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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 부는 ‘서구화’ 바람
입력 2016.06.05 (08:11) 수정 2016.06.05 (16:55) 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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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웨이트 최대 이슬람 사원인 그랜드 모스크.

1986년에 완공됐는데 건축 기간만 7년이 걸렸습니다.

주 예배실 면적만 5,300㎡ 1만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입니다.

여성은 히잡이나 아바야를 입어야만 사원에 들어갈 수 있고 여성용 예배실은 분리되어 있습니다.

주 예배실에서는 남학생들이 큰 목소리로 꾸란을 외우고 있습니다.



이슬람에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5대 의무인 '다섯 기둥'이 있는데 꾸란을 암송하며 성지인 메카를 향해 하루에 5번 기도하는 것도 이 5대 의무 중 하나입니다.

특히 예배가 열리는 매주 금요일이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오늘은 아랍어로 금요일을 뜻하는 주마입니다.

2번째 기도 시간에 대예배가 열리는데 이맘의 설교를 듣기 위해 많은 사람이 이 모스크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이슬람 율법에 대한 교육은 어린 나이에 가정에서부터 철저히 이뤄집니다.

<녹취> 무함마드 칼리프 알-미트엡(모스크 직원) : "아버지가 아들을 가르치고 모스크로 데려가고 어머니는 딸에게 기도와 금식 등 이슬람 율법을 가르칩니다."

그런데 비슷한 시각,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젊은이들이 눈에 띕니다.

이들은 다국적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미국식 커피인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거나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 햄버거도 즐깁니다.



기도시간을 알리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지만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그랜드 모스크에서 5년간 일해 온 파티마 씨는 모스크에 기도하러 오는 젊은이들이 크게 줄고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녹취> 파티마 알-팔라흐(모스크 직원) : "사실 젊은 세대들의 관심을 끄는 다른 것들이 많습니다. (예전보다) 휴대전화를 더 많이 사용하고, 주의를 더 끄는 무언가가 있고."

해가 뜨는 시간에 따라 매일 유동적으로 변하는 기도 시간이 조간신문에 실리지만 이를 일일이 확인하는 젊은이들도 드문 실정입니다.

이 때문에 기도 시간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까지 개발됐지만 활용도는 낮습니다.

이런 젊은이들의 변화는 겉모습에서도 드러납니다.

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22살의 로안 씨, 금발로 염색하고 어깨와 다리가 훤히 드러나는 옷을 즐겨 입습니다.

<녹취> "Hello~"

커다란 귀걸이에 피어싱까지 하고 10㎝가 넘는 이른바 '킬힐'을 신고 다리맵시를 자랑합니다.



<녹취> 로안(대학생) : "아바야와 히잡을 입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죽었을 때, 장례식에서만 아바야와 히잡을 입습니다."

로안 씨는 2주마다 여성 전용 스파를 찾아 속눈썹 연장 시술을 받습니다.

바비인형처럼 길고 풍성한 속눈썹을 갖기 위해서입니다.

기분 전환을 위해 알록달록한 색으로 발톱을 칠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노출이 심한 복장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학교에 갈 때에는 다른 옷으로 갈아입어야 하지만 멋을 내기 위해 불편함쯤은 기꺼이 감수합니다.

<녹취> 로안(대학생) : "(학교에서는) 티셔츠나 바지 같은 것을 입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입지 못합니다."

하지만 일부 청년들은 이러한 복장에 반감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몸을 가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녹취> 사우드 샤다드(엔지니어) : "여자의 경우 히잡을 써서 머리를 가리고 전반적으로 몸을 가려야 합니다. 남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몸을 전반적으로 가려야 합니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이 외에도 금지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술입니다.

합법적으로 술을 판매하지 않다 보니 밀주 제조가 성행합니다.

이러한 제약 때문에 주말엔 요트를 타고 경찰의 단속이 미치지 않는 섬이나 인근의 다른 나라로 떠나 술을 마시고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배우자 선택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전통에 따라 부모가 배우자를 정해주는 경우가 여전히 많기 때문입니다.

혼기에 달한 2명의 아들이 있는 포토 알페달라 씨.

아들이 여자친구를 집에 데려와 소개한다면 어떨 것 같으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칩니다.

