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폐·간에 심각한 손상” 실험 보고서 고의 은폐 의혹

입력 2016.04.22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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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업체 옥시레킷벤키저가 외부기관에 의뢰한 동물실험에서 살균제를 흡입한 폐와 간에 심각한 손상이 나타난 것으로 KBS 취재결과 확인됐다. 이 실험에서 특히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증상인 간질성 폐 질환 초기 단계가 관찰되자 옥시 측은 연구 용역을 중단시켰다.

KBS가 확보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가습기 살균제 흡입 동물실험 결과 자료(2012년 5월 10일 작성)를 보면, 28일 동안 저농도로 가습기 살균제를 흡입한 실험용 쥐의 폐에서 혈관이 터져 부풀어 오르는 증상이 관찰됐다. 중간 농도로 흡입한 쥐의 폐는 1.5배 부풀어 올랐고, 고농도로 흡입한 경우는 폐에 염증과 반점이 나타났다. 폐뿐 아니라 간에서도 손상이 진행돼 고농도로 흡입한 경우 폐와 비슷한 염증과 손상이 관찰됐다.

손상 정도는 예상보다 심각해 추가 분석을 위한 폐 세척 작업조차 진행할 수 없었다. 연구원은 중간 농도와 고농도 흡입군의 경우 폐에 세척액이 주입되지 않아 분석 작업이 불가능하다는 시험 계획서 이탈 보고서를 작성해 옥시 측에 통보했다.

KCL은 이같은 결과를 토대로 지난 2012년 7월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자문위원회를 개최해 고농도 흡입 실험군에서 폐 섬유화가 나타났다는 결론을 내렸다. 폐 섬유화는 폐가 딱딱하고 두꺼워지는 증상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앓은 간질성 폐 질환의 초기 단계다.

옥시 측은 지난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터지자 정부 실험 결과에 오류가 있다며 KCL과 서울대, 호서대 등에 자체 임상 실험을 의뢰했다. 그러나 KCL 실험에서 이같은 결론이 나오자, KCL 측에 실험 농도가 정확하게 유지되지 않았다거나 시간이 정확하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또 결과 분석 방법에도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옥시 측은 결론이 나온 뒤 바로 용역 계약을 중단시켰고, 결과 보고서도 작성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옥시 측은 대신 서울대 연구팀 보고서에서 유리한 부분만 발췌하고 호서대 연구팀 보고서를 첨부해 가습기 살균제와 폐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의견서를 검찰과 경찰에 제출했다. 검찰은 옥시 측이 과학적 임상 실험 결과를 의도적으로 왜곡했다고 보고 증거인멸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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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시, “폐·간에 심각한 손상” 실험 보고서 고의 은폐 의혹
    • 입력 2016-04-22 22:04:03
    사회
가습기 살균제 업체 옥시레킷벤키저가 외부기관에 의뢰한 동물실험에서 살균제를 흡입한 폐와 간에 심각한 손상이 나타난 것으로 KBS 취재결과 확인됐다. 이 실험에서 특히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증상인 간질성 폐 질환 초기 단계가 관찰되자 옥시 측은 연구 용역을 중단시켰다.

KBS가 확보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가습기 살균제 흡입 동물실험 결과 자료(2012년 5월 10일 작성)를 보면, 28일 동안 저농도로 가습기 살균제를 흡입한 실험용 쥐의 폐에서 혈관이 터져 부풀어 오르는 증상이 관찰됐다. 중간 농도로 흡입한 쥐의 폐는 1.5배 부풀어 올랐고, 고농도로 흡입한 경우는 폐에 염증과 반점이 나타났다. 폐뿐 아니라 간에서도 손상이 진행돼 고농도로 흡입한 경우 폐와 비슷한 염증과 손상이 관찰됐다.

손상 정도는 예상보다 심각해 추가 분석을 위한 폐 세척 작업조차 진행할 수 없었다. 연구원은 중간 농도와 고농도 흡입군의 경우 폐에 세척액이 주입되지 않아 분석 작업이 불가능하다는 시험 계획서 이탈 보고서를 작성해 옥시 측에 통보했다.

KCL은 이같은 결과를 토대로 지난 2012년 7월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자문위원회를 개최해 고농도 흡입 실험군에서 폐 섬유화가 나타났다는 결론을 내렸다. 폐 섬유화는 폐가 딱딱하고 두꺼워지는 증상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앓은 간질성 폐 질환의 초기 단계다.

옥시 측은 지난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터지자 정부 실험 결과에 오류가 있다며 KCL과 서울대, 호서대 등에 자체 임상 실험을 의뢰했다. 그러나 KCL 실험에서 이같은 결론이 나오자, KCL 측에 실험 농도가 정확하게 유지되지 않았다거나 시간이 정확하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또 결과 분석 방법에도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옥시 측은 결론이 나온 뒤 바로 용역 계약을 중단시켰고, 결과 보고서도 작성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옥시 측은 대신 서울대 연구팀 보고서에서 유리한 부분만 발췌하고 호서대 연구팀 보고서를 첨부해 가습기 살균제와 폐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의견서를 검찰과 경찰에 제출했다. 검찰은 옥시 측이 과학적 임상 실험 결과를 의도적으로 왜곡했다고 보고 증거인멸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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