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부탄에게 물었다, ‘정말 행복합니까?’

입력 2016.05.28 (22:11) 수정 2016.05.28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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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러분은 지금, '행복'하신가요?

행복하고 싶다는 건 아마 모두의 바람일 것 같은데요,

하지만 어떻게 행복을 이룰 수 있느냐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부탄, 이곳에는 국민행복청이라는 기관도 있고, 국민총생산보다 국민행복지수라는 걸 더 중히 여긴다는데요,

부탄 사람들은 왜 행복한지, 김시원 기자가 그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해발 5천 미터가 넘는 히말라야의 고봉으로 둘러싸인 나라, 부탄...

마지막 샹그릴라로 불리는 인구 70만 명의 작은 나라입니다.

수도 팀푸는 여러모로 독특한 도시입니다.

신호등 없이 수신호로만 4만 대가 넘는 차량을 통제하고, 대부분 시민들은 전통 복장인 고와 키라를 입고 다닙니다.

<녹취> 붐파 도르지(시민) : "국가의 전통 옷이죠. 불편하지 않아요. 편하고 입을 때마다 부탄이 자랑스럽죠."

팀푸의 모든 건물은 6층 이하로 지어야 하고, 매주 화요일마다 모든 술집이 문을 닫습니다.

2007년부터는 담배 판매도 금지했습니다.

부탄은 이렇게 국가의 통제와 각종 규제가 심한 사회입니다.

변변한 공장 하나 없는 아주 가난한 나라이기도 하죠.

하지만 부탄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부탄 사람들은 왜, 자기들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걸까요?

안개가 자욱하게 낀 부탄의 한 학교.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함께 학교에 다닙니다.

아직 아기 티를 못 벗은 6살 학생들도 눈에 띕니다.

<녹취> 치모(6살) : "(오늘 몇 시에 일어났어요?) 새벽 5시요."

이른 시각이지만, 등교한 아이들의 얼굴에는 생기가 넘칩니다.

학교에 온 뒤에도 운동장에서 한참을 뛰어놀다 교실로 향하는 아이들...

역사 수업이 한창인 8학년 교실로 들어가 봤습니다.

학생들이 보는 책은 모두 영어로 돼 있습니다.

부탄은 국어인, 종카어를 빼고는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합니다.

<녹취> 사비나 팀시나(13살) : "한국 가는 게 꿈이에요. (어디라고요?) 한국이요. (왜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팬이거든요."

시험 방식도 엄격합니다.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야외에서 시험을 치르는데, 성적이 미달되면 가차 없이 유급됩니다.

대신 1학년부터 10학년까지의 모든 교육 비용은 국가가 책임집니다.

<녹취> 쩌링(교장 선생님) : "교육은 행복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교육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부탄의 재래시장은 한국 농산물 시장과 비슷합니다.

채소의 종류도 그렇고 매운 고추를 좋아하는 식성까지 똑같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습니다.

부탄에서 생산한 채소가 100% 유기농이란 점입니다.

벌레 한 마리도 살생하면 안 된다는 불교 정신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탄의 밥상은 소박하지만 건강합니다.

보통은 붉은 쌀밥에 치즈에 졸인 감자와 고추 등을 먹는데, 오늘은 고기반찬도 준비했습니다.

고기가 특별한 이유는, 부탄에 도축장이 한 곳도 없기 때문입니다.

<녹취> 스리자나(부탄 시민) : "불교에서 살생을 금지하니까 도축장이 없죠. (하지만 고기는 먹잖아요?) 고기야 먹죠. 하지만 수입해오는 겁니다."

이처럼 부탄은 불교가, 사회 전반의 근간을 이룹니다.

불교 신자가 80%나 되고 개종도 금지돼 있습니다.

<녹취> 다우 추름(19살/학생) : "저는 자연과 살아있는 모든 것의 영생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부탄 시민들은 올해 2월, 국왕 부부가 첫 아이를 낳자 산으로 올라가 나무 10만 8천 그루를 심었습니다.

떠들썩한 잔치보다는 풍성한 자연을 물려주고 싶다는 축복의 의미입니다.

<녹취> 까르카(국영 가이드) : "영원히 지속될 선물은 뭘까 고민하다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된 거죠. 바로 '녹색미래'입니다."

그런데 이런 독특한 정책과 문화는, 저절로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지난 1972년 3대 국왕이 국민총행복 정책의 개념을 처음 세운 뒤 40년 넘게 추진해 온 결과입니다.

<녹취> 닝톱 페마(국민총행복청) :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은 깊은 만족입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 소속감, 정체성, 공동체의 활성화 등입니다., 연대감, 자존감 등입니다. 이건 통합적인 행복입니다."

부탄은 '행복'을 객관화하기 위한 작업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지난 조사에서는 8천5백 명을 일일이 만나 한 명당 130여 개씩의 질문을 던졌습니다.

