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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슴’ 오명 벗은 김해림 “이젠 떨지 않겠죠!”
입력 2016.05.10 (07:22) 수정 2016.05.10 (08:38) 연합뉴스
"이제는 우승 기회가 오면 떨지는 않을 자신이 있죠. 불안, 긴장보다는 우승 경쟁을 벌이게 된 상황이 즐거울 것 같아요."

올해 8년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뛰는 김해림(27·롯데)은 기부를 많이 해서 '기부천사', 근력을 키우려고 하루에 달걀 한판씩 먹었다 해서 '달걀 골퍼'로 불린다.

다 좋은 뜻이다.

하지만 김해림은 '새가슴'이라는 달갑지 않은 오명도 지니고 있었다. 작년까지 우승 기회를 잡은 적이 적지 않았지만, 최종 라운드 경기만 나서면 퍼트가 말을 듣지 않고 어이없는 미스샷까지 날린 끝에 돌아서곤 했다.

김해림 본인도 이런 증상을 잘 안다.

김해림은 지난해 세이프티퀸 1위를 차지했다. 이 상은 시즌 내내 핸디캡 1번홀 성적만 따진다. 가장 난도가 높은 홀에서 가장 잘 친 선수에게 돌아가는 상이다. 김해림은 "어려운 홀이라도 겁을 먹지 않는다"고 비결을 밝혔다. 핸디캡 1번홀에서는 떨지 않는 선수가 우승 기회 앞에서는 가슴이 졸아든다.

이런 김해림이 지난 8일 KLPGA 투어 130번째 출전 대회인 교촌 허니 레이디스오픈에서 챔피언조 플레이 끝에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1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김해림은 "우승하고 나서 집에 오니 잠이 오질 않더라"면서 "밤이 늦었는데도 대낮같이 눈이 말똥말똥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기쁨이 컸다.

최종일 챔피언조 '울렁증'은 어떻게 됐느냐고 물으니 "1번홀에서 3퍼트 보기를 하니까 또 불안, 긴장이 확 올라왔다"고 털어놨다. "이번에도 또?"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떠올랐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김해림은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석달 동안 정성을 기울인 심리 강화 훈련에서 배운 '3개홀 목표 설정'을 떠올렸다.

18개홀을 3개홀씩 나눠 각각 목표를 설정, 평가하는 방식이다. 3개홀을 마치면 앞선 3개홀 결과는 잊어버리고 다시 다음 3개홀에 집중한다.

첫 3개홀 목표는 이븐파였다. 김해림은 '2번이나 3번홀에서 버디를 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니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심호흡을 크게 했더니 불안감과 긴장감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김해림은 3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첫 3개홀 목표를 달성했다.

김해림은 "목표를 달성한 나 자신을 칭찬했다"면서 "마음이 훨씬 편해지고 자신감이 붙더라"고 말했다.

김해림은 다음 3개홀(4,5,6번홀) 목표도 이븐파로 잡아놨다. 김해림은 4번홀 버디에 이어 5번홀(파4)에서는 샷 이글로 단번에 3타를 줄였다. 목표를 초과 달성한 셈이다.

5번홀 샷 이글은 꽉 차오른 자신감의 산물이었다.

"두 번째 샷을 치는데 깃대 양쪽이 그렇게 넓어 보일 수 없었다"는 김해림은 "내 샷이 어디로 빗나갈 데가 없다는 자신감이 들어서 핀을 보고 그대로 쳤다"고 말했다. 145m를 남기고 7번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은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갔다. 김해림은 파4홀에서 샷 이글은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샷 이글이 나오면서 3타차 선두가 되자 "어, 이제 나도 우승하려나 보다"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앞선 2개대회 우승자 박성현(23·넵스)과 고진영(21·넵스) 모두 이글(홀인원 포함)을 우승의 발판으로 삼았던 게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물론 샷 이글의 행운 덕만은 아니었다.

