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철책길로 떠나는 봄나들이

입력 2016.05.07 (08:19) 수정 2016.05.07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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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로 미래로> 철책길로 떠나는 봄나들이

<앵커>
남) 비무장지대 DMZ는 한반도 분단의 상징이긴 하지만,
한편으론 사람의 손이 오랫동안 닿지 않아서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져 있지요?
여) 네, 그런데 무려 45년 동안이나
출입이 통제됐던 DMZ 인근 임진강변이
최근 생태 탐방로로 변신해 일반에 개방됐습니다.
남) 대규모 걷기 행사도 열려서
철책길을 따라 봄의 정취도 만끽할 수 있었다지요?
여) 네, 멀리 북한 땅을 바라보며
통일과 평화를 기원한 뜻깊은 행사 현장을
홍은지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파주의 한적한 마을...

습지 주변으로 파릇파릇한 청보리 밭이 펼쳐지고....

군데군데 서 있는 원두막이 정겨운 시골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데요.

조용했던 이곳에 알록달록 등산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녹취>
- 오늘 이 행사 어떻게 알고 오시게 된 거예요?
- 여기 임진강 ‘생태탐방로’ 개방한다고 그래서 가보고 싶어서, 잘 가기 힘든 곳이니까...

<인터뷰> 이선희 / 경기도 김포시
아이들한테, 휴일이고 시험도 끝나고 해서, 좋은 경험이 될 거 같아서 왔어요.

생태탐방로가 조성된 DMZ,
비무장지대 인근의 임진강변을 걷는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인데요.

특히 이번 코스는 최근,
45년 만에 시민들에게 본격 개방된 곳이라 관심이 더 뜨겁습니다.

걷기에 앞서 홍보대사인 탤런트 이광기 씨가 나서
통일과 평화를 향한, ‘평화누리길’의 의미를 소개합니다.

<인터뷰> 이광기 / 2016 평화누리길 홍보대사
‘평화누리길’을 걸으면서 평화통일을 생각하고 염원하고, 그곳에서 또 많은 미래를 생각하면서... 걸을 때마다 (기부가 되는데) DMZ 안에 있는 생태계 보존과 그리고 이 ‘평화누리길’에 관련되어 있는 모든 것에 쓰여지게 됩니다.

설레는 표정의 사람들,
준비운동으로 굳었던 몸을 풀고 출발선에 섭니다.

드디어 굳게 닫혔던 문이 열리고,
철책로를 향해 첫 발을 내딛습니다.

가장 먼저 눈앞에 펼쳐진 건 장벽처럼 우뚝 솟아 있는 철책입니다.

철조망 넘어 불어오는 임진강의 강바람,
물씬 풍겨오는 봄 꽃 향기가 코끝을 스칩니다.

<인터뷰> 전귀현 / 경기도 고양시
공기도 좋고 굉장히 주위 환경과 경치도 좋고 이렇게 와 보니까 철책을 보며 이제 북한하고 우리가 분단돼 있는 그런 어떤 상황을 실감하게 되고...

철책으로 가로막힌 이 길...
군인들의 순찰로였던 이 길이 45년 만에 ‘생태탐방로’로 시민들에게 개방됐는데요.

높다란 철책을 따라 걷다 보면
분단의 현실이 어느새 가슴 깊이 느껴집니다.

DMZ에 인접해 있는 이곳은 지난 1971년부터 민간인들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됐던 곳인데요.

보안상의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최근 생태 탐방로를 조성해 일반에 개방했습니다.

반세기 가까이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곳인 만큼,
자연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데요.

<인터뷰> 김기욱 / 서울시 노원구
주변도 많이 우거지고 꽃도 많고, 손대지 않은 그런 깨끗한 곳이어서 기분이 좋네요.

길 양 옆으로 핀 색색의 야생화와...
어린 고사리 잎이 참가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녹취>
- 이게 고사리야.
- 얘가 고사리야?

자연 속 철책 길을 따라 계속 걷다보니
생태계의 소중함도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데요...

<인터뷰> 엄철회 / 경기도 고양시
우리가 분단돼서 철책선이 생겼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자연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유일한 지역이니까 개발하지 않고 철책 선은 사라지되 비무장지대는 그대로 남겨뒀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 있어요.

임진나루와 장산전망대를 지나 다시 율곡습지공원까지, 총 9km를 걷는 코스.

자연을 벗 삼아 한 걸음 한 걸음을 걸어 어느새 장산전망대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선 날씨만 좋다면 북한의 개성과 송악산, 장군봉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는데요.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남과 북이 갈라져 있는 곳,
분단의 안타까움을 실감하며 통일의 바람도 키워봅니다.

