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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본 백악관 기자단 만찬과 오바마
입력 2016.05.04 (18:15) 수정 2016.05.04 (20:32) 블루 & 화이트 하우스
백악관 기자단 만찬에 참석할 티켓 2장을 주겠다는 연락을 받은 것은 두 달쯤 전이다. 그 며칠 뒤에는 백악관 기자단 방송 담당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폭스 라디오(Fox Radio) 존 데커(Jon Decker) 기자로부터 폭스 뉴스가 주최하는 초청 파티에도 와달라는 메일이 왔다.

지난해 백악관 운영위원 선거 때 지지를 호소하며 출입기자들의 만찬 참석 기회를 확대하겠다던 데커 기자가 힘을 발휘한 것이다. 국내로 들어온 후 이런 저런 일로 일과가 바쁘지만 꼭 참석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1920년에 시작된 백악관 기자단 만찬에 참석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백악관 만찬에 참석할 기회를 얻다

백악관 기자단 주최 연례 만찬은 워싱턴에 상주하는 한국 특파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무도 가본 사람이 없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평소 긴장관계를 유지해온 언론인들 앞에 나와서 자신을 무장 해제시키는, 어떻게 보면 역사적 현장을 한국 특파원들은 직접 지켜보지 못한 것이다. 그저 그 장면을 중계하는 시스팬(c-span ) TV를 통해서 지켜보거나 다른 언론의 보도를 보고 마치 직접 본 것처럼 기사만 열심히 썼을 뿐이다.


백악관 기자단 만찬에는 미국 상위 2%에 해당하는 각계 인사들이 참석한다.(사진=이강덕 기자)백악관 기자단 만찬에는 미국 상위 2%에 해당하는 각계 인사들이 참석한다.(사진=이강덕 기자)


워싱턴에 온 외국 특파원들이 백악관 기자단 만찬에 참석하기 힘든 것은 행사 자체가 워낙 인기가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퍼스트 레이디는 물론 내로라 하는 정치인들과 고위 관료들 그리고 언론사 간부들과 얘기가 되는 기업인들, 연예인, 운동 선수들이 대거 집합한다.

매년 2천 5백명 이상이 초청되지만 이런 유명인들에게 좌석이 돌아가면서 백악관에 상주하는 기자들 중에도 상당수가 티켓을 얻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백악관 출입증도 없는 다른 한국 특파원들에게는 아예 남의 나라 얘기나 마찬가지다(일본 특파원들은 여러 명이 만찬에 참석해 왔다).

만찬이 개최된 4월 30일은 토요일이다. 이날도 여지없이 앤드류스 공군기지에서 골프로 체력을 다진 오바마 대통령은 6시 57분쯤 만찬장인 워싱턴 힐튼 호텔에 도착했다. 하지만 행사가 곧바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만찬장에 들어선 것은 한시간 반쯤 후인 8시반이다. 물론 그 사이에 출입기자단 운영위원들을 포함한 주요 인사들을 만나고 ‘마지막 리허설’까지 하고 나타난 것이다.

만찬 연설은 美 대통령에게 고역

미국 대통령에게 백악관 기자단 만찬 연설은 고역 중에 고역으로 통한다. 일주일에 평균 두 세번씩 기자들 앞에 나타나서 끊임없이 언변을 가다듬는 처지인데도 그렇다. 그래서 이런 말도 있다. 미국 대통령이 매년 하는 연설 가운데 중요한 것 두 가지만 꼽으라면 연초에 하는 국정 연설과 백악관 기자단 만찬 연설이 있는 데 난이도를 따지자면 비교가 안 된다는 것이다. 국정 연설은 적당한 높낮이와 템포만 유지하면 크게 실패할 일이 없지만 만찬 연설은 청중들의 웃음을 이끌어내야 하는 이른바 인터랙티브 공연이기 때문이다.



기자처럼 식사 중인 오바마 대통령을 배경으로 제지 없이 사진을 찍는 참석자들이 줄을 이었다.기자처럼 식사 중인 오바마 대통령을 배경으로 제지 없이 사진을 찍는 참석자들이 줄을 이었다.


