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쌓아두고 사십니까?

입력 2016.04.17 (22:44) 수정 2016.04.17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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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빌라.

<녹취> "안녕하세요. KBS에서 왔습니다."

쇼핑을 좋아해 집안 정리가 어렵다는 한 30대 주부, 김지혜 씨의 집을 찾았습니다.

한 눈에 봐도 거실이 꽉 차 있습니다.

소파와 탁자, 운동 기구와 옷상자 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녹취> "(물건이 조금 많기는 많네요. 소파가 있는데 이것을 또?) 예 여기 앉아서 책 보려고…."

<녹취> "(운동기구는 티브이 보시면서 하시려고요?) 예. 홈쇼핑에서 산 것들이에요."

<녹취> "얘는 사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고요 뭔가 좀 복잡해 보여서. 이것은 실내에서 줄넘기하는 거거든요. 시끄럽지 않게 실내에서. 한 번 했던 것 같아요. 기자) 사서 한번? 사례자) 예. 이거는 윗몸일으키기랑 팔 운동하는 건데 이거는 4~5번은 해본 것 같아요."

부엌도 비슷합니다.

찻장엔 컵과 잔이 가득합니다.

그동안 많이 버렸다는 그릇과 접시가 50여 개. 이 가운데 평소에 사용하는 것은 3, 4개뿐입니다.

<녹취> "혹시 손님 오려면 쓰려고…. (손님은 자주 오시나요?) 일 년에 한 번 정도."

<녹취> "이거는 아무것도 아니고요. 옷방을 보시면 아마 놀라실 거예요."

<녹취> "(방이 그냥 옷으로 가득 찼네요. 이게 몇 벌이에요?) 음 저쪽 방에도 있거든요. 한 1,000벌은 좀 더 되는 것 같아요. (1,000벌 중에서 입으시는 옷은?) 년 내내 해도 한 3~40벌. (와 지금 옷에 완전히 파묻혀서.) 웬만한 옷가게보다 옷이 많은 것 같아요. (밖에)나가려면 찾을 수가 없고 있는데 몰라서 또 산 것도 많고."

왜 많은 사람들이 다 쓰지도 못할 만큼 물건을 구입해서 쌓아놓는 것일까요?

<인터뷰> 이나미(정신건강의학 전문의) : "나 자신 안에 뭔가 공허할 때 많이 물건으로 그 공허감을 채우려고 하는 게 있죠. 그래서 늘 못 버리고.."

[기자 오프닝]

여러분의 집은 어떻습니까?

입지 않는 옷과 쓰지 않는 물건, 많지 않으신가요?

'비싸게 주고 산 건데', '나중에 쓸 일이 있지 않을까' 란 생각 등으로 쌓아 놓은 물건이 혹시 사람 대신 집의 주인이 돼버리지는 않았습니까?

과거엔 더 많은 물건을 가지려고 애썼지만, 최근엔 자기 삶에 필요없는 물건을 과감히 줄이는 사람들이 늘면서 전 세계적으로 '정리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이들은 물건을 정리하는 것이 단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 이상의 삶의 변화를 가져온다고 입을 모읍니다.

경기도 하남시의 한 아파트.

깔끔한 거실이 마치 견본 주택 같습니다.

원래 이랬던 것은 아닙니다.

집 주인 황씨는 지난 2년 동안 매일 조금씩 모두 1,500개 이상의 물건을 없앴습니다.

<인터뷰> 황윤정(버리는 삶 실천 중) : "처음에는 쓰레기들 버렸고요. 그러고는 새것이지만 사용하지 않은 것들이 많아요. 옷도 그렇고 가격표도 떼지 않은 것들. 그런 것들 기부하고 나눠주고 하면서 없앴고요. 그리고 또 여러 개가 중복되는 거는 하나만 남기고 버렸고 또 다른 물건으로 대체할 수 있는 거는 대체품으로 하고 버렸고."

