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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라는 이름의 남자
입력 2016.05.08 (22:42) 수정 2016.05.09 (00:12) 취재파일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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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인터뷰> 양승일(61세) : "저희 세대는 부모님 공경하고 결혼해서 자식들 키우고 하는데 아등바등 살아왔잖아요. 자식들이라든가 집사람한테 정당한 대우라고 하면 좀 이상하지마는 (아버지를) 이해를 해줄 줄 아는 그런 것이 필요한데…."

<인터뷰> 조경천 : "솔직히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은데. 그렇게 쉽게는 안되더라고요. 이론적으로는 알고는 있어도 몸이 잘 안 따라주고…."

<녹취> "완전히 고립감, 고독감 느끼고 어떨 때는 진짜 외로울 때가 많아요. 내가 이 집의 가족 일원인가"

<기자 오프닝>

여러분에게 '아버지'란 어떤 존재입니까?

말없이 가족 부양에 애쓰는, 듬직한 아버지의 등이 떠오르시나요?

아니면 권위적인 한 남성의 모습만 떠오르시나요?

가족을 위해 밖에서 열심히 뛰었던 우리 시대 아버지들, 그러느라 가정과 자녀의 삶과는 멀어져 버려, 이제 외로움을 호소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신세대 아버지들은 가족과 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어버이날을 맞아 우리 시대 아버지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평일 낮 서울의 한 구립 도서관.

5~60대로 보이는 남성들이 곳곳에 눈에 띕니다.

신문을 펼쳐 읽고, 컴퓨터로 주식을 하거나, 드라마나 스포츠 중계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녹취> "직장이 없고, 갈 데가 없고 돈 없고 또 뭐 소일거리가 없고 다른 사람도 다 똑같아요."

예순두 살 김 모 씨는 3년 전 은퇴한 뒤 거의 매일 도서관을 찾습니다.

아내와 직장에 다니는 딸과 함께 살고 있지만, 대화도 거의 없고 집안에서 마치 없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고 털어놓습니다.

<녹취> "대화를 자기 어머니하고만 할 때 그때는 완전 아웃사이더가 되는 거죠. 쉽게 말해서 같이 산다는 것뿐이지 남도 아니고 어떤 타인도 아니고…."

부인과 딸을 먹여 살리기 위해 30년 넘게 열심히 일했는데, 자신이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억울하다는 김 씨는 자신의 아버지 때와 비교하곤 합니다.

<녹취> "가장의 권위가 대단했죠. 감히 자식이 아버지한테 어떤 쉽게 말해서 무례한 행동도 할 수 없고 지금은 어디 뭐 그럽니까?"

딸과의 사이가 서먹해진 것은 본인의 책임이 크다고 인정하지만 이제 와서 돌이키기는 쉽지 않습니다.

<녹취> "군인 계통 집안에서 굉장히 엄격하게 배웠기 때문에 몸에 배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자식한테도 명령식으로 복종해라 이런 식으로 하니까 거기에 대해 반발로 해서 그 자식도 자꾸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게 되고"

어두운 방에서 아버지들이 부인의 발을 씻어줍니다.

그동안 가장으로서 군림했던 권위 의식을 내려놓고, 몸을 낮춰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의 그동안의 모습을 되돌아봅니다.

5주 동안 진행된 '아버지 학교'의 마지막 행사.

더 나은 남편과 아버지가 되겠다고 다짐합니다.

62살 송만석 씨는 아내와 자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일방적으로 자신의 뜻만 강조하는 남편과 아버지였다고 말합니다.

송 씨는 수업을 통해 아버지란 이유로 가족들에게 상처를 많이 줬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용기를 내 딸에게 사과의 편지를 썼습니다.

<녹취> "사랑하는 우리 딸 현님이에게. 내 평생 처음으로 딸에게 편지를 쓰는구나. 사랑을 많이 주지 못하고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았나 늘 마음이 아파서 항상 후회가 되고…. 아버지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부모로서 잘하는지 그런 교육을 받아보지도 못하고 생활에 찌들다 보니 어느새 세월만 가고 너희는 성장하고 아빠랑 엄마는 늙어가는구나."

편지 한 통의 효과는 대단했습니다.

