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시선] 가족영화는 왜 실패하는가

입력 2016.06.0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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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희 영화평론가

많은 휴먼 드라마 영화들의 고전적인 소재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가족’이죠. 가족의 이야기만큼 많은 관객의 피부에 와 닿는 그런 이야기도 별로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요, 희한하게도 가족 소재의 영화 가운데 흥행 면에서 성공을 거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이번 주 까칠한 시선에서 그 이유를 짚어 봅니다.

가족 영화의 흥행 요소: 가족의 죽음, 눈물, 코미디

제가 방금 ‘가족 영화들이 흥행이 잘 안 된다’ 이렇게 말씀드리니까 아마 많은 분이 <7번 방의 선물 (2012)>은 가족 영화 아니냐? 이렇게 반문하셨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가족 영화죠. 그런데 이 영화가 동원 관객 수 천만이 넘은 데는 제가 이미 여러 번 말씀 드렸던 두 가지 흥행 공식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족 구성원의 죽음’과 ‘남겨진 자의 통곡’, 여기에 양념처럼 ‘적절한 코미디’를 얹어주면 금상첨화죠. 이 세 가지 요소가 합쳐진 가족 영화는 대체로 흥행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그런 요소들이 별로 없는 가족 영화들을 살펴볼까요? 김윤석이 주연했던 <남쪽으로 튀어(2012)>라는 작품입니다. 못마땅한 건 절대로 안 하고, 자기 할 말을 다하고 사는 최해갑이라는 인물이 가장입니다. 그리고 그의 가족이 행복을 찾아서 남쪽 섬을 찾아 떠나게 되고, 그곳에서 적응해가는 과정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는 가족 구성원 누구도 죽지 않고요. 그래서 통곡하는 장면도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영화는 83만 명이라는 초라한 흥행 성적표를 받아들고 말았습니다.

한국 가족 영화 가운데 단연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 바로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2006)>입니다. 형식적인 차별성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기존의 혈연 중심적인 가족주의에서 벗어나서 가족애의 본질을 묻고 있는, 주제 의식이 꽤 둔중한 여운을 안겼던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 <가족의 탄생>은 평단의 극찬을 들은 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관객들의 반응은 차가웠죠. 개봉 당시 동원 관객 수 22만 명. 정말 처참한 흥행 실패였습니다. 이 영화의 실패 이유는 뭘까요? 네, 역시 자극 요소, 그러니까 관객들의 눈물을 쏙 빼놓을 만한 설정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라고, 저는 봅니다.

전형을 벗어난 현실적인 가족 영화는 흥행 참패

흥행 면에서 찬밥 대우를 받은 건 비단 한국영화 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2014년에 개봉했던 미국 가족 영화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August: Osage County, 2013)>도 국내 흥행 성적이 신통치가 않았습니다. 메릴 스트립(Meryl Streep)에 줄리아 로버츠(Julia Roberts). 이완 맥그리거(Ewan Gordon McGregor)와 베네딕트 컴버배치(Benedict Cumberbatch)까지 그야말로 연기파 스타군단이 총집합했음에도 광범위한 흥행을 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역시 실패 이유를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어느 무더운 여름날, 아버지의 장례식 때문에 모이게 된 한 가족의 이야기를 펼쳐 보이는데요. 약물 중독에 엄청나게 신경질적인 어머니가 애써 모인 딸들을 슬슬 약 올리면서 갈등이 폭발하게 되고, 결국 이 집안의 숨겨진 비밀이 하나씩 벗겨진다는 내용입니다. 한마디로 막 나가는 가족이죠. 이렇게 콩가루 가족이 등장하는 영화치고 흥행적으로 잘된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사실 그건 어쩌면 우리 사회의 가족이 처한 현실과 너무 닮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사별과 통곡 그리고 웃음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갖추지 않거나, 콩가루 가족이 등장하는 가족 영화의 경우에는 흥행과 거리가 멀다는 걸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우리 관객들은 아무래도 화목하기보다는 지지고 볶는 가족의 그늘진 모습을 투영한 가족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얘기겠죠. 그런데 참 희한하게도 텔레비전에서 해주는 막장 가족 드라마는 인기가 높습니다. 저도 그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까칠한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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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칠한 시선] 가족영화는 왜 실패하는가
    • 입력 2016-06-01 11:02:48
    까칠한 시선
최광희 영화평론가

많은 휴먼 드라마 영화들의 고전적인 소재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가족’이죠. 가족의 이야기만큼 많은 관객의 피부에 와 닿는 그런 이야기도 별로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요, 희한하게도 가족 소재의 영화 가운데 흥행 면에서 성공을 거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이번 주 까칠한 시선에서 그 이유를 짚어 봅니다.

