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간 혼인 안 돼”…‘차별금지법’ 10년간 표류

<기자 멘트>

친절한 뉴스 이어서 동성간 혼인 문제 짚어봅니다.

법원의 첫 판단이 내려졌는데요.

결론은 불가였습니다. 먼저 옥유정 기자의 보도 보시죠.

<리포트>

3년 전 동성 간의 결혼식으로 이목을 끌었던 영화감독 김조광수 씨와 영화사 대표 김승환 씨.

<녹취> 김조광수(영화감독/2013년) : "우리 결혼을 계기로 동성애자들이 이성애자들처럼 결혼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이어 두 사람은 구청에 혼인신고서를 냈지만, 구청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혼인과 가족생활은 남녀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돼야 한다는 헌법 조항이 그 근거였습니다.

두 사람은 해당 구청이 혼인신고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동성 결혼에 관한 첫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2년 동안의 심리 끝에 두 사람의 신청을 각하했습니다.

현행법상 동성 결혼과 관련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동성 간의 결합을 법률상의 혼인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인터뷰> 나상훈(서울서부지법 공보판사) : "혼인 당사자를 지칭할 때 부부, 부 또는 처, 남편과 아 내라는 등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혼인은 기본적으로 남녀 간의 결합이라는 전제 하에서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다섯 차례의 판결을 통해 혼인은 남녀의 애정을 바탕으로 하여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도덕적, 풍속적으로 정당시 되는 결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헌법재판소도 두 차례에 걸쳐 애정과 신뢰를 기초로 남녀가 결합하는 것이라고 결정했습니다.

KBS 뉴스 옥유정입니다.

<기자 멘트>

이번 판결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현행 법 체계에서 동성간 혼인을 인정할지 말지에 대한 판단이어서 큰 관심을 끌었는데요.

동성 커플도 구청에 혼인 신고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데 대해 법원은 현행 법상 동성간 혼인은 부부로 볼 수 없다는 취지에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기존에 상위 법원들이 혼인과 관련해 내린 판결에 근거해선데요.

대법원은 지금까지 다섯 차례 또 헌법 재판소도 두 차례에 걸쳐 "혼인은 근본적으로 남자와 여자간 애정과 신뢰를 기로초 결합"하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니까 혼인의 주체를 남자와 여자로 규정한겁니다.

사실 동성간 결혼을 인정해 달라는 움직임은 한 10여 년 전부터 있어왔습니다.

대표적인 게 차별금지법이란 법을 만드려는 것이었는데요.

동성간 결혼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헌법에 명시된 혼인의 자유와 평등 원칙을 근거로 듭니다.

하지만 사법부는 헌법에 명시된 혼인의 평등은 남녀 즉 양성의 평등을 뜻한다며 인정해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인종,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된다는 새로운 차원의 법이 필요하다고 보고 추진해 왔습니다.

2007년에는 법무부에서도 제정 시도가 있었고, 국회에서도 2008년부터 진보 성향의 의원들이 발의해 왔지만 매번 기독교 단체를 포함한 반대론자들의 강력한 항의로 무산돼 왔습니다.

동성애를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동성간 결혼을 인정하는 게 세계적 추세라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나라마다 다릅니다.

크게는 '결혼'과 '법적 결합'을 인정하는 것으로 나뉘는데요.

네덜란드처럼 '결혼'을 인정한 경우는 그야말로 이성끼리 한 결혼과 모든 측면에서 같은 권리를 인정받지만, 최근에 화제가 된 이탈리아처럼 '법적 결합'을 허용한 경우에는 입양을 허용하지 않는다든지 일부 권리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동성혼 문제는 각 나라의 역사와 전통 또 국민 정서가 다르기 때문일텐데요.

어제 서울서부지법이 각하 판결을 내리면서 덧붙였듯이 동성혼 문제는 앞으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 토론 과정을 더 거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