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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의 고래 싸움, 이크! 새우 등 터질라…
입력 2016.06.01 (13:09) 경제
WSC 20주년, 반도체 종주국 대한민국

WSC, 반도체 생산업체들의 모임인 World Semiconductor Council (세계반도체협의회)의 약칭이다. 올해로 창립 20주년, WSC 연례회의가 서울에서 5월 26일에 열렸다.

5월 26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반도체협의회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중국의 파운드리 업체 화홍그레이스의 왕유 회장.5월 26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반도체협의회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중국의 파운드리 업체 화홍그레이스의 왕유 회장.


대한민국은 미국, 일본, 유럽과 함께 창립 멤버다. 대만이 1999년, 중국이 2006년에 가입했다. 이 모임에 낄 정도로 반도체 생산 능력을 갖춘 나라들은 몇 나라가 되지 않는 것이다.

반도체 시장 역주행, 구조조정 먹구름

대한민국의 주력 수출 품목 반도체 시장은 올해도 전망이 좋지 않다. 세계적인 시장 조사 업체 IHS는 2016년 세계 반도체 시장이 2.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메모리 부문이 더 심각해 9%나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IHS는 2018년이나 되어야 2015년 수준으로 다시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것도 메모리 부문이 아니라 비메모리 부문의 회복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반도체 시장에도 구조조정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 상위 20개 가운데 40%인 8개 기업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인텔, 퀄컴 등 북미 지역 기업들의 인력 구조조정이 가장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이 지역에서 반도체 인력 3만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PC 시장 침체와 스마트폰 수요 부진 등으로 반도체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반도체 굴기, 경제 전쟁 본격화

반도체 최대 소비시장 중국의 움직임은 또 다른 악재다. 이른바 반도체 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와 업체가 함께 전방위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칭화홀딩스는 미국의 래티스반도체 지분 6%를 추가 매입한데 이어 영국의 이미지네이션 테크놀로지의 지분 3%를 인수했다. 계열사인 칭화유니는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를 아예 인수하려다 미국의 제동으로 실패한 적도 있다.



중국 정부가 주도한 반도체 펀드는 2020년까지 560억 달러를 모을 계획이다. 4분의 1 정도를 중국 정부가 낼 것이라고 한다. 기업간 경쟁을 넘어 국가간 경쟁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발끈하고 나섰다. 중국의 반도체 펀드가 WTO가 금지하는 국가보조금에 해당하는지 확인해 달라고 WTO(세계무역기구)에 요청했다. 반도체는 미국과 중국이 자국의 안보에 핵심적인 품목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은 자급자족이 필요하고 미국은 이를 저지하려 하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산 철강에 대해서도 400~500%가 넘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맞서 중국도 이걸 WTO에 제소할 계획이다. 반도체 전쟁, 철강 전쟁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G2의 용쟁호투, 대한민국 생존 공간은?

문제는 한국이 이 싸움에 끌려 들어갈 처지에 놓였다는 점이다. 5월 18일 방한한 마커스 자도트 미국 상무부 차관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고위 관계자를 만나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공동 대응하자고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을 방문한 마커스 자도트 미국 상무부 차관보가 5월 20일 최재유 미래부 2차관 등 정부 관계자들과 면담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마커스 자도트 미국 상무부 차관보가 5월 20일 최재유 미래부 2차관 등 정부 관계자들과 면담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최대 시장인 중국의 보복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한국은 ‘고래 싸움에 낀 새우’와 같은 상황에 놓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중간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이 불거졌을 때 이미 이런‘새우 신세’를 절감한 적이 있다.

미국과 중국은 6월 6일부터 이틀간 베이징에서 8차 전략경제대화를 열어 현안을 논의한다. 반도체, 철강, 환율, 남중국해 등 껄끄러운 이슈가 다뤄질 것이다.



미국은 안보든 경제든 한미일 3각 동맹으로 중국을 압박하려 하고 있다. 반도체를 포함한 최대 수출 시장 중국을 놓칠 수 없는 대한민국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과 중국, G2 국가들이 잘 해결해 줄 것이란 안일한 기대 속에 안주할 수는 없다. 한국 외교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G2의 틈 바구니에서 대한민국의 생존 공간을 확보하는 것, 아프리카 어느 나라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는 일보다 훨씬 시급한 일이다.
  • G2의 고래 싸움, 이크! 새우 등 터질라…
    • 입력 2016-06-01 13:09:41
    경제
WSC 20주년, 반도체 종주국 대한민국

WSC, 반도체 생산업체들의 모임인 World Semiconductor Council (세계반도체협의회)의 약칭이다. 올해로 창립 20주년, WSC 연례회의가 서울에서 5월 26일에 열렸다.

