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공시·토익·수능까지…모든 시험서 ‘부정행위’

입력 2016.04.15 (08:33) 수정 2016.04.15 (08:5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미국에 한 사기꾼의 실제 삶을 다룬 영화 캐치미 이프유캔입니다.

주인공은 고등학생 때부터 사기를 통해 원하는 건 뭐든지 손에 넣죠.

최근 성적 조작을 시도한 공무원 시험생도 이와 비슷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시험 성적을 얻기 위해 온갖 부정행위를 저질러 온 건데요.

정부청사에 침입해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건 빙산의 일각이었습니다.

이에 앞서 모의고사 시험지와 답안지를 훔치고. 토익 시험은 물론 수능에서까지 부정행위를 저질렀습니다.

실제로 공무원이 됐다면 더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를 이 공무원 시험생을 뉴스 따라잡기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6일. 제주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송 모 씨가 구속됐습니다.

정부청사를 불법 침입해 7급 공무원 시험 성적과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혐의 때문입니다.

<녹취> 송00(피의자) : "죄송합니다. 공무원이 되고 싶었습니다."

최고 보안등급시설인 정부서울청사를 최소 다섯 번 이나 몰래 들어가 성적 조작을 시도한 송 씨.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송 씨가 처음 정부서울청사 침입을 시도한 건 공무원 시험이 있기 전인 지난 2월 28일.

공무원 시험 문제지를 미리 빼내기 위해서였습니다.

출입을 위한 공무원 신분증이 없었지만 송 모 씨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녹취> 정부서울청사 관계자(음성변조) : “체력 단련실은 스피드 게이트에 공무원증을 안 대고도 들어갈 수 있어요.”

체력단련실 사물함에서 공무원증을 훔친 겁니다.

그렇게 입수한 출입증을 들고, 보안 검색대를 통과한 뒤 인사혁신처 사무실로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출입문 비밀번호를 풀지 못해 되돌아와야 했습니다.

결국, 송 씨는 시험지를 훔치지 못한 채 공무원 시험을 봤습니다.

그런데 송 씨는 공무원 시험 다음 날인 3월 6일 다시 청사에 나타났습니다.

이번엔 아예 시험 결과를 조작하기 위해서입니다.

송 씨는 가로막혀 있던 출입문을 뚫고 사무실을 진입하는데 성공합니다.

청소 용역 직원들을 위해 출입문 옆에 조그맣게 적어둔 비밀번호를 발견한 겁니다.

이렇게 사무실 출입이 자유로워진 송 씨.

세 번째 방문에서는 컴퓨터에 설치된 보안 비밀번호에서 막히고 맙니다.

집으로 돌아간 송 씨는 인터넷에서 보안 비밀번호를 해제하는 방법을 알아냅니다.

네 번째 침입에서 송 씨는 결국 성적을 45점에서 75점으로 고치고,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추가하는 데 성공합니다.

<녹취> 인사혁신처 관계자(음성변조) : "방호 업무와 관련된 거는 정보 보안이랄까 이런 거는 우리 업무적으로 우리 소관 아니고 수사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하지만 합격자 발표 앞두고 합격자 수가 정원보다 한 명 더 늘어난 사실을 이상하게 여긴 공무원에게 조작 사실이 발각되고 맙니다.

마치 한편의 잘 짜인 영화 같은 이야기.

그렇다면 송 씨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지방대에 다니던 송 씨는 공무원인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해 7급 공무원 시험에 도전합니다.

다만 일반 전형 대신 지방대생을 위한 특별 전형인 지역 인재 전형에 응시했습니다.

<녹취> 대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그 학생이 공부를 잘한 거는 맞아요. 성적이 좋은 건 맞고요, 일상생활에서 그것까지 다 파악할 수 있는 건 아니고요.”

해당 전형은 평균 경쟁률이 6.4대1 수준으로 올해 서울시 7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 288대 1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

하지만 지역 인재 전형으로 응시하려면 반드시 대학에서 추천을 받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공무원 시험 과정 중 하나인 공직 적격성 평가의 모의고사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야 합니다.

송 씨는 이 모의고사에서 81점으로 무려 전국 2등을 차지해 대학 추천을 받아냅니다.

그런데 경찰 수사 결과 이 점수는 송씨가 부정행위를 통해 얻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교내에서 치러지는 모의고사 문제지를 외부 학원이 관리하는데, 송 씨가 시험 전 해당 학원에 잠입해 시험지와 답안지를 훔쳐냈던 겁니다.

