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자 대표가 뭐길래

입력 2016.04.24 (22:31) 수정 2016.04.25 (00:4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프롤로그>

<인터뷰> 황진수(입주자대표회의 회장 후보자) : "(개표를 해야하는데)관리소 직원들이 일체 움직이지 않고 개표에 협조를 하지 않는 겁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꼬투리 잡고.."

<인터뷰> 정제택(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선거 참관인) : "대리 투표를 한 게 발견이 됐어요. 부정투표니까 개표를 하면 안되잖아요."

<인터뷰> 송주열(아파트비리척결운동본부 대표) : "이권이 있기 때문에 다툼이 발생하는 거고요. 자기네편이 동대표가 되어야 목적 달성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아파트에서는 원칙이나 상식이 우선하지 않고요 '떼법'이 우선합니다."

<인터뷰> 남기업(아파트 입주자 대표 회장) : "모든 결재를 회장이 하기 때문에 입주자 대표 회장과 소장이 마음만 맞으면 중요한 일을 막 추진할 수가 있죠."

<기자 오프닝>

여러분은 어떤 집에 살고 계십니까.

통계를 보면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은 규모가 크든 작든 이런 아파트나 다세대주택 같은 공동주택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공동 시설에서 함께 생활하는 만큼 이곳에는 입주자대표회의라는 자치기구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입주자대표회의의 회장을 뽑는 선거, 치열하고, 때론 살벌하기까지 합니다.

대체 어떤 자리길래 이런 극한 다툼이 끊이지 않는 걸까요?

<리포트>

40여 년 전, 한강변에 세워진 서울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단지.

재건축을 앞두고 있습니다.

<녹취> 부동산 관계자(음성변조) : "기본계획이 아직 수립이 안됐거든요. 그게 곧 발표가 되고요 시세는 지금 요즘 계속 오르는 추세고요. 압구정동의 가장 강남의 주요요지이기 때문에 평당으로 얘기하면 8~9천까지 오를 것 같아요"

지난 2월 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실.

누군가 유리창을 깨고, 문을 열자 사람들이 안으로 몰려 들어갑니다.

한쪽에 봉인돼 쌓여있던 상자를 열고, 안에 든 종이 뭉치를 꺼내 세기 시작합니다.

10여 분 뒤 또 다른 무리가 회의실로 몰려 들어옵니다.

몸싸움이 벌어지고 , 몇몇은 상자를 밖으로 가져나갑니다.

경찰까지 출동한 상태에서도 실랑이가 그치지 않는 상황.

난장판의 원인이 된 이 상자는 아파트 입주자 대표 선거 투표함입니다.

<인터뷰> 김광자(OO아파트 선거관리위원장) : "무조건 개표를 한다고 덮어논 랩이고 그런걸 싹 가위로 찢어버리고 개표를 한다고 했어요..."

2월 초 입주자 대표 회장을 뽑는 선거가 이뤄졌지만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돼 개표하지 못하고 한 달째 투표함을 보관하던 상황.

선거관리위원장이 개표를 강행하는 과정에서 반대 측과 충돌이 빚어진 겁니다.

<인터뷰> 김광자(OO아파트 선거관리위원장) : "투표를 했으면 개표를 해야지 원칙인데 선거법 위반을 했으면 개표는 하되 나중에 10일 이내에 불법 선거했다는 것을 법원에 제출해서 자기들까리 소송을 하든지 하면 되는데 왜 개표를 못하도록 방해를 하는지.."

모두 4명의 후보가 출마한 이 선거에서 후보 3명은 대리투표가 있었다며 개표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선거관리위원들도 개표 찬성측과 반대측으로 갈렸습니다.

<인터뷰> 정송강(아파트 선거관리위원) : "일단 개표를 해갖고 발표를 해버리면 우리가 본안소송이 들어가면 2년이라는 세월에서 2년동안 재건축 추진위원회니 뭐 조합장이니 다 결성되버리는 거에요. (투표함이)밤에 기계실에 있으면 그걸 또 탈취 점령할 수 있거든. 점거할 수 있기 때문에 이거를 제3 장소에 갖다놔야 안전할 수 있다해서..."