<녹취> 포토 알페달라(의사) : "이성 간의 우정은 이슬람에서는 용인되지 않습니다. 쿠웨이트의 가정 대부분이 이를 지킵니다."

하지만 자녀의 자유연애를 허용하는 부모도 늘고 있습니다.

무함마드 미르자 씨의 딸은 미국에서 치과 의사로 일하고 있는데 얼마 전 스스로 배우자를 골라 결혼했습니다.

<녹취> 무함마드 미르자(엔지니어) :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교육을 받은 사람들도 있고 자유를 주는 사람들이 있지만 아직 보수적인 관습과 전통을 가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전통에 따라 일부다처제를 고수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늘 전통의상인 디슈다샤를 입고 단 한 차례도 수염을 깎은 적이 없는 므니프 알데하니 씨.

3명의 부인과의 사이에서 12명의 자식을 얻었습니다.

첫째는 21살의 대학생, 막내는 이제 겨우 5개월입니다.

아이들과 놀이를 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는 다정한 아버지이지만 가끔은 아이들의 이름이 헷갈리기도 합니다.

<녹취> 므니프 알데하니(군인) : "종교적으로 4명의 여성과 결혼하는 것이 허용됩니다. 일부다처제가 많은 것을 방지하기 때문입니다. 부패 확산, 성범죄 등을 말입니다."

쿠웨이트에서는 3년 전 서양의 축제인 핼러윈을 두고 논쟁이 붙기도 했습니다.



가면을 쓰고 화려한 분장을 하며 핼러윈 축제를 자유 롭게 즐기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일부 전통주의자들은 이슬람에 반하는 악마 숭배라며 핼러윈 용품 판매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축제 열기를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물담배인 '시샤'를 파는 카페에서 젊은 남녀가 자유롭게 만나는 것을 두고 시샤 카페가 타락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서구문화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는 젊은이들과 이에 맞서 이슬람 전통을 더욱 견고히 하려는 전통주의자들.

이들 사이에 갈등이 불거지는 건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갈등만큼이나 중동 사회가 다양해지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가치관들이 정립되면서 이슬람 사회를 변화시키는 신선한 바람이 되고 있습니다

쿠웨이트에서 천효정입니다.


  • 중동에 부는 ‘서구화’ 바람
    • 입력 2016-06-05 08:11:11
    • 수정2016-06-05 16:55:08
    국제
 쿠웨이트 최대 이슬람 사원인 그랜드 모스크.

1986년에 완공됐는데 건축 기간만 7년이 걸렸습니다.

주 예배실 면적만 5,300㎡ 1만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입니다.

여성은 히잡이나 아바야를 입어야만 사원에 들어갈 수 있고 여성용 예배실은 분리되어 있습니다.

주 예배실에서는 남학생들이 큰 목소리로 꾸란을 외우고 있습니다.



이슬람에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5대 의무인 '다섯 기둥'이 있는데 꾸란을 암송하며 성지인 메카를 향해 하루에 5번 기도하는 것도 이 5대 의무 중 하나입니다.

특히 예배가 열리는 매주 금요일이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오늘은 아랍어로 금요일을 뜻하는 주마입니다.

2번째 기도 시간에 대예배가 열리는데 이맘의 설교를 듣기 위해 많은 사람이 이 모스크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이슬람 율법에 대한 교육은 어린 나이에 가정에서부터 철저히 이뤄집니다.

<녹취> 무함마드 칼리프 알-미트엡(모스크 직원) : "아버지가 아들을 가르치고 모스크로 데려가고 어머니는 딸에게 기도와 금식 등 이슬람 율법을 가르칩니다."

그런데 비슷한 시각,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젊은이들이 눈에 띕니다.

이들은 다국적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미국식 커피인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거나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 햄버거도 즐깁니다.



기도시간을 알리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지만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그랜드 모스크에서 5년간 일해 온 파티마 씨는 모스크에 기도하러 오는 젊은이들이 크게 줄고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녹취> 파티마 알-팔라흐(모스크 직원) : "사실 젊은 세대들의 관심을 끄는 다른 것들이 많습니다. (예전보다) 휴대전화를 더 많이 사용하고, 주의를 더 끄는 무언가가 있고."

해가 뜨는 시간에 따라 매일 유동적으로 변하는 기도 시간이 조간신문에 실리지만 이를 일일이 확인하는 젊은이들도 드문 실정입니다.

