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 뺏는 ‘사이버 제비족’ 떴다

입력 2016.04.1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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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4년 30대 여성 A씨는 호기심에 스마트폰 채팅앱에 접속했습니다.

거기서 우연히 40대 남성 김 모 씨를 알게 됐습니다.

김 씨는 명문대를 나와 기업인수합병을 담당하는 회사에 다닌다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녹취> 피해 여성(음성변조) : "본인이 M&A 근무하는 직원이라고 이야기했어요. 자기는 고대 나왔다고 이야기하고, 아빠와 형은 서울대 나왔다."

몇 차례 채팅을 하면서 A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김 씨에게 호감을 갖게 됐고, 직접 만나자는 김 씨의 제안까지 받아드립니다.

실제로 만난 김 씨는 예상보다 훨씬 훤칠한 외모로, 심지어 대화까지 잘 통했습니다.

하지만 만남은 짧았습니다.

두 번의 만남이 있고 나서 김 씨는 A씨에게 일이 바쁘다며 갑자기 먼저 연락을 끊어 버렸습니다.

급작스런 이별 통보에 하루하루를 아쉬움 속에 보내던 A씨.

그렇게 5~6개월이 지났을 때쯤 김 씨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급한 사정이 있다며 돈을 빌려달라는 겁니다.

<녹취> 피해 여성(음성변조) : "지갑을 잃어버렸고, 신분증하고 카드를 다 잃어버렸대요. 아직도 저를 생각하고 있으니까 다시 만나고, 카드 나올 때까지 조금만 (돈을) 빌려달라고 이야기한 거예요. 한 50만 원."

A 씨는 금액도 그리 크지 않고, 아직 김 씨에 대한 호감도 남아있어 쉽게 돈을 빌려줍니다.

이를 계기로 다시 연락하게 된 두 사람은 연인관계로 발전했는데요.

그런데 그 이후로 김 씨의 요구는 점점 수준이 높아졌습니다.

<녹취> 피해 여성(음성변조) : "카드 발급이 안 나오는데, 거래처 쪽에 돈이 필요하다, 어떨 때는 식대 달라고 만 원 붙여줄 때도 있고, 갑자기 큰돈 필요하다고 2백~ 3백만 원일 때도 있고, 총 6천5백만 원 정도 보내주긴 했어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김 씨는 돈을 요구했고,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무려 6천5백만 원이 넘는 돈을 A씨에게 받아갔습니다.

A씨는 A씨가 아니면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김 씨의 다급한 부탁에 애써 모은 적금과 보험을 해약하고, 심지어 대출까지 받았습니다.

<녹취> 피해 여성(음성변조) : "1년 넘게 든 종신보험하고 연금 보험도 다 깼고요. 청약 통장도 해제하고, 은행에서 대출도 받고요."

이렇게 많은 돈을 빌려주면서 A씨는 김 씨를 의심하지 않았을까?

A씨는 김 씨 회사직원이 먼저 전화를 걸어와 김 씨의 사정을 그럴듯하게 설명해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피해 여성(음성변조) : "(회사) 변호사가 전화 와서 지금 김00가 홍콩에 있는데 휴대전화 요금이 연체돼서 연락이 안 닿는다, 사모님께서 전화비를 내줄 수 없을까 (했고) 법원 직원은 지금 당장 얼마 얼마를 좀 내야 되는데 김00가 연락이 안 되는데 (내가) 여자 친구니까 이렇다 이렇다 이야기했죠."

그런데 이는 모두 김 씨가 꾸며낸 사기극이었습니다.

A씨에게 전화를 한 변호사와 법원직원 모두 실제론 김 씨.

자기가 1인 3역을 소화하며 여성을 속여 온 겁니다.

M&A회사 사장이라는 김 씨의 직업도 역시 가짜였습니다.

<인터뷰> 심재훈(서울 노원경찰서 수사과장) : "자신이 M&A 회사 사장이라는 것을 더 강조하기 위해 스스로 회사 법무팀에 있는 변호사라고 사칭을 했고, 법원에서 근무하는 직원을 사칭했습니다."

하지만 A씨가 우연히 김 씨의 SNS에서 다른 여성의 흔적을 발견하면서 김 씨의 사기행각이 드러나게 됩니다.

김 씨의 SNS에 글을 남긴 한 여성의 SNS에 들어가 보니 김 씨와 해당 여성이 단둘이 여행을 가고, 서로 연인으로 지낸 사실이 발각된 겁니다.

SNS의 이점을 악용한 사이버 제비족이 결국 SNS 때문에 꼬리가 밟힌 황당한 상황.

