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여성에게 무시당해”…강남 한복판 ‘묻지 마 살인’

입력 2016.05.19 (08:33) 수정 2016.05.19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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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서울 강남역에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제 강남역 인근에서 20대 여성이 살해됐기 때문입니다.

여성을 살해한 사람은 30대 남성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남성은 숨진 여성과 아무런 관계도 없었습니다.

단지 평소 여성들이 자신을 무시했다는 게 생전 처음 본 여성을 무참히 살해한 이유였습니다.

여자였다면 누구나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었던 겁니다.

추모 물결과 함께 인터넷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여성 혐오 현상을 이제는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로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서는 강남 묻지마 살인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상가 건물.

그제 새벽, 한 남성이 공용화장실 앞 계단으로 올라옵니다.

주변을 한참 동안 서성이던 남성은 화장실 안으로 사라집니다.

그리고 이후 한 여성이 계단을 올라와 화장실로 들어갑니다.

잠시 뒤, 화장실에서 나온 남성은 황급하게 건물을 빠져나갑니다.

이 남성이 사라진 뒤 여성은 화장실 안에서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됐습니다.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여자분이 화장실을 갔고 그 화장실에서 먼저 잠복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범인이.”

여성은 발견된 즉시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도대체 화장실 안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건이 일어난 밤.

피해자 23살 A씨는 남자친구와 건물 1층에 있는 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중이었습니다.

화장실을 간다며 잠시 자리를 뜬 A씨.

이후 A씨가 한참 동안 돌아오지 않자, 남자 친구는 화장실로 A씨를 찾아 나섭니다.

그런데 화장실엔 조금 전까지 멀쩡했던 여자친구가 흉기에 찔린 채 쓰러져 있었습니다.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여자가 숨을 안 쉰다고 남자친구가 살려달라고 그러는 건 들었어요. 앞에서 절규하듯이 그래서…….”

CCTV 확인 결과, 화장실에 먼저 들어가 있던 남성이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랐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여자는 안 내려오고 범인이 내려와요. 그러면 여자가 올라간 시간과 범인이 내려온 시간에 3분이 소요되죠. 그사이에 뭔가 일어난 거죠.”

사건이 발생한 화장실은 남녀 공용 화장실.

A씨가 화장실 안에 먼저 온 남성을 보고도 크게 경계하지 않았을 상황이었습니다.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화장실이 문 열고 들어가면 남자 여자 이렇게 변기가 따로따로 되어있거든요. 안에 먼저 들어가 있던 것 같아요. 그러고 있다가 여기에 손님이 들어가고 난 후에 3분 정도 후에 나갔어요."

경찰이 즉시 CCTV에 촬영된 남성을 추적합니다.

그리고 사건 발생 9시간 만에 사건 발생 장소와 멀지 않은 강남역 인근에서 남성을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피의자는 인근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34살 김 모 씨.

검거 당시 김씨는 범행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를 갖고 있었고 오른손에는 상처를 입은 상태였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밝힌 김 씨의 범행 동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살해한 A씨는 전혀 모르는 사이였고, 단지 평소 여성들에게 무시를 당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겁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아무런 감정이나 이해관계가 없었던 사람을 화장실에서 그렇게 왜 그랬냐 하니까 "여자들이 날 무시해서."”

심지어 김 씨는 범행을 미리 계획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흉기는 자기가 가져 나오고 주방에서. 저 화장실에서 해야겠다, 장소도 그렇게 선택을 했다고 그래요. 누구 상대로 특정은 안 된 거지, 자기 얘기로는 미리 계획했다고 그래요.”

남녀 공용 화장실이 있는 곳을 노리고 안에서 여성을 기다렸다 범행을 저지른 겁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문이 두 개잖아요. 세면대 쪽에 나와 있다가 여자가 나오니까 범행을 했단 말이죠.”