<인터뷰> 송기찬 / 서울시 강서구
북한하고 이렇게 헤어져 있다는 게 그게 슬프고, 건너편 저기도 비무장지대라 동식물들이 엄청 많을 텐데 그런 데 가서 우리가 유원지, 소풍도 다니고 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철조망 너머 아직은 갈 수 없는 땅.

하지만 평화를 향한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렇게 하나 둘 모이다 보면
언젠가 철책이 걷히고 분단의 상징이던 DMZ가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나지 않을까요?

천 명이 넘는 참가자 가운데는 아주 특별한 가족도 있습니다.
서로 손을 꼭 잡고 걷는 원휘네 가족.
원휘는 발달장애를 가진 학생인데요.

지난해부터 DMZ 인근 곳곳의 ‘평화누리길’ 걷기 대회에 빠짐없이 참가하고 있습니다.

- 원휘야 이거 보리 봐봐. 얼마나 예쁘냐. 아, 정말 좋다. 파랗고.
- 원휘야 이게 보리야.

장애를 딛고, 여러 번 완보에 성공하면서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며, 대회 홍보대사까지 맡고 있는데요.

<인터뷰> 박기구 / 박원휘 학생 아버지
(원휘가) 좀 활달해졌어요. 이런데 참여하면서 (장애를 가진) 아이들한테 좀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그런 어떤 기틀이 된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꼬박 세 시간에 걸친 걷기 코스를 모두 마친 사람들.

땀 흘려 받은 완보증을 손에 들고 기쁨을 만끽합니다.

<인터뷰> 정영주 / 인천시 서구
완주하니까 뿌듯해요.

<인터뷰> 김미연 / 경기도 성남시
모처럼 우리나라 안보를 생각하면서 ‘평화누리길’ 걸으면서 참 뜻 깊은 시간 됐어요. 너무 행복하고, 운동도 되고...

45년 만에 개방된 생태 탐방로를 걸으며 아름다운 자연과 분단의 현실을 함께 느낀 사람들.

언젠가 철책이 모두 걷히고 DMZ가 평화의 상징이 되는 그 날을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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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철책길로 떠나는 봄나들이
    • 입력 2016-05-07 08:23:11
    • 수정2016-05-07 08: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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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로 미래로> 철책길로 떠나는 봄나들이

<앵커>
남) 비무장지대 DMZ는 한반도 분단의 상징이긴 하지만,
한편으론 사람의 손이 오랫동안 닿지 않아서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져 있지요?
여) 네, 그런데 무려 45년 동안이나
출입이 통제됐던 DMZ 인근 임진강변이
최근 생태 탐방로로 변신해 일반에 개방됐습니다.
남) 대규모 걷기 행사도 열려서
철책길을 따라 봄의 정취도 만끽할 수 있었다지요?
여) 네, 멀리 북한 땅을 바라보며
통일과 평화를 기원한 뜻깊은 행사 현장을
홍은지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파주의 한적한 마을...

습지 주변으로 파릇파릇한 청보리 밭이 펼쳐지고....

군데군데 서 있는 원두막이 정겨운 시골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데요.

조용했던 이곳에 알록달록 등산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녹취>
- 오늘 이 행사 어떻게 알고 오시게 된 거예요?
- 여기 임진강 ‘생태탐방로’ 개방한다고 그래서 가보고 싶어서, 잘 가기 힘든 곳이니까...

<인터뷰> 이선희 / 경기도 김포시
아이들한테, 휴일이고 시험도 끝나고 해서, 좋은 경험이 될 거 같아서 왔어요.

생태탐방로가 조성된 DMZ,
비무장지대 인근의 임진강변을 걷는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인데요.

특히 이번 코스는 최근,
45년 만에 시민들에게 본격 개방된 곳이라 관심이 더 뜨겁습니다.

걷기에 앞서 홍보대사인 탤런트 이광기 씨가 나서
통일과 평화를 향한, ‘평화누리길’의 의미를 소개합니다.

<인터뷰> 이광기 / 2016 평화누리길 홍보대사
‘평화누리길’을 걸으면서 평화통일을 생각하고 염원하고, 그곳에서 또 많은 미래를 생각하면서... 걸을 때마다 (기부가 되는데) DMZ 안에 있는 생태계 보존과 그리고 이 ‘평화누리길’에 관련되어 있는 모든 것에 쓰여지게 됩니다.

