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시선] 영화계가 자초한 ‘잔인한 4월’

입력 2016.05.04 (11:05) 수정 2016.05.0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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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희 영화평론가

여러분 혹시 보릿고개라는 말, 들어 보셨나요? 먹을 게 풍족하지 않던 시절에, 특히 봄에 먹을 게 별로 없어서 ‘보리로 춘궁기를 연명했다’고 해서 보릿고개라는 말이 생겼는데요. 한국 영화에도 이 보릿고개가 있습니다. 전형적인 비수기로 통하는 봄 시즌에 이렇다 할 만한 흥행작이 별로 나오지 않는 걸 일컫는데요. 올해는 이 한국 영화의 보릿고개가 여느 때보다 심해진 것 같습니다. 그 이유가 뭔지 까칠한 시선에서 짚어봅니다.

4월 개봉 한국영화의 초라한 흥행 성적

4월 한 달 동안 흥행한 영화, 어떤 작품이 있을까요. 딱히 떠오르는 영화가 없다고요? 순위상으로는 곽재용 감독의 <시간이탈자>가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거머쥐면서 선전하는 것으로 보였죠. 하지만 말 그대로 그렇게 보였던 것뿐입니다. 실제로 영화 <시간이탈자>는 개봉한 4월 13일부터 줄곧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켰지만 100만 명을 살짝 웃도는 흥행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다른 영화들의 성적, 더욱 참혹합니다. <해어화>의 경우는요. 50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관객 동원 기록을 냈는데요. 4월 개봉작 가운데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날 보러와요>가 거의 유일한데요. 그나마 이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었던 건 워낙 저예산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시야를 조금 넓혀서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2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한국 영화는 몇 편이나 될지 따져봤습니다. 황정민, 강동원 주연의 <검사외전>이 970만 명, 거의 천만 명에 육박하는 흥행 기록을 세웠죠. 그 뒤를 잇는 흥행작은 의외의 히트를 기록한 <귀향>이라는 작품입니다. 일제 강점기 위안부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여서 많은 이들이 이 작품에 지지를 보냈습니다. 그래서 358만 명이라는 의미 있는 흥행을 기록했죠. 자, <검사외전>과 <귀향> 지금까지 나온 올해 개봉작 가운에 200만 명 이상을 돌파한 영화는 단 두 편뿐입니다.

나머지 영화들은 죄다 잘 되어봤자 100만 명 안팎이거나 그 이하의 저조한 흥행성적을 냈죠. 아이돌 출신 배우 임시완이 주연한 최근 드라마 <오빠 생각>이 106만 명, 유아인 등의 스타급 배우들이 출연한 로맨스 영화 <좋아해줘>가 84만 명, 유연석과 문채원이 주연한 로맨틱 코미디 <그날의 분위기>가 65만 명, 심은경 주연의 스릴러 영화 <널 기다리며>가 63만 명, 이성민 주연의 SF 휴먼드라마 <로봇, 소리>가 47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습니다. 다만, 5억 원의 저예산으로 만들어져서 116만 명을 동원한 이준익 감독의 <동주>는 작지만 알찬 흥행을 거둔 예외에 속합니다. 어쨌든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걸까요?

비수기에 관객 발길 뚝 끊겨... 개봉작도 기대에 못미쳐

대부분의 메이저 배급사들이 대규모 제작비를 들인, 소위 미는 작품들을 성수기인 여름이나 겨울 시즌에 집중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비수기에는 비교적 중·저예산 영화들을 내놓는데요. 문제는 그 완성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관객이 비수기에 더욱 극장에 안 가게 되고, 그러다 보니까 나름 괜찮은 완성도를 갖췄어도 흥행이 잘 안 되는 악순환이 심화하고 있는 거죠.