8시 반에 오바마 대통령이 만찬장에 들어왔지만 오바마의 공연을 보기까지는 한참을 더 기다려야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시간 이상 밥을 먹으며 서로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기꽃을 피웠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지만 밥을 먹고 있는 대통령 면전까지 가서 그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들을 찍도록 허용됐다.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며 어떻게 보면 무질서한 움직임이 계속됐지만 그렇다고 경호원이 나서는 일도 없었다. 대부분 유명인사들인 참석자들도 서로 어울려 인증샷을 찍고 SNS 등에 올리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만찬장 팸플릿. 좌측에는 만찬 메뉴가 우측에는 행사 식순이 적혀있다.(사진=이강덕 기자)만찬장 팸플릿. 좌측에는 만찬 메뉴가 우측에는 행사 식순이 적혀있다.(사진=이강덕 기자)


접촉하기 어려운 장관들과 한 자리에

평소에는 경호원에게 휩싸여 좀처럼 빈자리를 내주지 않는 국방장관, 국무장관, 연방의원, 세계은행 총재 등이 전혀 주저 없이 옆자리에 서서 포즈를 취해줬다. 워낙 유명인사들이 많다 보니 오히려 골라서 찍어야 할 지경이었다.

오고 가며 이런 저런 대화들을 활발하게 나누는 상황을 보면서 이래서 바쁜 사람들이 만사 제치고 달려오는구나 하는 생각도 해봤다. 심각한 얘기도 느슨하게 바뀐 환경에서 달리 떠볼 수 있겠기 때문이다.

참석 인사들은 기자와 함께 사진을 찍자는 요청에 주저없이 응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케리 국무장관, 카터 국방장관,  카스트로 연방의원, 김용 세계은행 총재와 함께 찍은 사진.참석 인사들은 기자와 함께 사진을 찍자는 요청에 주저없이 응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케리 국무장관, 카터 국방장관, 카스트로 연방의원, 김용 세계은행 총재와 함께 찍은 사진.


만찬장 안에서 휴대폰을 이용해서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해본 것도 재미있는 시도였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와 유미 호건 여사가 우연히 휴대폰 화면에 잡혀 자연스러운 현장 인터뷰로 이어지기도 했다.

당시 유미 여사의 언급 중에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 오리올스 소속인 김현수 선수에 대한 애정어린 표현이 기억에 남는다. 미국 사회를 이끌어 가는 주류 인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국계를 만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유미 호건 여사는 3억 인구의 미국 사회를 이끌어 가는 주요 인사인 이른바 2% 중에서도 핵심이다. 덕분에 많은 한국계들이 주류사회에 편입되거나 주류 사회를 견문이라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다.



밥을 먹으며 담소하는 순서가 마무리되자 기자상 시상과 장학금 수여식이 열렸다. 기자상은 백악관 출입기자가 쓴 기사 중에 특종이나 의미 있는 것을 골라 시상한다.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신경 쓰는 순서는 대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수여식이다. 언론계 진출이나 언론학 연구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을 뽑아 장학금을 주며 격려한다.

때로는 백악관 기자단 만찬 행사를 두고 ‘언론과 취재원들의 유착을 조장한다’느니 ‘언론인이 연예인 흉내를 내며 스스로 펜을 무디게 한다’는 등의 비판이 있는 것을 의식해서 만찬 행사를 치르고 남은 비용으로 많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밤 10시에 인상적인 오바마 쇼 시작

행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오바마 대통령의 코믹 쇼는 밤 10시쯤이 돼서야 시작됐다. 말 잘하는 대통령 오바마의 연기력이야 이미 정평이 나있지만 8년 임기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이어서인지 어느 때보다도 인상적이었다.