전문가들은 피의자의 여성에 대한 강한 혐오감이 잔혹한 범행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배상훈(교수/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 “근본적인 동기는 축적된 분노죠. 화장실에서 여자를 꼭 죽여야겠다고 하는 어떤 암시 같은 거, 이런 게 존재하는 거죠. 나의 것을 여성 누가 뺏었다 이런 거죠.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특정적인 어떤 여성과 남성의 불평등 의식에서 나오는 거예요. 여자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전이가 되는 형태가 되는 거예요.”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아온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6,7년 전부터 정신병원에 한 6개월씩 장기 입원 치료한 적도 있고 최근에 작년 연말에도 입원 치료했대요. 장애도 등급이 있듯이 정신의학적으로 의사들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좀 알아봐야겠죠.”

이번 사건은 많은 사람이 오가는 번화가에서 일어난 데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었던 탓에 많은 여성들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녹취> 박찬(서울시) : “오픈된 화장실에서 범죄가 있었다는 것 자체가 겁이 나고 또 이런 사건이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도 모르는 것을 생각하면 무섭고…….”

여성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살인 사건에 충격을 받은 건 남성들도 마찬가지.

<녹취> 강승(서울시 성북구) : “주변에서 여러 가지 낯선 남성이나 어두운 장소 그런 것에 대한 두려움을 표출하는 여성분들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런 게 실제로 생명의 위협으로 느껴질 수도 있구나, 이런 것들을 많이 느꼈습니다.”

사건이 알려지자 SNS를 중심으로 추모 열기가 확산되었는데요.

추모의 움직임은 사건 현장 근처인 강남역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녹취> 한수현(서울시 성북구) : “추모 공간이 있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여성이란 이유로 어디까지 불안에 떨고 조심해야 하는지 단지 여성으로 태어나서 살해당한 당신을 추모한다고 적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여성 혐오를 조장하는 각종 증오 발언에 대해 되돌아봐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인터뷰> 배상훈(교수/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 “인터넷상에 증오 발언들을, 가능한 한 행동으로 나설 수 있는 증오 발언들을 삭제해야 하는 거예요. 이거는 굉장히 위험한 거예요. 청소년들이 굉장히 그 암시성이 강하기 때문에 얘네들이 바로 행동에 옮길 수 있거든요. 그래서 문제라는 거죠.”

경찰은 김 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신청하고, 김 씨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조사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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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19 08:40:55
    • 수정2016-05-19 09:5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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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역에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제 강남역 인근에서 20대 여성이 살해됐기 때문입니다.

여성을 살해한 사람은 30대 남성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남성은 숨진 여성과 아무런 관계도 없었습니다.

단지 평소 여성들이 자신을 무시했다는 게 생전 처음 본 여성을 무참히 살해한 이유였습니다.

여자였다면 누구나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었던 겁니다.

추모 물결과 함께 인터넷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여성 혐오 현상을 이제는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로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서는 강남 묻지마 살인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상가 건물.

그제 새벽, 한 남성이 공용화장실 앞 계단으로 올라옵니다.

주변을 한참 동안 서성이던 남성은 화장실 안으로 사라집니다.

그리고 이후 한 여성이 계단을 올라와 화장실로 들어갑니다.

잠시 뒤, 화장실에서 나온 남성은 황급하게 건물을 빠져나갑니다.

이 남성이 사라진 뒤 여성은 화장실 안에서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됐습니다.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여자분이 화장실을 갔고 그 화장실에서 먼저 잠복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범인이.”

여성은 발견된 즉시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도대체 화장실 안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건이 일어난 밤.

피해자 23살 A씨는 남자친구와 건물 1층에 있는 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중이었습니다.

화장실을 간다며 잠시 자리를 뜬 A씨.

이후 A씨가 한참 동안 돌아오지 않자, 남자 친구는 화장실로 A씨를 찾아 나섭니다.

그런데 화장실엔 조금 전까지 멀쩡했던 여자친구가 흉기에 찔린 채 쓰러져 있었습니다.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여자가 숨을 안 쉰다고 남자친구가 살려달라고 그러는 건 들었어요. 앞에서 절규하듯이 그래서…….”

CCTV 확인 결과, 화장실에 먼저 들어가 있던 남성이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랐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여자는 안 내려오고 범인이 내려와요. 그러면 여자가 올라간 시간과 범인이 내려온 시간에 3분이 소요되죠. 그사이에 뭔가 일어난 거죠.”

