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밤길이 무서운 여성들…‘귀갓길 범죄’ 잇따라

입력 2016.04.22 (08:31) 수정 2016.04.2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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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윽스한 밤길을 혼자 걷다 보면 뒤에서 나는 발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죠.

이 뒷사람의 인기척이 무섭게 느껴지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귀갓길에서 일어나는 범죄가 적지 않기 때문인데요.

최근에도 귀갓길 범죄가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범행 대상은 주로 혼자서 집으로 가는 여성들이었습니다.

여성을 뒤따라가 성추행하는가 하면, 가방을 낚아채 달아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시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혼자 가는 여성을 추행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오늘 뉴스 따라잡기에서는 사건의 전말과 해결 방안을 함께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화요일 새벽 한 시 쯤 한 여학생이 아파트 복도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립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여학생에 이어 한 남성이 뒤따라 엘리베이터에 탑니다.

그런데 남성이 갑자기 여학생을 엘리베이터 밖으로 거칠게 끌고 나옵니다.

별안간 돌변한 남성은 여학생의 몸을 강제로 만지며 추행하기 시작하는데요.

여학생이 강하게 저항하자 그대로 도망을 쳐버립니다.

<녹취> 아파트 관계자(음성변조) : "그 시간이 1시쯤에 그랬으니까 다 휴식 시간이니까. 목격한 사람은 없어요."

너무 늦은 시각이라 주변에 목격자도 비명을 들은 사람도 없었습니다.

<녹취> 인근 상가 주민(음성변조) : "저희는 11시 40분 되면 집에 가요. 닫아요. 없어요. 아무도 없어요."

그러나 그 모습은 CCTV에 고스란히 찍혔고 경찰은 수사 시작 7시간 만에 피의자 32살 오 모 씨를 검거했습니다.

<인터뷰> 김성환(계장/경기 고양경찰서 강력계) : "도주 이후에 피의자의 동선을 CCTV 관제 센터에서 6시간 30분 동안 열 명이 매달려서 추적한 결과 동선이 파악됐습니다. 피의자의 주거지에서 검거했습니다."

모든 범죄 혐의에 대해 순순히 자백한 오 씨.

그런데 오 씨의 범행은 우발적으로 저지른 게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범행이 발생하기 직전 상황을 촬영한 CCTV 영상입니다.

오 씨가 오토바이를 탄 채 아파트 단지를 천천히 돌고 있습니다.

아파트 입구에 한 여학생이 나타나자 방향을 바꿔 아파트 입구로 향합니다.

그리고는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여성을 따라갑니다.

사전에 범행 대상을 물색하다 성추행한 겁니다.

범행 뒤에는 준비된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지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경찰 조사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오 씨가 여학생을 추행하기 직전에도 집으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성추행했던 겁니다.

<인터뷰> 김성환(계장/경기 고양경찰서 강력계) : "강제 추행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신고가 돼 있던 상황입니다. ‘누가 신체를 만지고 갔다.’라고. 이 사건 발생하기 20분 전이에요. 연쇄적으로 일어난 거죠."

불과 몇 십분 사이에 두 명의 여성을 추행한 오씨.

오 씨는 이미 2년 전에도 성추행 혐의로 복역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김성환(계장/경기 고양경찰서 강력계) : "이 건과 비슷한 건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습니다. 피의자 진술에 의하면 주로 예쁜 여성을 보면 어떤 성적 충동을 느껴서 그런 행위를 했다고 합니다."

한 차례 처벌을 받은 오 씨는 반성은커녕 이번엔 범행을 감추기 위해 오토바이 번호판을 떼고 얼굴을 가리는 등 치밀한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인터뷰> 김성환(계장/경기 고양경찰서 강력계) : "워머라고 하는 안면 덮개를 썼고요. 모자를 써서 드러나지 않도록 그렇게 위장했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죄송합니다. 충동적으로 저도 모르게……."

귀갓길 여성을 노린 사건은 이뿐 만이 아닙니다.

지난달 29일 새벽, 인천의 한 오피스텔에서도 집으로 돌아가던 20대 여성이 추행당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이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현장에서 범인을 놓치고 맙니다.

주변 CCTV 화면을 분석한 경찰은 지난 6일 추행범을 붙잡았습니다.

그런데 추행 혐의로 검거된 사람은 다름아닌 인천연수경찰서 소속 27살 A순경이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제가 여기서 정확하게 뭐라고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해당 경찰관은 같은 날 근처에 사는 4,50대 다른 여성 2명을 쫓아간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검거된 경찰관은 당시 만취 상태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귀갓길 여성 성추행으로 입건했고 지금 현재 수사 중인 건 맞아요. 조만간에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에요."

