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폐기한 ‘공산주의’ 꺼내든 김정은

입력 2016.04.0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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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시절 폐기된 '공산주의'라는 용어가 북한에 다시 등장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어제(7일) 1면 사설에서 평양 '려명거리'의 연내 완공을 독려하면서 "군인 건설자들과 인민들은 려명거리를 사회주의 문명국의 체모에 맞는 공산주의 리상(이상)거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지난 3일에도 '공산주의 사상을 생명처럼 간직하리' 등 일부 기사에서 공산주의 사상의 실천을 다짐하는 주민들의 각오를 전했다.

‘공산주의’라는 단어를 재등장시킨 지난 7일자 노동신문 1면 사설. 노동신문은 지난 3일에도 일부 기사에서 '공산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공산주의’라는 단어를 재등장시킨 지난 7일자 노동신문 1면 사설. 노동신문은 지난 3일에도 일부 기사에서 '공산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북한에서 그동안 거의 쓰이지 않았던 공산주의라는 용어가 다음 달 7차 노동당 대회가 가까워지면서 등장이 잦아지고 있다. 실제 노동신문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채택 사흘 뒤인 지난달 6일 "공산주의자로서의 노동당원"이라고 적은 이후 지난달 19일과 21일, 바로 어제인 이번 달 7일 등 잇달아 '공산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북한은 1956년 노동당 3차 대회에서 '공산주의 사회건설'을 최종 목적으로 내세웠고 김일성 시기 마지막 당 대회였던 1980년 6차 대회에서 당의 최종 목적이 '공산주의 사회건설'에 있다고 규정했다.

1980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6차 노동당 대회. 김일성 주석은 이 자리에서 당의 최종 목적을 ‘공산주의 사회 건설’로 규정했다.1980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6차 노동당 대회. 김일성 주석은 이 자리에서 당의 최종 목적을 ‘공산주의 사회 건설’로 규정했다.


그러나 김정일 집권기인 2009년 4월, 북한은 최고 인민회의를 열고 헌법에서 '공산주의'라는 단어를 삭제했다. 1998년 개정된 북한의 헌법에서는 '공산주의'라는 표현이 모두 3차례 등장했었지만, 대신 이 자리에 '선군사상'이 추가됐다. 선군사상은 '군이 혁명의 주체'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 이념이었다.

대신 국방위원장에게 국가 전반 사업에 대한 지도와 특사권을 일임하면서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북한은 이듬해에는 당 대표자 대회를 거쳐 당 규약상 최종 목적에서 '공산주의 사회 건설'을 삭제하기도 했다.

북한의 소학교 교과서. 2002년 판(왼쪽)의 제목은 ‘공산주의 도덕’이지만 2004년 판(오른쪽)에서는 ‘사회주의 도덕’으로 바뀌어있다. (사진: ‘북한자료센터’ 홈페이지)  북한의 소학교 교과서. 2002년 판(왼쪽)의 제목은 ‘공산주의 도덕’이지만 2004년 판(오른쪽)에서는 ‘사회주의 도덕’으로 바뀌어있다. (사진: ‘북한자료센터’ 홈페이지)


앞서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 2002년 10월 "사회주의도 못 하는 처지에 이상적인 공산주의를 논할 처지에 있지 않다"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르크스 이론은 사회주의를 공산주의로 가는 전 단계로 규정하고 있다.

북한이 김정은 시대 들어 다시 '공산주의' 용어를 꺼내 든 것은 당 대회를 한 달 앞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흔들리는 민심을 다잡고 사상적 단속을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7차 당 대회에서 아버지인 김정일 위원장과는 다른 '김정은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기 위한 움직임으로도 관측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일 위원장이 삭제한 '공산주의' 이념을 부활시킴으로써 아버지 시대와의 분리를 선언하는 의미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음 달 열릴 북한의 노동당 7차 대회의 홍보물 (출처:대북매체 ‘조선의 오늘’ 인스타그램)다음 달 열릴 북한의 노동당 7차 대회의 홍보물 (출처:대북매체 ‘조선의 오늘’ 인스타그램)