사건이 발생한 화장실은 남녀 공용 화장실.

A씨가 화장실 안에 먼저 온 남성을 보고도 크게 경계하지 않았을 상황이었습니다.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화장실이 문 열고 들어가면 남자 여자 이렇게 변기가 따로따로 되어있거든요. 안에 먼저 들어가 있던 것 같아요. 그러고 있다가 여기에 손님이 들어가고 난 후에 3분 정도 후에 나갔어요."

경찰이 즉시 CCTV에 촬영된 남성을 추적합니다.

그리고 사건 발생 9시간 만에 사건 발생 장소와 멀지 않은 강남역 인근에서 남성을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피의자는 인근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34살 김 모 씨.

검거 당시 김씨는 범행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를 갖고 있었고 오른손에는 상처를 입은 상태였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밝힌 김 씨의 범행 동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살해한 A씨는 전혀 모르는 사이였고, 단지 평소 여성들에게 무시를 당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겁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아무런 감정이나 이해관계가 없었던 사람을 화장실에서 그렇게 왜 그랬냐 하니까 "여자들이 날 무시해서."”

심지어 김 씨는 범행을 미리 계획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흉기는 자기가 가져 나오고 주방에서. 저 화장실에서 해야겠다, 장소도 그렇게 선택을 했다고 그래요. 누구 상대로 특정은 안 된 거지, 자기 얘기로는 미리 계획했다고 그래요.”

남녀 공용 화장실이 있는 곳을 노리고 안에서 여성을 기다렸다 범행을 저지른 겁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문이 두 개잖아요. 세면대 쪽에 나와 있다가 여자가 나오니까 범행을 했단 말이죠.”

전문가들은 피의자의 여성에 대한 강한 혐오감이 잔혹한 범행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배상훈(교수/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 “근본적인 동기는 축적된 분노죠. 화장실에서 여자를 꼭 죽여야겠다고 하는 어떤 암시 같은 거, 이런 게 존재하는 거죠. 나의 것을 여성 누가 뺏었다 이런 거죠.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특정적인 어떤 여성과 남성의 불평등 의식에서 나오는 거예요. 여자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전이가 되는 형태가 되는 거예요.”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아온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6,7년 전부터 정신병원에 한 6개월씩 장기 입원 치료한 적도 있고 최근에 작년 연말에도 입원 치료했대요. 장애도 등급이 있듯이 정신의학적으로 의사들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좀 알아봐야겠죠.”

이번 사건은 많은 사람이 오가는 번화가에서 일어난 데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었던 탓에 많은 여성들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녹취> 박찬(서울시) : “오픈된 화장실에서 범죄가 있었다는 것 자체가 겁이 나고 또 이런 사건이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도 모르는 것을 생각하면 무섭고…….”

여성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살인 사건에 충격을 받은 건 남성들도 마찬가지.

<녹취> 강승(서울시 성북구) : “주변에서 여러 가지 낯선 남성이나 어두운 장소 그런 것에 대한 두려움을 표출하는 여성분들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런 게 실제로 생명의 위협으로 느껴질 수도 있구나, 이런 것들을 많이 느꼈습니다.”

사건이 알려지자 SNS를 중심으로 추모 열기가 확산되었는데요.

추모의 움직임은 사건 현장 근처인 강남역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녹취> 한수현(서울시 성북구) : “추모 공간이 있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여성이란 이유로 어디까지 불안에 떨고 조심해야 하는지 단지 여성으로 태어나서 살해당한 당신을 추모한다고 적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여성 혐오를 조장하는 각종 증오 발언에 대해 되돌아봐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인터뷰> 배상훈(교수/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 “인터넷상에 증오 발언들을, 가능한 한 행동으로 나설 수 있는 증오 발언들을 삭제해야 하는 거예요. 이거는 굉장히 위험한 거예요. 청소년들이 굉장히 그 암시성이 강하기 때문에 얘네들이 바로 행동에 옮길 수 있거든요. 그래서 문제라는 거죠.”

경찰은 김 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신청하고, 김 씨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조사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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