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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퍼스트] 공약 ‘절반’은 지켰다더니…
입력 2016.05.10 (09:03) 수정 2016.05.10 (23:04) 디지털퍼스트
유민상 : "문제 드리겠습니다. 거짓말을 습관처럼 하는 것은?"
이상훈 : "정답! 선거 공약!"
유민상 : "무슨 선거 공약이야! 정답은 허언증이죠!"
이상훈 : "선거 공약이나 허언증이나 뭐가 다릅니까~"
- KBS ‘개그콘서트’ 중에서



■ 공약 이행률 51%, 그들의 '자체 평가'를 점검하다

선거철에 정치인들이 내놓는 약속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치인들의 공약은 개그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가 된 지 오래다.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약속을 믿지 않는다. 그 불신을 바탕으로 정치인들은 못 지킬 공약들을 또 내놓는다. 악순환이다.

한국 정치에서 '좋은 공약'은 당선을 위한 액세서리가 된 지 오래다. 19대 국회가 종료되고 20대 국회가 출발하려는 시기, 그들의 공약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았다.

4년 전, 당시 후보 신분이었던 19대 국회의원들은 평균 35개 정도의 공약을 내놓았다. 4년이 지난 지금, 그 공약들은 얼마나 이행됐을까?

의원들이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제출한 '자체 평가'에 따르면, 19대 의원들의 공약 이행률은 51%였다. 지난 4년 동안 공약의 절반 정도를 이행했다고 스스로 평가한 셈이다. 이 평가는 사실일까? KBS 탐사보도팀은 한국정당학회,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와 함께 19대 지역구 국회의원 239명의 공약 8,400여 개를 먼저 분석했다.



■ 국회의원 임기 시작 8달 만에 '도서관 신축' 완료?

선거 당시 도서관 건립 공약을 내놓았던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 최근 자체 평가에서 해당 공약을 '완료'했다고 평가했고, 실제로 도서관은 완공돼 큰 호응 속에 운영되고 있었다. 문제는 완공 시기.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해당 도서관은 이 의원이 당선되기 전부터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시설이 완공된 것도 의원 임기 시작 불과 8개월 뒤였다. 해당 시설의 관계자들도 "도서관을 만든 건 국회의원이 아니라 지자체장"이라고 증언했다. 또 다른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화센터, 어린이집 등도 국회의원 임기 시작 전부터 진행 중인 사업들이었다. 그런데도 의원들은 공약을 완료했다고 자랑했다.

농민이 별로 없는 지역에 농기계 임대사업소를 짓겠다고 약속하거나, 의료법을 어기고 노인정에 물리치료실을 설치하겠다고 약속한 의원들도 있었다.

또 '언제나 공부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 '품위있는 말을 하겠다'는 등 지극히 당연한 것들을 공약으로 내놓고 실행 완료했다고 자평하는가 하면, '노인의 복지를 위해 일하겠습니다','행복한 마을을 만들겠습니다' 등 공약인지, 슬로건인지 구분할 수도 없고 평가도 하기 힘든 모호한 공약들도 많았다.



■ 20대 공약은? 되풀이되는 '거짓 공약'의 책임은?

20대 국회의원들의 공약은 19대와 어떻게 다를까. 취재진은 빅데이터 분석 전문 업체와 함께 19대와 20대 국회의원들의 공약 만 6천여 개를 비교, 분석해 보았다. 그 결과, 19대와 20대 공약에 사용된 단어들 사이에서 높은 유사성이 나왔다. 핵심 단어들도 대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9대와 마찬가지로 20대 국회의원들 역시 '지역에 새 건물을 세우고', '도로를 개통하고', 'KTX 역을 유치하겠다'며 앞다퉈 지역 개발공약을 내놓았던 것이다. 문제는 예산. 이런 공약들이 다 지켜진다고 가정할 경우, 우리나라 전체 1년 예산의 두 배 가까운 돈이 필요했다.

이런 거짓 공약을 막기 위해 지난 2008년 공직선거법이 개정됐다. 공약을 내놓을 때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구체적인 이행 계획은 어떤지 등을 함께 제시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국회의원은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국회의원은 대통령이나 지자체장과는 달리 미리 공약 실현 가능성을 따져봐야 할 법적 의무가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공약을 지키지 못한 국회의원들에게는 어떤 책임이 따를까? 공약을 잘 지킨 사람은 공천이나 선거에서 더 좋은 결과를 얻었을까? 한국정당학회의 분석 결과, 공약 이행 여부와 공천, 국회의원 당선 여부는 별 관련이 없었다. 불행하게도 공천 과정에서도, 선거 과정에서도 공약 이행 여부는 별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국회의원들이 습관처럼 거짓 공약을 내놓고, 선거 이후에는 공약을 잊는 행태를 반복하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자리잡고 있었다. 공약이 중요하다는 말은 누구나 하지만, 선거철만 지나면 공약의 중요성은 지속적으로 외면받아온 셈이다.



새로 출범하는 20대 국회는 4년 뒤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까? 그들의 공약 이행도는 그 성적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분명한 건, 지금의 상황이 변치 않는다면 20대 국회 역시 19대와 비슷한 성적표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내놓는 약속을 선거 뒤에도 주시하고, 제대로 이행이 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다.

10일 밤 10시 KBS 1TV를 통해 방송되는 <시사기획 창 - 국회의원의 약속>편에서는 부실 정치공약들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정책 선거'를 되살리기 위한 제도적 개선점 등이 무엇인지 짚어본다.

