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감점 규정’…인명보다 열차운행 우선

입력 2016.06.07 (06:17) 수정 2016.06.07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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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KBS가 서울메트로와 한 용역업체 간 계약서를 살펴봤더니, 근로자 사망 사고 때보다 열차가 멈출 때 받는 감점이 더 컸습니다.

열차 운행이 사람 목숨보다 우선인 셈입니다.

은준수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11월, 서울 미아역 근처에서 선로를 보수하던 특수차량, 모터카에서 불이 났습니다.

작업 중이던 직원 8명은 긴급히 빠져나왔지만, 이 사고로 열차 운행이 1시간 넘게 지연됐습니다.

3년 전 신도림역에선 모터카에 치여 정비작업을 하던 직원 2명이 다쳤고, 이중 한 명은 다리를 절단했습니다.

<녹취> 모터카 운영업체 직원 : "철길에 내려와서 일도 하고, 차가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위험하지요."

서울메트로가 모터카를 운영하는 용역업체에 제시한 계약조건입니다.

정비 업무중 경상자는 0.05점, 중상자는 0.1점, 사망자가 발생했을 경우 재계약 시 0.2점을 감점하도록 돼 있습니다.

반면, 사고로 열차 운행이 10분 이상 지연될 경우 1점을 깎도록 돼 있습니다.

사망사고보다 열차 운행이 중단됐을 때 받는 벌점이 오히려 5배나 많은 겁니다.

<녹취> 모터카 운영업체 직원 : "고장이든 사고든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어요. 그런데 운행 지연으로 찍히면...굉장히 큰 잘못처럼 느껴지는 상황이..."

메트로의 눈치를 봐야 하는 외주업체 입장에선 무리한 작업을 강행할 수밖에 없는 조항이라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 "우리나라 기업의 원-하청, 갑-을 관계 계약상의 안전불감증이 확인된 거고요. 이 문제들이 전반적으로 점검되지 않으면, 제2,제3의 구의역 사고를 다시 초래할 수 있는 거죠.."

최근 8년간 지하철 선로 유지보수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는 95건에 달합니다.

KBS 뉴스 은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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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 잡는 ‘감점 규정’…인명보다 열차운행 우선
    • 입력 2016-06-07 06:18:46
    • 수정2016-06-07 08: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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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KBS가 서울메트로와 한 용역업체 간 계약서를 살펴봤더니, 근로자 사망 사고 때보다 열차가 멈출 때 받는 감점이 더 컸습니다.

열차 운행이 사람 목숨보다 우선인 셈입니다.

은준수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11월, 서울 미아역 근처에서 선로를 보수하던 특수차량, 모터카에서 불이 났습니다.

작업 중이던 직원 8명은 긴급히 빠져나왔지만, 이 사고로 열차 운행이 1시간 넘게 지연됐습니다.

3년 전 신도림역에선 모터카에 치여 정비작업을 하던 직원 2명이 다쳤고, 이중 한 명은 다리를 절단했습니다.

<녹취> 모터카 운영업체 직원 : "철길에 내려와서 일도 하고, 차가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위험하지요."

서울메트로가 모터카를 운영하는 용역업체에 제시한 계약조건입니다.

정비 업무중 경상자는 0.05점, 중상자는 0.1점, 사망자가 발생했을 경우 재계약 시 0.2점을 감점하도록 돼 있습니다.

반면, 사고로 열차 운행이 10분 이상 지연될 경우 1점을 깎도록 돼 있습니다.

사망사고보다 열차 운행이 중단됐을 때 받는 벌점이 오히려 5배나 많은 겁니다.

<녹취> 모터카 운영업체 직원 : "고장이든 사고든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어요. 그런데 운행 지연으로 찍히면...굉장히 큰 잘못처럼 느껴지는 상황이..."

메트로의 눈치를 봐야 하는 외주업체 입장에선 무리한 작업을 강행할 수밖에 없는 조항이라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 "우리나라 기업의 원-하청, 갑-을 관계 계약상의 안전불감증이 확인된 거고요. 이 문제들이 전반적으로 점검되지 않으면, 제2,제3의 구의역 사고를 다시 초래할 수 있는 거죠.."

최근 8년간 지하철 선로 유지보수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는 95건에 달합니다.

KBS 뉴스 은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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