꼭 필요하지 않는 물건을 버린 뒤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마음의 안정을 얻은 것입니다.

<인터뷰> 황윤정(버리는 삶 실천 중) : "전에는 집에 들어오면 '아우 힘들어 짜증 나, 또 일해야 하는구나' 근데 지금은 집에 들어오면 '아 쉬자'하고 그냥 쉬는 거예요."

정리의 혜택은 또 있었습니다.

<인터뷰> 황윤정(버리는 삶 실천 중) : "잡동사니를 치우니까 청소할 일도 없고 또 제가 좋아하는 다른 일을 할 수도 있고 가치관 자체가 완전히 변하니까 물욕 자체가 없어졌어요. 무슨 물건을 하나 보면요. 이것도 결국은 쓰레기구나."

그렇다고 무조건 돈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물건을 사는데 돈과 정신을 쏟는 대신 경험 소비에 지출을 늘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황윤정(버리는 삶 실천 중) : "마음의 여유도 있고 돈도 좀 안 쓰게 되니까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요. 짧게라도 그냥 훌쩍 떠나다 오는 여행."

황씨는 앞으로 500개 이상의 물건을 더 버릴 계획입니다.

<인터뷰> 황윤정(버리는 삶 실천 중) : "계속 쌓아두면 행복할 줄 알고 계속 쌓기만 했었는데 아예 비워두니까 온전히 제 인생은 제거가 된 거예요."

요가 강사인 34살 서세련 씨는 최근 집 크기를 줄여 23제곱미터의 원룸으로 이사했습니다.

냉장고 등 주방 기구는 갖춰져 있어 침대 하나만을 구매했습니다.

책은 달랑 10여 권 소파도 텔레비전도 없습니다.

<인터뷰> 서세련(미니멀리스트·요가 강사) : "집은 물건을 쌓아놓는 창고가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집은 휴식의 공간이고요. 그리고 또 치유의 시간이고요. 그리고 제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그런 영감의 영역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서 씨는 자신을 '미니멀리스트'라고 부릅니다.

'미니멀리스트'란 삶에 꼭 필요한 물건만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로 자신에게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단순한 삶을 지향합니다.

<인터뷰> 서세련(미니멀리스트·요가 강사) : "그냥 매트 하나 놓을 수 있는 공간? 그게 저는 필요했어요. 불필요한 것들이 있었을 때 명상할 때 도움이 안 돼요."

냉장고 안도 깔끔합니다.

소식을 실천하고 그때그때 신선한 재료를 사서 요리해 먹기 때문입니다.

<녹취> "쌓아져 있는 거는 견과류하고 우유, 제가 먹는 건강식 음료고요. 그 외에는 이제 하루하루 먹을 것만 오늘 먹을 거, 과일, 과일도 지금 하나씩 두고.. 냉동실에는 아무것도 없어서.. 바나나 말린 거 상할까 봐 냉동실에 넣어놨고요. 그러고는 없어요."

또래 여성에 비해 옷도 거의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녹취> "그나마 옷 중에서 가장 많은 거는 요가복이고요. 필요없는 거는 동생 주고 다 나눠줬어요. 필요할 때 그때그때 요즘에는 렌트해서 입기 때문에 액세서리부터 신발 옷까지불편한 점은 없어요."

이처럼 '최소한을 소유하는 삶'을 살자는 움직임은 유럽과 미국에서 시작됐습니다.

2010년 억대 연봉을 받던 두 미국인 청년이 소비를 줄이고 자신들의 물건을 버리는 과정을 웹사이트에 올린 것이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지난해에는 일본의 한 정리 전문가가 TIME 선정 100대 인물에 오르는 등 정리가 큰 유행입니다.

우리나라엔 이들이 쓴 책이 지난해 말부터 큰 인기를 끌면서 정리 열풍이 상륙했습니다.

정리와 관련된 인터넷 카페 회원 수를 합치면 7만여 명.