부탄의 행복 점수는 74점으로 조사됐습니다.

<녹취> 닝톱 페마(국민총행복청) : "행복은 때때로 주관적이죠. 어떤 사람은 행복하고, 어떤 사람은 실망합니다. 우리도 배워가는 과정입니다. 국가행복지수를 개발한 이유입니다."

'가난한 나라' 부탄은 행복 정책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는 걸까.

국가 수입의 약 40%는 수력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인도에 수출해 벌고, 20%가량은 관광 수입으로 충당합니다.

하지만 돈이 된다고 해도 철저히 규제하는 게 특징입니다.

일례로 부탄은 관광객에게 하루 250달러씩 받고 숙박과 식사, 차량 등을 제공하는 고비용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녹취> 담초 린진(부탄 관광청) : "만약 250달러를 안 낸다면 정말 많은 사람이 올 거예요. 하지만 그건 여행객에게는 물론이고 부탄에도 안 좋습니다. 균형이 안 맞는다는 것이죠. 조화가 필요해요. 돈만 보는 게 아닙니다."

물론 부탄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 말할 순 없습니다.

올해 UN이 발표한 조사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덴마크였고, 한국은 54위, 부탄은 84위였습니다.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눈여겨볼 만합니다.

한국은 소득과 건강 기대 수명 점수가 부탄보다 높았습니다.

주로 돈과 관련된 항목입니다.

하지만 부탄은 국가의 지원과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여유와 관대함 같은 항목들에서 한국을 앞섰습니다.

<녹취> 하진(부탄인/전 한국 유학생) : "부탄 사람은 돈은 조금만 있어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어야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물론 부탄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해마다 7천 명의 대졸자들이 쏟아지지만, 청년 일자리는 부족합니다.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농가들은 여전히 영세하고 도시와의 생활 수준 격차가 큽니다.

하지만 '국민 행복'을 향한 부탄의 도전이 뒷걸음질 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부탄에서 '행복'은, 너무도 당연하고 확고한 국가의 최종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녹취> 쩌링 푼쵸(부탄) : "(행복정책에서 가장 핵심이 뭡니까?) 행복은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한 점입니다. 모든 사람들의 소망 아닌가요? 행복해지는 것 말이에요."

부탄이 가장 행복한 나라인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세계에서 가장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나라란 건 분명해 보입니다.

부탄에서 김시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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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리포트] 부탄에게 물었다, ‘정말 행복합니까?’
    • 입력 2016-05-28 22:20:23
    • 수정2016-05-28 22:3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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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러분은 지금, '행복'하신가요?

행복하고 싶다는 건 아마 모두의 바람일 것 같은데요,

하지만 어떻게 행복을 이룰 수 있느냐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부탄, 이곳에는 국민행복청이라는 기관도 있고, 국민총생산보다 국민행복지수라는 걸 더 중히 여긴다는데요,

부탄 사람들은 왜 행복한지, 김시원 기자가 그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해발 5천 미터가 넘는 히말라야의 고봉으로 둘러싸인 나라, 부탄...

마지막 샹그릴라로 불리는 인구 70만 명의 작은 나라입니다.

수도 팀푸는 여러모로 독특한 도시입니다.

신호등 없이 수신호로만 4만 대가 넘는 차량을 통제하고, 대부분 시민들은 전통 복장인 고와 키라를 입고 다닙니다.

<녹취> 붐파 도르지(시민) : "국가의 전통 옷이죠. 불편하지 않아요. 편하고 입을 때마다 부탄이 자랑스럽죠."

팀푸의 모든 건물은 6층 이하로 지어야 하고, 매주 화요일마다 모든 술집이 문을 닫습니다.

2007년부터는 담배 판매도 금지했습니다.

부탄은 이렇게 국가의 통제와 각종 규제가 심한 사회입니다.

변변한 공장 하나 없는 아주 가난한 나라이기도 하죠.

하지만 부탄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부탄 사람들은 왜, 자기들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걸까요?

안개가 자욱하게 낀 부탄의 한 학교.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함께 학교에 다닙니다.

아직 아기 티를 못 벗은 6살 학생들도 눈에 띕니다.

<녹취> 치모(6살) : "(오늘 몇 시에 일어났어요?) 새벽 5시요."

이른 시각이지만, 등교한 아이들의 얼굴에는 생기가 넘칩니다.

학교에 온 뒤에도 운동장에서 한참을 뛰어놀다 교실로 향하는 아이들...

역사 수업이 한창인 8학년 교실로 들어가 봤습니다.

학생들이 보는 책은 모두 영어로 돼 있습니다.

부탄은 국어인, 종카어를 빼고는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합니다.

<녹취> 사비나 팀시나(13살) : "한국 가는 게 꿈이에요. (어디라고요?) 한국이요. (왜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팬이거든요."

