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유명 작가 ‘위작 논란’…미술계 “더 많을 것”

입력 2016.06.07 (08:33) 수정 2016.06.0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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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이 그림은 '점으로부터’라는 제목의 이우환 화백 작품입니다.

점을 이용해 질서와 균형을 화폭에 담은 추상환데요.

이우환 화백은 현재 한국 미술계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꼽힙니다.

작품가격 역시 높은데요.

이 그림은 지난해 5억 7천만 원에 낙찰됐습니다.

이 화백 작품 가운데 1977년 작 '점'은 무려 21억 원에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2일 경찰이 국내에서 유통된 이우환 화백 작품 13점이 위작이라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술계에선 위작이 이보다 훨씬 많을 걸로 예상하고 있는데요.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선 유명 작가들의 위작 논란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최근 몇 년 사이, 미술계에선 이우환 화백의 위작이 유통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이 화백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만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은 현대 미술계의 거장입니다.

그의 작품은 인기가 많아 고가에 거래되고 있었음에도 위작 논란설은 계속됐습니다.

<인터뷰>최명윤(소장/국제미술과학연구소) : “경찰에서 내사를 했답니다. 내사한 결과 지금 현재 인사동에 이우환 위작이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요. 그래서 수사팀이 저를 찾아와서 협조를 요청했고요.”

내사와 압수수색을 통해 의혹의 실체에 다가가던 경찰.

지난 5월, 위조 총책으로 지목된 피의자가 일본에서 검거돼 국내로 송환되면서, 수사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는데요.

국과수 등에서 위작 감정을 거친 경찰은 지난 2일 충격적인 수사결과를 내놨습니다.

이우환 화백의 대표작 ‘점으로부터’부터를 포함해 국내에서 유통된 그림 13점이 모두 위작이라는 겁니다.

<인터뷰>최명윤(소장/국제미술과학연구소) : “헌 틀처럼 노화시켜서 고색 처리를 해서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그림들에서 그러한 특징들이 드러난 겁니다.”

1960년대 이전 생산된 수제 못과 1980년대 생산된 고정 침이 한 작품에 사용되기도 했고 물감 성분도 진품과 달랐다는 점을 위작의 증거로 내놨습니다.

<인터뷰>최명윤(소장/국제미술과학연구소) : “압수된 그림에서 정보를 알아내서 (진품과) 둘을 비교하는 것이죠. 그래서 전혀 다른 안료가, 색소가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증거로서 제시하게 되는 겁니다.”

국제미술과학연구소 등 3개 민간 감정 기관 역시 문제가 된 작품에서 오래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덧칠한 흔적 등이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소문으로만 떠들던 위작의 실체가 드러난 겁니다.

이에 대해 현재 프랑스에 머물고 있는 이우환 화백은 경찰의 수사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녹취> 최순용 (변호사/이우환 화백 대리인) : “그동안 한 번도 본인 눈으로 위작을 보신 적이 없고 본인이 보신 그림 중에는 위작이 없었다는 거예요. 본인한테 보이지도 않은 그림 중에 위작이 나왔다고 하니 굉장히 불쾌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그런 입장이시죠.”

이우환 화백은 조만간 귀국해 직접 눈으로 보고 위작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인데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유명 화가들의 위작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합니다.

이번 사건 위조 총책 역시 무려 50여 점을 위조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터뷰>김종근(미술 평론가) : “밝혀진 것이 13점이고 그 후에 50점이 된다고 하면 사실 큰 거죠. 그런데 노출된 것만 50여 점이지, 더 될 수도 있다고 봐야죠.”

사실 미술 작품에 대한 위작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타계한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논란이 대표적입니다.

지난 1991년 천경자 화백이 국립현대미술관에 보관된 미인도가 자신이 그린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시작됐습니다.

<인터뷰>천경자(화백/1991년 KBS 인터뷰) : “잎 같은 것도 그렇고 모든 게 막 봐도 엉성한 그림이에요. 그래서 제가 지금 악을 쓰다시피 가짜다 그러고 악을 썼어요.”

그리는 방식이나 색칠하는 방법 등이 명백히 다르다는 겁니다.

천경자 화백의 문제 제기에 국립현대미술관은 진품이라는 감정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결국, 법원이 판단불가를 내리자 천 화백은 절필을 선언하고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한동안 잊혔던 미인도 논란은 지난해 천 화백이 타계하면서 다시 수면으로 떠올랐습니다.

위작이냐, 아니냐를 두고 유족과 현대 미술관 사이에 논란이 다시 불거진 겁니다.