김해림은 "긴장하면 퍼트가 항상 짧거나 퍼트 라인을 더 많이 고려해 쳐서 실패하곤 했는데 그런 게 사라졌다"면서 "최종 라운드 챔피언조에서 경기할 때마다 스윙 리듬도 더 빨라지곤 했는데 평소 리듬이 그대로였다"고 밝혔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문했다. 우승 말고는 다 해봤으니 오늘은 퍼트도 짧게 치지 말고 원 없이 해보자고…

한마디로 최종일 울렁증은 씻은 듯 나은 것이다.

그는 "마지막 2개홀을 남기고 3타 앞서고 있을 땐 17번, 18번홀을 모두 보기를 쳐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면서 "그래서인지 17번홀에서 보기를 하고도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토록 고대하던 우승인데도 우승 트로피를 안고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김해림은 "박빙 승부 끝에 아슬아슬하게 우승한 것도 아니라서 그런지 큰 감회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어버이날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그는 방송 인터뷰에서 부모님께 한마디 하라는 주문에 "그저 고맙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그야말로 딱 한 마디만 했다. 김해림은 "부모님 얘기를 더 꺼냈다가는 정말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그랬다"면서 "그 고마움을 어떻게 말로 설명을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김해림은 우승도 늦었지만 늦깎이다.

골프를 본격적으로 친 게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다. 초등학교 5, 6학년 때 시작하는 다른 선수와 비교하면 한참 늦었다. 어릴 때부터 남자애들과 어울려 축구, 야구, 농구를 하면서 뛰어놀았던 그는 운동선수가 되고 싶다면 차라리 골프 선수가 되는 게 어떠냐는 아버지의 권유로 뒤늦게 골프채를 잡았다. 농구 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키가 작아서 포기했다.

주니어 때도 그저 그런 선수였다. 김해림은 "골프에도 우열반이 있다면 열반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김해림은 "주니어 때나 프로가 돼서나 잘 나가는 선수들은 저들끼리만 어울리는데 거길 끼어 본 적이 없어서 정상급 선수와 친해질 기회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프로 선수가 되어서도 '있는 둥 마는 둥'이었다고 했다. 대회장에서도 갤러리들이 선수인 줄도 모르고 지나칠 때도 잦았다고 한다.

"솔직히 부러웠다. 잘 나가는 선수들은 대회장 와서도 불편한 게 없더라"라면서 김해림은 "이제 저도 팬 클럽 회원만 100명이고 대회 때마다 많이들 오셔서 격려해주시니까 이젠 부럽지 않다"고 자랑했다.

김해림은 우승한 날에도 군산까지 찾아온 팬클럽 회원들과 저녁을 함께했다.

잘 나가는 선배나 또래 선수와는 사귀지 못했지만 김해림은 후배 프로 선수들과는 가깝다. 무명 시절에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그는 후배들에게 정을 많이 주는 편이다.

우승할 때 그는 챔피언조에서 경쟁하던 2년 차 박채윤(22·호반건설)이 타수를 거듭 잃으면서 무너지더니 "언니가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채윤아 왜 그러냐, 포기하지 마"라면서 손을 잡고 격려했다.

김해림은 "챔피언조에서 우승 경쟁을 하던 후배 2명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짠했다"면서 "두 선수가 계속 퍼트를 짧게 치고, 어이없는 샷 실수를 하는 걸 보니 내가 전에 저랬다고 하는 마음에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고 말했다.

김해림은 늦은 만큼 오래도록 꾸준하게 정상에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다.

달걀 30개씩 삼키며 근육을 단련하고 겨울마다 오전엔 샷 연습, 오후에는 퍼팅 연습, 그리고 저녁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이어지는 강훈련을 견뎌낸 것도 그 때문이다.

김해림은 겨울 훈련 동안 특히 하체 근력 강화와 몸 양쪽 근육 밸런스를 바로 잡는데 많은 정성을 기울였다.

스윙에 특별한 변화를 주지 않았는데도 올해는 스윙 리듬이 한결 좋아졌다.