영화진흥위원회의 통합 전산망을 보니까요. 올해 1/4분기 극장을 찾은 관객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 100만 명 정도가 줄어들었습니다. 한국 영화의 춘궁기 또는 보릿고개는 다분히 자초한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규모는 작지만 한 방이 있는 영화, 그런 영화에는 관객들이 흔쾌히 지지를 보냈는데요. 이를테면 <귀향>이나 <동주>같은 작품들입니다. 그런데 두 편 모두 메이저 배급사들의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지금까지 까칠한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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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칠한 시선] 영화계가 자초한 ‘잔인한 4월’
    • 입력 2016-05-04 11:05:28
    • 수정2016-05-04 14:04:22
    까칠한 시선
최광희 영화평론가

여러분 혹시 보릿고개라는 말, 들어 보셨나요? 먹을 게 풍족하지 않던 시절에, 특히 봄에 먹을 게 별로 없어서 ‘보리로 춘궁기를 연명했다’고 해서 보릿고개라는 말이 생겼는데요. 한국 영화에도 이 보릿고개가 있습니다. 전형적인 비수기로 통하는 봄 시즌에 이렇다 할 만한 흥행작이 별로 나오지 않는 걸 일컫는데요. 올해는 이 한국 영화의 보릿고개가 여느 때보다 심해진 것 같습니다. 그 이유가 뭔지 까칠한 시선에서 짚어봅니다.

4월 개봉 한국영화의 초라한 흥행 성적

4월 한 달 동안 흥행한 영화, 어떤 작품이 있을까요. 딱히 떠오르는 영화가 없다고요? 순위상으로는 곽재용 감독의 <시간이탈자>가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거머쥐면서 선전하는 것으로 보였죠. 하지만 말 그대로 그렇게 보였던 것뿐입니다. 실제로 영화 <시간이탈자>는 개봉한 4월 13일부터 줄곧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켰지만 100만 명을 살짝 웃도는 흥행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다른 영화들의 성적, 더욱 참혹합니다. <해어화>의 경우는요. 50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관객 동원 기록을 냈는데요. 4월 개봉작 가운데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날 보러와요>가 거의 유일한데요. 그나마 이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었던 건 워낙 저예산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시야를 조금 넓혀서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2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한국 영화는 몇 편이나 될지 따져봤습니다. 황정민, 강동원 주연의 <검사외전>이 970만 명, 거의 천만 명에 육박하는 흥행 기록을 세웠죠. 그 뒤를 잇는 흥행작은 의외의 히트를 기록한 <귀향>이라는 작품입니다. 일제 강점기 위안부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여서 많은 이들이 이 작품에 지지를 보냈습니다. 그래서 358만 명이라는 의미 있는 흥행을 기록했죠. 자, <검사외전>과 <귀향> 지금까지 나온 올해 개봉작 가운에 200만 명 이상을 돌파한 영화는 단 두 편뿐입니다.

나머지 영화들은 죄다 잘 되어봤자 100만 명 안팎이거나 그 이하의 저조한 흥행성적을 냈죠. 아이돌 출신 배우 임시완이 주연한 최근 드라마 <오빠 생각>이 106만 명, 유아인 등의 스타급 배우들이 출연한 로맨스 영화 <좋아해줘>가 84만 명, 유연석과 문채원이 주연한 로맨틱 코미디 <그날의 분위기>가 65만 명, 심은경 주연의 스릴러 영화 <널 기다리며>가 63만 명, 이성민 주연의 SF 휴먼드라마 <로봇, 소리>가 47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습니다. 다만, 5억 원의 저예산으로 만들어져서 116만 명을 동원한 이준익 감독의 <동주>는 작지만 알찬 흥행을 거둔 예외에 속합니다. 어쨌든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걸까요?

비수기에 관객 발길 뚝 끊겨... 개봉작도 기대에 못미쳐

대부분의 메이저 배급사들이 대규모 제작비를 들인, 소위 미는 작품들을 성수기인 여름이나 겨울 시즌에 집중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비수기에는 비교적 중·저예산 영화들을 내놓는데요. 문제는 그 완성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관객이 비수기에 더욱 극장에 안 가게 되고, 그러다 보니까 나름 괜찮은 완성도를 갖췄어도 흥행이 잘 안 되는 악순환이 심화하고 있는 거죠.

영화진흥위원회의 통합 전산망을 보니까요. 올해 1/4분기 극장을 찾은 관객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 100만 명 정도가 줄어들었습니다. 한국 영화의 춘궁기 또는 보릿고개는 다분히 자초한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규모는 작지만 한 방이 있는 영화, 그런 영화에는 관객들이 흔쾌히 지지를 보냈는데요. 이를테면 <귀향>이나 <동주>같은 작품들입니다. 그런데 두 편 모두 메이저 배급사들의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지금까지 까칠한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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