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는 왜 유리천장 아래서 승리를 선언했나?

입력 2016.06.09 (15:20) 수정 2016.06.0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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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미국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를 공식 선언했다. 현지시간으로 6일 민주당 대의원의 과반수인 2,383명을 확보했다는 AP 통신의 보도가 나온 데 이어 하루 뒤인 7일 뉴저지 등의 경선에서 승리를 거두자 본인이 직접 연설을 한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은 이변이 없는 한 오는 11월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와 '미국 대통령'이 되기 위해 승부를 벌인다. 우선 치열했던 미국 민주당의 2008년과 2016년 경선을 비교해 봤다.

시대 정신 '변화(Change)' VS 새로운 '역사(History)'

2008년, 오바마 당선자가 ‘자신의 당선으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부가 살아있음이 입증됐다며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고 강조하고 있다.2008년, 오바마 당선자가 ‘자신의 당선으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부가 살아있음이 입증됐다며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녹취> 오바마(미국 대통령 당선자) : "비록 오래 걸리긴 했지만, 결정적인 이번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오늘밤 미국에 변화는 오고 있습니다."
2008년, 오바마는 '변화'를 강조했다.

"여러분들이 워싱턴에 변화가 와야 한다고 결심하셨기 때문에, 또 올해는 다른 어떤 해와도 달라져야 한다고 믿으셨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의심과 걱정이 아니라 가장 위대한 희망과 열망에 귀를 기울이기로 결정하셨기에. 오늘 밤 우리는 하나의 역사적 여행을 마무리하고 또 다른 여행을 시작하려 합니다."

2008년 6월 3일,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꺾고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오바마는 29분 동안의 연설 동안 '변화'라는 단어를 모두 16차례나 사용했다. 워싱턴 기성 정치, 부의 양극화와 불평등, 의료보험, 대학 등록금, 기후와 외교 문제 등 모든 사안에 변화라는 단어가 들어갔다. 청중석에도 라는 피켓과 플래카드가 눈에 띈다. 2008년 오바마가 힐러리 클린턴을 꺾었던 원동력은 바로 '변화'였다.



2016년, 클린턴은 유리천장 아래서 '역사'를 얘기했다.

"우리는 지금 유리천장 밑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유리천장을 당장 깨는 건 아니니 (다칠까봐) 걱정하지 마세요. 여러분 덕분에 우리는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로 결정됐습니다"

8년 동안의 절치부심 끝에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힐러리 클린턴이 경선 승리를 선언하는 연설을 한 곳은 '유리천장 아래서'였다. 유리 천장 아래에서 클린턴은 '새로운 역사'를 강조했다. 미국 정당 역사상 2백여 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후보가 주요 정당의 후보가 됐다고 말이다. 지지자들은 힐러리 머리글자 H를 이용해 팻말을 흔들며 환호했다. 힐러리 클린턴은 2008년 경선 패배 때에도 슬퍼하는 여성 지지자들을 향해 "그래도 가장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에 1,800만개(경선을 통해 얻은 표의 숫자)의 금이 생겼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지율 판세는? 2008년이 더 치열했다

2016년과 2008년 민주당 경선은 모두 치열했다. 하지만 오바마와 클린턴이 맞붙었던 2008년 경선이 훨씬 더 치열했다.

굵은 실선은 슈퍼대의원 포함, 연한 선은 슈퍼대의원을 제외한 수치이다.(사진 출처 : 뉴욕타임스)굵은 실선은 슈퍼대의원 포함, 연한 선은 슈퍼대의원을 제외한 수치이다.(사진 출처 : 뉴욕타임스)


2008년 그래프를 보면 오바마와 클린턴의 그래프는 2월 이후 상당 부분이 겹친다. 즉 한 후보가 뒤쳐지지 않고 꾸준히 추격했다는 이야기다. 물론 2월 중순 이후에는 오바마가 역전에 성공한 뒤 꾸준한 격차를 유지했지만, 클린턴이 확보한 대의원 수도 이에 못지 않았다.