그리고 작년과 달리 올해는 시즌 중에도 틈틈이 근력 운동을 할 계획이다. 그는 "시즌 초반에는 겨우내 근력 훈련 덕에 비거리가 나는데 시즌 중반으로 가면 힘이 떨어지더라"고 시즌 중 웨이트 트레이닝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29개 대회 가운데 28개 대회에 출전해 단 한 차례만 컷오프를 당했을 뿐이다. 톱10 입상은 투어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12차례였다. 강철 체력과 기복없는 경기력의 대명사가 아닐 수 없다.

올해 열린 7개 대회를 모두 출전한 김해림은 "앞으로 쉴 대회를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해림은 "이제 우승 물꼬를 텄으니까 더 자주 우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김해림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좋아한다. 타이거 우즈와 관련된 책과 영상은 꼭 챙겨본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도 대개는 우즈의 스윙을 담은 DVD를 본다.

아마 우즈의 강인한 정신력, 승부 근성을 닮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김해림은 "사실 이제 '달걀 골퍼'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2014년 한때 하루에 달걀 30개씩 먹은 건 사실이지만 이제는 그렇게 '무식하게' 먹지는 않는단다. 그냥 보통 사람들 먹는 만큼 먹는다.

이제는 '달걀 골퍼'도 아니고 '새가슴 골퍼'도 아닌 김해림은 '기부천사'만큼은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별명이다.

우승 상금 1억원을 전액 기부하겠다고 공언한 김해림은 "일단 4천만원은 사랑의 열매에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5년 이내에 1억원 이상 기부를 약정했는데 아직 4천만원이 모자라기에 내린 결정이다. 나머지는 "좋은 곳을 찾아서 지정 기부를 할 생각"이라고 그는 말했다.

김해림의 목표는 기부금 10억원을 채우는 것이다. 김해림은 "그러려면 선수 생활도 오래 해야겠고, 우승도 자주 해야겠다"고 껄껄 웃었다.
  • ‘새가슴’ 오명 벗은 김해림 “이젠 떨지 않겠죠!”
    • 입력 2016-05-10 07:22:57
    • 수정2016-05-10 08:38:30
    연합뉴스
"이제는 우승 기회가 오면 떨지는 않을 자신이 있죠. 불안, 긴장보다는 우승 경쟁을 벌이게 된 상황이 즐거울 것 같아요."

올해 8년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뛰는 김해림(27·롯데)은 기부를 많이 해서 '기부천사', 근력을 키우려고 하루에 달걀 한판씩 먹었다 해서 '달걀 골퍼'로 불린다.

다 좋은 뜻이다.

하지만 김해림은 '새가슴'이라는 달갑지 않은 오명도 지니고 있었다. 작년까지 우승 기회를 잡은 적이 적지 않았지만, 최종 라운드 경기만 나서면 퍼트가 말을 듣지 않고 어이없는 미스샷까지 날린 끝에 돌아서곤 했다.

김해림 본인도 이런 증상을 잘 안다.

김해림은 지난해 세이프티퀸 1위를 차지했다. 이 상은 시즌 내내 핸디캡 1번홀 성적만 따진다. 가장 난도가 높은 홀에서 가장 잘 친 선수에게 돌아가는 상이다. 김해림은 "어려운 홀이라도 겁을 먹지 않는다"고 비결을 밝혔다. 핸디캡 1번홀에서는 떨지 않는 선수가 우승 기회 앞에서는 가슴이 졸아든다.

이런 김해림이 지난 8일 KLPGA 투어 130번째 출전 대회인 교촌 허니 레이디스오픈에서 챔피언조 플레이 끝에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1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김해림은 "우승하고 나서 집에 오니 잠이 오질 않더라"면서 "밤이 늦었는데도 대낮같이 눈이 말똥말똥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기쁨이 컸다.