매일 필요없는 물건 버리기 운동 등을 함께 하며 '버리는 삶'에 대한 의견과 노하우를 나누고 있습니다.

경기도 판교의 한 아파트 단지.

10여 명의 여성들이 모이더니 한 가정집을 방문합니다.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준비 운동을 하더니 집 안 이곳 저곳에서 물건을 끄집어내기 시작합니다.

물건을 정리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고객을 도와주는 정리 전문 서비스입니다.

<인터뷰> 김은영(정리 컨설턴트) : "사람들이 보통 결정 장애가 조금씩 있거든요. 이것도 이제 버려야 하나? 쓸 것 같은데? 이렇게 결정 못 하는 걸 저희 같은 전문가가 가서 도와드리면 그게 이제 결정이 좀 쉬워져요."

주방과 안방, 옷방 등에 '정리 컨설턴트'로 불리는 전문가들이 3~4명 배치돼 먼저 모든 물건을 빼냅니다.

쓰기 힘든 물건, 낡은 물건은 버릴 수 있도록 고객을 설득합니다.

<인터뷰> 정민주(정리 컨설턴트) : "네 제가 보기에는 버려야 할 옷이 많은데 고객님은 버려야 할 옷이 적다고 그러고 있습니다."

남은 물건은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정리 수납해 줍니다.

정리정돈을 돈 주고 남에게 맡긴다는 것이 아직 우리에겐 낯선 개념이지만 미국과 일본 등에선 일반화 된 직업.

비용은 방의 크기와 혼잡한 정도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방 하나당 15만 원에서 30만 원 선.

이용자들이 늘면서 현재 100여 개의 업체가 영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정리의 달인이 되기 위한 비결입니다.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아직 쓸만한 물건과 헌 옷을 수거해가는 앱을 이용하면 헌 옷과 안 쓰는 전자기기 등을 현금이나 포인트로 바꿔 집안 정리도 하고 돈도 벌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이향신(정리 앱 이용자) : "애가 이렇게 너무 달라붙어 있어서 버리기가 힘든데 이렇게 정리까지 해주시고 돈까지 벌 수 있으니까 저희 입장에선 굉장히 기쁘죠."

필요한 이웃들에게 기증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인터뷰> 황윤정(버리는 삶 실천 중) : "월급쟁이다 보니까 돈으로는 기부를 못 해도 저에게 있어서 사용되지 않는 물건으로 기부하니까 훨씬 더 기부하기도 쉽고, 그리고 (마음이) 풍족하고."

소비하고 소유하는 데서 만족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버리고 비우는 데서 오히려 충만함을 얻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전미영(교수/서울대 소비자학과) : "결핍을 크게 경험했던 세대들은 일단 물질을 많이 소유하셔야 되고 가지고 있어야 안정감을 받는데 지금 젊은 세대들은 그런 결핍을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이 주는 피로감들을 경험하기 시작하는 거죠."

복잡하고 경쟁하는 삶.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삶과는 다른 삶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인터뷰> 서셰련(미니멀리스트·요가 강사) : "남의 시선을 신경 안 쓰고 정말 남과 경쟁하지 않기 때문에 저의 행복이 무엇인지 정말로 알고 있거든요. 물건을 채워놓고 물질적인 것을 누린다고 해서 행복과 연결돼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지나치게 많이 사들인 옷을 정리하지 못해 고민하던 김지혜 씨.

쌓아 놓았던 옷을 처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자신의 다락방에 장터를 열고 싼값에 이웃에게 내놓았습니다.

<인터뷰> 김지혜 : "비우고 나니까 진짜 살아가는 데는 그리 많은 물건이 필요가 없구나 깨달은 것 같아요. 비우면서 더 많이 채워지는, 마음에 남은 것들이 훨씬 많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봄맞이 대청소를 앞둔 여러분도 버림이 주는 역설적인 충만함을 느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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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직도 쌓아두고 사십니까?
    • 입력 2016-04-17 23:13:38
    • 수정2016-04-17 23:54:15
    취재파일K
<프롤로그>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빌라.

