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늘었지만…미래 불안감에 지갑 닫는다

입력 2016.06.03 (08:13) 수정 2016.06.0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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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올해 1분기 국민총소득, 그러니까 우리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총합이 지난해 4분기보다 3% 넘게 늘었습니다.

저유가 현상이 계속되면서 물가가 크게 오르지 않는 게 주요한 원인으로 보이지만, 어쨌든 돈을 쓸 수 있는 여건 자체는 비교적 좋아졌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먼저 김경진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상반기에 쌓인 재고를 푸는 백화점 세일이 어제부터 시작됐습니다.

최대 80%의 파격적인 할인,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합니다.

<인터뷰> 전경자(서울시 동작구) : "경제적인 거 이런 거 따진다면 우리 같은 서민층은 좀 생각을 하죠. 그렇게 돼요."

지난 1분기,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소비는 줄고 저축만 부쩍 늘어나, 저축액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정부가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키우려고 준비 중인 우면R&D센터 부지.

삼성과 LG 외에 다른 기업들의 참여는 아직 미미합니다.

이처럼 기업 투자도 크게 줄어 투자율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습니다.

유가 하락으로 국민총소득은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소득 증가가 소비와 투자로는 이어지지 않은 겁니다.

<인터뷰> 김영태(한국은행 국민계정부장) : "설비 투자는 하향 수정되었습니다. 경제 활동 별 성장률을 보면 제조업은 기계 및 장비, 자동차 등이 줄어 0.2% 감소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경제 성장률은 0.5%에 그쳤습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내수와 투자의 선순환이 막히면서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경진입니다.

<앵커 멘트>

올해 우리 날씨는 지난달부터 때 이른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뜨거운 여름을 예고하고 있지만, 우리 경제는 아직 겨울 한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서 보셨듯이 지난 1분기 실질 국민총소득이 그 전 분기보다 3.4% 늘었는데요.

1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입니다.

그 얘긴 가계나 기업 같은 우리 경제 주체들의 주머니 사정은 좀 나아졌다는 건데, 이게 GDP 그러니까, 국내총생산 증가로는 연결되지 못했습니다.

우선 기업들 1분기 설비투자는 전 분기보다 7.4% 급감했습니다. 3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국민총처분가능 소득 대비 전체 투자 규모를 알아볼 수 있는 국내총투자율도 27.4%를 기록하면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런 모습은 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1분기 민간소비는 기업들 투자가 감소한 것처럼 전 분기보다 0.2% 감소했습니다.

메르스 여파가 있었던 지난해 2분기 이후 3분기 만에 다시 마이너스가 된 겁니다.

이렇게 소비를 하지 않으니까 저축은 늘어나서 1분기 총저축률은 36.2%로 1년 만에 가장 높아졌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요?

지난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눈 앞에 닥친 대형위기는 없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국 가계는 지갑을 닫고 기업은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인데요.

그런데 특이한 현상은 우리 가계나 기업들이 해외에선 돈을 펑펑 쓴다는 겁니다.

우선 우리나라 거주자가 지난해 해외에서 쓴 돈이 26조2천억 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는데 한국은행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규모였습니다.

1년 전보다도 13% 넘게 급증한 건데, 경기 불안감에 국내에서는 지갑을 닫았지만, 모은 돈을 해외여행에 소진했다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관광공사 조사결과 지난해 해외여행을 떠난 국민은 거의 2천만 명에 육박해서 1년 전보다 20% 넘게 증가했습니다.

이 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 기업들도 해외투자는 크게 늘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올해 1분기 국외투자율은 9.1%로 지난해 4분기보다 3.4% 포인트나 높아졌는데, 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2분기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되면서 쌓인 외화자산을 해외에 재투자했기 때문이라지만, 우리나라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소득을 분배해야할 기업들이 오히려 해외에는 돈을 쏟아 붇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결국 국내에서도 돈이 돌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건데, 경제개발협력기구 OECD가 그저께 내놓은 한국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우리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추가경정예산도 편성해 재정지출을 즐리고 통화정책도 써볼 여지가 있다고 한 조언에도 귀 기우릴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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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득 늘었지만…미래 불안감에 지갑 닫는다
    • 입력 2016-06-03 08:15:26
    • 수정2016-06-03 09: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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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올해 1분기 국민총소득, 그러니까 우리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총합이 지난해 4분기보다 3% 넘게 늘었습니다.