나이가 젊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공산주의'를 다시 표방함으로써 과거를 기억하는 북한의 장년층을 끌어당기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다음 달 당 대회에서 공산주의를 당 차원 표어로 정식화하거나 헌법에 다시 넣기 위한 준비 작업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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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가 폐기한 ‘공산주의’ 꺼내든 김정은
    • 입력 2016-04-08 14:56:16
    취재K
김정일 시절 폐기된 '공산주의'라는 용어가 북한에 다시 등장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어제(7일) 1면 사설에서 평양 '려명거리'의 연내 완공을 독려하면서 "군인 건설자들과 인민들은 려명거리를 사회주의 문명국의 체모에 맞는 공산주의 리상(이상)거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지난 3일에도 '공산주의 사상을 생명처럼 간직하리' 등 일부 기사에서 공산주의 사상의 실천을 다짐하는 주민들의 각오를 전했다.

‘공산주의’라는 단어를 재등장시킨 지난 7일자 노동신문 1면 사설. 노동신문은 지난 3일에도 일부 기사에서 '공산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북한에서 그동안 거의 쓰이지 않았던 공산주의라는 용어가 다음 달 7차 노동당 대회가 가까워지면서 등장이 잦아지고 있다. 실제 노동신문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채택 사흘 뒤인 지난달 6일 "공산주의자로서의 노동당원"이라고 적은 이후 지난달 19일과 21일, 바로 어제인 이번 달 7일 등 잇달아 '공산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북한은 1956년 노동당 3차 대회에서 '공산주의 사회건설'을 최종 목적으로 내세웠고 김일성 시기 마지막 당 대회였던 1980년 6차 대회에서 당의 최종 목적이 '공산주의 사회건설'에 있다고 규정했다.

1980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6차 노동당 대회. 김일성 주석은 이 자리에서 당의 최종 목적을 ‘공산주의 사회 건설’로 규정했다.

그러나 김정일 집권기인 2009년 4월, 북한은 최고 인민회의를 열고 헌법에서 '공산주의'라는 단어를 삭제했다. 1998년 개정된 북한의 헌법에서는 '공산주의'라는 표현이 모두 3차례 등장했었지만, 대신 이 자리에 '선군사상'이 추가됐다. 선군사상은 '군이 혁명의 주체'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 이념이었다.

대신 국방위원장에게 국가 전반 사업에 대한 지도와 특사권을 일임하면서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북한은 이듬해에는 당 대표자 대회를 거쳐 당 규약상 최종 목적에서 '공산주의 사회 건설'을 삭제하기도 했다.

북한의 소학교 교과서. 2002년 판(왼쪽)의 제목은 ‘공산주의 도덕’이지만 2004년 판(오른쪽)에서는 ‘사회주의 도덕’으로 바뀌어있다. (사진: ‘북한자료센터’ 홈페이지)

앞서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 2002년 10월 "사회주의도 못 하는 처지에 이상적인 공산주의를 논할 처지에 있지 않다"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르크스 이론은 사회주의를 공산주의로 가는 전 단계로 규정하고 있다.

북한이 김정은 시대 들어 다시 '공산주의' 용어를 꺼내 든 것은 당 대회를 한 달 앞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흔들리는 민심을 다잡고 사상적 단속을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7차 당 대회에서 아버지인 김정일 위원장과는 다른 '김정은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기 위한 움직임으로도 관측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일 위원장이 삭제한 '공산주의' 이념을 부활시킴으로써 아버지 시대와의 분리를 선언하는 의미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음 달 열릴 북한의 노동당 7차 대회의 홍보물 (출처:대북매체 ‘조선의 오늘’ 인스타그램)

나이가 젊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공산주의'를 다시 표방함으로써 과거를 기억하는 북한의 장년층을 끌어당기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다음 달 당 대회에서 공산주의를 당 차원 표어로 정식화하거나 헌법에 다시 넣기 위한 준비 작업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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