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11살 소녀들의 우정과 갈등…‘우리들’

입력 2016.06.01 (20:06) 수정 2016.06.0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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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 감독의 주목할 만한 영화가 나왔다. 베를린국제영화제를 비롯한 여러 해외 영화제가 왜 이 영화에 관심을 뒀는지 이해할 만한 영화다.

윤가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 '우리들'은 11살 소녀들의 우정과 갈등을 그린 영화다.

학교에서 외톨이인 선(최수인)이는 방학식 날 청소를 마치고 교실에 혼자 남아 있다가 전학생 지아(설혜인)를 만난다.

분식집을 하는 엄마, 공장일로 바쁜 아빠, 어린 동생과 허름한 연립주택에서 사는 선, 부유하지만 부모가 이혼해 할머니 집에 얹혀 사는 지아.

아직 경제적 격차를 인식하지 못할 나이대인 이들은 털실로 만든 팔찌를 나눠 끼고 같이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이면서 급속도로 친해진다. 단, 지아가 학원에 다니게 돼 보라(이서연)를 만나기까지의 일이다.

보라는 반에서 인기도, 성적도 1등인 아이다. 한가지 흠이 있다면 선이를 따돌림 시킨다는 점.

보라와 가까워진 지아는 개학하자 둘도 없이 친했던 선이와 거리를 두다 급기야 선이 따돌림에 동참한다.

선과 지아는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언행을 주고받는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 둘의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우리들'은 여러 장점이 있는 영화다. 우선 아이들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풀어냈다.

좋아했던 감정이 어느 순간 격렬한 미움으로 돌변하는지, 질투라는 감정에 인간이 얼마나 약한지, 따돌림의 피해자가 어쩌다가 가해자들의 편에 서게 되는지를 설득력 있게 그리고 있다.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층위의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하면서 영화는 선과 악,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의 구도에 빠지지 않는다. 극중에서 '왕따' 행위를 주동한 보라조차 쉽게 미워할 수가 없다.

인물의 표현에 진부함 대신 진정성이 있는 것은 영화가 감독 자신의 삶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윤가은 감독은 1일 영화 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가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했다"며 "제가 어릴 적 너무 사랑했던 친구와 지금도 알 수 없는 이유로 멀어지고 교실의 역학관계 속에서 참담한 시절을 보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정이 날 것처럼 생생하게 남아 있는데 그걸 살려서 시나리오로 쓰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세 아이 이외의 주변 인물들, 선의 엄마, 아빠, 동생, 보라 할머니, 학교 선생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캐릭터마다 사연과 역할을 잘 부여했다.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아이들이 보여준 놀라운 연기력이다. 세 배우 모두 처음 한 연기라고 할 수 없을 만큼 큰 감동을 준다.

이는 감독의 독특한 연출법 덕분으로 보인다.

감독은 캐스팅 즉시 배우들에게 연기학원을 그만두게 하고 즉흥극, 심리상담 등으로 구성된 워크숍을 3개월간 진행했다.

촬영 현장에서는 배우들에게 대본을 주지 않았다. 각자가 맡은 역할과 배경, 찍을 내용을 설명해주고서는 배우들이 각자 느끼는 대로 말하게 했다.

정해진 동선과 대사가 없는 배우들의 즉흥 연기를 담아내려고 카메라 두대로 동시에 촬영했다고 한다.

보라 역을 맡은 이서연 양은 "상대방이 뭐라고 말을 할지 몰라서 몰입이 잘 됐고 주고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말이 이어졌다"며 "대사를 틀릴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편안했다"고 말했다.

'우리들'은 올초 열린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경쟁 부문과 최우수 장편 데뷔작 부문에 초청된 것을 비롯해 모두 8개 영화제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해외 영화제가 주목한 수작 '우리들'을 조만간 국내 영화팬도 극장에서 볼 수 있다.