시험 방식도 엄격합니다.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야외에서 시험을 치르는데, 성적이 미달되면 가차 없이 유급됩니다.

대신 1학년부터 10학년까지의 모든 교육 비용은 국가가 책임집니다.

<녹취> 쩌링(교장 선생님) : "교육은 행복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교육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부탄의 재래시장은 한국 농산물 시장과 비슷합니다.

채소의 종류도 그렇고 매운 고추를 좋아하는 식성까지 똑같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습니다.

부탄에서 생산한 채소가 100% 유기농이란 점입니다.

벌레 한 마리도 살생하면 안 된다는 불교 정신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탄의 밥상은 소박하지만 건강합니다.

보통은 붉은 쌀밥에 치즈에 졸인 감자와 고추 등을 먹는데, 오늘은 고기반찬도 준비했습니다.

고기가 특별한 이유는, 부탄에 도축장이 한 곳도 없기 때문입니다.

<녹취> 스리자나(부탄 시민) : "불교에서 살생을 금지하니까 도축장이 없죠. (하지만 고기는 먹잖아요?) 고기야 먹죠. 하지만 수입해오는 겁니다."

이처럼 부탄은 불교가, 사회 전반의 근간을 이룹니다.

불교 신자가 80%나 되고 개종도 금지돼 있습니다.

<녹취> 다우 추름(19살/학생) : "저는 자연과 살아있는 모든 것의 영생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부탄 시민들은 올해 2월, 국왕 부부가 첫 아이를 낳자 산으로 올라가 나무 10만 8천 그루를 심었습니다.

떠들썩한 잔치보다는 풍성한 자연을 물려주고 싶다는 축복의 의미입니다.

<녹취> 까르카(국영 가이드) : "영원히 지속될 선물은 뭘까 고민하다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된 거죠. 바로 '녹색미래'입니다."

그런데 이런 독특한 정책과 문화는, 저절로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지난 1972년 3대 국왕이 국민총행복 정책의 개념을 처음 세운 뒤 40년 넘게 추진해 온 결과입니다.

<녹취> 닝톱 페마(국민총행복청) :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은 깊은 만족입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 소속감, 정체성, 공동체의 활성화 등입니다., 연대감, 자존감 등입니다. 이건 통합적인 행복입니다."

부탄은 '행복'을 객관화하기 위한 작업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지난 조사에서는 8천5백 명을 일일이 만나 한 명당 130여 개씩의 질문을 던졌습니다.

부탄의 행복 점수는 74점으로 조사됐습니다.

<녹취> 닝톱 페마(국민총행복청) : "행복은 때때로 주관적이죠. 어떤 사람은 행복하고, 어떤 사람은 실망합니다. 우리도 배워가는 과정입니다. 국가행복지수를 개발한 이유입니다."

'가난한 나라' 부탄은 행복 정책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는 걸까.

국가 수입의 약 40%는 수력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인도에 수출해 벌고, 20%가량은 관광 수입으로 충당합니다.

하지만 돈이 된다고 해도 철저히 규제하는 게 특징입니다.

일례로 부탄은 관광객에게 하루 250달러씩 받고 숙박과 식사, 차량 등을 제공하는 고비용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녹취> 담초 린진(부탄 관광청) : "만약 250달러를 안 낸다면 정말 많은 사람이 올 거예요. 하지만 그건 여행객에게는 물론이고 부탄에도 안 좋습니다. 균형이 안 맞는다는 것이죠. 조화가 필요해요. 돈만 보는 게 아닙니다."

물론 부탄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 말할 순 없습니다.

올해 UN이 발표한 조사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덴마크였고, 한국은 54위, 부탄은 84위였습니다.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눈여겨볼 만합니다.

한국은 소득과 건강 기대 수명 점수가 부탄보다 높았습니다.

주로 돈과 관련된 항목입니다.

하지만 부탄은 국가의 지원과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여유와 관대함 같은 항목들에서 한국을 앞섰습니다.

<녹취> 하진(부탄인/전 한국 유학생) : "부탄 사람은 돈은 조금만 있어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어야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물론 부탄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해마다 7천 명의 대졸자들이 쏟아지지만, 청년 일자리는 부족합니다.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농가들은 여전히 영세하고 도시와의 생활 수준 격차가 큽니다.

하지만 '국민 행복'을 향한 부탄의 도전이 뒷걸음질 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부탄에서 '행복'은, 너무도 당연하고 확고한 국가의 최종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녹취> 쩌링 푼쵸(부탄) : "(행복정책에서 가장 핵심이 뭡니까?) 행복은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한 점입니다. 모든 사람들의 소망 아닌가요? 행복해지는 것 말이에요."

부탄이 가장 행복한 나라인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세계에서 가장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나라란 건 분명해 보입니다.

부탄에서 김시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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