자기 자신에 대한 거침 없는 폄하는 오바마이기에 가능한 것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자기 일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비틀어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맞을 수도 있다. 발언 내용이나 퍼포먼스들은 사전에 철저하게 콘티를 짜서 준비한 것이기에 실무진들의 아이디어로 기틀을 잡은 것이지만 그런 의전 파괴적 발상들을 자기 것으로 만든 것은 분명 대통령 오바마다. 한가지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대통령이 자기를 폄하한다해도 그것 때문에 그를 우습게 볼 사람은 없다는 점이다. 권위의 파괴를 통한 새로운 권위의 수립 같은 역설적인 일이 일어나는 셈이다.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는 표현의 자유는 말 그대로 여지없이 지켜진다. 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이지만 대선 후보들에 대한 거침 없는 평가가 이뤄진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현직 대통령이 하는 것이다. 자기 당 소속 후보뿐만 아니라 경쟁 당 후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평가가 대부분 부정적이고 매우 주관적이다. 만일 이런 일이 한국에서 일어났다면 큰일이 났을 것이다.

더욱 눈여겨볼 대목은 우스개거리가 된 후보들의 반응이다. 힐러리 클린턴은 ‘간밤에 잘했다. 고모가 승인한다’(Nice job last night. Aunt Hillary approves)는 것이었고 트럼프도 ‘전에도 듣던 소리라 괘념치 않는다’는 것이다.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이면 흔히 싸움이 나기 마련인데 농담을 그야말로 농담으로 받아들인다.

농담을 포용하는 것도 미국 사회 저력

오바마 대통령 8년을 마무리하는 백악관 기자단 만찬은 오바마의 위트 능력을 뛰어넘어 생각할 거리를 적지 않게 던져준다. 리더와 권위의식, 한계가 없는 표현의 자유 그리고 미국 사회의 포용력이다. 트럼프 같은 사람이 나타나 미국의 이익만 챙기겠다는 자세를 보이면서 미국이 우습게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지만 우스개를 우스개로 포용하는 능력을 보면 미국의 시대는 좀더 갈 것 같다.

오바마는 아웃(Obama Out!)을 외쳤지만 미국 대통령은 아웃되지 않았다.
  • 현장에서 본 백악관 기자단 만찬과 오바마
    • 입력 2016-05-04 18:15:26
    • 수정2016-05-04 20:32:54
    블루 & 화이트 하우스
백악관 기자단 만찬에 참석할 티켓 2장을 주겠다는 연락을 받은 것은 두 달쯤 전이다. 그 며칠 뒤에는 백악관 기자단 방송 담당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폭스 라디오(Fox Radio) 존 데커(Jon Decker) 기자로부터 폭스 뉴스가 주최하는 초청 파티에도 와달라는 메일이 왔다.

지난해 백악관 운영위원 선거 때 지지를 호소하며 출입기자들의 만찬 참석 기회를 확대하겠다던 데커 기자가 힘을 발휘한 것이다. 국내로 들어온 후 이런 저런 일로 일과가 바쁘지만 꼭 참석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1920년에 시작된 백악관 기자단 만찬에 참석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백악관 만찬에 참석할 기회를 얻다

백악관 기자단 주최 연례 만찬은 워싱턴에 상주하는 한국 특파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무도 가본 사람이 없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평소 긴장관계를 유지해온 언론인들 앞에 나와서 자신을 무장 해제시키는, 어떻게 보면 역사적 현장을 한국 특파원들은 직접 지켜보지 못한 것이다. 그저 그 장면을 중계하는 시스팬(c-span ) TV를 통해서 지켜보거나 다른 언론의 보도를 보고 마치 직접 본 것처럼 기사만 열심히 썼을 뿐이다.


백악관 기자단 만찬에는 미국 상위 2%에 해당하는 각계 인사들이 참석한다.(사진=이강덕 기자)백악관 기자단 만찬에는 미국 상위 2%에 해당하는 각계 인사들이 참석한다.(사진=이강덕 기자)


워싱턴에 온 외국 특파원들이 백악관 기자단 만찬에 참석하기 힘든 것은 행사 자체가 워낙 인기가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퍼스트 레이디는 물론 내로라 하는 정치인들과 고위 관료들 그리고 언론사 간부들과 얘기가 되는 기업인들, 연예인, 운동 선수들이 대거 집합한다.

