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조종사의 영화 같은 활공 비행

입력 2016.04.02 (09:12) 수정 2016.04.0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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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투기 추락과 소방 헬기 추락 사고 등 각종 항공기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엔진이 꺼져 동력이 없는 상태에서 무려 48킬로미터(30마일)나 비행해 활주로에 안착하는 영화나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처음으로 단독 비행에 나선 겁 없는 공군 훈련비행단의 학생 조종사.

첫 단독 비행 사고에 침착한 대응

지난 9일 비행 훈련 중이던 이모 중위(진급 예정, 학사)가 몰던 제3훈련비행단 소속 KT-1 훈련기 1대가 비행 중 전남 순천만 상공에서 엔진이 꺼졌다. 더구나 엔진에서 발생한 연기가 조종실 내부를 가득 채워 일촉즉발의 위기가 닥쳐왔다.



하지만 단독 비행이 처음인데도 불구하고 학생 조종사 이 중위는 침착하게 배운대로 조종간을 움켜 잡았다. 엔진이 꺼진 상태에서 바람을 이용해 사천 비행장까지 활공 비행했다. 무려 48킬로미터를 기적처럼 날아간 끝에 조종간을 힘차게 밀어 활주로에도 가볍게 안착했다고 한다.

'양력'으로 장거리 활공 비행

활공 비행이란 동력 없이 중력과 양력을 적절히 활용해 비행하는 것이다. 특히 바람을 잘 타는 것이 중요하다.

최초의 국산 훈련기인 KT-1은 기본 훈련기라 기체가 가벼워 공중에서 바람만 잘 타면 활공 비행도 가능한 기종이다. 하지만 활공 비행이 기본인 글라이더와는 달리 엔진에서 동력을 공급하는 항공기의 활공 비행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2000년 운용이 시작된 KT-1이 비행 중 엔진이 정지된 사고는 그동안 없었다고 한다. 엔진이 꺼진 훈련기를 48킬로미터 이상 활공 비행한 조종사도 없었다.

사고 훈련기와 같은 기종의 KT-1사고 훈련기와 같은 기종의 KT-1


공군이 사고 이후 훈련기들에 대한 원인 조사에 들어가면서 보안을 유지하는 바람에 이 중위의 무용담도 뒤늦게 알려지게 됐다. 훈련기가 추락하거나 다른 손상을 입지 않고 온전한 상태로 착륙한 것도 사고 원인 조사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공군은 이중위에게 조종사 최고의 영예인 ' 웰던(WELLDONE)상'을 주기로 했다. 웰던상은 위급한 상황 발생 시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최소화 해 안전 운항에 큰 공을 세운 조종사에게 주는 상이다.

'허더슨 강의 기적'과 영화 '플라이트'도 활공 비행

'허드슨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2009년의 미국 에어버스 320 사고도 활공 비행 끝에 허드슨 강으로 불시착했다. 뉴욕 공항을 이륙한 뒤 세떼와 충돌해 엔진이 꺼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조종사는 항공기가 뒤집어지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조종간을 잡고 도심의 건물을 피해 강으로 불시착해 탑습자 155명 모두 목숨을 건졌다.

[연관기사] ☞ 미 여객기 허드슨강 불시착…전원 구조

허드슨강의 기적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 <플라이트>도 엔진이 정지한 상태에서 활공 비행을 하다 불시착 해 많은 승객들의 인명을 구한 장면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항공기 관련 영화 사상 가장 리얼한 상황 묘사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덴젤 워싱턴 주연의 영화 <플라이트>는 뒷날개가 부러지면서 정상 운항이 불가능해진 비행기가 뒤집어져 날게 된다. 영화에서 비행기를 착륙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안정적인 역 비행으로 지상에 최대한 가깝게 내려간 뒤 다시 한번 돌려 기체의 배 부분이 땅에 닿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정을 영상에 담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는 없다

3월 27일 화성과 1월 30일 김제에서 발생한 소방 헬기 추락 사고도 모두 조종사가 숨졌지만 조종사들이 제2의 사고를 막기 위해 민가나 사람들이 없는 쪽으로 기수를 틀어 더 큰 사고를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3월 30일 발생한 청송 공군 전투기 추락 사고도 엔진이 꺼졌으나 민가를 피하도록 기수를 돌린 뒤 두 조종사는 추락 직전 비상 탈출했다.

민가를 피해 추락한 공군 전투기. 3월 30일 경북 청송에 공군 F16D 전투기가 추락했다.이 과정에서 불이 나 인근 야산으로 번져 소방당국이 불을 끄고 있다. 민가를 피해 추락한 공군 전투기. 3월 30일 경북 청송에 공군 F16D 전투기가 추락했다.이 과정에서 불이 나 인근 야산으로 번져 소방당국이 불을 끄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항공기 조종사들은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자신에게 닥칠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제2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혼신을 노력을 다한다.

조종사들의 최고의 영예 '웰던(WELLDONE)상'

대한항공은 3월 18일 청주공항에서 중국 남방항공 여객기와의 충돌 위험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해 대형 참사를 막은 조종사 3명에게 웰던(WELLDONE)상을 줬다.

대한항공 소속 KE1958편은 공항 관제 절차에 따라 활주로에 정상 착륙해 활주중이었으나 중국 남방항공 여객기가 우측 유도로에서 활주로에 진입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조종사들은 남방항공 여객기를 목격하자마자 활주로 중앙선에서 좌측으로 회피하여 대형 참사를 막았다.