아버지의 용기는 딸의 마음을 열었고 이제는 같이 데이트도 하며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는 사이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송현림(32세) : "내가 잘못한 거고 그러니까 용서해달라라는 그런 말씀도 하시고 사실 아버지들이 자식한테 그렇게 하시는 게 쉽지 않으시잖아요."

토요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어린이회관.

아빠와 아이들이 분주합니다.

자 이제 수업 시작하겠습니다.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하는 요리 교실.

같이 재료를 썰고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몸을 만지며 친해집니다.

집에서는 쉽지 않던 대화도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인터뷰> 전기옥(40세) : "직장인이다 보니까 보통 야근할 때도 잦아서 저녁에 오면 보통 자기 때문에 주말에 애들이랑 놀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죠."

전 씨는 요즘 대세인 이른바 '프렌디'입니다.

프렌디는 프렌드와 대디의 합성어로 친구같은 아빠를 뜻합니다.

<인터뷰> 전기옥(40세) : "아내랑 처음 결혼할 때도 얘기했던 건데 친구 같은 아빠로 좀 지내면서 친할 수 있도록…."

바빠서 자주 놀아주지 못했던 자신의 아버지와는 어른이 된 지금도 서먹한 관계라며 자신은 다른 아빠가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요새는 초등학교 4학년 5학년 되면 다 친구들하고 노는데, 그래도 가능하면 어려운 게 있으면 그런 걸 얘기할 수 있도록 고등학교 들어갈 때까지만이라도 좀 얘기할 수 있는 아빠였으면 좋을 것 같아요.

'프렌디' 열풍이 불면서 아버지 교육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와 지자체 등에서 실시하는 '아버지 교실'에는 육아에 관한 강의를 듣고 아이들과 몸을 부딪치며 함께 노는 법을 배우려는 신세대 아버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기도 수원시의 한 아파트.

<녹취> "일어나 학교 가야지. 일어서 자 빨리 밥 먹고 세수하고 해야지!"

아빠인 조두현 씨가 두 아이를 깨웁니다.

같이 걸어서 아들과 딸을 학교와 유치원에 데려다 줍니다.

<녹취> " 자 오늘 공부할 시간이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공부를 시키는 것도 아빠의 몫.

조두현 씨는 얼마 전 육아 휴직을 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과 7살인 딸 아이가 더 크기 전에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기 위해서입니다.

<인터뷰> 조두현(36세/육아 휴직 중) : "애가 나중에 어른이 됐을 때 이렇게 보낸 시간이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평생 갈 거라고 생각이 되기 때문에"

조 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이들과 같이 노는 것입니다.

그래서 휴직을 하면서 집안 구조도 바꿨습니다.

거실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던 티브이와 소파를 한쪽 구석으로 옮기고 미니 당구대와 탁구대 등 운동 기구를 둬 가족끼리 같이 즐깁니다.

복도는 물건을 치우고 축구장으로 변신시켰습니다.

<인터뷰> 조두현(36세/육아 휴직 중) : "아빠하고 신체적인 놀이를 할 때 제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어떤 생각 없이 반응적으로 웃게 되는 그런 장난을 하는 것을 제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조 씨는 또 아이들과 함께 목욕하며 최대한 신체접촉을 많이 하려고 합니다.

<인터뷰> 조두현(36세/육아 휴직 중) : "이렇게 씻겨줄 수 있는 시간도 아빠로서 마감 시간이 있다는 거를 제가 알고 있기 때문에/ 해줄 수 있을 때 많이 해줘서 좀 아쉬움이 없도록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처음에는 이런저런 걱정이 많았던 부인도 이제는 남편의 결정에 만족합니다.

<인터뷰> 정윤한(어머니) : "우리나라 남자들은 대부분 그렇잖아요. 애들 크는 걸 못 보고 자라다가 크면은 그렇게(친하게) 되려고 하면 힘들잖아요./어릴 때 이런 시간을 가짐으로써 아빠랑 더 친하게 지낼 수 있고 친밀함이 높아지는 것 같아서"

아직 절대적으로 적은 숫자지만 조 씨처럼 회사를 쉬고 육아에 동참하는 아빠는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발표로는 올해 1분기 남성 육아휴직자는 1,381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57.3%가 증가했습니다.

전체 육아휴직 이용자 중 남성의 비율은 5.1%로.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아빠의 '돌봄권'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이 조금씩 커지고 있습니다.

