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관대한 ‘아동학대’ 처벌…“법원의 월권”

입력 2016.04.12 (08:02) 수정 2016.04.1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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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들을 장시간 때려 숨지게 한 뒤, 범행을 숨기려고 시신을 훼손해 수년 간 냉동실에 넣어 둔 채 지내왔던 30대 부모. 이들은 시신 훼손에 쓸 흉기와 냄새를 덮을 용도로 청국장까지 직접 사왔다. 숨질 당시 7살이었던 아이는 장기간의 감금과 굶주림에 시달려, 체중이 16kg에 불과했다고 한다. 4살배기의 평균과 비슷하다.

잔인한 이 부모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어느 정도의 처벌을 받아야 죗값을 제대로 치르는 걸까? 안타깝게도 지금까지의 아동학대 사건 관련 판결을 볼 때, 국민의 법 감정에 상응하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소풍을 가고 싶다는 의붓딸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한 '울산 계모 사건'
이를 계기로 2014년 9월 신설된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아동 학대로 인한 살해 사건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처벌을 강화했다.

하지만 실제 처벌이 강화됐는가는 따져 볼 문제다.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몇몇 대형 사건에 적용되는 '여론 의식성 판결' 말고, 평균적인 결과는 아직 기대수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많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한 판결 기준이다. 이동학대치사의 권고 형량은 평균 4년에서 7년, 감경 사유가 있으면 2년 6개월까지 감형해 줄 수도 있다고 돼 있다. 가중하더라도 최고 9년이다. 양형위원회가 정한 최고 형량이 법에서 정한 것보다 낮은 것이다. 평균 형량 4년에서 7년은 특수강도를 저질러 사람을 다치게 했을 경우에 해당하는 형량이다.

이에 대해 노명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법정형이 지켜지지 않는 나라도 드물다. 판사들이 보기에 법으로 정한 형량이 높다면 국민의 뜻을 수렴해서 법을 고쳐야지, 법원이 자의적으로 양형 기준을 낮게 설정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건 명백한 월권이다."라고 지적한다.

이같은 아동 학대에 대한 안이한 인식은 검찰의 기소 단계에서도 나타난다. 부모의 경우 구속되는 경우가 14.8%에 불과하고, 기소유예가 35.8%로 가장 많았으며 불기소처분도 13%에 가깝다. 절반 가까이가 법정까지 가지도 않는다는 얘기다. 아동학대의 80% 이상을 부모가 저지르는 것이 현실이지만, 아동에 대한 보호보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권리'를 중시하는 경향 때문이라는 평가다.



수사 과정에서 피해 아동과 부모와의 분리도 문제다. 전문가가 아동 학대로 판단한 경우엔 피해 아동을 가해자와 즉각적으로 분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70%가 넘는 아동이 학대 행위 발견 이후에도 계속 원래 가정으로 돌아가는 조치('원가정보호')를 받았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2014.)

더 큰 문제는 '방임'이나 '정서 학대'다. 물리적 폭행은 그나마 상처라도 남아 외부의 도움을 받거나, 처벌을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서적으로 이뤄지는 학대는 발견하기도 어려워 처벌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진다. 비폭력 학대의 비중은 갈수록 늘어, 현재 전체 아동 학대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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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치게 관대한 ‘아동학대’ 처벌…“법원의 월권”
    • 입력 2016-04-12 08:02:58
    • 수정2016-04-12 09:04:46
    사회
어린 아들을 장시간 때려 숨지게 한 뒤, 범행을 숨기려고 시신을 훼손해 수년 간 냉동실에 넣어 둔 채 지내왔던 30대 부모. 이들은 시신 훼손에 쓸 흉기와 냄새를 덮을 용도로 청국장까지 직접 사왔다. 숨질 당시 7살이었던 아이는 장기간의 감금과 굶주림에 시달려, 체중이 16kg에 불과했다고 한다. 4살배기의 평균과 비슷하다.

잔인한 이 부모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어느 정도의 처벌을 받아야 죗값을 제대로 치르는 걸까? 안타깝게도 지금까지의 아동학대 사건 관련 판결을 볼 때, 국민의 법 감정에 상응하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소풍을 가고 싶다는 의붓딸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한 '울산 계모 사건'
이를 계기로 2014년 9월 신설된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아동 학대로 인한 살해 사건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처벌을 강화했다.

하지만 실제 처벌이 강화됐는가는 따져 볼 문제다.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몇몇 대형 사건에 적용되는 '여론 의식성 판결' 말고, 평균적인 결과는 아직 기대수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많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한 판결 기준이다. 이동학대치사의 권고 형량은 평균 4년에서 7년, 감경 사유가 있으면 2년 6개월까지 감형해 줄 수도 있다고 돼 있다. 가중하더라도 최고 9년이다. 양형위원회가 정한 최고 형량이 법에서 정한 것보다 낮은 것이다. 평균 형량 4년에서 7년은 특수강도를 저질러 사람을 다치게 했을 경우에 해당하는 형량이다.

이에 대해 노명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법정형이 지켜지지 않는 나라도 드물다. 판사들이 보기에 법으로 정한 형량이 높다면 국민의 뜻을 수렴해서 법을 고쳐야지, 법원이 자의적으로 양형 기준을 낮게 설정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건 명백한 월권이다."라고 지적한다.

이같은 아동 학대에 대한 안이한 인식은 검찰의 기소 단계에서도 나타난다. 부모의 경우 구속되는 경우가 14.8%에 불과하고, 기소유예가 35.8%로 가장 많았으며 불기소처분도 13%에 가깝다. 절반 가까이가 법정까지 가지도 않는다는 얘기다. 아동학대의 80% 이상을 부모가 저지르는 것이 현실이지만, 아동에 대한 보호보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권리'를 중시하는 경향 때문이라는 평가다.



수사 과정에서 피해 아동과 부모와의 분리도 문제다. 전문가가 아동 학대로 판단한 경우엔 피해 아동을 가해자와 즉각적으로 분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70%가 넘는 아동이 학대 행위 발견 이후에도 계속 원래 가정으로 돌아가는 조치('원가정보호')를 받았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2014.)

더 큰 문제는 '방임'이나 '정서 학대'다. 물리적 폭행은 그나마 상처라도 남아 외부의 도움을 받거나, 처벌을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서적으로 이뤄지는 학대는 발견하기도 어려워 처벌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진다. 비폭력 학대의 비중은 갈수록 늘어, 현재 전체 아동 학대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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