<녹취> "안녕하세요. KBS에서 왔습니다."

쇼핑을 좋아해 집안 정리가 어렵다는 한 30대 주부, 김지혜 씨의 집을 찾았습니다.

한 눈에 봐도 거실이 꽉 차 있습니다.

소파와 탁자, 운동 기구와 옷상자 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녹취> "(물건이 조금 많기는 많네요. 소파가 있는데 이것을 또?) 예 여기 앉아서 책 보려고…."

<녹취> "(운동기구는 티브이 보시면서 하시려고요?) 예. 홈쇼핑에서 산 것들이에요."

<녹취> "얘는 사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고요 뭔가 좀 복잡해 보여서. 이것은 실내에서 줄넘기하는 거거든요. 시끄럽지 않게 실내에서. 한 번 했던 것 같아요. 기자) 사서 한번? 사례자) 예. 이거는 윗몸일으키기랑 팔 운동하는 건데 이거는 4~5번은 해본 것 같아요."

부엌도 비슷합니다.

찻장엔 컵과 잔이 가득합니다.

그동안 많이 버렸다는 그릇과 접시가 50여 개. 이 가운데 평소에 사용하는 것은 3, 4개뿐입니다.

<녹취> "혹시 손님 오려면 쓰려고…. (손님은 자주 오시나요?) 일 년에 한 번 정도."

<녹취> "이거는 아무것도 아니고요. 옷방을 보시면 아마 놀라실 거예요."

<녹취> "(방이 그냥 옷으로 가득 찼네요. 이게 몇 벌이에요?) 음 저쪽 방에도 있거든요. 한 1,000벌은 좀 더 되는 것 같아요. (1,000벌 중에서 입으시는 옷은?) 년 내내 해도 한 3~40벌. (와 지금 옷에 완전히 파묻혀서.) 웬만한 옷가게보다 옷이 많은 것 같아요. (밖에)나가려면 찾을 수가 없고 있는데 몰라서 또 산 것도 많고."

왜 많은 사람들이 다 쓰지도 못할 만큼 물건을 구입해서 쌓아놓는 것일까요?

<인터뷰> 이나미(정신건강의학 전문의) : "나 자신 안에 뭔가 공허할 때 많이 물건으로 그 공허감을 채우려고 하는 게 있죠. 그래서 늘 못 버리고.."

[기자 오프닝]

여러분의 집은 어떻습니까?

입지 않는 옷과 쓰지 않는 물건, 많지 않으신가요?

'비싸게 주고 산 건데', '나중에 쓸 일이 있지 않을까' 란 생각 등으로 쌓아 놓은 물건이 혹시 사람 대신 집의 주인이 돼버리지는 않았습니까?

과거엔 더 많은 물건을 가지려고 애썼지만, 최근엔 자기 삶에 필요없는 물건을 과감히 줄이는 사람들이 늘면서 전 세계적으로 '정리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이들은 물건을 정리하는 것이 단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 이상의 삶의 변화를 가져온다고 입을 모읍니다.

경기도 하남시의 한 아파트.

깔끔한 거실이 마치 견본 주택 같습니다.

원래 이랬던 것은 아닙니다.

집 주인 황씨는 지난 2년 동안 매일 조금씩 모두 1,500개 이상의 물건을 없앴습니다.

<인터뷰> 황윤정(버리는 삶 실천 중) : "처음에는 쓰레기들 버렸고요. 그러고는 새것이지만 사용하지 않은 것들이 많아요. 옷도 그렇고 가격표도 떼지 않은 것들. 그런 것들 기부하고 나눠주고 하면서 없앴고요. 그리고 또 여러 개가 중복되는 거는 하나만 남기고 버렸고 또 다른 물건으로 대체할 수 있는 거는 대체품으로 하고 버렸고."