매년 2천 5백명 이상이 초청되지만 이런 유명인들에게 좌석이 돌아가면서 백악관에 상주하는 기자들 중에도 상당수가 티켓을 얻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백악관 출입증도 없는 다른 한국 특파원들에게는 아예 남의 나라 얘기나 마찬가지다(일본 특파원들은 여러 명이 만찬에 참석해 왔다).

만찬이 개최된 4월 30일은 토요일이다. 이날도 여지없이 앤드류스 공군기지에서 골프로 체력을 다진 오바마 대통령은 6시 57분쯤 만찬장인 워싱턴 힐튼 호텔에 도착했다. 하지만 행사가 곧바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만찬장에 들어선 것은 한시간 반쯤 후인 8시반이다. 물론 그 사이에 출입기자단 운영위원들을 포함한 주요 인사들을 만나고 ‘마지막 리허설’까지 하고 나타난 것이다.

만찬 연설은 美 대통령에게 고역

미국 대통령에게 백악관 기자단 만찬 연설은 고역 중에 고역으로 통한다. 일주일에 평균 두 세번씩 기자들 앞에 나타나서 끊임없이 언변을 가다듬는 처지인데도 그렇다. 그래서 이런 말도 있다. 미국 대통령이 매년 하는 연설 가운데 중요한 것 두 가지만 꼽으라면 연초에 하는 국정 연설과 백악관 기자단 만찬 연설이 있는 데 난이도를 따지자면 비교가 안 된다는 것이다. 국정 연설은 적당한 높낮이와 템포만 유지하면 크게 실패할 일이 없지만 만찬 연설은 청중들의 웃음을 이끌어내야 하는 이른바 인터랙티브 공연이기 때문이다.



기자처럼 식사 중인 오바마 대통령을 배경으로 제지 없이 사진을 찍는 참석자들이 줄을 이었다.기자처럼 식사 중인 오바마 대통령을 배경으로 제지 없이 사진을 찍는 참석자들이 줄을 이었다.


8시 반에 오바마 대통령이 만찬장에 들어왔지만 오바마의 공연을 보기까지는 한참을 더 기다려야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시간 이상 밥을 먹으며 서로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기꽃을 피웠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지만 밥을 먹고 있는 대통령 면전까지 가서 그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들을 찍도록 허용됐다.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며 어떻게 보면 무질서한 움직임이 계속됐지만 그렇다고 경호원이 나서는 일도 없었다. 대부분 유명인사들인 참석자들도 서로 어울려 인증샷을 찍고 SNS 등에 올리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만찬장 팸플릿. 좌측에는 만찬 메뉴가 우측에는 행사 식순이 적혀있다.(사진=이강덕 기자)만찬장 팸플릿. 좌측에는 만찬 메뉴가 우측에는 행사 식순이 적혀있다.(사진=이강덕 기자)


접촉하기 어려운 장관들과 한 자리에

평소에는 경호원에게 휩싸여 좀처럼 빈자리를 내주지 않는 국방장관, 국무장관, 연방의원, 세계은행 총재 등이 전혀 주저 없이 옆자리에 서서 포즈를 취해줬다. 워낙 유명인사들이 많다 보니 오히려 골라서 찍어야 할 지경이었다.

오고 가며 이런 저런 대화들을 활발하게 나누는 상황을 보면서 이래서 바쁜 사람들이 만사 제치고 달려오는구나 하는 생각도 해봤다. 심각한 얘기도 느슨하게 바뀐 환경에서 달리 떠볼 수 있겠기 때문이다.

참석 인사들은 기자와 함께 사진을 찍자는 요청에 주저없이 응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케리 국무장관, 카터 국방장관,  카스트로 연방의원, 김용 세계은행 총재와 함께 찍은 사진.참석 인사들은 기자와 함께 사진을 찍자는 요청에 주저없이 응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케리 국무장관, 카터 국방장관, 카스트로 연방의원, 김용 세계은행 총재와 함께 찍은 사진.