[연관기사] ☞ [시사기획 창] 2016 정치개혁 2부-국회의원의 약속
  • [디지털퍼스트] 공약 ‘절반’은 지켰다더니…
    • 입력 2016-05-10 09:03:37
    • 수정2016-05-10 23:04:18
    디지털퍼스트
유민상 : "문제 드리겠습니다. 거짓말을 습관처럼 하는 것은?"
이상훈 : "정답! 선거 공약!"
유민상 : "무슨 선거 공약이야! 정답은 허언증이죠!"
이상훈 : "선거 공약이나 허언증이나 뭐가 다릅니까~"
- KBS ‘개그콘서트’ 중에서



■ 공약 이행률 51%, 그들의 '자체 평가'를 점검하다

선거철에 정치인들이 내놓는 약속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치인들의 공약은 개그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가 된 지 오래다.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약속을 믿지 않는다. 그 불신을 바탕으로 정치인들은 못 지킬 공약들을 또 내놓는다. 악순환이다.

한국 정치에서 '좋은 공약'은 당선을 위한 액세서리가 된 지 오래다. 19대 국회가 종료되고 20대 국회가 출발하려는 시기, 그들의 공약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았다.

4년 전, 당시 후보 신분이었던 19대 국회의원들은 평균 35개 정도의 공약을 내놓았다. 4년이 지난 지금, 그 공약들은 얼마나 이행됐을까?

의원들이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제출한 '자체 평가'에 따르면, 19대 의원들의 공약 이행률은 51%였다. 지난 4년 동안 공약의 절반 정도를 이행했다고 스스로 평가한 셈이다. 이 평가는 사실일까? KBS 탐사보도팀은 한국정당학회,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와 함께 19대 지역구 국회의원 239명의 공약 8,400여 개를 먼저 분석했다.



■ 국회의원 임기 시작 8달 만에 '도서관 신축' 완료?

선거 당시 도서관 건립 공약을 내놓았던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 최근 자체 평가에서 해당 공약을 '완료'했다고 평가했고, 실제로 도서관은 완공돼 큰 호응 속에 운영되고 있었다. 문제는 완공 시기.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해당 도서관은 이 의원이 당선되기 전부터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시설이 완공된 것도 의원 임기 시작 불과 8개월 뒤였다. 해당 시설의 관계자들도 "도서관을 만든 건 국회의원이 아니라 지자체장"이라고 증언했다. 또 다른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화센터, 어린이집 등도 국회의원 임기 시작 전부터 진행 중인 사업들이었다. 그런데도 의원들은 공약을 완료했다고 자랑했다.

농민이 별로 없는 지역에 농기계 임대사업소를 짓겠다고 약속하거나, 의료법을 어기고 노인정에 물리치료실을 설치하겠다고 약속한 의원들도 있었다.

또 '언제나 공부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 '품위있는 말을 하겠다'는 등 지극히 당연한 것들을 공약으로 내놓고 실행 완료했다고 자평하는가 하면, '노인의 복지를 위해 일하겠습니다','행복한 마을을 만들겠습니다' 등 공약인지, 슬로건인지 구분할 수도 없고 평가도 하기 힘든 모호한 공약들도 많았다.



■ 20대 공약은? 되풀이되는 '거짓 공약'의 책임은?

20대 국회의원들의 공약은 19대와 어떻게 다를까. 취재진은 빅데이터 분석 전문 업체와 함께 19대와 20대 국회의원들의 공약 만 6천여 개를 비교, 분석해 보았다. 그 결과, 19대와 20대 공약에 사용된 단어들 사이에서 높은 유사성이 나왔다. 핵심 단어들도 대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9대와 마찬가지로 20대 국회의원들 역시 '지역에 새 건물을 세우고', '도로를 개통하고', 'KTX 역을 유치하겠다'며 앞다퉈 지역 개발공약을 내놓았던 것이다. 문제는 예산. 이런 공약들이 다 지켜진다고 가정할 경우, 우리나라 전체 1년 예산의 두 배 가까운 돈이 필요했다.

이런 거짓 공약을 막기 위해 지난 2008년 공직선거법이 개정됐다. 공약을 내놓을 때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구체적인 이행 계획은 어떤지 등을 함께 제시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국회의원은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국회의원은 대통령이나 지자체장과는 달리 미리 공약 실현 가능성을 따져봐야 할 법적 의무가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공약을 지키지 못한 국회의원들에게는 어떤 책임이 따를까? 공약을 잘 지킨 사람은 공천이나 선거에서 더 좋은 결과를 얻었을까? 한국정당학회의 분석 결과, 공약 이행 여부와 공천, 국회의원 당선 여부는 별 관련이 없었다. 불행하게도 공천 과정에서도, 선거 과정에서도 공약 이행 여부는 별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국회의원들이 습관처럼 거짓 공약을 내놓고, 선거 이후에는 공약을 잊는 행태를 반복하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자리잡고 있었다. 공약이 중요하다는 말은 누구나 하지만, 선거철만 지나면 공약의 중요성은 지속적으로 외면받아온 셈이다.



새로 출범하는 20대 국회는 4년 뒤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까? 그들의 공약 이행도는 그 성적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분명한 건, 지금의 상황이 변치 않는다면 20대 국회 역시 19대와 비슷한 성적표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내놓는 약속을 선거 뒤에도 주시하고, 제대로 이행이 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다.

10일 밤 10시 KBS 1TV를 통해 방송되는 <시사기획 창 - 국회의원의 약속>편에서는 부실 정치공약들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정책 선거'를 되살리기 위한 제도적 개선점 등이 무엇인지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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