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유승민 탈당과 공당의 자세

입력 2016.03.25 (07:36) 수정 2016.03.2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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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호 해설위원]

유승민 의원이 결국 새누리당을 탈당했습니다. 마지막까지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지 못한 유 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는 정의가 아니며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선거 때면 정당의 공천에 반발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유독 이번 유승민 의원이 주목받는 이유는 과연 새누리당의 공천 과정이 정당했는가의 문제 때문입니다. 이른바 친박계가 주류인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유 의원에 대한 공천을 마지막 날까지 늦추면서 스스로 결정하라고 요구해왔습니다. 당원에 대한 공천 여부를 결정해야 할 공천관리위원회가 오히려 당사자에게 결정을 넘기고 스스로 책임을 포기한 것입니다.
정당은 서로 같은 정치적 의견과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결사체입니다. 따라서 공천의 기준으로 당 정체성을 앞세운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말도 타당합니다. 유 의원이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면 유 의원을 낙천시키면 됩니다. 그런데도 당이 끝내 결정을 미루면서 출마하려면 탈당하라고 유 의원에게 선택을 강요한 것은 무책임하고 떳떳하지 못한 모습입니다. 어물쩍 책임을 회피해 비판 여론이나 정치적 부담을 모면하려는 처신은 꼼수이자 공당의 당당한 자세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 같은 새누리당의 행태는 이번 공천의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이자 정치적 보복이라는 공천 탈락자들의 명분을 강화시켜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제 유승민 의원의 당락은 20대 총선 최대 관심사 중 하나가 됐습니다. 이른바 비박연대의 현실적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그렇게 만든 원인은 새누리당 자신에게 있습니다. 70년에 이르는 우리 정당의 공당으로서의 본질과 한계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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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유승민 탈당과 공당의 자세
    • 입력 2016-03-25 08:18:52
    • 수정2016-03-25 09: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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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호 해설위원]

유승민 의원이 결국 새누리당을 탈당했습니다. 마지막까지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지 못한 유 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는 정의가 아니며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선거 때면 정당의 공천에 반발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유독 이번 유승민 의원이 주목받는 이유는 과연 새누리당의 공천 과정이 정당했는가의 문제 때문입니다. 이른바 친박계가 주류인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유 의원에 대한 공천을 마지막 날까지 늦추면서 스스로 결정하라고 요구해왔습니다. 당원에 대한 공천 여부를 결정해야 할 공천관리위원회가 오히려 당사자에게 결정을 넘기고 스스로 책임을 포기한 것입니다.
정당은 서로 같은 정치적 의견과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결사체입니다. 따라서 공천의 기준으로 당 정체성을 앞세운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말도 타당합니다. 유 의원이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면 유 의원을 낙천시키면 됩니다. 그런데도 당이 끝내 결정을 미루면서 출마하려면 탈당하라고 유 의원에게 선택을 강요한 것은 무책임하고 떳떳하지 못한 모습입니다. 어물쩍 책임을 회피해 비판 여론이나 정치적 부담을 모면하려는 처신은 꼼수이자 공당의 당당한 자세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 같은 새누리당의 행태는 이번 공천의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이자 정치적 보복이라는 공천 탈락자들의 명분을 강화시켜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제 유승민 의원의 당락은 20대 총선 최대 관심사 중 하나가 됐습니다. 이른바 비박연대의 현실적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그렇게 만든 원인은 새누리당 자신에게 있습니다. 70년에 이르는 우리 정당의 공당으로서의 본질과 한계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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