설레는 표정의 사람들,
준비운동으로 굳었던 몸을 풀고 출발선에 섭니다.

드디어 굳게 닫혔던 문이 열리고,
철책로를 향해 첫 발을 내딛습니다.

가장 먼저 눈앞에 펼쳐진 건 장벽처럼 우뚝 솟아 있는 철책입니다.

철조망 넘어 불어오는 임진강의 강바람,
물씬 풍겨오는 봄 꽃 향기가 코끝을 스칩니다.

<인터뷰> 전귀현 / 경기도 고양시
공기도 좋고 굉장히 주위 환경과 경치도 좋고 이렇게 와 보니까 철책을 보며 이제 북한하고 우리가 분단돼 있는 그런 어떤 상황을 실감하게 되고...

철책으로 가로막힌 이 길...
군인들의 순찰로였던 이 길이 45년 만에 ‘생태탐방로’로 시민들에게 개방됐는데요.

높다란 철책을 따라 걷다 보면
분단의 현실이 어느새 가슴 깊이 느껴집니다.

DMZ에 인접해 있는 이곳은 지난 1971년부터 민간인들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됐던 곳인데요.

보안상의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최근 생태 탐방로를 조성해 일반에 개방했습니다.

반세기 가까이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곳인 만큼,
자연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데요.

<인터뷰> 김기욱 / 서울시 노원구
주변도 많이 우거지고 꽃도 많고, 손대지 않은 그런 깨끗한 곳이어서 기분이 좋네요.

길 양 옆으로 핀 색색의 야생화와...
어린 고사리 잎이 참가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녹취>
- 이게 고사리야.
- 얘가 고사리야?

자연 속 철책 길을 따라 계속 걷다보니
생태계의 소중함도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데요...

<인터뷰> 엄철회 / 경기도 고양시
우리가 분단돼서 철책선이 생겼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자연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유일한 지역이니까 개발하지 않고 철책 선은 사라지되 비무장지대는 그대로 남겨뒀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 있어요.

임진나루와 장산전망대를 지나 다시 율곡습지공원까지, 총 9km를 걷는 코스.

자연을 벗 삼아 한 걸음 한 걸음을 걸어 어느새 장산전망대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선 날씨만 좋다면 북한의 개성과 송악산, 장군봉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는데요.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남과 북이 갈라져 있는 곳,
분단의 안타까움을 실감하며 통일의 바람도 키워봅니다.

<인터뷰> 송기찬 / 서울시 강서구
북한하고 이렇게 헤어져 있다는 게 그게 슬프고, 건너편 저기도 비무장지대라 동식물들이 엄청 많을 텐데 그런 데 가서 우리가 유원지, 소풍도 다니고 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철조망 너머 아직은 갈 수 없는 땅.

하지만 평화를 향한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렇게 하나 둘 모이다 보면
언젠가 철책이 걷히고 분단의 상징이던 DMZ가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나지 않을까요?

천 명이 넘는 참가자 가운데는 아주 특별한 가족도 있습니다.
서로 손을 꼭 잡고 걷는 원휘네 가족.
원휘는 발달장애를 가진 학생인데요.

지난해부터 DMZ 인근 곳곳의 ‘평화누리길’ 걷기 대회에 빠짐없이 참가하고 있습니다.

- 원휘야 이거 보리 봐봐. 얼마나 예쁘냐. 아, 정말 좋다. 파랗고.
- 원휘야 이게 보리야.

장애를 딛고, 여러 번 완보에 성공하면서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며, 대회 홍보대사까지 맡고 있는데요.

<인터뷰> 박기구 / 박원휘 학생 아버지
(원휘가) 좀 활달해졌어요. 이런데 참여하면서 (장애를 가진) 아이들한테 좀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그런 어떤 기틀이 된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꼬박 세 시간에 걸친 걷기 코스를 모두 마친 사람들.

땀 흘려 받은 완보증을 손에 들고 기쁨을 만끽합니다.

<인터뷰> 정영주 / 인천시 서구
완주하니까 뿌듯해요.

<인터뷰> 김미연 / 경기도 성남시
모처럼 우리나라 안보를 생각하면서 ‘평화누리길’ 걸으면서 참 뜻 깊은 시간 됐어요. 너무 행복하고, 운동도 되고...

45년 만에 개방된 생태 탐방로를 걸으며 아름다운 자연과 분단의 현실을 함께 느낀 사람들.

언젠가 철책이 모두 걷히고 DMZ가 평화의 상징이 되는 그 날을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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