저유가 현상이 계속되면서 물가가 크게 오르지 않는 게 주요한 원인으로 보이지만, 어쨌든 돈을 쓸 수 있는 여건 자체는 비교적 좋아졌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먼저 김경진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상반기에 쌓인 재고를 푸는 백화점 세일이 어제부터 시작됐습니다.

최대 80%의 파격적인 할인,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합니다.

<인터뷰> 전경자(서울시 동작구) : "경제적인 거 이런 거 따진다면 우리 같은 서민층은 좀 생각을 하죠. 그렇게 돼요."

지난 1분기,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소비는 줄고 저축만 부쩍 늘어나, 저축액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정부가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키우려고 준비 중인 우면R&D센터 부지.

삼성과 LG 외에 다른 기업들의 참여는 아직 미미합니다.

이처럼 기업 투자도 크게 줄어 투자율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습니다.

유가 하락으로 국민총소득은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소득 증가가 소비와 투자로는 이어지지 않은 겁니다.

<인터뷰> 김영태(한국은행 국민계정부장) : "설비 투자는 하향 수정되었습니다. 경제 활동 별 성장률을 보면 제조업은 기계 및 장비, 자동차 등이 줄어 0.2% 감소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경제 성장률은 0.5%에 그쳤습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내수와 투자의 선순환이 막히면서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경진입니다.

<앵커 멘트>

올해 우리 날씨는 지난달부터 때 이른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뜨거운 여름을 예고하고 있지만, 우리 경제는 아직 겨울 한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서 보셨듯이 지난 1분기 실질 국민총소득이 그 전 분기보다 3.4% 늘었는데요.

1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입니다.

그 얘긴 가계나 기업 같은 우리 경제 주체들의 주머니 사정은 좀 나아졌다는 건데, 이게 GDP 그러니까, 국내총생산 증가로는 연결되지 못했습니다.

우선 기업들 1분기 설비투자는 전 분기보다 7.4% 급감했습니다. 3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국민총처분가능 소득 대비 전체 투자 규모를 알아볼 수 있는 국내총투자율도 27.4%를 기록하면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런 모습은 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1분기 민간소비는 기업들 투자가 감소한 것처럼 전 분기보다 0.2% 감소했습니다.

메르스 여파가 있었던 지난해 2분기 이후 3분기 만에 다시 마이너스가 된 겁니다.

이렇게 소비를 하지 않으니까 저축은 늘어나서 1분기 총저축률은 36.2%로 1년 만에 가장 높아졌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요?

지난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눈 앞에 닥친 대형위기는 없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국 가계는 지갑을 닫고 기업은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인데요.

그런데 특이한 현상은 우리 가계나 기업들이 해외에선 돈을 펑펑 쓴다는 겁니다.

우선 우리나라 거주자가 지난해 해외에서 쓴 돈이 26조2천억 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는데 한국은행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규모였습니다.

1년 전보다도 13% 넘게 급증한 건데, 경기 불안감에 국내에서는 지갑을 닫았지만, 모은 돈을 해외여행에 소진했다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관광공사 조사결과 지난해 해외여행을 떠난 국민은 거의 2천만 명에 육박해서 1년 전보다 20% 넘게 증가했습니다.

이 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 기업들도 해외투자는 크게 늘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올해 1분기 국외투자율은 9.1%로 지난해 4분기보다 3.4% 포인트나 높아졌는데, 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2분기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되면서 쌓인 외화자산을 해외에 재투자했기 때문이라지만, 우리나라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소득을 분배해야할 기업들이 오히려 해외에는 돈을 쏟아 붇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결국 국내에서도 돈이 돌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건데, 경제개발협력기구 OECD가 그저께 내놓은 한국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우리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추가경정예산도 편성해 재정지출을 즐리고 통화정책도 써볼 여지가 있다고 한 조언에도 귀 기우릴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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