[연관기사] ☞ 허가 없이 활주로 진입…中 여객기 과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통상 전방에 장애물이 있을 경우 항공기를 멈춰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착륙 후 속도가 시속 180km에 달해 항공기를 세울 수 없었다"며, 이 같은 상황을 신속하고 정확히 판단해 기수를 돌려 충돌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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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4-02 09:12:13
    • 수정2016-04-03 15:57:11
    취재K
최근 전투기 추락과 소방 헬기 추락 사고 등 각종 항공기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엔진이 꺼져 동력이 없는 상태에서 무려 48킬로미터(30마일)나 비행해 활주로에 안착하는 영화나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처음으로 단독 비행에 나선 겁 없는 공군 훈련비행단의 학생 조종사.

첫 단독 비행 사고에 침착한 대응

지난 9일 비행 훈련 중이던 이모 중위(진급 예정, 학사)가 몰던 제3훈련비행단 소속 KT-1 훈련기 1대가 비행 중 전남 순천만 상공에서 엔진이 꺼졌다. 더구나 엔진에서 발생한 연기가 조종실 내부를 가득 채워 일촉즉발의 위기가 닥쳐왔다.



하지만 단독 비행이 처음인데도 불구하고 학생 조종사 이 중위는 침착하게 배운대로 조종간을 움켜 잡았다. 엔진이 꺼진 상태에서 바람을 이용해 사천 비행장까지 활공 비행했다. 무려 48킬로미터를 기적처럼 날아간 끝에 조종간을 힘차게 밀어 활주로에도 가볍게 안착했다고 한다.

'양력'으로 장거리 활공 비행

활공 비행이란 동력 없이 중력과 양력을 적절히 활용해 비행하는 것이다. 특히 바람을 잘 타는 것이 중요하다.

최초의 국산 훈련기인 KT-1은 기본 훈련기라 기체가 가벼워 공중에서 바람만 잘 타면 활공 비행도 가능한 기종이다. 하지만 활공 비행이 기본인 글라이더와는 달리 엔진에서 동력을 공급하는 항공기의 활공 비행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2000년 운용이 시작된 KT-1이 비행 중 엔진이 정지된 사고는 그동안 없었다고 한다. 엔진이 꺼진 훈련기를 48킬로미터 이상 활공 비행한 조종사도 없었다.

사고 훈련기와 같은 기종의 KT-1

공군이 사고 이후 훈련기들에 대한 원인 조사에 들어가면서 보안을 유지하는 바람에 이 중위의 무용담도 뒤늦게 알려지게 됐다. 훈련기가 추락하거나 다른 손상을 입지 않고 온전한 상태로 착륙한 것도 사고 원인 조사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공군은 이중위에게 조종사 최고의 영예인 ' 웰던(WELLDONE)상'을 주기로 했다. 웰던상은 위급한 상황 발생 시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최소화 해 안전 운항에 큰 공을 세운 조종사에게 주는 상이다.

'허더슨 강의 기적'과 영화 '플라이트'도 활공 비행

'허드슨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2009년의 미국 에어버스 320 사고도 활공 비행 끝에 허드슨 강으로 불시착했다. 뉴욕 공항을 이륙한 뒤 세떼와 충돌해 엔진이 꺼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조종사는 항공기가 뒤집어지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조종간을 잡고 도심의 건물을 피해 강으로 불시착해 탑습자 155명 모두 목숨을 건졌다.

[연관기사] ☞ 미 여객기 허드슨강 불시착…전원 구조

허드슨강의 기적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 <플라이트>도 엔진이 정지한 상태에서 활공 비행을 하다 불시착 해 많은 승객들의 인명을 구한 장면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항공기 관련 영화 사상 가장 리얼한 상황 묘사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덴젤 워싱턴 주연의 영화 <플라이트>는 뒷날개가 부러지면서 정상 운항이 불가능해진 비행기가 뒤집어져 날게 된다. 영화에서 비행기를 착륙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안정적인 역 비행으로 지상에 최대한 가깝게 내려간 뒤 다시 한번 돌려 기체의 배 부분이 땅에 닿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정을 영상에 담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는 없다

3월 27일 화성과 1월 30일 김제에서 발생한 소방 헬기 추락 사고도 모두 조종사가 숨졌지만 조종사들이 제2의 사고를 막기 위해 민가나 사람들이 없는 쪽으로 기수를 틀어 더 큰 사고를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3월 30일 발생한 청송 공군 전투기 추락 사고도 엔진이 꺼졌으나 민가를 피하도록 기수를 돌린 뒤 두 조종사는 추락 직전 비상 탈출했다.

민가를 피해 추락한 공군 전투기. 3월 30일 경북 청송에 공군 F16D 전투기가 추락했다.이 과정에서 불이 나 인근 야산으로 번져 소방당국이 불을 끄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항공기 조종사들은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자신에게 닥칠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제2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혼신을 노력을 다한다.

조종사들의 최고의 영예 '웰던(WELLDONE)상'

대한항공은 3월 18일 청주공항에서 중국 남방항공 여객기와의 충돌 위험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해 대형 참사를 막은 조종사 3명에게 웰던(WELLDONE)상을 줬다.

대한항공 소속 KE1958편은 공항 관제 절차에 따라 활주로에 정상 착륙해 활주중이었으나 중국 남방항공 여객기가 우측 유도로에서 활주로에 진입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조종사들은 남방항공 여객기를 목격하자마자 활주로 중앙선에서 좌측으로 회피하여 대형 참사를 막았다.

[연관기사] ☞ 허가 없이 활주로 진입…中 여객기 과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통상 전방에 장애물이 있을 경우 항공기를 멈춰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착륙 후 속도가 시속 180km에 달해 항공기를 세울 수 없었다"며, 이 같은 상황을 신속하고 정확히 판단해 기수를 돌려 충돌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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