지난 4월 고 천경자 화백의 유족 측은 국립현대미술관을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 고발했습니다.

<녹취>김정희(천경자 화백의 둘째 딸) : “명백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계신 데 대한 고소·고발이 그 중심입니다. 그 과정에서 어차피 미인도가 진작이냐, 위작이냐 확실한 판단이 내려지게 된다면 더욱 좋겠죠. ”

최근 들어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인도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유족들의 반발로 입장을 바꿨습니다.

<녹취>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음성변조) : “반대하는 유족들의 입장도 있고 해서 종합적으로 검토 중입니다."

그렇다면 이우환 화백의 경우처럼 국과수 등에서 미인도를 재감정하는 건 어떨까?

유족 측은 재감정은 찬성하면서도 국내에서는 안 된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위작논란이 계속되는 이유 뒤에는 투명하지 않은 미술품의 유통 구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개인 간 거래가 많아 그림의 이력근거가 부족한 데다 작품의 진위와 가치를 검증할 감정기관이 모두 화랑 관계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종근(미술 평론가) : “작품을 잘 보는 대부분의 사람이 또 오랫동안 작품을 취급해 왔던, 다뤄왔던 화랑들이다 보니까 그 화랑들이 감정하게 되고 그렇다 보니까 여러 가지 장점도 있지만 화랑을 통해서 위작들이 나오게 되는 그런 문제점들이 생기게 되는 거죠.”

위작 논란과 조영남 씨의 대작 사건이 이어지며 미술 시장은 위축되고 있는 상황.

<녹취> 화랑 관계자(음성변조자) : “옥션에 맡겼는데 위작이 나오면 그걸 믿겠어요? 조선 시대 유명했던 작가들도 많이 떨어졌어요. 예를 들어서 예전에 천만 원이다. 그러면 지금은 몇백만 원밖에 안 해요”

이번 사건을 통해 미술 시장의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자정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김종근(미술 평론가) : “미술계의 진위에 대한 문제들을 자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죠. 화랑 같은 경우도 삼진아웃제라도 실시해서 그런 진위에 대한 시비가 없어져야 미술 시장도 살아나고 반드시 특단의 대책 같은 것이 강구되어야 하고 준비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계속되는 유명 화가들이 위작 논란!

이번 사건이 미술계가 바뀌는 자정의 기회가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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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유명 작가 ‘위작 논란’…미술계 “더 많을 것”
    • 입력 2016-06-07 08:36:23
    • 수정2016-06-07 10: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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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이 그림은 '점으로부터’라는 제목의 이우환 화백 작품입니다.

점을 이용해 질서와 균형을 화폭에 담은 추상환데요.

이우환 화백은 현재 한국 미술계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꼽힙니다.

작품가격 역시 높은데요.

이 그림은 지난해 5억 7천만 원에 낙찰됐습니다.

이 화백 작품 가운데 1977년 작 '점'은 무려 21억 원에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2일 경찰이 국내에서 유통된 이우환 화백 작품 13점이 위작이라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술계에선 위작이 이보다 훨씬 많을 걸로 예상하고 있는데요.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선 유명 작가들의 위작 논란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최근 몇 년 사이, 미술계에선 이우환 화백의 위작이 유통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이 화백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만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은 현대 미술계의 거장입니다.

그의 작품은 인기가 많아 고가에 거래되고 있었음에도 위작 논란설은 계속됐습니다.

<인터뷰>최명윤(소장/국제미술과학연구소) : “경찰에서 내사를 했답니다. 내사한 결과 지금 현재 인사동에 이우환 위작이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요. 그래서 수사팀이 저를 찾아와서 협조를 요청했고요.”

내사와 압수수색을 통해 의혹의 실체에 다가가던 경찰.

지난 5월, 위조 총책으로 지목된 피의자가 일본에서 검거돼 국내로 송환되면서, 수사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는데요.

국과수 등에서 위작 감정을 거친 경찰은 지난 2일 충격적인 수사결과를 내놨습니다.

이우환 화백의 대표작 ‘점으로부터’부터를 포함해 국내에서 유통된 그림 13점이 모두 위작이라는 겁니다.

<인터뷰>최명윤(소장/국제미술과학연구소) : “헌 틀처럼 노화시켜서 고색 처리를 해서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그림들에서 그러한 특징들이 드러난 겁니다.”

1960년대 이전 생산된 수제 못과 1980년대 생산된 고정 침이 한 작품에 사용되기도 했고 물감 성분도 진품과 달랐다는 점을 위작의 증거로 내놨습니다.