16일 개봉. 전체 관람가. 9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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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영화] 11살 소녀들의 우정과 갈등…‘우리들’
    • 입력 2016-06-01 20:06:34
    • 수정2016-06-01 20:07:11
    연합뉴스
신예 감독의 주목할 만한 영화가 나왔다. 베를린국제영화제를 비롯한 여러 해외 영화제가 왜 이 영화에 관심을 뒀는지 이해할 만한 영화다.

윤가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 '우리들'은 11살 소녀들의 우정과 갈등을 그린 영화다.

학교에서 외톨이인 선(최수인)이는 방학식 날 청소를 마치고 교실에 혼자 남아 있다가 전학생 지아(설혜인)를 만난다.

분식집을 하는 엄마, 공장일로 바쁜 아빠, 어린 동생과 허름한 연립주택에서 사는 선, 부유하지만 부모가 이혼해 할머니 집에 얹혀 사는 지아.

아직 경제적 격차를 인식하지 못할 나이대인 이들은 털실로 만든 팔찌를 나눠 끼고 같이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이면서 급속도로 친해진다. 단, 지아가 학원에 다니게 돼 보라(이서연)를 만나기까지의 일이다.

보라는 반에서 인기도, 성적도 1등인 아이다. 한가지 흠이 있다면 선이를 따돌림 시킨다는 점.

보라와 가까워진 지아는 개학하자 둘도 없이 친했던 선이와 거리를 두다 급기야 선이 따돌림에 동참한다.

선과 지아는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언행을 주고받는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 둘의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우리들'은 여러 장점이 있는 영화다. 우선 아이들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풀어냈다.

좋아했던 감정이 어느 순간 격렬한 미움으로 돌변하는지, 질투라는 감정에 인간이 얼마나 약한지, 따돌림의 피해자가 어쩌다가 가해자들의 편에 서게 되는지를 설득력 있게 그리고 있다.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층위의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하면서 영화는 선과 악,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의 구도에 빠지지 않는다. 극중에서 '왕따' 행위를 주동한 보라조차 쉽게 미워할 수가 없다.

인물의 표현에 진부함 대신 진정성이 있는 것은 영화가 감독 자신의 삶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윤가은 감독은 1일 영화 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가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했다"며 "제가 어릴 적 너무 사랑했던 친구와 지금도 알 수 없는 이유로 멀어지고 교실의 역학관계 속에서 참담한 시절을 보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정이 날 것처럼 생생하게 남아 있는데 그걸 살려서 시나리오로 쓰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세 아이 이외의 주변 인물들, 선의 엄마, 아빠, 동생, 보라 할머니, 학교 선생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캐릭터마다 사연과 역할을 잘 부여했다.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아이들이 보여준 놀라운 연기력이다. 세 배우 모두 처음 한 연기라고 할 수 없을 만큼 큰 감동을 준다.

이는 감독의 독특한 연출법 덕분으로 보인다.

감독은 캐스팅 즉시 배우들에게 연기학원을 그만두게 하고 즉흥극, 심리상담 등으로 구성된 워크숍을 3개월간 진행했다.

촬영 현장에서는 배우들에게 대본을 주지 않았다. 각자가 맡은 역할과 배경, 찍을 내용을 설명해주고서는 배우들이 각자 느끼는 대로 말하게 했다.

정해진 동선과 대사가 없는 배우들의 즉흥 연기를 담아내려고 카메라 두대로 동시에 촬영했다고 한다.

보라 역을 맡은 이서연 양은 "상대방이 뭐라고 말을 할지 몰라서 몰입이 잘 됐고 주고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말이 이어졌다"며 "대사를 틀릴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편안했다"고 말했다.

'우리들'은 올초 열린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경쟁 부문과 최우수 장편 데뷔작 부문에 초청된 것을 비롯해 모두 8개 영화제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해외 영화제가 주목한 수작 '우리들'을 조만간 국내 영화팬도 극장에서 볼 수 있다.

16일 개봉. 전체 관람가. 9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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