만찬장 안에서 휴대폰을 이용해서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해본 것도 재미있는 시도였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와 유미 호건 여사가 우연히 휴대폰 화면에 잡혀 자연스러운 현장 인터뷰로 이어지기도 했다.

당시 유미 여사의 언급 중에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 오리올스 소속인 김현수 선수에 대한 애정어린 표현이 기억에 남는다. 미국 사회를 이끌어 가는 주류 인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국계를 만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유미 호건 여사는 3억 인구의 미국 사회를 이끌어 가는 주요 인사인 이른바 2% 중에서도 핵심이다. 덕분에 많은 한국계들이 주류사회에 편입되거나 주류 사회를 견문이라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다.



밥을 먹으며 담소하는 순서가 마무리되자 기자상 시상과 장학금 수여식이 열렸다. 기자상은 백악관 출입기자가 쓴 기사 중에 특종이나 의미 있는 것을 골라 시상한다.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신경 쓰는 순서는 대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수여식이다. 언론계 진출이나 언론학 연구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을 뽑아 장학금을 주며 격려한다.

때로는 백악관 기자단 만찬 행사를 두고 ‘언론과 취재원들의 유착을 조장한다’느니 ‘언론인이 연예인 흉내를 내며 스스로 펜을 무디게 한다’는 등의 비판이 있는 것을 의식해서 만찬 행사를 치르고 남은 비용으로 많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밤 10시에 인상적인 오바마 쇼 시작

행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오바마 대통령의 코믹 쇼는 밤 10시쯤이 돼서야 시작됐다. 말 잘하는 대통령 오바마의 연기력이야 이미 정평이 나있지만 8년 임기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이어서인지 어느 때보다도 인상적이었다.

자기 자신에 대한 거침 없는 폄하는 오바마이기에 가능한 것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자기 일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비틀어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맞을 수도 있다. 발언 내용이나 퍼포먼스들은 사전에 철저하게 콘티를 짜서 준비한 것이기에 실무진들의 아이디어로 기틀을 잡은 것이지만 그런 의전 파괴적 발상들을 자기 것으로 만든 것은 분명 대통령 오바마다. 한가지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대통령이 자기를 폄하한다해도 그것 때문에 그를 우습게 볼 사람은 없다는 점이다. 권위의 파괴를 통한 새로운 권위의 수립 같은 역설적인 일이 일어나는 셈이다.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는 표현의 자유는 말 그대로 여지없이 지켜진다. 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이지만 대선 후보들에 대한 거침 없는 평가가 이뤄진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현직 대통령이 하는 것이다. 자기 당 소속 후보뿐만 아니라 경쟁 당 후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평가가 대부분 부정적이고 매우 주관적이다. 만일 이런 일이 한국에서 일어났다면 큰일이 났을 것이다.

더욱 눈여겨볼 대목은 우스개거리가 된 후보들의 반응이다. 힐러리 클린턴은 ‘간밤에 잘했다. 고모가 승인한다’(Nice job last night. Aunt Hillary approves)는 것이었고 트럼프도 ‘전에도 듣던 소리라 괘념치 않는다’는 것이다.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이면 흔히 싸움이 나기 마련인데 농담을 그야말로 농담으로 받아들인다.

농담을 포용하는 것도 미국 사회 저력

오바마 대통령 8년을 마무리하는 백악관 기자단 만찬은 오바마의 위트 능력을 뛰어넘어 생각할 거리를 적지 않게 던져준다. 리더와 권위의식, 한계가 없는 표현의 자유 그리고 미국 사회의 포용력이다. 트럼프 같은 사람이 나타나 미국의 이익만 챙기겠다는 자세를 보이면서 미국이 우습게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지만 우스개를 우스개로 포용하는 능력을 보면 미국의 시대는 좀더 갈 것 같다.

오바마는 아웃(Obama Out!)을 외쳤지만 미국 대통령은 아웃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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