꼭 필요하지 않는 물건을 버린 뒤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마음의 안정을 얻은 것입니다.

<인터뷰> 황윤정(버리는 삶 실천 중) : "전에는 집에 들어오면 '아우 힘들어 짜증 나, 또 일해야 하는구나' 근데 지금은 집에 들어오면 '아 쉬자'하고 그냥 쉬는 거예요."

정리의 혜택은 또 있었습니다.

<인터뷰> 황윤정(버리는 삶 실천 중) : "잡동사니를 치우니까 청소할 일도 없고 또 제가 좋아하는 다른 일을 할 수도 있고 가치관 자체가 완전히 변하니까 물욕 자체가 없어졌어요. 무슨 물건을 하나 보면요. 이것도 결국은 쓰레기구나."

그렇다고 무조건 돈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물건을 사는데 돈과 정신을 쏟는 대신 경험 소비에 지출을 늘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황윤정(버리는 삶 실천 중) : "마음의 여유도 있고 돈도 좀 안 쓰게 되니까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요. 짧게라도 그냥 훌쩍 떠나다 오는 여행."

황씨는 앞으로 500개 이상의 물건을 더 버릴 계획입니다.

<인터뷰> 황윤정(버리는 삶 실천 중) : "계속 쌓아두면 행복할 줄 알고 계속 쌓기만 했었는데 아예 비워두니까 온전히 제 인생은 제거가 된 거예요."

요가 강사인 34살 서세련 씨는 최근 집 크기를 줄여 23제곱미터의 원룸으로 이사했습니다.

냉장고 등 주방 기구는 갖춰져 있어 침대 하나만을 구매했습니다.

책은 달랑 10여 권 소파도 텔레비전도 없습니다.

<인터뷰> 서세련(미니멀리스트·요가 강사) : "집은 물건을 쌓아놓는 창고가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집은 휴식의 공간이고요. 그리고 또 치유의 시간이고요. 그리고 제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그런 영감의 영역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서 씨는 자신을 '미니멀리스트'라고 부릅니다.

'미니멀리스트'란 삶에 꼭 필요한 물건만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로 자신에게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단순한 삶을 지향합니다.

<인터뷰> 서세련(미니멀리스트·요가 강사) : "그냥 매트 하나 놓을 수 있는 공간? 그게 저는 필요했어요. 불필요한 것들이 있었을 때 명상할 때 도움이 안 돼요."

냉장고 안도 깔끔합니다.

소식을 실천하고 그때그때 신선한 재료를 사서 요리해 먹기 때문입니다.

<녹취> "쌓아져 있는 거는 견과류하고 우유, 제가 먹는 건강식 음료고요. 그 외에는 이제 하루하루 먹을 것만 오늘 먹을 거, 과일, 과일도 지금 하나씩 두고.. 냉동실에는 아무것도 없어서.. 바나나 말린 거 상할까 봐 냉동실에 넣어놨고요. 그러고는 없어요."

또래 여성에 비해 옷도 거의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녹취> "그나마 옷 중에서 가장 많은 거는 요가복이고요. 필요없는 거는 동생 주고 다 나눠줬어요. 필요할 때 그때그때 요즘에는 렌트해서 입기 때문에 액세서리부터 신발 옷까지불편한 점은 없어요."

이처럼 '최소한을 소유하는 삶'을 살자는 움직임은 유럽과 미국에서 시작됐습니다.

2010년 억대 연봉을 받던 두 미국인 청년이 소비를 줄이고 자신들의 물건을 버리는 과정을 웹사이트에 올린 것이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지난해에는 일본의 한 정리 전문가가 TIME 선정 100대 인물에 오르는 등 정리가 큰 유행입니다.

우리나라엔 이들이 쓴 책이 지난해 말부터 큰 인기를 끌면서 정리 열풍이 상륙했습니다.