<인터뷰> 곽정기(경찰청 특수수사팀 과장) : “다수의 대학에서 사설 학원에 시험 출제를 의뢰하고 채점을 위탁한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학원의 출제, 인쇄, 보관, 배송 과정에서 상당히 관리가 미흡한 점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 송 씨의 부정행위는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곽정기(경찰청 특수수사팀 과장) : “위조한 허위진단서를 제출하여 이번 7급 지역 인재 선발 시험 자격 요건인 토익과 한국사 시험에서 시간 연장의 혜택을 받은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렇게 시험 시간을 늘려 더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사실은 송 씨가 지난 2011년 대학 수능시험에서도 부정행위를 했다는 겁니다.

당시 송 씨는 눈이 나쁘다며 안과에서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아 시험 시간을 1.5배 더 받았습니다.

약시 진단을 받아 덕분에 장애인 학교에서 시험까지 보게 된 송 씨는 수능 시험에서 대범한 방법으로 커닝까지 했습니다.

<인터뷰> 곽정기(경찰청 특수수사팀 과장) : “미리 자기가 화장실 휴지통 뒤에 숨겨놓은 자신의 휴대폰을 통해서 인터넷을 연결해서 성적답안이 공개되는 것을 확인해서 암기를 해서 다시 시험장에 들어가서 그 답안을 작성해서 제출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송 씨는 커닝을 하지 못한 1교시 언어영역에서 5등급을 받고 나머지 과목에서 모두 1등급을 받았지만 낮은 언어영역 성적 등을 이유로 응시한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곽대경(교수/동국대 범죄심리학과) : “죄책감을 느끼거나 스스로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면 그런 행동을 지속할 수 없습니다. 들키지 않고 좋은 결과를 얻는 이런 몇 번의 경험을 통해서 점점 더 대범하고 점점 더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그런 단계에 이른 걸로 보입니다.”

수능부터 공무원 시험까지 중요한 모든 시험에서 거짓과 부정을 저질러온 송 씨.

경찰은 정부청사 침입과 공무원 시험성적 조작 사건을 송 씨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리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공시·토익·수능까지…모든 시험서 ‘부정행위’
    • 입력 2016-04-15 08:34:47
    • 수정2016-04-15 08:55:32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미국에 한 사기꾼의 실제 삶을 다룬 영화 캐치미 이프유캔입니다.

주인공은 고등학생 때부터 사기를 통해 원하는 건 뭐든지 손에 넣죠.

최근 성적 조작을 시도한 공무원 시험생도 이와 비슷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시험 성적을 얻기 위해 온갖 부정행위를 저질러 온 건데요.

정부청사에 침입해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건 빙산의 일각이었습니다.

이에 앞서 모의고사 시험지와 답안지를 훔치고. 토익 시험은 물론 수능에서까지 부정행위를 저질렀습니다.

실제로 공무원이 됐다면 더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를 이 공무원 시험생을 뉴스 따라잡기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6일. 제주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송 모 씨가 구속됐습니다.

정부청사를 불법 침입해 7급 공무원 시험 성적과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혐의 때문입니다.

<녹취> 송00(피의자) : "죄송합니다. 공무원이 되고 싶었습니다."

최고 보안등급시설인 정부서울청사를 최소 다섯 번 이나 몰래 들어가 성적 조작을 시도한 송 씨.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송 씨가 처음 정부서울청사 침입을 시도한 건 공무원 시험이 있기 전인 지난 2월 28일.

공무원 시험 문제지를 미리 빼내기 위해서였습니다.

출입을 위한 공무원 신분증이 없었지만 송 모 씨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녹취> 정부서울청사 관계자(음성변조) : “체력 단련실은 스피드 게이트에 공무원증을 안 대고도 들어갈 수 있어요.”

체력단련실 사물함에서 공무원증을 훔친 겁니다.

그렇게 입수한 출입증을 들고, 보안 검색대를 통과한 뒤 인사혁신처 사무실로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출입문 비밀번호를 풀지 못해 되돌아와야 했습니다.

결국, 송 씨는 시험지를 훔치지 못한 채 공무원 시험을 봤습니다.

그런데 송 씨는 공무원 시험 다음 날인 3월 6일 다시 청사에 나타났습니다.

이번엔 아예 시험 결과를 조작하기 위해서입니다.

