 시범경기 .262 → 정규시즌 .328 (.066 상승)
2014년 : 시범경기 .311 → 정규시즌 .358 (.047 상승)
2015년 : 시범경기 .234 → 정규시즌 .351 (.117 상승)

이들이 도합 시범경기 타율 3할을 넘어선 적은 2014년이 유일하다. 특히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지난해에는 이 부문 편차가 1할대를 넘었다.

그럼 지난해 시범경기 타율 하위 7걸은 정규시즌에서 어떤 성적을 기록했을까.

● 2015년 시범경기 타율 하위 7걸 (정규시즌 타율)
1. 스나이더 .100 (.281)
2. 박석민 .179 (.321)
3. 이승엽 .179 (.332)
4. 유한준 .207 (.362)
5. 나성범 .211 (.326)
6. 정수빈 .238 (.295)
7. 최승준 .242 (.077)

최승준을 제외하면 모두 시범경기 때보다 좋은 타격감을 과시했다. 시범경기 35타석(30타수)에서 3안타만을 때려낸 스나이더는 가장 큰 폭으로 타율이 올랐다(.181). 시범경기 최저 타율 4위에서 정규시즌 최고 타율 2위까지 뛰어오른 유한준이 다음으로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155). 시범경기 평균 타율이 .196(250타수 49안타)에 그쳤던 이들은, 정규시즌 평균 타율을 .327(2878타수 940안타)까지 끌어 올리면서 대반전을 연출했다.

이처럼 시범경기에서 저조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하더라도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다. 명예 회복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시범경기는 겨우내 떨어졌던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무엇보다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본 무대를 앞두고 다치지 않는 것이다. 이 본분을 넘어서는 부담이나 압박감은 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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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숫자놀음]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타율의 상관관계는?
    • 입력 2016-03-17 15:02:20
    숫자놀음
 메이저리그에 이어 KBO리그도 시범경기가 막을 올렸다. 비록 아직 완전히 물러나지 않은 추위 때문에 몇 경기가 취소됐지만, 각 팀들은 올 시즌 마지막 담금질에 돌입한 상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한국 선수가 많아지면서 시범경기를 향한 관심이 이전보다 뜨거워졌다. 김현수만 봐도 그렇다. 김현수는 첫 24타석에서 안타를 치지 못했다. 그러자 김현수를 우려하는 시선들이 갑자기 급증했다. 박병호, 이대호 등 다른 한국 선수들의 선전도 김현수의 침묵을 더 두드러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범경기다. 시범경기 성적은 정규시즌에 아무런 반영이 되지 않는다. 시범경기 동안 홈런 10개를 쳤다고 해서 정규시즌에 홈런 하나를 더해주진 않는다. 좋은 성적을 거둬서 나쁠 건 없지만, 혹 나쁜 성적을 거두더라도 주눅 들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김현수의 동료인 볼티모어 포수 맷 위터스는 작년 시범경기를 23타수 무안타로 끝마쳤다. 하지만 당시 위터스의 이 기록을 심각하고 비중 있게 다루는 현지 언론은 없었다.

그렇다면 KBO리그에서 정규시즌 타율과 시범경기 타율은 어떤 관계가 있었을까. 지난 세 시즌(2013-15년)을 기준으로 정규시즌 타율 상위 일곱 타자들의 시범경기 타율을 살펴봤다.

● 2013년 정규시즌 타율 상위 7걸 (시범경기 타율)
1. 이병규 : .348 (.000)
2. 손아섭 : .345 (.167)
3. 이진영 : .329 (.278)
4. 박용택 : .328 (.417)
5. 민병헌 : .319 (.357)
5. 김태균 : .319 (.250)
7. 박병호 : .318 (.174)
7. 박석민 : .318 (.286)

박병호와 박석민의 타율이 같아서 여덟 명의 타자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정규시즌과 시범경기 모두 3할 타율을 넘어선 선수는 박용택과 민병헌 두 명 뿐이다. 안타를 치지 못한 이병규는 시범경기 다섯 타석만 들어섰던 상황. 이와 달리 손아섭은 충분한 타석(28)을 보장 받았지만, 타격감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현재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박병호도 2013년 시범경기는 좋지 않았다.

● 2014년 정규시즌 타율 상위 7걸 (시범경기 타율)
1. 서건창 : .370 (.394)
2. 김태균 : .365 (.222)
3. 손아섭 : .362 (.400)
4. 강정호 : .356 (.294)
4. 최형우 : .356 (.294)
6. 김주찬 : .346 (.333)
7. 민병헌 : .345 (.235)
정규시즌 201안타를 때려내면서 새로운 역사를 쓴 서건창은, 시범경기 때부터 심상치 않은 자태를 보여줬다. 손아섭 역시 펄펄 날아다녔다. 반면 김태균과 민병헌은 시범경기에서 침묵한 방망이가 정규시즌에 접어든 이후 깨어났다. 참고로 2014년은 타고투저가 절정에 달했던 시즌이었다는 사실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 2015년 정규시즌 타율 상위 7걸 (시범경기 타율)
1. 테임즈 : .381 (.233)
2. 유한준 : .362 (.207)
3. 구자욱 : .349 (.293)
4. 마르테 : .348 (.174)
5. 박병호 : .343 (.308)
6. 이용규 : .341 (.231)
7. 이승엽 : .332 (.179)
앞선 두 시즌에 비해 정규시즌과 시범경기의 타율 격차가 가장 많이 벌어졌다. 일곱 명의 정규시즌 3할 타자 중 시범경기 3할이 넘는 선수는 박병호 뿐이다. 심지어 이승엽은 시범경기 3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 가운데 최저 타율 2위였다(마르테 23타석).

이 기록을 찾아보니 또 다른 기록이 궁금해졌다. 앞서 명단에 포함된 타자들의 정규시즌 평균 타율과 시범경기 평균 타율은 어떻게 변했을까.

2013년 : 시범경기 .262 → 정규시즌 .328 (.066 상승)
2014년 : 시범경기 .311 → 정규시즌 .358 (.047 상승)
2015년 : 시범경기 .234 → 정규시즌 .351 (.117 상승)

이들이 도합 시범경기 타율 3할을 넘어선 적은 2014년이 유일하다. 특히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지난해에는 이 부문 편차가 1할대를 넘었다.

그럼 지난해 시범경기 타율 하위 7걸은 정규시즌에서 어떤 성적을 기록했을까.

● 2015년 시범경기 타율 하위 7걸 (정규시즌 타율)
1. 스나이더 .100 (.281)
2. 박석민 .179 (.321)
3. 이승엽 .179 (.332)
4. 유한준 .207 (.362)
5. 나성범 .211 (.326)
6. 정수빈 .238 (.295)
7. 최승준 .242 (.077)

최승준을 제외하면 모두 시범경기 때보다 좋은 타격감을 과시했다. 시범경기 35타석(30타수)에서 3안타만을 때려낸 스나이더는 가장 큰 폭으로 타율이 올랐다(.181). 시범경기 최저 타율 4위에서 정규시즌 최고 타율 2위까지 뛰어오른 유한준이 다음으로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155). 시범경기 평균 타율이 .196(250타수 49안타)에 그쳤던 이들은, 정규시즌 평균 타율을 .327(2878타수 940안타)까지 끌어 올리면서 대반전을 연출했다.

이처럼 시범경기에서 저조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하더라도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다. 명예 회복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시범경기는 겨우내 떨어졌던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무엇보다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본 무대를 앞두고 다치지 않는 것이다. 이 본분을 넘어서는 부담이나 압박감은 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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