정리와 관련된 인터넷 카페 회원 수를 합치면 7만여 명.

매일 필요없는 물건 버리기 운동 등을 함께 하며 '버리는 삶'에 대한 의견과 노하우를 나누고 있습니다.

경기도 판교의 한 아파트 단지.

10여 명의 여성들이 모이더니 한 가정집을 방문합니다.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준비 운동을 하더니 집 안 이곳 저곳에서 물건을 끄집어내기 시작합니다.

물건을 정리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고객을 도와주는 정리 전문 서비스입니다.

<인터뷰> 김은영(정리 컨설턴트) : "사람들이 보통 결정 장애가 조금씩 있거든요. 이것도 이제 버려야 하나? 쓸 것 같은데? 이렇게 결정 못 하는 걸 저희 같은 전문가가 가서 도와드리면 그게 이제 결정이 좀 쉬워져요."

주방과 안방, 옷방 등에 '정리 컨설턴트'로 불리는 전문가들이 3~4명 배치돼 먼저 모든 물건을 빼냅니다.

쓰기 힘든 물건, 낡은 물건은 버릴 수 있도록 고객을 설득합니다.

<인터뷰> 정민주(정리 컨설턴트) : "네 제가 보기에는 버려야 할 옷이 많은데 고객님은 버려야 할 옷이 적다고 그러고 있습니다."

남은 물건은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정리 수납해 줍니다.

정리정돈을 돈 주고 남에게 맡긴다는 것이 아직 우리에겐 낯선 개념이지만 미국과 일본 등에선 일반화 된 직업.

비용은 방의 크기와 혼잡한 정도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방 하나당 15만 원에서 30만 원 선.

이용자들이 늘면서 현재 100여 개의 업체가 영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정리의 달인이 되기 위한 비결입니다.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아직 쓸만한 물건과 헌 옷을 수거해가는 앱을 이용하면 헌 옷과 안 쓰는 전자기기 등을 현금이나 포인트로 바꿔 집안 정리도 하고 돈도 벌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이향신(정리 앱 이용자) : "애가 이렇게 너무 달라붙어 있어서 버리기가 힘든데 이렇게 정리까지 해주시고 돈까지 벌 수 있으니까 저희 입장에선 굉장히 기쁘죠."

필요한 이웃들에게 기증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인터뷰> 황윤정(버리는 삶 실천 중) : "월급쟁이다 보니까 돈으로는 기부를 못 해도 저에게 있어서 사용되지 않는 물건으로 기부하니까 훨씬 더 기부하기도 쉽고, 그리고 (마음이) 풍족하고."

소비하고 소유하는 데서 만족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버리고 비우는 데서 오히려 충만함을 얻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전미영(교수/서울대 소비자학과) : "결핍을 크게 경험했던 세대들은 일단 물질을 많이 소유하셔야 되고 가지고 있어야 안정감을 받는데 지금 젊은 세대들은 그런 결핍을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이 주는 피로감들을 경험하기 시작하는 거죠."

복잡하고 경쟁하는 삶.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삶과는 다른 삶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인터뷰> 서셰련(미니멀리스트·요가 강사) : "남의 시선을 신경 안 쓰고 정말 남과 경쟁하지 않기 때문에 저의 행복이 무엇인지 정말로 알고 있거든요. 물건을 채워놓고 물질적인 것을 누린다고 해서 행복과 연결돼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지나치게 많이 사들인 옷을 정리하지 못해 고민하던 김지혜 씨.

쌓아 놓았던 옷을 처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자신의 다락방에 장터를 열고 싼값에 이웃에게 내놓았습니다.

<인터뷰> 김지혜 : "비우고 나니까 진짜 살아가는 데는 그리 많은 물건이 필요가 없구나 깨달은 것 같아요. 비우면서 더 많이 채워지는, 마음에 남은 것들이 훨씬 많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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