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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체벌’을 허용한다고?…발칵 뒤집힌 파키스탄
입력 2016.05.30 (15:50) 수정 2016.05.30 (15:55) 취재K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에서 아내가 남편의 말을 듣지 않을 경우 '가벼운 체벌'을 허용하는 법안이 추진되면서 파키스탄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파키스탄 인권단체들은 이 법안을 의회에 제안한 '이슬람 이념 자문위원회'의 해체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 "남편 말 듣지 않으면 부인에 대한 '가벼운 체벌' 허용 추진"

29일(현지시간) NBC와 CNN,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과 영국의 텔레그래프 등 서방의 주요 언론들은 파키스탄에서 아내에 대한 체벌을 허용하는 입법이 추진된다고 파키스탄 현지 언론인 익스프레스 트리뷴을 인용해 보도했다.

[바로가기]☞ 자문위원회 의장, “부인에 대한 가벼운 체벌은 폭력이 아니다.” (파키스탄 익스프레스 트리뷴)

파키스탄 일간 익스프레스-트리뷴 보도를 보면 자문위원회는 아내가 말을 듣지 않으면 남편이 아내를 '가볍게 체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슬람 이념 자문위원회는 법을 직접 만들 수는 없지만, 각종 법령이 이슬람 교리에 부합하는지를 검토하고 조언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헌법상의 기구이다. 지난 1962년부터 운영돼온 이 자문위원회는 주로 성직자와 학자들로 구성돼 있는데 2013년에는 강간 범죄에 대해서 유전자 감식 결과를 증거로 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모두 163쪽에 이르는 법안 내용 초안을 보면 아내가 남편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거나 남편이 원하는 복장을 갖추지 않으면 남편이 아내를 때릴 수 있게 돼 있다. 또 특별한 종교적 사유가 없는데도 성관계를 거부하거나, 성관계 후 또는 생리 기간에 목욕하지 않는 아내도 체벌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지나치게 큰 목소리로 말하거나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경우도 남편이 부인을 때릴 수 있는 있게 돼 있다. 자문위원회는 심지어 어떻게 때리는 것이 '가볍게 체벌'하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까지 제시했다.

아내에 대한 가벼운 체벌 허용을 제안한 이슬람 이념 자문위원회 무함마드캄 시라니 의장 (사진=NBC)아내에 대한 가벼운 체벌 허용을 제안한 이슬람 이념 자문위원회 무함마드캄 시라니 의장 (사진=NBC)


무함마드 칸 시라니 자문위원회 의장은 법안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피부가 너무 두껍거나 얇지 않은 곳을 때려야 하며, 머리에 신발이나 빗자루를 사용하지 말아야 하고, 코나 눈을 때려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뼈가 부러지거나 피부에 때린 흔적이 남으면 안되고 보복의 마음의 아닌 ,오직 종교적 의무를 상기시키는 마음을 갖고 때려야 하며, 때리는 건 마지막 수단이"이라고 주장했다.

이 자문위원회의 제안은 여성 보호법이라고 불리는 성 평등적인 법을 추진한 파키스탄 최대 인구 밀집지역인 펀자브 지방의 움직임에 대한 대응으로 나왔다. 펀자브 지방의 여성 보호법은 폭력적인 남편들에게 전자 추적 팔찌를 채우는 등 여성들에게 많은 권리를 주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자문위원회는 이를 '이슬람 교리에 맞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자신들의 독자적인 안을 만든 것이다. 이번 제안은 지역 입법부에 보내지기 전에 자문위원회 전체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

3월 17일 파키스탄 라호레에서 한 시위자가 파키스탄 펀자브 지역 의회의 여성 보호법 제정과 관련해 “여성을 해방시키지 말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다. (사진=EPA) 3월 17일 파키스탄 라호레에서 한 시위자가 파키스탄 펀자브 지역 의회의 여성 보호법 제정과 관련해 “여성을 해방시키지 말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다. (사진=EPA)


■ "분노하는 파키스탄 사회, 자문위원회 해체하라"