<인터뷰> 심재훈(서울 노원경찰서 수사과장) : "처음 (채팅앱을) 할 때부터 자신의 이름도 속이고, 직업도 속이고, 뭐 여러 가지 (다른 사람) 역할도 하고, (여성의) 사랑을 이용해서 사기를 친 것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것은 (금품) 편취의 고의가 있었다."

이달 초 부산에서도 모임 앱에서 만난 여성 회원에게 돈을 뜯어온 35세 김 모 씨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인터뷰> 김흥섭(부산 사상경찰서 경제2팀장) : "30대, 40대 모임 밴드였거든요.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해보다가 경제적으로 조금 여유 있는 피해자들에게 접근해서……."

김 씨는 범행 대상을 정하면, 여성의 환심을 사기 위해 밥을 사고, 선물 공세를 하며 공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김흥섭(부산 사상경찰서 경제2팀장) : "보통 일주일정도는 자기가 호감을 가질 정도로 식사를 대접한다거나 아니면 어느 정도 선물을 제공한다거나 이런 식으로 연인 관계로 발전을 시키다가……."

어느 정도 여성의 신뢰를 얻을 때쯤. 본색을 드러내는 것이 김 씨의 수법이었는데요,

여성과 충분히 가까워진 뒤 사업상 급전이 필요하다며 여성에게 큰돈을 뜯어낸 겁니다.

<인터뷰> 김흥섭(부산 사상경찰서 경제2팀장) : "건설업자 사장이나 아니면 유흥주점 몇 개를 운영하고 있는데 자금이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피해금이) 한 명은 3천만 원 가까이 됐었고, 한 명은 천만 원. 나머지는 소액으로 2~3백만 원 이었습니다."

현재까지 김 씨에게 돈을 뜯긴 여성은 모두 4명.

피해금액은 4천5백만 원에 이릅니다.

조사결과 김 씨는 재력가는커녕 일정한 직업이나, 거주지조차 없었습니다.

<인터뷰> 김흥섭(부산 사상경찰서 경제2팀장) : "우리에게 검거될 때까지 계속 가명을 썼습니다. 실질적으로 피의자는 무직에다가 일정한 주거도 없었습니다. 모텔이나 여관, 찜질방 등 2년 동안 전전긍긍하면서 생활하다가 (여성들에게) 이런 식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채팅앱은 신분확인 절차 허술하다 보니 익명성을 이용해 여성들을 현혹하는 “사이버 제비족”의 주된 서식처가 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채팅앱의 신분 확인 절차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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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 뺏는 ‘사이버 제비족’ 떴다
    • 입력 2016-04-18 13:53:23
    사회
 지난 2014년 30대 여성 A씨는 호기심에 스마트폰 채팅앱에 접속했습니다.

거기서 우연히 40대 남성 김 모 씨를 알게 됐습니다.

김 씨는 명문대를 나와 기업인수합병을 담당하는 회사에 다닌다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녹취> 피해 여성(음성변조) : "본인이 M&A 근무하는 직원이라고 이야기했어요. 자기는 고대 나왔다고 이야기하고, 아빠와 형은 서울대 나왔다."

몇 차례 채팅을 하면서 A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김 씨에게 호감을 갖게 됐고, 직접 만나자는 김 씨의 제안까지 받아드립니다.

실제로 만난 김 씨는 예상보다 훨씬 훤칠한 외모로, 심지어 대화까지 잘 통했습니다.

하지만 만남은 짧았습니다.

두 번의 만남이 있고 나서 김 씨는 A씨에게 일이 바쁘다며 갑자기 먼저 연락을 끊어 버렸습니다.

급작스런 이별 통보에 하루하루를 아쉬움 속에 보내던 A씨.

그렇게 5~6개월이 지났을 때쯤 김 씨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급한 사정이 있다며 돈을 빌려달라는 겁니다.

<녹취> 피해 여성(음성변조) : "지갑을 잃어버렸고, 신분증하고 카드를 다 잃어버렸대요. 아직도 저를 생각하고 있으니까 다시 만나고, 카드 나올 때까지 조금만 (돈을) 빌려달라고 이야기한 거예요. 한 50만 원."

A 씨는 금액도 그리 크지 않고, 아직 김 씨에 대한 호감도 남아있어 쉽게 돈을 빌려줍니다.

이를 계기로 다시 연락하게 된 두 사람은 연인관계로 발전했는데요.

그런데 그 이후로 김 씨의 요구는 점점 수준이 높아졌습니다.

<녹취> 피해 여성(음성변조) : "카드 발급이 안 나오는데, 거래처 쪽에 돈이 필요하다, 어떨 때는 식대 달라고 만 원 붙여줄 때도 있고, 갑자기 큰돈 필요하다고 2백~ 3백만 원일 때도 있고, 총 6천5백만 원 정도 보내주긴 했어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김 씨는 돈을 요구했고,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무려 6천5백만 원이 넘는 돈을 A씨에게 받아갔습니다.