최종일 챔피언조 '울렁증'은 어떻게 됐느냐고 물으니 "1번홀에서 3퍼트 보기를 하니까 또 불안, 긴장이 확 올라왔다"고 털어놨다. "이번에도 또?"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떠올랐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김해림은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석달 동안 정성을 기울인 심리 강화 훈련에서 배운 '3개홀 목표 설정'을 떠올렸다.

18개홀을 3개홀씩 나눠 각각 목표를 설정, 평가하는 방식이다. 3개홀을 마치면 앞선 3개홀 결과는 잊어버리고 다시 다음 3개홀에 집중한다.

첫 3개홀 목표는 이븐파였다. 김해림은 '2번이나 3번홀에서 버디를 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니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심호흡을 크게 했더니 불안감과 긴장감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김해림은 3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첫 3개홀 목표를 달성했다.

김해림은 "목표를 달성한 나 자신을 칭찬했다"면서 "마음이 훨씬 편해지고 자신감이 붙더라"고 말했다.

김해림은 다음 3개홀(4,5,6번홀) 목표도 이븐파로 잡아놨다. 김해림은 4번홀 버디에 이어 5번홀(파4)에서는 샷 이글로 단번에 3타를 줄였다. 목표를 초과 달성한 셈이다.

5번홀 샷 이글은 꽉 차오른 자신감의 산물이었다.

"두 번째 샷을 치는데 깃대 양쪽이 그렇게 넓어 보일 수 없었다"는 김해림은 "내 샷이 어디로 빗나갈 데가 없다는 자신감이 들어서 핀을 보고 그대로 쳤다"고 말했다. 145m를 남기고 7번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은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갔다. 김해림은 파4홀에서 샷 이글은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샷 이글이 나오면서 3타차 선두가 되자 "어, 이제 나도 우승하려나 보다"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앞선 2개대회 우승자 박성현(23·넵스)과 고진영(21·넵스) 모두 이글(홀인원 포함)을 우승의 발판으로 삼았던 게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물론 샷 이글의 행운 덕만은 아니었다.

김해림은 "긴장하면 퍼트가 항상 짧거나 퍼트 라인을 더 많이 고려해 쳐서 실패하곤 했는데 그런 게 사라졌다"면서 "최종 라운드 챔피언조에서 경기할 때마다 스윙 리듬도 더 빨라지곤 했는데 평소 리듬이 그대로였다"고 밝혔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문했다. 우승 말고는 다 해봤으니 오늘은 퍼트도 짧게 치지 말고 원 없이 해보자고…

한마디로 최종일 울렁증은 씻은 듯 나은 것이다.

그는 "마지막 2개홀을 남기고 3타 앞서고 있을 땐 17번, 18번홀을 모두 보기를 쳐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면서 "그래서인지 17번홀에서 보기를 하고도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토록 고대하던 우승인데도 우승 트로피를 안고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김해림은 "박빙 승부 끝에 아슬아슬하게 우승한 것도 아니라서 그런지 큰 감회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어버이날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그는 방송 인터뷰에서 부모님께 한마디 하라는 주문에 "그저 고맙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그야말로 딱 한 마디만 했다. 김해림은 "부모님 얘기를 더 꺼냈다가는 정말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그랬다"면서 "그 고마움을 어떻게 말로 설명을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김해림은 우승도 늦었지만 늦깎이다.

골프를 본격적으로 친 게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다. 초등학교 5, 6학년 때 시작하는 다른 선수와 비교하면 한참 늦었다. 어릴 때부터 남자애들과 어울려 축구, 야구, 농구를 하면서 뛰어놀았던 그는 운동선수가 되고 싶다면 차라리 골프 선수가 되는 게 어떠냐는 아버지의 권유로 뒤늦게 골프채를 잡았다. 농구 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키가 작아서 포기했다.

주니어 때도 그저 그런 선수였다. 김해림은 "골프에도 우열반이 있다면 열반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김해림은 "주니어 때나 프로가 돼서나 잘 나가는 선수들은 저들끼리만 어울리는데 거길 끼어 본 적이 없어서 정상급 선수와 친해질 기회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프로 선수가 되어서도 '있는 둥 마는 둥'이었다고 했다. 대회장에서도 갤러리들이 선수인 줄도 모르고 지나칠 때도 잦았다고 한다.