<인터뷰>최명윤(소장/국제미술과학연구소) : “압수된 그림에서 정보를 알아내서 (진품과) 둘을 비교하는 것이죠. 그래서 전혀 다른 안료가, 색소가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증거로서 제시하게 되는 겁니다.”

국제미술과학연구소 등 3개 민간 감정 기관 역시 문제가 된 작품에서 오래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덧칠한 흔적 등이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소문으로만 떠들던 위작의 실체가 드러난 겁니다.

이에 대해 현재 프랑스에 머물고 있는 이우환 화백은 경찰의 수사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녹취> 최순용 (변호사/이우환 화백 대리인) : “그동안 한 번도 본인 눈으로 위작을 보신 적이 없고 본인이 보신 그림 중에는 위작이 없었다는 거예요. 본인한테 보이지도 않은 그림 중에 위작이 나왔다고 하니 굉장히 불쾌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그런 입장이시죠.”

이우환 화백은 조만간 귀국해 직접 눈으로 보고 위작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인데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유명 화가들의 위작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합니다.

이번 사건 위조 총책 역시 무려 50여 점을 위조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터뷰>김종근(미술 평론가) : “밝혀진 것이 13점이고 그 후에 50점이 된다고 하면 사실 큰 거죠. 그런데 노출된 것만 50여 점이지, 더 될 수도 있다고 봐야죠.”

사실 미술 작품에 대한 위작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타계한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논란이 대표적입니다.

지난 1991년 천경자 화백이 국립현대미술관에 보관된 미인도가 자신이 그린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시작됐습니다.

<인터뷰>천경자(화백/1991년 KBS 인터뷰) : “잎 같은 것도 그렇고 모든 게 막 봐도 엉성한 그림이에요. 그래서 제가 지금 악을 쓰다시피 가짜다 그러고 악을 썼어요.”

그리는 방식이나 색칠하는 방법 등이 명백히 다르다는 겁니다.

천경자 화백의 문제 제기에 국립현대미술관은 진품이라는 감정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결국, 법원이 판단불가를 내리자 천 화백은 절필을 선언하고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한동안 잊혔던 미인도 논란은 지난해 천 화백이 타계하면서 다시 수면으로 떠올랐습니다.

위작이냐, 아니냐를 두고 유족과 현대 미술관 사이에 논란이 다시 불거진 겁니다.

지난 4월 고 천경자 화백의 유족 측은 국립현대미술관을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 고발했습니다.

<녹취>김정희(천경자 화백의 둘째 딸) : “명백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계신 데 대한 고소·고발이 그 중심입니다. 그 과정에서 어차피 미인도가 진작이냐, 위작이냐 확실한 판단이 내려지게 된다면 더욱 좋겠죠. ”

최근 들어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인도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유족들의 반발로 입장을 바꿨습니다.

<녹취>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음성변조) : “반대하는 유족들의 입장도 있고 해서 종합적으로 검토 중입니다."

그렇다면 이우환 화백의 경우처럼 국과수 등에서 미인도를 재감정하는 건 어떨까?

유족 측은 재감정은 찬성하면서도 국내에서는 안 된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위작논란이 계속되는 이유 뒤에는 투명하지 않은 미술품의 유통 구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개인 간 거래가 많아 그림의 이력근거가 부족한 데다 작품의 진위와 가치를 검증할 감정기관이 모두 화랑 관계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종근(미술 평론가) : “작품을 잘 보는 대부분의 사람이 또 오랫동안 작품을 취급해 왔던, 다뤄왔던 화랑들이다 보니까 그 화랑들이 감정하게 되고 그렇다 보니까 여러 가지 장점도 있지만 화랑을 통해서 위작들이 나오게 되는 그런 문제점들이 생기게 되는 거죠.”

위작 논란과 조영남 씨의 대작 사건이 이어지며 미술 시장은 위축되고 있는 상황.

<녹취> 화랑 관계자(음성변조자) : “옥션에 맡겼는데 위작이 나오면 그걸 믿겠어요? 조선 시대 유명했던 작가들도 많이 떨어졌어요. 예를 들어서 예전에 천만 원이다. 그러면 지금은 몇백만 원밖에 안 해요”

이번 사건을 통해 미술 시장의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자정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김종근(미술 평론가) : “미술계의 진위에 대한 문제들을 자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죠. 화랑 같은 경우도 삼진아웃제라도 실시해서 그런 진위에 대한 시비가 없어져야 미술 시장도 살아나고 반드시 특단의 대책 같은 것이 강구되어야 하고 준비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계속되는 유명 화가들이 위작 논란!

이번 사건이 미술계가 바뀌는 자정의 기회가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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