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회사 주도로 세운 노조 무효” 첫 판결

입력 2016.04.1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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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주도로 세운 노동조합은 설립 자체가 무효라는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오늘 전국금속노동조합 유성기업지회가 회사 측 노조와 회사를 상대로 유성기업의 노조 설립이 무효임을 확인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노동조합법에서 규정하는 노동조합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성과 독립성을 갖추고 근로환경 개선 등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라며, 유성기업 측 노조는 이 같은 요건을 갖추지 못해 설립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성기업의 주도로 설립된 사측 노조는 조합원 확보나 홍보 등 운영이 모두 사측의 계획에 따라 수동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어 자주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지난 2011년, 금속노조 유성기업 지부는 사측과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을 추진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노조는 주간 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를 관철하려 여러 쟁의 행위를 했고, 사측은 직장폐쇄를 하는 등 각종 갈등을 겪었다.

유성기업은 노사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무법인에 자문한 끝에 온건한 회사 노조를 설립하라는 취지의 제안서를 받았다. 이후 유성기업은 노무법인과 새로 만드는 노조에 가입하는 사람은 임금 협상에서 금속노조원보다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다는 내용 등을 전략회의에서 논의했다.

사측의 주도로 유성기업에는 지난 2011년 7월 새로운 노조가 설립됐고, 경영진은 근로자들과 개별적으로 면담하며 새로운 노조에 가입하라고 종용했다. 그동안 어떤 노조에도 가입하지 않았던 관리직 사원들까지 새 노조에 가입했고, 새 노조는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사내 과반수 노조로 인정받았다. 이에 금속노조 유성기업 지부는 사측 노조 설립이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사측 노조가 무효임을 확인하는 판결이 나온 뒤, 금속노조는 복수노조 체제에서 민주노조가 사측 노조를 상대로 노조설립 무효소송을 내 승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판결로 수많은 사업장에서 회사가 '어용 노조'를 만들어 과반수를 점하게 하고 민주노조를 고립시켜왔던 행태에 제동을 걸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유성기업은 지난 2011년부터 주간 2교대와 생산직 월급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고 회사 측이 직장폐쇄와 대규모 징계로 맞서면서 노사갈등이 이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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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회사 주도로 세운 노조 무효” 첫 판결
    • 입력 2016-04-14 20:21:22
    사회
회사 주도로 세운 노동조합은 설립 자체가 무효라는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오늘 전국금속노동조합 유성기업지회가 회사 측 노조와 회사를 상대로 유성기업의 노조 설립이 무효임을 확인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노동조합법에서 규정하는 노동조합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성과 독립성을 갖추고 근로환경 개선 등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라며, 유성기업 측 노조는 이 같은 요건을 갖추지 못해 설립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성기업의 주도로 설립된 사측 노조는 조합원 확보나 홍보 등 운영이 모두 사측의 계획에 따라 수동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어 자주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지난 2011년, 금속노조 유성기업 지부는 사측과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을 추진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노조는 주간 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를 관철하려 여러 쟁의 행위를 했고, 사측은 직장폐쇄를 하는 등 각종 갈등을 겪었다.

유성기업은 노사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무법인에 자문한 끝에 온건한 회사 노조를 설립하라는 취지의 제안서를 받았다. 이후 유성기업은 노무법인과 새로 만드는 노조에 가입하는 사람은 임금 협상에서 금속노조원보다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다는 내용 등을 전략회의에서 논의했다.

사측의 주도로 유성기업에는 지난 2011년 7월 새로운 노조가 설립됐고, 경영진은 근로자들과 개별적으로 면담하며 새로운 노조에 가입하라고 종용했다. 그동안 어떤 노조에도 가입하지 않았던 관리직 사원들까지 새 노조에 가입했고, 새 노조는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사내 과반수 노조로 인정받았다. 이에 금속노조 유성기업 지부는 사측 노조 설립이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사측 노조가 무효임을 확인하는 판결이 나온 뒤, 금속노조는 복수노조 체제에서 민주노조가 사측 노조를 상대로 노조설립 무효소송을 내 승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판결로 수많은 사업장에서 회사가 '어용 노조'를 만들어 과반수를 점하게 하고 민주노조를 고립시켜왔던 행태에 제동을 걸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유성기업은 지난 2011년부터 주간 2교대와 생산직 월급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고 회사 측이 직장폐쇄와 대규모 징계로 맞서면서 노사갈등이 이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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