관리소장과 선거 참관인도 투표함을 보존하자는 쪽이거나 개표를 강행하자는 쪽에 서 있습니다.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선거 관리에 회의가 제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녹취> 장 모 씨(OO아파트 관리소장) : "저는 중립을 지키지 않습니다. 저는 올바르게 정의의 편에 서서 일하는 사람 편을 듭니다.개표를 보류하려면 투표함을 보존해야되잖아요. 그 보존의무를 지킨 것 뿐이에요"

입주자 대표 후보들과 선관위원, 관리소장 등이 서로 나뉘어 형사 고소를 하고 정당성을 주장하는 인쇄물을 서로 떼고 붙이는 등 벽보전도 치열합니다.

<인터뷰> 송주열(아파트비리척결 운동본부 대표) : "자기네 편이 동대표가 되어야 목적달성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아파트에서는 원칙이나 상식이 우선하지 않고요.. 선관위가 투명하게 심판으로서 선거를 감독하지 않고이게 원칙이다. 예를 들면 부정선거를 해도된다 이런 주장이 통하는 곳이 굉장히 많습니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와 관련해 갈등이 벌어진 곳은 이곳 뿐만이 아닙니다.

한 쪽을 지지하면서 투표함을 가지고 달아나기도 하고, (부산, 양산) 부정투표나 비리의혹으로 고소고발이 잇따르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지난해 말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선 연임에 실패한 전 입주자대표의 남편이 아파트 운영방식을 놓고 갈등을 빚던 현직 입주자대표를 때려 숨지게 한 일도 있었습니다.

통상 임기 2년에 보수도 거의 없는 곳이 대부분인 아파트 입주자 대표.

이렇게까지 입주자대표 자리를 탐내는 이유는 뭘까.

<인터뷰> 송주열(아파트비리척결 운동본부 대표) : "이권이 있기 때문에 다툼이 발생하는 것이고요. 입주자대표회의가 (의결정족수의)과반수만 확보하면요 관리비를 마음대로 집행할 수 있어요, 천세대 아파트 관리비가 연간 25억에서 30억정도 됩니다. 입주민 입장에는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습니다"

개표 갈등을 겪고 있는 압구정 이 아파트의 경우 1년 예산이 백억 원이 훌쩍 넘습니다.

게다가 재건축까지 앞두고 있습니다.

<인터뷰> 신영세(아파트 전 입주자대표회장) : "우리는 3130 가구를 살림하고 있기 때문에 직원들 인건비 급여 이돈까지 하면 한 150억 정도..(1년에요?)네, 120억에서 150억 정도 되고..."

<녹취> 장 모씨(OO아파트 관리소장) : "올 하반기가 되면 여기 압구정지구에 대한 재건축 추진위원장을 뽑으려고 하고 있대요. 그 재건축 추진위원장의 헤게모니를 잡기 위해서..."

47살 남기업씨.

지난해 9월, 천6백여 가구 아파트 단지의 입주자대표회장으로 선출됐습니다.

<인터뷰> 남기업(입주자대표 회장) : "저는 토지문제를 해결하는 이론이나 정책을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정작 제가 살고 있는 마을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심했구나.. 한 번 참여해봐야겠다 마을 일에.. 그렇게 하는 것이 좀 건강한 시민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한달에 한번 동 대표들과 모여 아파트 살림살이를 논의하고 결정합니다.

<인터뷰> 남기업(입주자대표 회장) : "여기가 입주자대표 회의실입니다. (동대표 등) 15명이 여기 모여서 한달에 한 번 씩 정기적으로 회의를 합니다.공사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 그리고 공사업체를 어떻게 선정할 것이냐 그런 것이 주된 결정사항이죠"

입주자 대표 업무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습니다.

남 씨는 임기를 시작하고 석 달 동안 세 번의 해임투표를 거쳐야 했습니다.

아파트 관리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며 입주자대표 회의록을 공개한 것이 발단이 됐습니다.