이 같은 방안이 발표되자 파키스탄 사회는 분노로 들끓고 있다. 파키스탄 인권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양심이 있는 모든 사람이 자문위원회의 부인체벌 허용 방안을 반대해야 하며, 시대에 역행하는 조처에 침묵을 선택하는 것은 자문위원회의 입장을 정당화시켜주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이번 제안은 자문위원회를 장악하고 있는 광신도들의 마음이 어떠한지를 그대로 드러내는 만큼 광신도들을 즉각 추방하고, 자문 위원회를 아예 없앨 때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강간. 높아지는 이혼율 등 진짜 여성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자문위원회에서 활동하다 종교적인 이유로 사임한 뒤 지금은 11만 명의 종교학자로 구성된 모임을 이끌고 있는 타히르 아시라피는 미국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가벼운 체벌'과 '제한된 폭력'이 도대체 무슨 말이냐?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자문위원회가 이슬람교를 지킨다고 하지만 그런 제안 자체가 이슬람교를 전복시키는 행위이다. 이슬람에서 폭력은 금지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문위원회가 강간이나 높아지는 이혼율, 자살 폭탄 테러 등 여성이 피해를 보는 심각한 문제를 다뤄야 하는데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문위원회의 제안의 현실성과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다. 펀자브 지역 법무 책임자인 라아 사나울라는 파키스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무함마다 칸 시라리가 의장이 모든 체벌을 개인적으로 지켜보겠다는 것이냐, 가벼운 체벌이 강한 체벌로 악화하지 않는다고 보증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파키스탄 인권변호사인 아스마 장지르는 파키스탄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역겨운 일이지만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파키스탄 여성들이 그들을 보호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의 한 여성이 이슬라마바드 교외에서 겨자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AP)파키스탄의 한 여성이 이슬라마바드 교외에서 겨자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AP)


■ "파키스탄인 70%, 부인에 대한 체벌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지난 2012년 세계 50개 나라 사람들의 가치와 신념 체계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면 파키스탄 사람들의 70%는 남편이 부인을 때리는 행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응답했다. 남녀별로 특별한 차이는 없었다. 미국민의 경우 남성의 80%, 여성의 90%가 남성의 여성에 대한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답했다.

■ "초등학교 이후 남녀 공학도 금지"

자문위원회가 마련한 법안 내용을 보면 아내에 대한 체벌 허용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하지 말아야 할 일도 구체적으로 기술돼 있다. 초등학교 이후 남녀가 함께 교육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여성들은 전투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파키스탄 공군이 여성 전투 조종사를 육성하기 위한 훈련을 이미 시작한 상황을 고려해보면 정말 보수적인 접근 방식이다. 여성은 광고업에 종사해서도 안 되고, 여성 간호사들은 자기 가족 이외에 다른 남성 환자들을 간호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또한, 여성들은 반드시 2년간 자녀들에게 모유 수유를 해야 하며 남편의 허락 없이 피임도 할 수 없게 돼 있다.

파키스탄 크리스천 포스트는 이와 관련해 여성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으며, 특히 여성의 교육 불평등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CIA의 분석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여성들은 교육 받을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아 문맹률이 45%에 이른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 "지난해 1,000명 이상의 여성이 '명예살인'으로 희생돼"

파키스탄은 여성을 고위직으로 선출한 첫 번째 이슬람 국가이다. 베나지르 부토는2007년 암살되기 전까지 1970년대와 80년대 파키스탄 총리로 일했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처음으로 여성 총리로 선출된 베나지로 부토 파키스탄 전 총리 (사진=위키피디아)이슬람 국가에서는 처음으로 여성 총리로 선출된 베나지로 부토 파키스탄 전 총리 (사진=위키피디아)


이처럼 앞서가는 측면도 있긴 하지만 파키스탄은 여성 교육과 고용 측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나라 가운데 하나이다. 또 지난해 파키스탄에서는 1,000명 이상의 여성이 이른바 명예 살인의 희생자가 됐다. 여성들은 자기 가족에 불명예를 가져왔다는 이유만으로 사법 절차 없이 친척들에게 살해당했다. 파키스탄 여성들의 처지가 그만큼 열악하다는 의미이다.

2014년 5월 27일 파키스탄 경찰이 “사랑하는 남성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이른바 ‘명예 살인’을 당한 한 여성의 시신 주변에서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 (사진=EPA)2014년 5월 27일 파키스탄 경찰이 “사랑하는 남성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이른바 ‘명예 살인’을 당한 한 여성의 시신 주변에서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 (사진=EPA)