A씨는 A씨가 아니면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김 씨의 다급한 부탁에 애써 모은 적금과 보험을 해약하고, 심지어 대출까지 받았습니다.

<녹취> 피해 여성(음성변조) : "1년 넘게 든 종신보험하고 연금 보험도 다 깼고요. 청약 통장도 해제하고, 은행에서 대출도 받고요."

이렇게 많은 돈을 빌려주면서 A씨는 김 씨를 의심하지 않았을까?

A씨는 김 씨 회사직원이 먼저 전화를 걸어와 김 씨의 사정을 그럴듯하게 설명해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피해 여성(음성변조) : "(회사) 변호사가 전화 와서 지금 김00가 홍콩에 있는데 휴대전화 요금이 연체돼서 연락이 안 닿는다, 사모님께서 전화비를 내줄 수 없을까 (했고) 법원 직원은 지금 당장 얼마 얼마를 좀 내야 되는데 김00가 연락이 안 되는데 (내가) 여자 친구니까 이렇다 이렇다 이야기했죠."

그런데 이는 모두 김 씨가 꾸며낸 사기극이었습니다.

A씨에게 전화를 한 변호사와 법원직원 모두 실제론 김 씨.

자기가 1인 3역을 소화하며 여성을 속여 온 겁니다.

M&A회사 사장이라는 김 씨의 직업도 역시 가짜였습니다.

<인터뷰> 심재훈(서울 노원경찰서 수사과장) : "자신이 M&A 회사 사장이라는 것을 더 강조하기 위해 스스로 회사 법무팀에 있는 변호사라고 사칭을 했고, 법원에서 근무하는 직원을 사칭했습니다."

하지만 A씨가 우연히 김 씨의 SNS에서 다른 여성의 흔적을 발견하면서 김 씨의 사기행각이 드러나게 됩니다.

김 씨의 SNS에 글을 남긴 한 여성의 SNS에 들어가 보니 김 씨와 해당 여성이 단둘이 여행을 가고, 서로 연인으로 지낸 사실이 발각된 겁니다.

SNS의 이점을 악용한 사이버 제비족이 결국 SNS 때문에 꼬리가 밟힌 황당한 상황.

<인터뷰> 심재훈(서울 노원경찰서 수사과장) : "처음 (채팅앱을) 할 때부터 자신의 이름도 속이고, 직업도 속이고, 뭐 여러 가지 (다른 사람) 역할도 하고, (여성의) 사랑을 이용해서 사기를 친 것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것은 (금품) 편취의 고의가 있었다."

이달 초 부산에서도 모임 앱에서 만난 여성 회원에게 돈을 뜯어온 35세 김 모 씨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인터뷰> 김흥섭(부산 사상경찰서 경제2팀장) : "30대, 40대 모임 밴드였거든요.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해보다가 경제적으로 조금 여유 있는 피해자들에게 접근해서……."

김 씨는 범행 대상을 정하면, 여성의 환심을 사기 위해 밥을 사고, 선물 공세를 하며 공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김흥섭(부산 사상경찰서 경제2팀장) : "보통 일주일정도는 자기가 호감을 가질 정도로 식사를 대접한다거나 아니면 어느 정도 선물을 제공한다거나 이런 식으로 연인 관계로 발전을 시키다가……."

어느 정도 여성의 신뢰를 얻을 때쯤. 본색을 드러내는 것이 김 씨의 수법이었는데요,

여성과 충분히 가까워진 뒤 사업상 급전이 필요하다며 여성에게 큰돈을 뜯어낸 겁니다.

<인터뷰> 김흥섭(부산 사상경찰서 경제2팀장) : "건설업자 사장이나 아니면 유흥주점 몇 개를 운영하고 있는데 자금이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피해금이) 한 명은 3천만 원 가까이 됐었고, 한 명은 천만 원. 나머지는 소액으로 2~3백만 원 이었습니다."

현재까지 김 씨에게 돈을 뜯긴 여성은 모두 4명.

피해금액은 4천5백만 원에 이릅니다.

조사결과 김 씨는 재력가는커녕 일정한 직업이나, 거주지조차 없었습니다.

<인터뷰> 김흥섭(부산 사상경찰서 경제2팀장) : "우리에게 검거될 때까지 계속 가명을 썼습니다. 실질적으로 피의자는 무직에다가 일정한 주거도 없었습니다. 모텔이나 여관, 찜질방 등 2년 동안 전전긍긍하면서 생활하다가 (여성들에게) 이런 식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채팅앱은 신분확인 절차 허술하다 보니 익명성을 이용해 여성들을 현혹하는 “사이버 제비족”의 주된 서식처가 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채팅앱의 신분 확인 절차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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