<인터뷰> 남기업(입주자대표 회장) : "회의록을 공개해야 입주민들이 어떤 이야기를 통해서 결론이 도출됐는지를 알 수 있고 해서 그거를 했는데 저를 해임시키려고 하는 분들이 그 회의록 공개하는 거를 그렇게 반대하고 싫어하시더라고요"

해임투표는 부결됐고, 이어진 소송에서도 법원은 남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인터뷰> 남기업(입주자대표 회장) : "모든 결재를 회장이 하기 때문에 입주자 대표 회장과 소장이 마음만 맞으면 중요한 일을 막 추진할 수가 있죠. 동대표들이 있는데 동대표들은 사실 한달에 한 번씩 열리는 정기 회의에 와서 그냥 설명을 듣고 결정을 해주는 역할에 머무르기가 굉장히 쉬워요."

지난달 공개된 전국 아파트 첫 외부회계감사 결과입니다.

의무감사대상 단지 10곳 가운데 두 곳 꼴로 회계처리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현금 흐름표를 작성하지 않아 자산의 흐름을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43.9%) 회계자료를 누락하거나(18.2%) 장기수선충당금을 엉뚱한 곳에 사용한 경우(15.8%)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송주열(아파트비리척결 운동본부 대표) : "허위영수증을 만들어 놓고 돈을 지출하는 사례가 굉장히 많고요. 공사를 하지도 않았는데 승강기를 수리하지도 않았는데 영수증을 청구하고 돈이 지출되는 사례들이 의외로 많고요. 그 다음에 공사비를 부풀려가지고 부당하게 지출하는 사례가 아주 많습니다."

경기도 오산에 있는 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는 아파트 도색공사를 하면서 뒷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말 구속됐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공사비를 부풀리기 위해서 업체와 짜고 맹물이 든 페인트 통을 납품받은 혐의가 제기된 겁니다.

<인터뷰> 신숭희(화성동부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페인트가 들어있는 것처럼 무게를 속이기 위해 물을 넣은 것으로.."

실제로 올해 초 경찰의 공동주택 관리비리 특별단속에서 입건된 비리행위자 153명 가운데 76%는 입주자대표(41.4%)와 관리소장(35.3%)이었습니다.

하지만 입주자대표 선거가 아무리 시끄러워도, 그리고 부정과 비리가 있다고 해도 입주자 대부분은 아파트 관리운영에 관심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인터뷰> 이보니(경기도 광명시 철산동) : "(아파트입주자대표 회장이 누군지 혹시 아세요?) 몰라요. (동대표가 누군지는?) 몰라요. 투표하는 건 봤는데 잘 몰라요."

<인터뷰> 손대현(서울 동부이촌동) : "아니요. 전 잘 몰라요. (대표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진 알고 계신가요?) 아니요. 전혀 알지 못하고요.."

<인터뷰> 김지은(서울 이촌동) : "관리비를 내긴 하는데 원래 이렇게 내는거구나라고 생각하고 당연히 내야되는 돈이라고 생각해서 유심히 보지 않는 것 같아요.

<인터뷰> 남기업(입주자대표 회장) : "80퍼센트 정도는 무관심 해요. 사실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집에 와서까지 무슨 문제에 개입하고 싶지 않은거에요. 무관심하니까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이 들어와서 할 수 있고 그럼 그런 분들이 부정을 저지르면 그 부정이 드러나지 않기 위해서 다음번에도 또 나오고 그걸 덮으려고 하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불편해하고 밀어내려고하고 제가 보기에는 그런게 일반적인 패턴인 것 같아요"

정부는 동대표 등 입주자대표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한 감사의 기능을 강화한 법률을 지난 11일 입법예고했습니다.

하지만 무보수명예직인데다 비전문가인 입주자대표를 제도적으로 견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인터뷰> 남기업(입주자대표 회장) : "좋은 입주자대표는 투명성을 강화하는, 주민들에게 공개하고 이런 것을 더 더 열심히 하는, 그런 것에 마음이 열려있는 분들이 저는 좋은 입주자 대표라는 생각이 들어요"

전국 공동주택에서 연간 12조 원의 관리비 집행을 결정하는 입주자대표회의.

