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서 한순간에 추락한 신데렐라

입력 2016.04.2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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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실리콘밸리의 '신데렐라'였다. 스탠퍼드대학교를 중퇴하고 2003년 19세 나이에 스타트업을 차렸다. 11년 동안 두문불출하며 연구에 매달렸고, 지난 2014년 성과를 외부에 공개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녀의 회사는 순식간에 기업가치 10조원을 돌파했다. 1984년생으로 우리 나이 33세다. 젊고 아름답고 똑똑하기까지 한 그녀에게 전 세계 벤처인들은 환호했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일순간이었다. 지난해 10월 월스트리트저널이 회사 내부 직원 제보를 바탕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회사의 기술력이 사실상 허구라는 것이다. 회사와 그녀는 반발하고 있지만, 검찰 수사는 점점 조여오고 있다.



이상은 최근 2년간 미국 실리콘밸리를 들었다 놓은 혈액진단 스타트업 테라노스와 최고경영자(CEO) 엘리자베스 홈즈 이야기다. 테라노스는 현재 기술과 운영 면에서 투자자를 오도했는지에 대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정확한 건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으로는 테라노스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이 회사는 손가락에서 뽑은 피 몇 방울로 수십 가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주목받았다. 기존에 수백만원이 넘던 검사 비용을 수천원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2014년 투자를 유치했을 때 기업가치를 90억 달러(약 10조3천억원)로 평가받기도 했다.

의문은 이 회사의 기술력이 정말 '있는가'다. 테라노스는 고객에게 제공한 200개 넘는 테스트 결과의 대부분을 다른 회사로부터 산 기존 기계로 한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테라노스는 직접 개발한 장비 '에디슨'으로 진단한 것으로 홍보해 왔다.


2014년 TED에 출연한 엘리자베스 홈즈. (자료 TEDMED)

또 일부서는 테라노스가 개발한 장비로 시행한 일부 테스트의 정확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회사에 비해 정확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당장 테라노스와 협업을 약속했던 미국 최대 약국 업체 월그린은 관련 계획을 모두 백지화했다. 미국 보건당국은 테라노스의 혈액진단 방법에서 치명적인 오류를 발견했고, 강도 높은 제재 방안을 고려 중이다.


미 유수의 벤처투자사들이 호평한 스타트업이 어떻게 이렇게 일순간에 내려앉을 수 있을까.

그동안 테라노스는 기술력보다 CEO인 홈즈 때문에 더 주목받았다. 사람들은 테라노스가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기술은 보지 않고, 발표하는 홈즈에게 관심을 보였다. 홈즈는 "옷을 고르는 시간이 아깝다"며 검은색 터틀넥만 입었다. 스티브 잡스나 마크 주커버그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그렇게 홈즈는 실리콘밸리의 신데렐라가 됐다.

정작 테라노스의 기술력은 검증받지 않았다. 획기적인 신기술을 공개한 바이어 업체인데도 그렇다 할 논문 검증이 거의 없었다. 피 한 방울로 어떻게 질병을 진단하는 것인지 기술 원리도 공개된 게 없다. 시장에서는 "테라노스가 너무 베일에 싸여 있다" "주요 연구진이 계속 이탈한다"는 말이 돌았다.

최근 한 대학교 강연에서 홈즈는 "테라노스가 실패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는 질문을 받고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다시 할 것이다. 왜냐면 내가 이 일(질병의 조기진단을 통해 사망률을 줄이는 것)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를 넘는 스타트업을 시장에선 '유니콘'이라고 부른다. 홈즈와 테라노스가 유니콘처럼 다시 솟구쳐 오를지, 아니면 '하룻밤의 꿈'으로 끝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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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에서 한순간에 추락한 신데렐라
    • 입력 2016-04-20 15:28:28
    국제
그녀는 실리콘밸리의 '신데렐라'였다. 스탠퍼드대학교를 중퇴하고 2003년 19세 나이에 스타트업을 차렸다. 11년 동안 두문불출하며 연구에 매달렸고, 지난 2014년 성과를 외부에 공개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녀의 회사는 순식간에 기업가치 10조원을 돌파했다. 1984년생으로 우리 나이 33세다. 젊고 아름답고 똑똑하기까지 한 그녀에게 전 세계 벤처인들은 환호했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일순간이었다. 지난해 10월 월스트리트저널이 회사 내부 직원 제보를 바탕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회사의 기술력이 사실상 허구라는 것이다. 회사와 그녀는 반발하고 있지만, 검찰 수사는 점점 조여오고 있다.



이상은 최근 2년간 미국 실리콘밸리를 들었다 놓은 혈액진단 스타트업 테라노스와 최고경영자(CEO) 엘리자베스 홈즈 이야기다. 테라노스는 현재 기술과 운영 면에서 투자자를 오도했는지에 대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정확한 건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으로는 테라노스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이 회사는 손가락에서 뽑은 피 몇 방울로 수십 가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주목받았다. 기존에 수백만원이 넘던 검사 비용을 수천원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2014년 투자를 유치했을 때 기업가치를 90억 달러(약 10조3천억원)로 평가받기도 했다.

의문은 이 회사의 기술력이 정말 '있는가'다. 테라노스는 고객에게 제공한 200개 넘는 테스트 결과의 대부분을 다른 회사로부터 산 기존 기계로 한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테라노스는 직접 개발한 장비 '에디슨'으로 진단한 것으로 홍보해 왔다.


2014년 TED에 출연한 엘리자베스 홈즈. (자료 TEDMED)

또 일부서는 테라노스가 개발한 장비로 시행한 일부 테스트의 정확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회사에 비해 정확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당장 테라노스와 협업을 약속했던 미국 최대 약국 업체 월그린은 관련 계획을 모두 백지화했다. 미국 보건당국은 테라노스의 혈액진단 방법에서 치명적인 오류를 발견했고, 강도 높은 제재 방안을 고려 중이다.


미 유수의 벤처투자사들이 호평한 스타트업이 어떻게 이렇게 일순간에 내려앉을 수 있을까.

그동안 테라노스는 기술력보다 CEO인 홈즈 때문에 더 주목받았다. 사람들은 테라노스가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기술은 보지 않고, 발표하는 홈즈에게 관심을 보였다. 홈즈는 "옷을 고르는 시간이 아깝다"며 검은색 터틀넥만 입었다. 스티브 잡스나 마크 주커버그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그렇게 홈즈는 실리콘밸리의 신데렐라가 됐다.

정작 테라노스의 기술력은 검증받지 않았다. 획기적인 신기술을 공개한 바이어 업체인데도 그렇다 할 논문 검증이 거의 없었다. 피 한 방울로 어떻게 질병을 진단하는 것인지 기술 원리도 공개된 게 없다. 시장에서는 "테라노스가 너무 베일에 싸여 있다" "주요 연구진이 계속 이탈한다"는 말이 돌았다.

최근 한 대학교 강연에서 홈즈는 "테라노스가 실패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는 질문을 받고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다시 할 것이다. 왜냐면 내가 이 일(질병의 조기진단을 통해 사망률을 줄이는 것)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를 넘는 스타트업을 시장에선 '유니콘'이라고 부른다. 홈즈와 테라노스가 유니콘처럼 다시 솟구쳐 오를지, 아니면 '하룻밤의 꿈'으로 끝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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