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회] 한국 축구 ‘불의 고리’…위기의 시민구단!

입력 2016.05.04 (19:36) 수정 2016.05.04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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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유나이티드는 최근 K리그 사상 최초로 전, 현직 선수들에게 2014년부터 지금까지 밀린 수당(약 2억 원)을 달라는 소송을 당했다. 인천은 “5월부터 7월까지 밀린 수당을 지급하겠다”며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소명한 상태다.

지난겨울 전지훈련에서 구단직원이 선수단 음식 값을 웃돈으로 계산하고 돌려받는 ‘카드깡’ 수법을 쓴 뒤, 이 돈으로 구단직원 및 코칭스태프의 술값을 지불한 게 들통나기도 했다.

문제가 심각한 건 이는 인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본금 91억 원을 모두 잠식한 강원FC와 운영난에 허덕이는 광주FC도 임금체불에서 자유롭지 않다. 경남FC 등 다른 시도민구단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관계사와 외주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일도 많다.

지난 20년간 K리그가 8개 구단 체제에서 23개 구단 체제로 커졌는데 새롭게 탄생한 구단 중 2개만이 기업 구단이다. 나머지는 시민구단 혹은 시민구단과 군경 협력 체제고, 기존 기업 구단이 시민구단으로 전환하기도 했다(성남fc). 현재 14개 구단이 시민구단으로 전체의 60%가 넘는다.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K리그와 한국축구의 미래라고 평가 받았던 시민구단이 한창 성장해야할 시기에 이런 문제에 둘러싸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시민구단의 성패가 곧 K리그의 성패고, 시민구단의 위기는 곧 K리그의 위기인 것이다. 하지만 시민구단의 문제가 심각한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제대로 된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몇몇 시민구단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모두가 침묵하는 사이, K리그와 한국 축구 전체가 침몰할 위기에 처해 있다.

이번 주 옐카는 그동안 시민구단 문제를 집중 취재해 온 서호정, 류청 두 기자와 함께 한구 축구의 ‘불의 고리’인 시민구단의 문제를 집중 파헤쳐 봤다.

⓵ “가장 큰 문제는 태생적인 한계”

한때 한국축구, K리그의 희망이라 불리던 시도민구단은 ‘2002 한일 월드컵’을 전후해서 불어온 축구바람을 타고 태어났다. 하지만 이들 구단은 50년 이상 갈 수 있는 틀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화려한 출발에 집중했다. 지자체장들의 ‘치적’을 위해 곧바로 성적을 내려 했고, 이런 과정에서 시민구단들은 거의 100억 원 이상을 쓰며 탄생했다. 하지만 시도민구단은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구조가 없다. 이런 상황이 10년 이상 지속됐다. 흑자라고, 시도민구단의 모델이라는 명성을 얻었던 인천유나이티드의 추락을 보면 이 구조가 얼마나 불안정한지 알 수 있다.

⓶ “낙하산 등 외부 압력에 취약”
이런 구조적인 문제에서 인사 잡음이나 비리가 나온다. 시도민구단은 구단에 돈을 지원하는 시의 입김 혹은 지방체육회와 같은 단체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결과적으로 구단 자체적으로 좋은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그리고 당연직 구단주인 시도지사가 바뀌면, 구단 사장도 자연스럽게 바뀐다. 축구와 경영에 능한 사장이 선임되는 경우는 드물다. 가끔씩 좋은 리더가 팀을 맡기도 하지만, 그들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물러날 수 있고, 무능한 낙하산을 막을 방법이 없다.

⓷ “시민구단 문제에 손 놓은 축구연맹”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시민구단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을 가지지 못했다. 이들이 태어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게 연맹이기 때문이다. 연맹은 지금까지 양적 팽창에 힘써왔다. 창단이 가장 좋은 일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구단 라이선스, 단장(사장) 라이선스와 같은 일종의 칸막이도 만들지 못한 이유다. 규제하면 지자체에서 팀을 없앨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가장 크다. 하지만 물이 줄어드는 것을 두려워 하다가는 물 전체가 오염될 수 있다. 연맹 차원에서 강력한 감시와 엄격한 규정을 적용해 재정난과 인사 전횡, 비리에 대해 제재를 해야 한다. 경영 독립을 위한 리그 차원의 서포트를 해야 하고, 이렇게 하고도 안 될 경우에는 과감히 퇴출시키는 방안까지 고려해야 한다.

⓸ “선수단 전체의 공동체 의식 부재”

구단이 구조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임금이다. 인건비를 줄이지 못하면 살 수 없다. 그런데 시민구단은 인건비를 많이 쓰면서 과다출혈경쟁을 했다. 모두가 좋은 성적을 바랐기 때문에 구단규모나 재정에 비해 인건비가 너무 높았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강한 권력을 지닌 감독이나 사장이 등장하면, 선수단의 인건비는 더 올라간다. “그래도 내가 있는 동안은 많이 써야 해”라는 생각을 가진 지도자가 많다. 시민구단들은 살림을 제대로 꾸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선수단의 인건비를 높이면서 어려움에 처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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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04 19:36:56
    • 수정2016-05-04 19:4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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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유나이티드는 최근 K리그 사상 최초로 전, 현직 선수들에게 2014년부터 지금까지 밀린 수당(약 2억 원)을 달라는 소송을 당했다. 인천은 “5월부터 7월까지 밀린 수당을 지급하겠다”며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소명한 상태다.