이 때문에 기도 시간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까지 개발됐지만 활용도는 낮습니다.

이런 젊은이들의 변화는 겉모습에서도 드러납니다.

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22살의 로안 씨, 금발로 염색하고 어깨와 다리가 훤히 드러나는 옷을 즐겨 입습니다.

<녹취> "Hello~"

커다란 귀걸이에 피어싱까지 하고 10㎝가 넘는 이른바 '킬힐'을 신고 다리맵시를 자랑합니다.



<녹취> 로안(대학생) : "아바야와 히잡을 입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죽었을 때, 장례식에서만 아바야와 히잡을 입습니다."

로안 씨는 2주마다 여성 전용 스파를 찾아 속눈썹 연장 시술을 받습니다.

바비인형처럼 길고 풍성한 속눈썹을 갖기 위해서입니다.

기분 전환을 위해 알록달록한 색으로 발톱을 칠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노출이 심한 복장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학교에 갈 때에는 다른 옷으로 갈아입어야 하지만 멋을 내기 위해 불편함쯤은 기꺼이 감수합니다.

<녹취> 로안(대학생) : "(학교에서는) 티셔츠나 바지 같은 것을 입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입지 못합니다."

하지만 일부 청년들은 이러한 복장에 반감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몸을 가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녹취> 사우드 샤다드(엔지니어) : "여자의 경우 히잡을 써서 머리를 가리고 전반적으로 몸을 가려야 합니다. 남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몸을 전반적으로 가려야 합니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이 외에도 금지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술입니다.

합법적으로 술을 판매하지 않다 보니 밀주 제조가 성행합니다.

이러한 제약 때문에 주말엔 요트를 타고 경찰의 단속이 미치지 않는 섬이나 인근의 다른 나라로 떠나 술을 마시고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배우자 선택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전통에 따라 부모가 배우자를 정해주는 경우가 여전히 많기 때문입니다.

혼기에 달한 2명의 아들이 있는 포토 알페달라 씨.

아들이 여자친구를 집에 데려와 소개한다면 어떨 것 같으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칩니다.

<녹취> 포토 알페달라(의사) : "이성 간의 우정은 이슬람에서는 용인되지 않습니다. 쿠웨이트의 가정 대부분이 이를 지킵니다."

하지만 자녀의 자유연애를 허용하는 부모도 늘고 있습니다.

무함마드 미르자 씨의 딸은 미국에서 치과 의사로 일하고 있는데 얼마 전 스스로 배우자를 골라 결혼했습니다.

<녹취> 무함마드 미르자(엔지니어) :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교육을 받은 사람들도 있고 자유를 주는 사람들이 있지만 아직 보수적인 관습과 전통을 가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전통에 따라 일부다처제를 고수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늘 전통의상인 디슈다샤를 입고 단 한 차례도 수염을 깎은 적이 없는 므니프 알데하니 씨.

3명의 부인과의 사이에서 12명의 자식을 얻었습니다.

첫째는 21살의 대학생, 막내는 이제 겨우 5개월입니다.

아이들과 놀이를 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는 다정한 아버지이지만 가끔은 아이들의 이름이 헷갈리기도 합니다.

<녹취> 므니프 알데하니(군인) : "종교적으로 4명의 여성과 결혼하는 것이 허용됩니다. 일부다처제가 많은 것을 방지하기 때문입니다. 부패 확산, 성범죄 등을 말입니다."

쿠웨이트에서는 3년 전 서양의 축제인 핼러윈을 두고 논쟁이 붙기도 했습니다.



가면을 쓰고 화려한 분장을 하며 핼러윈 축제를 자유 롭게 즐기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일부 전통주의자들은 이슬람에 반하는 악마 숭배라며 핼러윈 용품 판매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축제 열기를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물담배인 '시샤'를 파는 카페에서 젊은 남녀가 자유롭게 만나는 것을 두고 시샤 카페가 타락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서구문화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는 젊은이들과 이에 맞서 이슬람 전통을 더욱 견고히 하려는 전통주의자들.

이들 사이에 갈등이 불거지는 건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갈등만큼이나 중동 사회가 다양해지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가치관들이 정립되면서 이슬람 사회를 변화시키는 신선한 바람이 되고 있습니다

쿠웨이트에서 천효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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