지난 1월에는 서울 중랑구와 성북구 등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혼자 귀가하는 여성들의 가방을 낚아채 달아난 혐의로 10대 남성 2명이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인터뷰> 조성민(경기도 군포시) : "많이 무서워요. 아무래도 어둡거나 이러면 누가 갑자기 덮칠 수도 있으니까 좀 무서운 점이 있죠."

<인터뷰> 김수현(서울시 마포구) : "사실 혼자 걷고 있으면 뒤에서 모르는 사람이 같이 걷고 있다는 것만 봐도 조금 무섭거나 불안한 느낌은 드는 것 같아요."

<인터뷰> 김가희(서울시 구로구) : "요즘에 어떻게 일이 발생될 지도 모르는 거고 범죄도 솔직히 자주 일어나고 하니까 많이 무서운 게 사실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귀갓길이 조금이라도 안전해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인터뷰> 이웅혁(교수/건국대 경찰학과) : "취약 장소 등에 지능형 CCTV 등을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 취약 시설과 취약 장소에 가급적 혼자 이동하는 것보다는 2인 1조 함께 이동하는 것이 성범죄 표적이 되지 않는 방안이라고 보입니다."

서울시는 늦은 귀갓길에 여성과 동행하는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를 밤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유미화(주무관/서울 서초구청 여성보육과) : "야간에 귀가하는 여성이나 청소년들의 안전 귀가를 도와주는 서비스입니다. 지금 25개 자치구가 모두 지원하고 있는 서비스이고요."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 도착 30분 전에 120 다산콜센터로 연락하면 집 앞까지 동행해주는 귀가 스카우트와 연결됩니다.

<인터뷰> 박순옥(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 : "구청 상황실로 요청 들어오는 것도 있어요. 그때 요청하시는 분들 만나서 동행해 드리고 또 혼자 가시는 여성분들 안전하게 귀가시켜 드리고 있습니다."

매일 밤 집으로 향한 길이 더 없이 불안한 여성들, 범죄 취약한 이들을 위한 체계적인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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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밤길이 무서운 여성들…‘귀갓길 범죄’ 잇따라
    • 입력 2016-04-22 08:32:56
    • 수정2016-04-22 09:4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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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윽스한 밤길을 혼자 걷다 보면 뒤에서 나는 발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죠.

이 뒷사람의 인기척이 무섭게 느껴지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귀갓길에서 일어나는 범죄가 적지 않기 때문인데요.

최근에도 귀갓길 범죄가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범행 대상은 주로 혼자서 집으로 가는 여성들이었습니다.

여성을 뒤따라가 성추행하는가 하면, 가방을 낚아채 달아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시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혼자 가는 여성을 추행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오늘 뉴스 따라잡기에서는 사건의 전말과 해결 방안을 함께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화요일 새벽 한 시 쯤 한 여학생이 아파트 복도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립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여학생에 이어 한 남성이 뒤따라 엘리베이터에 탑니다.

그런데 남성이 갑자기 여학생을 엘리베이터 밖으로 거칠게 끌고 나옵니다.

별안간 돌변한 남성은 여학생의 몸을 강제로 만지며 추행하기 시작하는데요.

여학생이 강하게 저항하자 그대로 도망을 쳐버립니다.

<녹취> 아파트 관계자(음성변조) : "그 시간이 1시쯤에 그랬으니까 다 휴식 시간이니까. 목격한 사람은 없어요."

너무 늦은 시각이라 주변에 목격자도 비명을 들은 사람도 없었습니다.

<녹취> 인근 상가 주민(음성변조) : "저희는 11시 40분 되면 집에 가요. 닫아요. 없어요. 아무도 없어요."

그러나 그 모습은 CCTV에 고스란히 찍혔고 경찰은 수사 시작 7시간 만에 피의자 32살 오 모 씨를 검거했습니다.

<인터뷰> 김성환(계장/경기 고양경찰서 강력계) : "도주 이후에 피의자의 동선을 CCTV 관제 센터에서 6시간 30분 동안 열 명이 매달려서 추적한 결과 동선이 파악됐습니다. 피의자의 주거지에서 검거했습니다."

모든 범죄 혐의에 대해 순순히 자백한 오 씨.