가족 영화의 흥행 요소: 가족의 죽음, 눈물, 코미디

제가 방금 ‘가족 영화들이 흥행이 잘 안 된다’ 이렇게 말씀드리니까 아마 많은 분이 <7번 방의 선물 (2012)>은 가족 영화 아니냐? 이렇게 반문하셨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가족 영화죠. 그런데 이 영화가 동원 관객 수 천만이 넘은 데는 제가 이미 여러 번 말씀 드렸던 두 가지 흥행 공식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족 구성원의 죽음’과 ‘남겨진 자의 통곡’, 여기에 양념처럼 ‘적절한 코미디’를 얹어주면 금상첨화죠. 이 세 가지 요소가 합쳐진 가족 영화는 대체로 흥행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그런 요소들이 별로 없는 가족 영화들을 살펴볼까요? 김윤석이 주연했던 <남쪽으로 튀어(2012)>라는 작품입니다. 못마땅한 건 절대로 안 하고, 자기 할 말을 다하고 사는 최해갑이라는 인물이 가장입니다. 그리고 그의 가족이 행복을 찾아서 남쪽 섬을 찾아 떠나게 되고, 그곳에서 적응해가는 과정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는 가족 구성원 누구도 죽지 않고요. 그래서 통곡하는 장면도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영화는 83만 명이라는 초라한 흥행 성적표를 받아들고 말았습니다.

한국 가족 영화 가운데 단연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 바로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2006)>입니다. 형식적인 차별성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기존의 혈연 중심적인 가족주의에서 벗어나서 가족애의 본질을 묻고 있는, 주제 의식이 꽤 둔중한 여운을 안겼던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 <가족의 탄생>은 평단의 극찬을 들은 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관객들의 반응은 차가웠죠. 개봉 당시 동원 관객 수 22만 명. 정말 처참한 흥행 실패였습니다. 이 영화의 실패 이유는 뭘까요? 네, 역시 자극 요소, 그러니까 관객들의 눈물을 쏙 빼놓을 만한 설정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라고, 저는 봅니다.

전형을 벗어난 현실적인 가족 영화는 흥행 참패

흥행 면에서 찬밥 대우를 받은 건 비단 한국영화 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2014년에 개봉했던 미국 가족 영화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August: Osage County, 2013)>도 국내 흥행 성적이 신통치가 않았습니다. 메릴 스트립(Meryl Streep)에 줄리아 로버츠(Julia Roberts). 이완 맥그리거(Ewan Gordon McGregor)와 베네딕트 컴버배치(Benedict Cumberbatch)까지 그야말로 연기파 스타군단이 총집합했음에도 광범위한 흥행을 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역시 실패 이유를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어느 무더운 여름날, 아버지의 장례식 때문에 모이게 된 한 가족의 이야기를 펼쳐 보이는데요. 약물 중독에 엄청나게 신경질적인 어머니가 애써 모인 딸들을 슬슬 약 올리면서 갈등이 폭발하게 되고, 결국 이 집안의 숨겨진 비밀이 하나씩 벗겨진다는 내용입니다. 한마디로 막 나가는 가족이죠. 이렇게 콩가루 가족이 등장하는 영화치고 흥행적으로 잘된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사실 그건 어쩌면 우리 사회의 가족이 처한 현실과 너무 닮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사별과 통곡 그리고 웃음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갖추지 않거나, 콩가루 가족이 등장하는 가족 영화의 경우에는 흥행과 거리가 멀다는 걸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우리 관객들은 아무래도 화목하기보다는 지지고 볶는 가족의 그늘진 모습을 투영한 가족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얘기겠죠. 그런데 참 희한하게도 텔레비전에서 해주는 막장 가족 드라마는 인기가 높습니다. 저도 그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까칠한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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