한 세대전 아버지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려는 요즘 신세대 아버지들에 대해 전문가들은 슈퍼맨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조금 내려놓으라고 충고합니다.

<인터뷰> 전길양(한국양성평등교육원 교수) : "친구처럼 잘 지내야 하고 자상해야 하고 그러면서 돈도 있으면서 센스가 있고 정보도 많이 알고 그런 아버지 계시면 좋지만 그게 쉽지 않은 거거든요. 그거를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틀을 지으면 그 아버지 역시 그 예전 세대 아버지들처럼 마찬가지로 자기 힘듦에 스스로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성장한 자녀와 관계가 서먹해진 아버지들은 먼저 용기를 내 대화를 시작해 보라고 전문가들은 권합니다.

<인터뷰> 김윤정(가족사랑공감학교 대표) : "가족에게 나 좀 그래..나도 너희랑 좀 잘하고 싶은데 잘 못 하겠어라는 솔직한 마음 이걸 조금 표현하시는 것에 용기를 내시면. 아내와 자녀들도 아버지를 배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버지가 소외되고 힘들면 그 가정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혹시 아버지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인터뷰> 김태형(57세) : "철우야 정우야 아버지가 그동안 너희한테 자상한 사랑을 못 해줬던 거. 아버지가 앞으로 많이 해줄게"

<인터뷰> 홍경석(57세) : "한 번도 풍족한 용돈을 보내주지 못했지. 그게 아빠는 지금도 마음에 박힌 대못 같다. 하지만 너나 네 오빠가 잘되니까 세상 부러워질 게 없다."

<인터뷰> 황선범(61세) : "우리 문영이엄마. 그동안에 나한테 서운한 점 많이 있죠. 설거지 한 번 해주지 않는다는 말 많이 들었지만, 앞으로는 많이 도와주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인터뷰> 송현림(32세) : "아빠! 그동안 힘들어도 지치셔도, 넘어져 있고, 누워있고 싶으셔도 그 어떤 순간에서든지 다 툭툭 털고 일어나셔서(눈물)지켜주셔서 감사해요."
  • 아버지라는 이름의 남자
    • 입력 2016-05-08 23:05:46
    • 수정2016-05-09 00:12:26
    취재파일K
<프롤로그>

<인터뷰> 양승일(61세) : "저희 세대는 부모님 공경하고 결혼해서 자식들 키우고 하는데 아등바등 살아왔잖아요. 자식들이라든가 집사람한테 정당한 대우라고 하면 좀 이상하지마는 (아버지를) 이해를 해줄 줄 아는 그런 것이 필요한데…."

<인터뷰> 조경천 : "솔직히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은데. 그렇게 쉽게는 안되더라고요. 이론적으로는 알고는 있어도 몸이 잘 안 따라주고…."

<녹취> "완전히 고립감, 고독감 느끼고 어떨 때는 진짜 외로울 때가 많아요. 내가 이 집의 가족 일원인가"

<기자 오프닝>

여러분에게 '아버지'란 어떤 존재입니까?

말없이 가족 부양에 애쓰는, 듬직한 아버지의 등이 떠오르시나요?

아니면 권위적인 한 남성의 모습만 떠오르시나요?

가족을 위해 밖에서 열심히 뛰었던 우리 시대 아버지들, 그러느라 가정과 자녀의 삶과는 멀어져 버려, 이제 외로움을 호소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신세대 아버지들은 가족과 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어버이날을 맞아 우리 시대 아버지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평일 낮 서울의 한 구립 도서관.

5~60대로 보이는 남성들이 곳곳에 눈에 띕니다.

신문을 펼쳐 읽고, 컴퓨터로 주식을 하거나, 드라마나 스포츠 중계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녹취> "직장이 없고, 갈 데가 없고 돈 없고 또 뭐 소일거리가 없고 다른 사람도 다 똑같아요."

예순두 살 김 모 씨는 3년 전 은퇴한 뒤 거의 매일 도서관을 찾습니다.

아내와 직장에 다니는 딸과 함께 살고 있지만, 대화도 거의 없고 집안에서 마치 없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고 털어놓습니다.