지난겨울 전지훈련에서 구단직원이 선수단 음식 값을 웃돈으로 계산하고 돌려받는 ‘카드깡’ 수법을 쓴 뒤, 이 돈으로 구단직원 및 코칭스태프의 술값을 지불한 게 들통나기도 했다.

문제가 심각한 건 이는 인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본금 91억 원을 모두 잠식한 강원FC와 운영난에 허덕이는 광주FC도 임금체불에서 자유롭지 않다. 경남FC 등 다른 시도민구단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관계사와 외주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일도 많다.

지난 20년간 K리그가 8개 구단 체제에서 23개 구단 체제로 커졌는데 새롭게 탄생한 구단 중 2개만이 기업 구단이다. 나머지는 시민구단 혹은 시민구단과 군경 협력 체제고, 기존 기업 구단이 시민구단으로 전환하기도 했다(성남fc). 현재 14개 구단이 시민구단으로 전체의 60%가 넘는다.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K리그와 한국축구의 미래라고 평가 받았던 시민구단이 한창 성장해야할 시기에 이런 문제에 둘러싸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시민구단의 성패가 곧 K리그의 성패고, 시민구단의 위기는 곧 K리그의 위기인 것이다. 하지만 시민구단의 문제가 심각한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제대로 된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몇몇 시민구단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모두가 침묵하는 사이, K리그와 한국 축구 전체가 침몰할 위기에 처해 있다.

이번 주 옐카는 그동안 시민구단 문제를 집중 취재해 온 서호정, 류청 두 기자와 함께 한구 축구의 ‘불의 고리’인 시민구단의 문제를 집중 파헤쳐 봤다.

⓵ “가장 큰 문제는 태생적인 한계”

한때 한국축구, K리그의 희망이라 불리던 시도민구단은 ‘2002 한일 월드컵’을 전후해서 불어온 축구바람을 타고 태어났다. 하지만 이들 구단은 50년 이상 갈 수 있는 틀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화려한 출발에 집중했다. 지자체장들의 ‘치적’을 위해 곧바로 성적을 내려 했고, 이런 과정에서 시민구단들은 거의 100억 원 이상을 쓰며 탄생했다. 하지만 시도민구단은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구조가 없다. 이런 상황이 10년 이상 지속됐다. 흑자라고, 시도민구단의 모델이라는 명성을 얻었던 인천유나이티드의 추락을 보면 이 구조가 얼마나 불안정한지 알 수 있다.

⓶ “낙하산 등 외부 압력에 취약”
이런 구조적인 문제에서 인사 잡음이나 비리가 나온다. 시도민구단은 구단에 돈을 지원하는 시의 입김 혹은 지방체육회와 같은 단체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결과적으로 구단 자체적으로 좋은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그리고 당연직 구단주인 시도지사가 바뀌면, 구단 사장도 자연스럽게 바뀐다. 축구와 경영에 능한 사장이 선임되는 경우는 드물다. 가끔씩 좋은 리더가 팀을 맡기도 하지만, 그들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물러날 수 있고, 무능한 낙하산을 막을 방법이 없다.

⓷ “시민구단 문제에 손 놓은 축구연맹”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시민구단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을 가지지 못했다. 이들이 태어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게 연맹이기 때문이다. 연맹은 지금까지 양적 팽창에 힘써왔다. 창단이 가장 좋은 일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구단 라이선스, 단장(사장) 라이선스와 같은 일종의 칸막이도 만들지 못한 이유다. 규제하면 지자체에서 팀을 없앨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가장 크다. 하지만 물이 줄어드는 것을 두려워 하다가는 물 전체가 오염될 수 있다. 연맹 차원에서 강력한 감시와 엄격한 규정을 적용해 재정난과 인사 전횡, 비리에 대해 제재를 해야 한다. 경영 독립을 위한 리그 차원의 서포트를 해야 하고, 이렇게 하고도 안 될 경우에는 과감히 퇴출시키는 방안까지 고려해야 한다.

⓸ “선수단 전체의 공동체 의식 부재”

구단이 구조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임금이다. 인건비를 줄이지 못하면 살 수 없다. 그런데 시민구단은 인건비를 많이 쓰면서 과다출혈경쟁을 했다. 모두가 좋은 성적을 바랐기 때문에 구단규모나 재정에 비해 인건비가 너무 높았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강한 권력을 지닌 감독이나 사장이 등장하면, 선수단의 인건비는 더 올라간다. “그래도 내가 있는 동안은 많이 써야 해”라는 생각을 가진 지도자가 많다. 시민구단들은 살림을 제대로 꾸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선수단의 인건비를 높이면서 어려움에 처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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