이번 자문위원회가 마련한 '부인 체벌 허용' 방안이 법제화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자문위원회의 제안은 말 그대로 제안일뿐이며 의회가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그만이다. 또한, 현실에서 파키스탄 여성들은 그 이상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자문위원회는 자신들의 막강한 권한을 이용해 90% 이상이 가정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파키스탄 여성들에게 치유할 수 없는 엄청난 마음의 상처를 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다운로드]☞ 혜택 받지 못하고 있는 여성들의 권리 (파키스탄 인권위원회) [PDF]
  • ‘아내 체벌’을 허용한다고?…발칵 뒤집힌 파키스탄
    • 입력 2016-05-30 15:50:40
    • 수정2016-05-30 15:55:59
    취재K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에서 아내가 남편의 말을 듣지 않을 경우 '가벼운 체벌'을 허용하는 법안이 추진되면서 파키스탄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파키스탄 인권단체들은 이 법안을 의회에 제안한 '이슬람 이념 자문위원회'의 해체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 "남편 말 듣지 않으면 부인에 대한 '가벼운 체벌' 허용 추진"

29일(현지시간) NBC와 CNN,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과 영국의 텔레그래프 등 서방의 주요 언론들은 파키스탄에서 아내에 대한 체벌을 허용하는 입법이 추진된다고 파키스탄 현지 언론인 익스프레스 트리뷴을 인용해 보도했다.

[바로가기]☞ 자문위원회 의장, “부인에 대한 가벼운 체벌은 폭력이 아니다.” (파키스탄 익스프레스 트리뷴)

파키스탄 일간 익스프레스-트리뷴 보도를 보면 자문위원회는 아내가 말을 듣지 않으면 남편이 아내를 '가볍게 체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슬람 이념 자문위원회는 법을 직접 만들 수는 없지만, 각종 법령이 이슬람 교리에 부합하는지를 검토하고 조언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헌법상의 기구이다. 지난 1962년부터 운영돼온 이 자문위원회는 주로 성직자와 학자들로 구성돼 있는데 2013년에는 강간 범죄에 대해서 유전자 감식 결과를 증거로 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모두 163쪽에 이르는 법안 내용 초안을 보면 아내가 남편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거나 남편이 원하는 복장을 갖추지 않으면 남편이 아내를 때릴 수 있게 돼 있다. 또 특별한 종교적 사유가 없는데도 성관계를 거부하거나, 성관계 후 또는 생리 기간에 목욕하지 않는 아내도 체벌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지나치게 큰 목소리로 말하거나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경우도 남편이 부인을 때릴 수 있는 있게 돼 있다. 자문위원회는 심지어 어떻게 때리는 것이 '가볍게 체벌'하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까지 제시했다.

아내에 대한 가벼운 체벌 허용을 제안한 이슬람 이념 자문위원회 무함마드캄 시라니 의장 (사진=NBC)아내에 대한 가벼운 체벌 허용을 제안한 이슬람 이념 자문위원회 무함마드캄 시라니 의장 (사진=NBC)


무함마드 칸 시라니 자문위원회 의장은 법안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피부가 너무 두껍거나 얇지 않은 곳을 때려야 하며, 머리에 신발이나 빗자루를 사용하지 말아야 하고, 코나 눈을 때려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뼈가 부러지거나 피부에 때린 흔적이 남으면 안되고 보복의 마음의 아닌 ,오직 종교적 의무를 상기시키는 마음을 갖고 때려야 하며, 때리는 건 마지막 수단이"이라고 주장했다.

이 자문위원회의 제안은 여성 보호법이라고 불리는 성 평등적인 법을 추진한 파키스탄 최대 인구 밀집지역인 펀자브 지방의 움직임에 대한 대응으로 나왔다. 펀자브 지방의 여성 보호법은 폭력적인 남편들에게 전자 추적 팔찌를 채우는 등 여성들에게 많은 권리를 주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자문위원회는 이를 '이슬람 교리에 맞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자신들의 독자적인 안을 만든 것이다. 이번 제안은 지역 입법부에 보내지기 전에 자문위원회 전체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

3월 17일 파키스탄 라호레에서 한 시위자가 파키스탄 펀자브 지역 의회의 여성 보호법 제정과 관련해 “여성을 해방시키지 말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다. (사진=EPA) 3월 17일 파키스탄 라호레에서 한 시위자가 파키스탄 펀자브 지역 의회의 여성 보호법 제정과 관련해 “여성을 해방시키지 말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다. (사진=EPA)


■ "분노하는 파키스탄 사회, 자문위원회 해체하라"