"솔직히 부러웠다. 잘 나가는 선수들은 대회장 와서도 불편한 게 없더라"라면서 김해림은 "이제 저도 팬 클럽 회원만 100명이고 대회 때마다 많이들 오셔서 격려해주시니까 이젠 부럽지 않다"고 자랑했다.

김해림은 우승한 날에도 군산까지 찾아온 팬클럽 회원들과 저녁을 함께했다.

잘 나가는 선배나 또래 선수와는 사귀지 못했지만 김해림은 후배 프로 선수들과는 가깝다. 무명 시절에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그는 후배들에게 정을 많이 주는 편이다.

우승할 때 그는 챔피언조에서 경쟁하던 2년 차 박채윤(22·호반건설)이 타수를 거듭 잃으면서 무너지더니 "언니가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채윤아 왜 그러냐, 포기하지 마"라면서 손을 잡고 격려했다.

김해림은 "챔피언조에서 우승 경쟁을 하던 후배 2명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짠했다"면서 "두 선수가 계속 퍼트를 짧게 치고, 어이없는 샷 실수를 하는 걸 보니 내가 전에 저랬다고 하는 마음에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고 말했다.

김해림은 늦은 만큼 오래도록 꾸준하게 정상에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다.

달걀 30개씩 삼키며 근육을 단련하고 겨울마다 오전엔 샷 연습, 오후에는 퍼팅 연습, 그리고 저녁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이어지는 강훈련을 견뎌낸 것도 그 때문이다.

김해림은 겨울 훈련 동안 특히 하체 근력 강화와 몸 양쪽 근육 밸런스를 바로 잡는데 많은 정성을 기울였다.

스윙에 특별한 변화를 주지 않았는데도 올해는 스윙 리듬이 한결 좋아졌다.

그리고 작년과 달리 올해는 시즌 중에도 틈틈이 근력 운동을 할 계획이다. 그는 "시즌 초반에는 겨우내 근력 훈련 덕에 비거리가 나는데 시즌 중반으로 가면 힘이 떨어지더라"고 시즌 중 웨이트 트레이닝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29개 대회 가운데 28개 대회에 출전해 단 한 차례만 컷오프를 당했을 뿐이다. 톱10 입상은 투어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12차례였다. 강철 체력과 기복없는 경기력의 대명사가 아닐 수 없다.

올해 열린 7개 대회를 모두 출전한 김해림은 "앞으로 쉴 대회를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해림은 "이제 우승 물꼬를 텄으니까 더 자주 우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김해림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좋아한다. 타이거 우즈와 관련된 책과 영상은 꼭 챙겨본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도 대개는 우즈의 스윙을 담은 DVD를 본다.

아마 우즈의 강인한 정신력, 승부 근성을 닮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김해림은 "사실 이제 '달걀 골퍼'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2014년 한때 하루에 달걀 30개씩 먹은 건 사실이지만 이제는 그렇게 '무식하게' 먹지는 않는단다. 그냥 보통 사람들 먹는 만큼 먹는다.

이제는 '달걀 골퍼'도 아니고 '새가슴 골퍼'도 아닌 김해림은 '기부천사'만큼은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별명이다.

우승 상금 1억원을 전액 기부하겠다고 공언한 김해림은 "일단 4천만원은 사랑의 열매에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5년 이내에 1억원 이상 기부를 약정했는데 아직 4천만원이 모자라기에 내린 결정이다. 나머지는 "좋은 곳을 찾아서 지정 기부를 할 생각"이라고 그는 말했다.

김해림의 목표는 기부금 10억원을 채우는 것이다. 김해림은 "그러려면 선수 생활도 오래 해야겠고, 우승도 자주 해야겠다"고 껄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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