<녹취> "대화를 자기 어머니하고만 할 때 그때는 완전 아웃사이더가 되는 거죠. 쉽게 말해서 같이 산다는 것뿐이지 남도 아니고 어떤 타인도 아니고…."

부인과 딸을 먹여 살리기 위해 30년 넘게 열심히 일했는데, 자신이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억울하다는 김 씨는 자신의 아버지 때와 비교하곤 합니다.

<녹취> "가장의 권위가 대단했죠. 감히 자식이 아버지한테 어떤 쉽게 말해서 무례한 행동도 할 수 없고 지금은 어디 뭐 그럽니까?"

딸과의 사이가 서먹해진 것은 본인의 책임이 크다고 인정하지만 이제 와서 돌이키기는 쉽지 않습니다.

<녹취> "군인 계통 집안에서 굉장히 엄격하게 배웠기 때문에 몸에 배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자식한테도 명령식으로 복종해라 이런 식으로 하니까 거기에 대해 반발로 해서 그 자식도 자꾸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게 되고"

어두운 방에서 아버지들이 부인의 발을 씻어줍니다.

그동안 가장으로서 군림했던 권위 의식을 내려놓고, 몸을 낮춰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의 그동안의 모습을 되돌아봅니다.

5주 동안 진행된 '아버지 학교'의 마지막 행사.

더 나은 남편과 아버지가 되겠다고 다짐합니다.

62살 송만석 씨는 아내와 자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일방적으로 자신의 뜻만 강조하는 남편과 아버지였다고 말합니다.

송 씨는 수업을 통해 아버지란 이유로 가족들에게 상처를 많이 줬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용기를 내 딸에게 사과의 편지를 썼습니다.

<녹취> "사랑하는 우리 딸 현님이에게. 내 평생 처음으로 딸에게 편지를 쓰는구나. 사랑을 많이 주지 못하고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았나 늘 마음이 아파서 항상 후회가 되고…. 아버지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부모로서 잘하는지 그런 교육을 받아보지도 못하고 생활에 찌들다 보니 어느새 세월만 가고 너희는 성장하고 아빠랑 엄마는 늙어가는구나."

편지 한 통의 효과는 대단했습니다.

아버지의 용기는 딸의 마음을 열었고 이제는 같이 데이트도 하며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는 사이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송현림(32세) : "내가 잘못한 거고 그러니까 용서해달라라는 그런 말씀도 하시고 사실 아버지들이 자식한테 그렇게 하시는 게 쉽지 않으시잖아요."

토요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어린이회관.

아빠와 아이들이 분주합니다.

자 이제 수업 시작하겠습니다.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하는 요리 교실.

같이 재료를 썰고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몸을 만지며 친해집니다.

집에서는 쉽지 않던 대화도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인터뷰> 전기옥(40세) : "직장인이다 보니까 보통 야근할 때도 잦아서 저녁에 오면 보통 자기 때문에 주말에 애들이랑 놀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죠."

전 씨는 요즘 대세인 이른바 '프렌디'입니다.

프렌디는 프렌드와 대디의 합성어로 친구같은 아빠를 뜻합니다.

<인터뷰> 전기옥(40세) : "아내랑 처음 결혼할 때도 얘기했던 건데 친구 같은 아빠로 좀 지내면서 친할 수 있도록…."

바빠서 자주 놀아주지 못했던 자신의 아버지와는 어른이 된 지금도 서먹한 관계라며 자신은 다른 아빠가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요새는 초등학교 4학년 5학년 되면 다 친구들하고 노는데, 그래도 가능하면 어려운 게 있으면 그런 걸 얘기할 수 있도록 고등학교 들어갈 때까지만이라도 좀 얘기할 수 있는 아빠였으면 좋을 것 같아요.

'프렌디' 열풍이 불면서 아버지 교육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와 지자체 등에서 실시하는 '아버지 교실'에는 육아에 관한 강의를 듣고 아이들과 몸을 부딪치며 함께 노는 법을 배우려는 신세대 아버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기도 수원시의 한 아파트.

<녹취> "일어나 학교 가야지. 일어서 자 빨리 밥 먹고 세수하고 해야지!"

아빠인 조두현 씨가 두 아이를 깨웁니다.

같이 걸어서 아들과 딸을 학교와 유치원에 데려다 줍니다.

<녹취> " 자 오늘 공부할 시간이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공부를 시키는 것도 아빠의 몫.

