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리포트] 짜맞추기에 조작까지…주문형 대학 연구 보고서

입력 2016.04.29 (21:26) 수정 2016.04.29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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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전모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우리나라 대학들의 비윤리적인 실험 행태도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대학과 기업, 정부의 먹이사슬 속에서 엉터리 실험을 하거나 결과를 은폐 왜곡하는 주문형 보고서가 양산된 겁니다.

학계에 만연한 연구부정 실태를 김기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대학 교수는 지난해 정부로부터 8천 만 원짜리 이산화탄소 저감 정책에 대한 연구 용역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연구 초기부터 정부 관계자는 엉뚱한 요구를 했습니다.

<녹취> 00 대학교 교수(음성변조) : "A라는 (조사) 방법이 결과가 좋게 안 나오니까 방법을 B나 C로 바꿔달라고 요청을 하고..."

그러더니 나중에는 아예 공무원이 만든 보고서에 교수 이름만 올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조작 보고서가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녹취> 00 대학교 교수(음성변조) : "자기들이 보고서를 써서... 이 정도로 나가면 아주 나이스 할 것 같은데 큰 문제 없는지 체크해 달라고..."

한 제약회사는 대학에 연구 용역을 의뢰하면서 정해진 시간 내에 원하는 결과를 도출해 달라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녹취> 제약회사 관계자 : "임상 시험기간이 5년 정도 걸리는데 비용이 수십억 원이 들어가요. 늦어지면 안 되니까 회사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거죠."

거액의 연구비를 받는 대학교수들은 기업을 고객이라고 표현합니다.

<녹취> △△ 대학교 교수(음성변조) : "고객이 갑이니까 그 고객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결과를 낼 수밖에 없잖아요."

한국연구재단의 조사 결과 대학 소속 연구자들의 절반 정도가 2년 동안 연구 부정행위를 두세 번 저질렀다고 응답할 정도로 연구 윤리 훼손은 심각합니다.

전국의 대학교가 정부와 지자체, 기업으로부터 발주 받는 연구용역은 지난 2014년에만 4만여 건으로 연구비는 6조 5천억 원이 넘습니다.

<인터뷰> 이민호(한국연구재단/학술기반진흥팀 선임연구원) : "연구윤리 업무를 저 혼자 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도 연구윤리 부서에 전담 직원이 한명, 또는 없거나 겸업하는 형태로.."

각 대학에 설치된 연구 윤리위원회 활동도 형식적입니다.

기업과 정부, 대학의 먹이사슬 속에서 만들어지는 주문형 용역보고서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기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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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리포트] 짜맞추기에 조작까지…주문형 대학 연구 보고서
    • 입력 2016-04-29 21:27:33
    • 수정2016-04-29 22: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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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전모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우리나라 대학들의 비윤리적인 실험 행태도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대학과 기업, 정부의 먹이사슬 속에서 엉터리 실험을 하거나 결과를 은폐 왜곡하는 주문형 보고서가 양산된 겁니다.

학계에 만연한 연구부정 실태를 김기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대학 교수는 지난해 정부로부터 8천 만 원짜리 이산화탄소 저감 정책에 대한 연구 용역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연구 초기부터 정부 관계자는 엉뚱한 요구를 했습니다.

<녹취> 00 대학교 교수(음성변조) : "A라는 (조사) 방법이 결과가 좋게 안 나오니까 방법을 B나 C로 바꿔달라고 요청을 하고..."

그러더니 나중에는 아예 공무원이 만든 보고서에 교수 이름만 올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조작 보고서가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녹취> 00 대학교 교수(음성변조) : "자기들이 보고서를 써서... 이 정도로 나가면 아주 나이스 할 것 같은데 큰 문제 없는지 체크해 달라고..."

한 제약회사는 대학에 연구 용역을 의뢰하면서 정해진 시간 내에 원하는 결과를 도출해 달라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녹취> 제약회사 관계자 : "임상 시험기간이 5년 정도 걸리는데 비용이 수십억 원이 들어가요. 늦어지면 안 되니까 회사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거죠."

거액의 연구비를 받는 대학교수들은 기업을 고객이라고 표현합니다.

<녹취> △△ 대학교 교수(음성변조) : "고객이 갑이니까 그 고객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결과를 낼 수밖에 없잖아요."

한국연구재단의 조사 결과 대학 소속 연구자들의 절반 정도가 2년 동안 연구 부정행위를 두세 번 저질렀다고 응답할 정도로 연구 윤리 훼손은 심각합니다.

전국의 대학교가 정부와 지자체, 기업으로부터 발주 받는 연구용역은 지난 2014년에만 4만여 건으로 연구비는 6조 5천억 원이 넘습니다.

<인터뷰> 이민호(한국연구재단/학술기반진흥팀 선임연구원) : "연구윤리 업무를 저 혼자 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도 연구윤리 부서에 전담 직원이 한명, 또는 없거나 겸업하는 형태로.."

각 대학에 설치된 연구 윤리위원회 활동도 형식적입니다.

기업과 정부, 대학의 먹이사슬 속에서 만들어지는 주문형 용역보고서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기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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