그런데 오 씨의 범행은 우발적으로 저지른 게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범행이 발생하기 직전 상황을 촬영한 CCTV 영상입니다.

오 씨가 오토바이를 탄 채 아파트 단지를 천천히 돌고 있습니다.

아파트 입구에 한 여학생이 나타나자 방향을 바꿔 아파트 입구로 향합니다.

그리고는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여성을 따라갑니다.

사전에 범행 대상을 물색하다 성추행한 겁니다.

범행 뒤에는 준비된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지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경찰 조사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오 씨가 여학생을 추행하기 직전에도 집으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성추행했던 겁니다.

<인터뷰> 김성환(계장/경기 고양경찰서 강력계) : "강제 추행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신고가 돼 있던 상황입니다. ‘누가 신체를 만지고 갔다.’라고. 이 사건 발생하기 20분 전이에요. 연쇄적으로 일어난 거죠."

불과 몇 십분 사이에 두 명의 여성을 추행한 오씨.

오 씨는 이미 2년 전에도 성추행 혐의로 복역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김성환(계장/경기 고양경찰서 강력계) : "이 건과 비슷한 건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습니다. 피의자 진술에 의하면 주로 예쁜 여성을 보면 어떤 성적 충동을 느껴서 그런 행위를 했다고 합니다."

한 차례 처벌을 받은 오 씨는 반성은커녕 이번엔 범행을 감추기 위해 오토바이 번호판을 떼고 얼굴을 가리는 등 치밀한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인터뷰> 김성환(계장/경기 고양경찰서 강력계) : "워머라고 하는 안면 덮개를 썼고요. 모자를 써서 드러나지 않도록 그렇게 위장했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죄송합니다. 충동적으로 저도 모르게……."

귀갓길 여성을 노린 사건은 이뿐 만이 아닙니다.

지난달 29일 새벽, 인천의 한 오피스텔에서도 집으로 돌아가던 20대 여성이 추행당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이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현장에서 범인을 놓치고 맙니다.

주변 CCTV 화면을 분석한 경찰은 지난 6일 추행범을 붙잡았습니다.

그런데 추행 혐의로 검거된 사람은 다름아닌 인천연수경찰서 소속 27살 A순경이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제가 여기서 정확하게 뭐라고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해당 경찰관은 같은 날 근처에 사는 4,50대 다른 여성 2명을 쫓아간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검거된 경찰관은 당시 만취 상태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귀갓길 여성 성추행으로 입건했고 지금 현재 수사 중인 건 맞아요. 조만간에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에요."

지난 1월에는 서울 중랑구와 성북구 등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혼자 귀가하는 여성들의 가방을 낚아채 달아난 혐의로 10대 남성 2명이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인터뷰> 조성민(경기도 군포시) : "많이 무서워요. 아무래도 어둡거나 이러면 누가 갑자기 덮칠 수도 있으니까 좀 무서운 점이 있죠."

<인터뷰> 김수현(서울시 마포구) : "사실 혼자 걷고 있으면 뒤에서 모르는 사람이 같이 걷고 있다는 것만 봐도 조금 무섭거나 불안한 느낌은 드는 것 같아요."

<인터뷰> 김가희(서울시 구로구) : "요즘에 어떻게 일이 발생될 지도 모르는 거고 범죄도 솔직히 자주 일어나고 하니까 많이 무서운 게 사실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귀갓길이 조금이라도 안전해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인터뷰> 이웅혁(교수/건국대 경찰학과) : "취약 장소 등에 지능형 CCTV 등을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 취약 시설과 취약 장소에 가급적 혼자 이동하는 것보다는 2인 1조 함께 이동하는 것이 성범죄 표적이 되지 않는 방안이라고 보입니다."

서울시는 늦은 귀갓길에 여성과 동행하는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를 밤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유미화(주무관/서울 서초구청 여성보육과) : "야간에 귀가하는 여성이나 청소년들의 안전 귀가를 도와주는 서비스입니다. 지금 25개 자치구가 모두 지원하고 있는 서비스이고요."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 도착 30분 전에 120 다산콜센터로 연락하면 집 앞까지 동행해주는 귀가 스카우트와 연결됩니다.

<인터뷰> 박순옥(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 : "구청 상황실로 요청 들어오는 것도 있어요. 그때 요청하시는 분들 만나서 동행해 드리고 또 혼자 가시는 여성분들 안전하게 귀가시켜 드리고 있습니다."

매일 밤 집으로 향한 길이 더 없이 불안한 여성들, 범죄 취약한 이들을 위한 체계적인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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