5월 26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반도체협의회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중국의 파운드리 업체 화홍그레이스의 왕유 회장.5월 26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반도체협의회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중국의 파운드리 업체 화홍그레이스의 왕유 회장.


대한민국은 미국, 일본, 유럽과 함께 창립 멤버다. 대만이 1999년, 중국이 2006년에 가입했다. 이 모임에 낄 정도로 반도체 생산 능력을 갖춘 나라들은 몇 나라가 되지 않는 것이다.

반도체 시장 역주행, 구조조정 먹구름

대한민국의 주력 수출 품목 반도체 시장은 올해도 전망이 좋지 않다. 세계적인 시장 조사 업체 IHS는 2016년 세계 반도체 시장이 2.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메모리 부문이 더 심각해 9%나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IHS는 2018년이나 되어야 2015년 수준으로 다시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것도 메모리 부문이 아니라 비메모리 부문의 회복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반도체 시장에도 구조조정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 상위 20개 가운데 40%인 8개 기업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인텔, 퀄컴 등 북미 지역 기업들의 인력 구조조정이 가장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이 지역에서 반도체 인력 3만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PC 시장 침체와 스마트폰 수요 부진 등으로 반도체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반도체 굴기, 경제 전쟁 본격화

반도체 최대 소비시장 중국의 움직임은 또 다른 악재다. 이른바 반도체 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와 업체가 함께 전방위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칭화홀딩스는 미국의 래티스반도체 지분 6%를 추가 매입한데 이어 영국의 이미지네이션 테크놀로지의 지분 3%를 인수했다. 계열사인 칭화유니는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를 아예 인수하려다 미국의 제동으로 실패한 적도 있다.



중국 정부가 주도한 반도체 펀드는 2020년까지 560억 달러를 모을 계획이다. 4분의 1 정도를 중국 정부가 낼 것이라고 한다. 기업간 경쟁을 넘어 국가간 경쟁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발끈하고 나섰다. 중국의 반도체 펀드가 WTO가 금지하는 국가보조금에 해당하는지 확인해 달라고 WTO(세계무역기구)에 요청했다. 반도체는 미국과 중국이 자국의 안보에 핵심적인 품목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은 자급자족이 필요하고 미국은 이를 저지하려 하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산 철강에 대해서도 400~500%가 넘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맞서 중국도 이걸 WTO에 제소할 계획이다. 반도체 전쟁, 철강 전쟁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G2의 용쟁호투, 대한민국 생존 공간은?

문제는 한국이 이 싸움에 끌려 들어갈 처지에 놓였다는 점이다. 5월 18일 방한한 마커스 자도트 미국 상무부 차관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고위 관계자를 만나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공동 대응하자고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을 방문한 마커스 자도트 미국 상무부 차관보가 5월 20일 최재유 미래부 2차관 등 정부 관계자들과 면담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마커스 자도트 미국 상무부 차관보가 5월 20일 최재유 미래부 2차관 등 정부 관계자들과 면담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최대 시장인 중국의 보복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한국은 ‘고래 싸움에 낀 새우’와 같은 상황에 놓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중간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이 불거졌을 때 이미 이런‘새우 신세’를 절감한 적이 있다.

미국과 중국은 6월 6일부터 이틀간 베이징에서 8차 전략경제대화를 열어 현안을 논의한다. 반도체, 철강, 환율, 남중국해 등 껄끄러운 이슈가 다뤄질 것이다.



미국은 안보든 경제든 한미일 3각 동맹으로 중국을 압박하려 하고 있다. 반도체를 포함한 최대 수출 시장 중국을 놓칠 수 없는 대한민국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과 중국, G2 국가들이 잘 해결해 줄 것이란 안일한 기대 속에 안주할 수는 없다. 한국 외교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G2의 틈 바구니에서 대한민국의 생존 공간을 확보하는 것, 아프리카 어느 나라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는 일보다 훨씬 시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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