송 씨는 가로막혀 있던 출입문을 뚫고 사무실을 진입하는데 성공합니다.

청소 용역 직원들을 위해 출입문 옆에 조그맣게 적어둔 비밀번호를 발견한 겁니다.

이렇게 사무실 출입이 자유로워진 송 씨.

세 번째 방문에서는 컴퓨터에 설치된 보안 비밀번호에서 막히고 맙니다.

집으로 돌아간 송 씨는 인터넷에서 보안 비밀번호를 해제하는 방법을 알아냅니다.

네 번째 침입에서 송 씨는 결국 성적을 45점에서 75점으로 고치고,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추가하는 데 성공합니다.

<녹취> 인사혁신처 관계자(음성변조) : "방호 업무와 관련된 거는 정보 보안이랄까 이런 거는 우리 업무적으로 우리 소관 아니고 수사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하지만 합격자 발표 앞두고 합격자 수가 정원보다 한 명 더 늘어난 사실을 이상하게 여긴 공무원에게 조작 사실이 발각되고 맙니다.

마치 한편의 잘 짜인 영화 같은 이야기.

그렇다면 송 씨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지방대에 다니던 송 씨는 공무원인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해 7급 공무원 시험에 도전합니다.

다만 일반 전형 대신 지방대생을 위한 특별 전형인 지역 인재 전형에 응시했습니다.

<녹취> 대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그 학생이 공부를 잘한 거는 맞아요. 성적이 좋은 건 맞고요, 일상생활에서 그것까지 다 파악할 수 있는 건 아니고요.”

해당 전형은 평균 경쟁률이 6.4대1 수준으로 올해 서울시 7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 288대 1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

하지만 지역 인재 전형으로 응시하려면 반드시 대학에서 추천을 받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공무원 시험 과정 중 하나인 공직 적격성 평가의 모의고사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야 합니다.

송 씨는 이 모의고사에서 81점으로 무려 전국 2등을 차지해 대학 추천을 받아냅니다.

그런데 경찰 수사 결과 이 점수는 송씨가 부정행위를 통해 얻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교내에서 치러지는 모의고사 문제지를 외부 학원이 관리하는데, 송 씨가 시험 전 해당 학원에 잠입해 시험지와 답안지를 훔쳐냈던 겁니다.

<인터뷰> 곽정기(경찰청 특수수사팀 과장) : “다수의 대학에서 사설 학원에 시험 출제를 의뢰하고 채점을 위탁한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학원의 출제, 인쇄, 보관, 배송 과정에서 상당히 관리가 미흡한 점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 송 씨의 부정행위는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곽정기(경찰청 특수수사팀 과장) : “위조한 허위진단서를 제출하여 이번 7급 지역 인재 선발 시험 자격 요건인 토익과 한국사 시험에서 시간 연장의 혜택을 받은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렇게 시험 시간을 늘려 더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사실은 송 씨가 지난 2011년 대학 수능시험에서도 부정행위를 했다는 겁니다.

당시 송 씨는 눈이 나쁘다며 안과에서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아 시험 시간을 1.5배 더 받았습니다.

약시 진단을 받아 덕분에 장애인 학교에서 시험까지 보게 된 송 씨는 수능 시험에서 대범한 방법으로 커닝까지 했습니다.

<인터뷰> 곽정기(경찰청 특수수사팀 과장) : “미리 자기가 화장실 휴지통 뒤에 숨겨놓은 자신의 휴대폰을 통해서 인터넷을 연결해서 성적답안이 공개되는 것을 확인해서 암기를 해서 다시 시험장에 들어가서 그 답안을 작성해서 제출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송 씨는 커닝을 하지 못한 1교시 언어영역에서 5등급을 받고 나머지 과목에서 모두 1등급을 받았지만 낮은 언어영역 성적 등을 이유로 응시한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곽대경(교수/동국대 범죄심리학과) : “죄책감을 느끼거나 스스로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면 그런 행동을 지속할 수 없습니다. 들키지 않고 좋은 결과를 얻는 이런 몇 번의 경험을 통해서 점점 더 대범하고 점점 더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그런 단계에 이른 걸로 보입니다.”

수능부터 공무원 시험까지 중요한 모든 시험에서 거짓과 부정을 저질러온 송 씨.

경찰은 정부청사 침입과 공무원 시험성적 조작 사건을 송 씨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리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