어떤 동대표와 회장을 선출해서 어떤 자치공동체를 운영할 것인지, 결국 아파트 주민들의 관심과 감시에 달린 문제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입주자 대표가 뭐길래
    • 입력 2016-04-24 22:48:22
    • 수정2016-04-25 00:44:32
    취재파일K
<프롤로그>

<인터뷰> 황진수(입주자대표회의 회장 후보자) : "(개표를 해야하는데)관리소 직원들이 일체 움직이지 않고 개표에 협조를 하지 않는 겁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꼬투리 잡고.."

<인터뷰> 정제택(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선거 참관인) : "대리 투표를 한 게 발견이 됐어요. 부정투표니까 개표를 하면 안되잖아요."

<인터뷰> 송주열(아파트비리척결운동본부 대표) : "이권이 있기 때문에 다툼이 발생하는 거고요. 자기네편이 동대표가 되어야 목적 달성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아파트에서는 원칙이나 상식이 우선하지 않고요 '떼법'이 우선합니다."

<인터뷰> 남기업(아파트 입주자 대표 회장) : "모든 결재를 회장이 하기 때문에 입주자 대표 회장과 소장이 마음만 맞으면 중요한 일을 막 추진할 수가 있죠."

<기자 오프닝>

여러분은 어떤 집에 살고 계십니까.

통계를 보면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은 규모가 크든 작든 이런 아파트나 다세대주택 같은 공동주택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공동 시설에서 함께 생활하는 만큼 이곳에는 입주자대표회의라는 자치기구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입주자대표회의의 회장을 뽑는 선거, 치열하고, 때론 살벌하기까지 합니다.

대체 어떤 자리길래 이런 극한 다툼이 끊이지 않는 걸까요?

<리포트>

40여 년 전, 한강변에 세워진 서울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단지.

재건축을 앞두고 있습니다.

<녹취> 부동산 관계자(음성변조) : "기본계획이 아직 수립이 안됐거든요. 그게 곧 발표가 되고요 시세는 지금 요즘 계속 오르는 추세고요. 압구정동의 가장 강남의 주요요지이기 때문에 평당으로 얘기하면 8~9천까지 오를 것 같아요"

지난 2월 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실.

누군가 유리창을 깨고, 문을 열자 사람들이 안으로 몰려 들어갑니다.

한쪽에 봉인돼 쌓여있던 상자를 열고, 안에 든 종이 뭉치를 꺼내 세기 시작합니다.

10여 분 뒤 또 다른 무리가 회의실로 몰려 들어옵니다.

몸싸움이 벌어지고 , 몇몇은 상자를 밖으로 가져나갑니다.

경찰까지 출동한 상태에서도 실랑이가 그치지 않는 상황.

난장판의 원인이 된 이 상자는 아파트 입주자 대표 선거 투표함입니다.

<인터뷰> 김광자(OO아파트 선거관리위원장) : "무조건 개표를 한다고 덮어논 랩이고 그런걸 싹 가위로 찢어버리고 개표를 한다고 했어요..."

2월 초 입주자 대표 회장을 뽑는 선거가 이뤄졌지만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돼 개표하지 못하고 한 달째 투표함을 보관하던 상황.

선거관리위원장이 개표를 강행하는 과정에서 반대 측과 충돌이 빚어진 겁니다.

<인터뷰> 김광자(OO아파트 선거관리위원장) : "투표를 했으면 개표를 해야지 원칙인데 선거법 위반을 했으면 개표는 하되 나중에 10일 이내에 불법 선거했다는 것을 법원에 제출해서 자기들까리 소송을 하든지 하면 되는데 왜 개표를 못하도록 방해를 하는지.."

모두 4명의 후보가 출마한 이 선거에서 후보 3명은 대리투표가 있었다며 개표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선거관리위원들도 개표 찬성측과 반대측으로 갈렸습니다.

<인터뷰> 정송강(아파트 선거관리위원) : "일단 개표를 해갖고 발표를 해버리면 우리가 본안소송이 들어가면 2년이라는 세월에서 2년동안 재건축 추진위원회니 뭐 조합장이니 다 결성되버리는 거에요. (투표함이)밤에 기계실에 있으면 그걸 또 탈취 점령할 수 있거든. 점거할 수 있기 때문에 이거를 제3 장소에 갖다놔야 안전할 수 있다해서..."