조두현 씨는 얼마 전 육아 휴직을 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과 7살인 딸 아이가 더 크기 전에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기 위해서입니다.

<인터뷰> 조두현(36세/육아 휴직 중) : "애가 나중에 어른이 됐을 때 이렇게 보낸 시간이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평생 갈 거라고 생각이 되기 때문에"

조 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이들과 같이 노는 것입니다.

그래서 휴직을 하면서 집안 구조도 바꿨습니다.

거실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던 티브이와 소파를 한쪽 구석으로 옮기고 미니 당구대와 탁구대 등 운동 기구를 둬 가족끼리 같이 즐깁니다.

복도는 물건을 치우고 축구장으로 변신시켰습니다.

<인터뷰> 조두현(36세/육아 휴직 중) : "아빠하고 신체적인 놀이를 할 때 제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어떤 생각 없이 반응적으로 웃게 되는 그런 장난을 하는 것을 제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조 씨는 또 아이들과 함께 목욕하며 최대한 신체접촉을 많이 하려고 합니다.

<인터뷰> 조두현(36세/육아 휴직 중) : "이렇게 씻겨줄 수 있는 시간도 아빠로서 마감 시간이 있다는 거를 제가 알고 있기 때문에/ 해줄 수 있을 때 많이 해줘서 좀 아쉬움이 없도록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처음에는 이런저런 걱정이 많았던 부인도 이제는 남편의 결정에 만족합니다.

<인터뷰> 정윤한(어머니) : "우리나라 남자들은 대부분 그렇잖아요. 애들 크는 걸 못 보고 자라다가 크면은 그렇게(친하게) 되려고 하면 힘들잖아요./어릴 때 이런 시간을 가짐으로써 아빠랑 더 친하게 지낼 수 있고 친밀함이 높아지는 것 같아서"

아직 절대적으로 적은 숫자지만 조 씨처럼 회사를 쉬고 육아에 동참하는 아빠는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발표로는 올해 1분기 남성 육아휴직자는 1,381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57.3%가 증가했습니다.

전체 육아휴직 이용자 중 남성의 비율은 5.1%로.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아빠의 '돌봄권'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이 조금씩 커지고 있습니다.

한 세대전 아버지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려는 요즘 신세대 아버지들에 대해 전문가들은 슈퍼맨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조금 내려놓으라고 충고합니다.

<인터뷰> 전길양(한국양성평등교육원 교수) : "친구처럼 잘 지내야 하고 자상해야 하고 그러면서 돈도 있으면서 센스가 있고 정보도 많이 알고 그런 아버지 계시면 좋지만 그게 쉽지 않은 거거든요. 그거를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틀을 지으면 그 아버지 역시 그 예전 세대 아버지들처럼 마찬가지로 자기 힘듦에 스스로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성장한 자녀와 관계가 서먹해진 아버지들은 먼저 용기를 내 대화를 시작해 보라고 전문가들은 권합니다.

<인터뷰> 김윤정(가족사랑공감학교 대표) : "가족에게 나 좀 그래..나도 너희랑 좀 잘하고 싶은데 잘 못 하겠어라는 솔직한 마음 이걸 조금 표현하시는 것에 용기를 내시면. 아내와 자녀들도 아버지를 배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버지가 소외되고 힘들면 그 가정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혹시 아버지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인터뷰> 김태형(57세) : "철우야 정우야 아버지가 그동안 너희한테 자상한 사랑을 못 해줬던 거. 아버지가 앞으로 많이 해줄게"

<인터뷰> 홍경석(57세) : "한 번도 풍족한 용돈을 보내주지 못했지. 그게 아빠는 지금도 마음에 박힌 대못 같다. 하지만 너나 네 오빠가 잘되니까 세상 부러워질 게 없다."

<인터뷰> 황선범(61세) : "우리 문영이엄마. 그동안에 나한테 서운한 점 많이 있죠. 설거지 한 번 해주지 않는다는 말 많이 들었지만, 앞으로는 많이 도와주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인터뷰> 송현림(32세) : "아빠! 그동안 힘들어도 지치셔도, 넘어져 있고, 누워있고 싶으셔도 그 어떤 순간에서든지 다 툭툭 털고 일어나셔서(눈물)지켜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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