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공정위 ‘폭탄 과징금’에 ‘고무줄식 감면’…신뢰 하락”

입력 2016.06.0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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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의 위법성 정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과징금을 과하게 매긴 뒤 추후 자의적으로 감면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오늘(9일) 지난해(2015년) 11월 16일부터 12월 11일까지 과징금 부과 등 공정위 업무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공정위는 2012년 1월부터 3년 동안 담합 등 기업 비위 사건 147건에 대해 5조 2,41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70%에 해당하는 102건에 대한 사안의 중대성 평가에서 모두 '매우 중대' 판정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의 중함을 평가해 '매우 중대'와 '중대', '약한 중대' 등으로 나뉘어야 했지만 제대로 분류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또 과도한 과징금을 부과한 뒤 1차, 2차 조정 과정을 통해 자의적으로 과징금을 감면한 사실도 드러났다. 같은 기간 부과된 과징금 5조 2,417억 원 가운데 33%인 1조 7,305억 원이 감액된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거래법상 기업 비위의 내용, 정도 등을 근거로 감액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감사원은 법적 근거 없이 기업 부담 능력, 시장 여건 등을 이유로 '고무줄식' 감면을 해 줬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공정위는 또 사건 조사와 처리 과정에서 심사 보고서를 부당하게 작성해 과징금을 면제해 주거나 적게 부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 비율 200%를 초과한 경우 과징금 부과 대상이지만, 공정위는 2013년 5월 사건 처리 과정에서 과징금 부과 대상임을 빼고 경고 처분한 다른 사례를 예로 들어 과징금을 면제해 줬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 같은 업무 처리는 공정위의 신뢰도 하락을 자초해 기업들의 과징금 부과 취소 소송을 남발하게 하는 원인이 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지난해 2월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 담합사건에 대해 대법원 3부는 증거 부족으로 과징금 1,192억 원 취소 확정 판결을 내렸다. 또 패소 후 과징금을 기업에 되돌려 주는 과정에서 공정위가 시중 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예전 금리를 적용해 57억 원을 과다 지출한 비위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이 같은 감사 결과를 통보하고, 과징금 부과와 감액의 명확한 기준을 설정할 것을 권고했다. 감사원은 또 심사 보고서를 부당하게 작성해 기업 과징금을 면제해 준 담당자 2명에 대한 징계와 결재자 3명에 대해 주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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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사원 “공정위 ‘폭탄 과징금’에 ‘고무줄식 감면’…신뢰 하락”
    • 입력 2016-06-09 14:04:21
    정치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의 위법성 정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과징금을 과하게 매긴 뒤 추후 자의적으로 감면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오늘(9일) 지난해(2015년) 11월 16일부터 12월 11일까지 과징금 부과 등 공정위 업무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공정위는 2012년 1월부터 3년 동안 담합 등 기업 비위 사건 147건에 대해 5조 2,41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70%에 해당하는 102건에 대한 사안의 중대성 평가에서 모두 '매우 중대' 판정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의 중함을 평가해 '매우 중대'와 '중대', '약한 중대' 등으로 나뉘어야 했지만 제대로 분류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또 과도한 과징금을 부과한 뒤 1차, 2차 조정 과정을 통해 자의적으로 과징금을 감면한 사실도 드러났다. 같은 기간 부과된 과징금 5조 2,417억 원 가운데 33%인 1조 7,305억 원이 감액된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거래법상 기업 비위의 내용, 정도 등을 근거로 감액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감사원은 법적 근거 없이 기업 부담 능력, 시장 여건 등을 이유로 '고무줄식' 감면을 해 줬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공정위는 또 사건 조사와 처리 과정에서 심사 보고서를 부당하게 작성해 과징금을 면제해 주거나 적게 부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 비율 200%를 초과한 경우 과징금 부과 대상이지만, 공정위는 2013년 5월 사건 처리 과정에서 과징금 부과 대상임을 빼고 경고 처분한 다른 사례를 예로 들어 과징금을 면제해 줬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 같은 업무 처리는 공정위의 신뢰도 하락을 자초해 기업들의 과징금 부과 취소 소송을 남발하게 하는 원인이 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지난해 2월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 담합사건에 대해 대법원 3부는 증거 부족으로 과징금 1,192억 원 취소 확정 판결을 내렸다. 또 패소 후 과징금을 기업에 되돌려 주는 과정에서 공정위가 시중 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예전 금리를 적용해 57억 원을 과다 지출한 비위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이 같은 감사 결과를 통보하고, 과징금 부과와 감액의 명확한 기준을 설정할 것을 권고했다. 감사원은 또 심사 보고서를 부당하게 작성해 기업 과징금을 면제해 준 담당자 2명에 대한 징계와 결재자 3명에 대해 주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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