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 막걸리 뒤집어써야 신입생 되나요?

입력 2016.03.3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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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이해할 수 없어요."

최근 대학가에서 벌어진 가학적인 신입생 환영식이 논란이다. '전통'이라는 이유로 신입생에게 막걸리를 끼얹는가 하면, 오물과 쓰레기 등을 뿌리기도 한다.

전북 원광대 사범대 한 학과는 신입생 20여 명에게 막걸리 세례를 퍼부었고, 부산 동아대의 한 학과는 두부와 김치를 막걸리 안에 넣고 흔들어 신입생 머리에 차례로 끼얹었다.

원광대 신입생 환영회원광대 신입생 환영회


신입생은 모욕감과 수치심을 느끼면서도 아무 말도 못 했다. 주변 지인들이 온라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며 화제가 됐고, 해당 학교들은 질타를 받고 있다.

도 넘은 대학가 가혹행위를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학생들은 일부 학교 환영회의 가학성에 놀라며, 당장 근절해야 할 문화라고 입을 모았다. 동국대 4학년 박승호 씨는 "성인답지 못한 행동"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박 씨는 "일부 선배들이 자신들의 재미만을 추구하며 만든 문화"라며 "후배들 입장에서는 재미있지도, 의미 있지도 않은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비슷한 문화를 직접 겪으면서도 아무 말도 못 했다는 반성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H대 4학년 주 모 씨는 "남자가 많은 학과다 보니 남성중심 문화가 있었다. 신입생 환영식 때도 술 강권은 물론, 일부 성희롱적 표현도 있었지만, 잠자코 있었다"고 전했다.



한성대 3학년 우다연 씨는 "아직도 그런 미개한 문화가 있다는데 놀랐다"며 "기존 관습을 문제의식 없이 그대로 답습한 결과라고 본다"고 말했다.

선배들의 가학행위를 직접 당하면서도 신입생들은 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걸까? 학생들은 "대학도 작은 사회"라며 "모나는 행동을 하면 집단생활에서 배제될 수 있으니 잠자코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한 학생은 "문제를 제기한다고 상황이 바뀐다는 보장도 없고, 혹여나 왕따를 당할 걱정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처럼 매년 반복되는 대학가 악습을 없애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학생들 스스로 인식을 바꾸고, 사회 전반적으로 문화를 개선할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상호 서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성인인 학생들을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총학생회나 학생회 차원에서 악습을 없애려는 자정 활동을 해나가는 것이 가장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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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물 막걸리 뒤집어써야 신입생 되나요?
    • 입력 2016-03-31 09:11:24
    사회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이해할 수 없어요."

최근 대학가에서 벌어진 가학적인 신입생 환영식이 논란이다. '전통'이라는 이유로 신입생에게 막걸리를 끼얹는가 하면, 오물과 쓰레기 등을 뿌리기도 한다.

전북 원광대 사범대 한 학과는 신입생 20여 명에게 막걸리 세례를 퍼부었고, 부산 동아대의 한 학과는 두부와 김치를 막걸리 안에 넣고 흔들어 신입생 머리에 차례로 끼얹었다.

원광대 신입생 환영회

신입생은 모욕감과 수치심을 느끼면서도 아무 말도 못 했다. 주변 지인들이 온라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며 화제가 됐고, 해당 학교들은 질타를 받고 있다.

도 넘은 대학가 가혹행위를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학생들은 일부 학교 환영회의 가학성에 놀라며, 당장 근절해야 할 문화라고 입을 모았다. 동국대 4학년 박승호 씨는 "성인답지 못한 행동"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박 씨는 "일부 선배들이 자신들의 재미만을 추구하며 만든 문화"라며 "후배들 입장에서는 재미있지도, 의미 있지도 않은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비슷한 문화를 직접 겪으면서도 아무 말도 못 했다는 반성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H대 4학년 주 모 씨는 "남자가 많은 학과다 보니 남성중심 문화가 있었다. 신입생 환영식 때도 술 강권은 물론, 일부 성희롱적 표현도 있었지만, 잠자코 있었다"고 전했다.



한성대 3학년 우다연 씨는 "아직도 그런 미개한 문화가 있다는데 놀랐다"며 "기존 관습을 문제의식 없이 그대로 답습한 결과라고 본다"고 말했다.

선배들의 가학행위를 직접 당하면서도 신입생들은 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걸까? 학생들은 "대학도 작은 사회"라며 "모나는 행동을 하면 집단생활에서 배제될 수 있으니 잠자코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한 학생은 "문제를 제기한다고 상황이 바뀐다는 보장도 없고, 혹여나 왕따를 당할 걱정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처럼 매년 반복되는 대학가 악습을 없애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학생들 스스로 인식을 바꾸고, 사회 전반적으로 문화를 개선할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상호 서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성인인 학생들을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총학생회나 학생회 차원에서 악습을 없애려는 자정 활동을 해나가는 것이 가장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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