관리소장과 선거 참관인도 투표함을 보존하자는 쪽이거나 개표를 강행하자는 쪽에 서 있습니다.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선거 관리에 회의가 제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녹취> 장 모 씨(OO아파트 관리소장) : "저는 중립을 지키지 않습니다. 저는 올바르게 정의의 편에 서서 일하는 사람 편을 듭니다.개표를 보류하려면 투표함을 보존해야되잖아요. 그 보존의무를 지킨 것 뿐이에요"

입주자 대표 후보들과 선관위원, 관리소장 등이 서로 나뉘어 형사 고소를 하고 정당성을 주장하는 인쇄물을 서로 떼고 붙이는 등 벽보전도 치열합니다.

<인터뷰> 송주열(아파트비리척결 운동본부 대표) : "자기네 편이 동대표가 되어야 목적달성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아파트에서는 원칙이나 상식이 우선하지 않고요.. 선관위가 투명하게 심판으로서 선거를 감독하지 않고이게 원칙이다. 예를 들면 부정선거를 해도된다 이런 주장이 통하는 곳이 굉장히 많습니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와 관련해 갈등이 벌어진 곳은 이곳 뿐만이 아닙니다.

한 쪽을 지지하면서 투표함을 가지고 달아나기도 하고, (부산, 양산) 부정투표나 비리의혹으로 고소고발이 잇따르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지난해 말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선 연임에 실패한 전 입주자대표의 남편이 아파트 운영방식을 놓고 갈등을 빚던 현직 입주자대표를 때려 숨지게 한 일도 있었습니다.

통상 임기 2년에 보수도 거의 없는 곳이 대부분인 아파트 입주자 대표.

이렇게까지 입주자대표 자리를 탐내는 이유는 뭘까.

<인터뷰> 송주열(아파트비리척결 운동본부 대표) : "이권이 있기 때문에 다툼이 발생하는 것이고요. 입주자대표회의가 (의결정족수의)과반수만 확보하면요 관리비를 마음대로 집행할 수 있어요, 천세대 아파트 관리비가 연간 25억에서 30억정도 됩니다. 입주민 입장에는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습니다"

개표 갈등을 겪고 있는 압구정 이 아파트의 경우 1년 예산이 백억 원이 훌쩍 넘습니다.

게다가 재건축까지 앞두고 있습니다.

<인터뷰> 신영세(아파트 전 입주자대표회장) : "우리는 3130 가구를 살림하고 있기 때문에 직원들 인건비 급여 이돈까지 하면 한 150억 정도..(1년에요?)네, 120억에서 150억 정도 되고..."

<녹취> 장 모씨(OO아파트 관리소장) : "올 하반기가 되면 여기 압구정지구에 대한 재건축 추진위원장을 뽑으려고 하고 있대요. 그 재건축 추진위원장의 헤게모니를 잡기 위해서..."

47살 남기업씨.

지난해 9월, 천6백여 가구 아파트 단지의 입주자대표회장으로 선출됐습니다.

<인터뷰> 남기업(입주자대표 회장) : "저는 토지문제를 해결하는 이론이나 정책을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정작 제가 살고 있는 마을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심했구나.. 한 번 참여해봐야겠다 마을 일에.. 그렇게 하는 것이 좀 건강한 시민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한달에 한번 동 대표들과 모여 아파트 살림살이를 논의하고 결정합니다.

<인터뷰> 남기업(입주자대표 회장) : "여기가 입주자대표 회의실입니다. (동대표 등) 15명이 여기 모여서 한달에 한 번 씩 정기적으로 회의를 합니다.공사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 그리고 공사업체를 어떻게 선정할 것이냐 그런 것이 주된 결정사항이죠"

입주자 대표 업무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습니다.

남 씨는 임기를 시작하고 석 달 동안 세 번의 해임투표를 거쳐야 했습니다.

아파트 관리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며 입주자대표 회의록을 공개한 것이 발단이 됐습니다.