이 같은 방안이 발표되자 파키스탄 사회는 분노로 들끓고 있다. 파키스탄 인권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양심이 있는 모든 사람이 자문위원회의 부인체벌 허용 방안을 반대해야 하며, 시대에 역행하는 조처에 침묵을 선택하는 것은 자문위원회의 입장을 정당화시켜주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이번 제안은 자문위원회를 장악하고 있는 광신도들의 마음이 어떠한지를 그대로 드러내는 만큼 광신도들을 즉각 추방하고, 자문 위원회를 아예 없앨 때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강간. 높아지는 이혼율 등 진짜 여성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자문위원회에서 활동하다 종교적인 이유로 사임한 뒤 지금은 11만 명의 종교학자로 구성된 모임을 이끌고 있는 타히르 아시라피는 미국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가벼운 체벌'과 '제한된 폭력'이 도대체 무슨 말이냐?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자문위원회가 이슬람교를 지킨다고 하지만 그런 제안 자체가 이슬람교를 전복시키는 행위이다. 이슬람에서 폭력은 금지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문위원회가 강간이나 높아지는 이혼율, 자살 폭탄 테러 등 여성이 피해를 보는 심각한 문제를 다뤄야 하는데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문위원회의 제안의 현실성과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다. 펀자브 지역 법무 책임자인 라아 사나울라는 파키스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무함마다 칸 시라리가 의장이 모든 체벌을 개인적으로 지켜보겠다는 것이냐, 가벼운 체벌이 강한 체벌로 악화하지 않는다고 보증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파키스탄 인권변호사인 아스마 장지르는 파키스탄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역겨운 일이지만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파키스탄 여성들이 그들을 보호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의 한 여성이 이슬라마바드 교외에서 겨자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AP)파키스탄의 한 여성이 이슬라마바드 교외에서 겨자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AP)


■ "파키스탄인 70%, 부인에 대한 체벌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지난 2012년 세계 50개 나라 사람들의 가치와 신념 체계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면 파키스탄 사람들의 70%는 남편이 부인을 때리는 행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응답했다. 남녀별로 특별한 차이는 없었다. 미국민의 경우 남성의 80%, 여성의 90%가 남성의 여성에 대한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답했다.

■ "초등학교 이후 남녀 공학도 금지"

자문위원회가 마련한 법안 내용을 보면 아내에 대한 체벌 허용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하지 말아야 할 일도 구체적으로 기술돼 있다. 초등학교 이후 남녀가 함께 교육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여성들은 전투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파키스탄 공군이 여성 전투 조종사를 육성하기 위한 훈련을 이미 시작한 상황을 고려해보면 정말 보수적인 접근 방식이다. 여성은 광고업에 종사해서도 안 되고, 여성 간호사들은 자기 가족 이외에 다른 남성 환자들을 간호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또한, 여성들은 반드시 2년간 자녀들에게 모유 수유를 해야 하며 남편의 허락 없이 피임도 할 수 없게 돼 있다.

파키스탄 크리스천 포스트는 이와 관련해 여성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으며, 특히 여성의 교육 불평등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CIA의 분석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여성들은 교육 받을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아 문맹률이 45%에 이른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 "지난해 1,000명 이상의 여성이 '명예살인'으로 희생돼"

파키스탄은 여성을 고위직으로 선출한 첫 번째 이슬람 국가이다. 베나지르 부토는2007년 암살되기 전까지 1970년대와 80년대 파키스탄 총리로 일했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처음으로 여성 총리로 선출된 베나지로 부토 파키스탄 전 총리 (사진=위키피디아)이슬람 국가에서는 처음으로 여성 총리로 선출된 베나지로 부토 파키스탄 전 총리 (사진=위키피디아)


이처럼 앞서가는 측면도 있긴 하지만 파키스탄은 여성 교육과 고용 측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나라 가운데 하나이다. 또 지난해 파키스탄에서는 1,000명 이상의 여성이 이른바 명예 살인의 희생자가 됐다. 여성들은 자기 가족에 불명예를 가져왔다는 이유만으로 사법 절차 없이 친척들에게 살해당했다. 파키스탄 여성들의 처지가 그만큼 열악하다는 의미이다.

2014년 5월 27일 파키스탄 경찰이 “사랑하는 남성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이른바 ‘명예 살인’을 당한 한 여성의 시신 주변에서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 (사진=EPA)2014년 5월 27일 파키스탄 경찰이 “사랑하는 남성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이른바 ‘명예 살인’을 당한 한 여성의 시신 주변에서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 (사진=EPA)


이번 자문위원회가 마련한 '부인 체벌 허용' 방안이 법제화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자문위원회의 제안은 말 그대로 제안일뿐이며 의회가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그만이다. 또한, 현실에서 파키스탄 여성들은 그 이상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자문위원회는 자신들의 막강한 권한을 이용해 90% 이상이 가정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파키스탄 여성들에게 치유할 수 없는 엄청난 마음의 상처를 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다운로드]☞ 혜택 받지 못하고 있는 여성들의 권리 (파키스탄 인권위원회)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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