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지 않아도 괜찮아!] ② 레슬링 매트에서 빛난 아름다운 패배 

입력 2016.03.17 (18:43) 수정 2016.03.2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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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레드와 저스틴, 두 소년은 레슬링 매트에서 처음 만났다. 지난 2012년 미국 테네시였다.

12살 자레드는 선천성 뇌성마비를 앓고 있다. 신체 조절 능력은 생후 6개월 아기 수준에서 더 이상 성장하지 않았다. 평생 휠체어에 의존해 살아야 한다. 그러나 자레드의 정신 수준은 또래 아이들과 다를 바 없다. 세쌍둥이로 태어난 자레드는 형제들처럼 스포츠에 참여하고 싶었다.

학교 레슬링팀에 합류한 저스틴은 친구들과 똑같이 훈련에 참가했다. 함께 땀을 흘릴 수는 없지만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자레드는 행복했다. 아버지가 훈련장에 내려주면 코치 선생님과 친구들이 자레드의 훈련을 도왔다.

자레드는 직접 경기에 나서고 싶었다. 늘 바라봐야만 했던 승부의 현장을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아버지와 코치 선생님은 고민 끝에 자레드를 시범 경기에 출전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정상적인 경기는 불가능했다. 자레드의 코치 선생님은 자신의 친구인 상대 팀 코치를 만났다. 그리고 가슴이 가장 따뜻한 학생이 누구냐고 물었다.

자레드의 상대 선수로 나선 학생은 13살 저스틴이었다. 저스틴은 학교 대표팀 주장인 레슬링 유망주다. 다만 이날 만큼은 레슬링 실력이 아니라 따뜻한 가슴 때문에 출전선수가 됐다.

저스틴은 당황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냥 이겨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기권을 할 수도 없었다.

코치 선생님은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 선생님은 그저 저스틴을 믿었다. 머뭇거리던 두 소년은 평소처럼 악수를 나눴다.

드디어 휘슬이 울렸다. 그리고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저스틴은 상대를 공격하는 대신 스스로 패배를 선택했다. 그것도 최선을 다한 패배였다. 몸도 가누지 못하는 자레드의 팔을 자신의 가슴에 두른 다음, 자신의 두 어깨를 매트에 붙이고 버둥거렸다. 자레드의 폴승이다.

진심을 담은 축하의 악수도 잊지 않았다. 관객들은 길고 뜨거운 함성으로 두 소년에게 경의를 표했다.

자레드와 저스틴, 두 소년의 스포츠 정신은 진정한 용기와 배려가 무엇인지 일깨워줬다.



일어설 수조차 없는 몸으로 레슬링 경기에 나선 자레드의 용기, 친구의 장애를 감싸 안아 준 팀 동료들, 승리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르쳐 주신 코치 선생님 그리고 진심으로 상대를 존중한 저스틴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기적이었다.

승부를 빼고 스포츠를 이야기할 수는 없다. 누군가는 승리하고 누군가는 패배한다. 승리를 향해 정해진 규칙 안에서 최선을 다해 실력을 겨루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 스포츠의 본질이다.

승리에 대한 과도한 집착 때문에 스포츠 정신이 실종되기도 한다. 오직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승리 지상주의'는 부패와 폭력의 온상이 된다.

그러나 아주 가끔, 진정한 스포츠 정신은 승리와 패배라는 경계 너머에 존재한다. 우리가 잊고 살아왔을 뿐이다.

학교 체육은 교육이다.
"이기지 않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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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지 않아도 괜찮아!] ② 레슬링 매트에서 빛난 아름다운 패배 
    • 입력 2016-03-17 18:43:53
    • 수정2016-03-22 18:25:13
    취재K
자레드와 저스틴, 두 소년은 레슬링 매트에서 처음 만났다. 지난 2012년 미국 테네시였다.

12살 자레드는 선천성 뇌성마비를 앓고 있다. 신체 조절 능력은 생후 6개월 아기 수준에서 더 이상 성장하지 않았다. 평생 휠체어에 의존해 살아야 한다. 그러나 자레드의 정신 수준은 또래 아이들과 다를 바 없다. 세쌍둥이로 태어난 자레드는 형제들처럼 스포츠에 참여하고 싶었다.

학교 레슬링팀에 합류한 저스틴은 친구들과 똑같이 훈련에 참가했다. 함께 땀을 흘릴 수는 없지만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자레드는 행복했다. 아버지가 훈련장에 내려주면 코치 선생님과 친구들이 자레드의 훈련을 도왔다.

자레드는 직접 경기에 나서고 싶었다. 늘 바라봐야만 했던 승부의 현장을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아버지와 코치 선생님은 고민 끝에 자레드를 시범 경기에 출전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정상적인 경기는 불가능했다. 자레드의 코치 선생님은 자신의 친구인 상대 팀 코치를 만났다. 그리고 가슴이 가장 따뜻한 학생이 누구냐고 물었다.

자레드의 상대 선수로 나선 학생은 13살 저스틴이었다. 저스틴은 학교 대표팀 주장인 레슬링 유망주다. 다만 이날 만큼은 레슬링 실력이 아니라 따뜻한 가슴 때문에 출전선수가 됐다.

저스틴은 당황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냥 이겨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기권을 할 수도 없었다.

코치 선생님은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 선생님은 그저 저스틴을 믿었다. 머뭇거리던 두 소년은 평소처럼 악수를 나눴다.

드디어 휘슬이 울렸다. 그리고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저스틴은 상대를 공격하는 대신 스스로 패배를 선택했다. 그것도 최선을 다한 패배였다. 몸도 가누지 못하는 자레드의 팔을 자신의 가슴에 두른 다음, 자신의 두 어깨를 매트에 붙이고 버둥거렸다. 자레드의 폴승이다.

진심을 담은 축하의 악수도 잊지 않았다. 관객들은 길고 뜨거운 함성으로 두 소년에게 경의를 표했다.

자레드와 저스틴, 두 소년의 스포츠 정신은 진정한 용기와 배려가 무엇인지 일깨워줬다.



일어설 수조차 없는 몸으로 레슬링 경기에 나선 자레드의 용기, 친구의 장애를 감싸 안아 준 팀 동료들, 승리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르쳐 주신 코치 선생님 그리고 진심으로 상대를 존중한 저스틴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기적이었다.

승부를 빼고 스포츠를 이야기할 수는 없다. 누군가는 승리하고 누군가는 패배한다. 승리를 향해 정해진 규칙 안에서 최선을 다해 실력을 겨루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 스포츠의 본질이다.

승리에 대한 과도한 집착 때문에 스포츠 정신이 실종되기도 한다. 오직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승리 지상주의'는 부패와 폭력의 온상이 된다.

그러나 아주 가끔, 진정한 스포츠 정신은 승리와 패배라는 경계 너머에 존재한다. 우리가 잊고 살아왔을 뿐이다.

학교 체육은 교육이다.
"이기지 않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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