<인터뷰> 남기업(입주자대표 회장) : "회의록을 공개해야 입주민들이 어떤 이야기를 통해서 결론이 도출됐는지를 알 수 있고 해서 그거를 했는데 저를 해임시키려고 하는 분들이 그 회의록 공개하는 거를 그렇게 반대하고 싫어하시더라고요"

해임투표는 부결됐고, 이어진 소송에서도 법원은 남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인터뷰> 남기업(입주자대표 회장) : "모든 결재를 회장이 하기 때문에 입주자 대표 회장과 소장이 마음만 맞으면 중요한 일을 막 추진할 수가 있죠. 동대표들이 있는데 동대표들은 사실 한달에 한 번씩 열리는 정기 회의에 와서 그냥 설명을 듣고 결정을 해주는 역할에 머무르기가 굉장히 쉬워요."

지난달 공개된 전국 아파트 첫 외부회계감사 결과입니다.

의무감사대상 단지 10곳 가운데 두 곳 꼴로 회계처리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현금 흐름표를 작성하지 않아 자산의 흐름을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43.9%) 회계자료를 누락하거나(18.2%) 장기수선충당금을 엉뚱한 곳에 사용한 경우(15.8%)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송주열(아파트비리척결 운동본부 대표) : "허위영수증을 만들어 놓고 돈을 지출하는 사례가 굉장히 많고요. 공사를 하지도 않았는데 승강기를 수리하지도 않았는데 영수증을 청구하고 돈이 지출되는 사례들이 의외로 많고요. 그 다음에 공사비를 부풀려가지고 부당하게 지출하는 사례가 아주 많습니다."

경기도 오산에 있는 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는 아파트 도색공사를 하면서 뒷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말 구속됐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공사비를 부풀리기 위해서 업체와 짜고 맹물이 든 페인트 통을 납품받은 혐의가 제기된 겁니다.

<인터뷰> 신숭희(화성동부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페인트가 들어있는 것처럼 무게를 속이기 위해 물을 넣은 것으로.."

실제로 올해 초 경찰의 공동주택 관리비리 특별단속에서 입건된 비리행위자 153명 가운데 76%는 입주자대표(41.4%)와 관리소장(35.3%)이었습니다.

하지만 입주자대표 선거가 아무리 시끄러워도, 그리고 부정과 비리가 있다고 해도 입주자 대부분은 아파트 관리운영에 관심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인터뷰> 이보니(경기도 광명시 철산동) : "(아파트입주자대표 회장이 누군지 혹시 아세요?) 몰라요. (동대표가 누군지는?) 몰라요. 투표하는 건 봤는데 잘 몰라요."

<인터뷰> 손대현(서울 동부이촌동) : "아니요. 전 잘 몰라요. (대표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진 알고 계신가요?) 아니요. 전혀 알지 못하고요.."

<인터뷰> 김지은(서울 이촌동) : "관리비를 내긴 하는데 원래 이렇게 내는거구나라고 생각하고 당연히 내야되는 돈이라고 생각해서 유심히 보지 않는 것 같아요.

<인터뷰> 남기업(입주자대표 회장) : "80퍼센트 정도는 무관심 해요. 사실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집에 와서까지 무슨 문제에 개입하고 싶지 않은거에요. 무관심하니까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이 들어와서 할 수 있고 그럼 그런 분들이 부정을 저지르면 그 부정이 드러나지 않기 위해서 다음번에도 또 나오고 그걸 덮으려고 하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불편해하고 밀어내려고하고 제가 보기에는 그런게 일반적인 패턴인 것 같아요"

정부는 동대표 등 입주자대표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한 감사의 기능을 강화한 법률을 지난 11일 입법예고했습니다.

하지만 무보수명예직인데다 비전문가인 입주자대표를 제도적으로 견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인터뷰> 남기업(입주자대표 회장) : "좋은 입주자대표는 투명성을 강화하는, 주민들에게 공개하고 이런 것을 더 더 열심히 하는, 그런 것에 마음이 열려있는 분들이 저는 좋은 입주자 대표라는 생각이 들어요"

전국 공동주택에서 연간 12조 원의 관리비 집행을 결정하는 입주자대표회의.

어떤 동대표와 회장을 선출해서 어떤 자치공동체를 운영할 것인지, 결국 아파트 주민들의 관심과 감시에 달린 문제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