반면 2016년 경선은 3월 이후 겹치는 부분이 없다. 샌더스가 선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상 힐러리 클린턴의 독주다. 물론 힐러리 클린턴의 경우 슈퍼대의원(경선 투표로 뽑히는 게아닌 의원과 주지사 등 전현직 고위인사로 구성된 당연직 대의원)의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반면 샌더스는 슈퍼대의원의 도움 없이도 꾸준히 클린턴을 추격했다는 점에서 저력을 보여줬다.

경선이 끝난 뒤



힐러리 클린턴이 민주당 경선 승리를 선언했지만, 샌더스는 아직은 끝낼 생각이 없는 듯 하다. 다음달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전당대회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우리는 마지막 경선지인 워싱턴 D.C.의 프라이머리(예비투표)에서 싸움을 이어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사회와 경제, 인종, 환경 정의를 위한 우리의 싸움을 필라델피아로 가져갈 것입니다"

샌더스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원칙적으로 슈퍼대의원들이 전당대회 전까지 얼마든지 지지후보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클린턴을 지지했던 슈퍼대의원들이 샌더스 쪽으로 돌아선다면 7월 전당대회에서 후보는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변심한 슈퍼대의원은 없다.

샌더스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 클린턴이 트럼프에게 2~3%포인트 차까지 따라 잡히는 상황에서 자신의 본선 경쟁력이 더 우수하다고 주장한다. 또 이번 민주당 경선은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수단' 외에도 미국의 기성 정치와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한다. 참고로 버니 샌더스는 1941년생(76살)이다.

샌더스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아직은 확신할 수 없다. 본인 말처럼 7월 전당대회까지 완주할 수도 있고, 클린턴 후보가 2008년에 그랬던 것처럼 갑작스레 패배를 인정할 수도 있다. 민주당 경선이 사실상 마무리되고 본선 레이스로 접어들며, 민주당이 어떻게 클린턴과 샌더스로 나눠진 지지세를 재결집시킬 수 있을지 가장 관심이 가는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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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힐러리는 왜 유리천장 아래서 승리를 선언했나?
    • 입력 2016-06-09 15:20:11
    • 수정2016-06-09 15:22:33
    취재K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미국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를 공식 선언했다. 현지시간으로 6일 민주당 대의원의 과반수인 2,383명을 확보했다는 AP 통신의 보도가 나온 데 이어 하루 뒤인 7일 뉴저지 등의 경선에서 승리를 거두자 본인이 직접 연설을 한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은 이변이 없는 한 오는 11월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와 '미국 대통령'이 되기 위해 승부를 벌인다. 우선 치열했던 미국 민주당의 2008년과 2016년 경선을 비교해 봤다.

시대 정신 '변화(Change)' VS 새로운 '역사(History)'

2008년, 오바마 당선자가 ‘자신의 당선으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부가 살아있음이 입증됐다며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녹취> 오바마(미국 대통령 당선자) : "비록 오래 걸리긴 했지만, 결정적인 이번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오늘밤 미국에 변화는 오고 있습니다."
2008년, 오바마는 '변화'를 강조했다.

"여러분들이 워싱턴에 변화가 와야 한다고 결심하셨기 때문에, 또 올해는 다른 어떤 해와도 달라져야 한다고 믿으셨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의심과 걱정이 아니라 가장 위대한 희망과 열망에 귀를 기울이기로 결정하셨기에. 오늘 밤 우리는 하나의 역사적 여행을 마무리하고 또 다른 여행을 시작하려 합니다."

2008년 6월 3일,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꺾고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오바마는 29분 동안의 연설 동안 '변화'라는 단어를 모두 16차례나 사용했다. 워싱턴 기성 정치, 부의 양극화와 불평등, 의료보험, 대학 등록금, 기후와 외교 문제 등 모든 사안에 변화라는 단어가 들어갔다. 청중석에도 라는 피켓과 플래카드가 눈에 띈다. 2008년 오바마가 힐러리 클린턴을 꺾었던 원동력은 바로 '변화'였다.



2016년, 클린턴은 유리천장 아래서 '역사'를 얘기했다.

"우리는 지금 유리천장 밑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유리천장을 당장 깨는 건 아니니 (다칠까봐) 걱정하지 마세요. 여러분 덕분에 우리는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로 결정됐습니다"

8년 동안의 절치부심 끝에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힐러리 클린턴이 경선 승리를 선언하는 연설을 한 곳은 '유리천장 아래서'였다. 유리 천장 아래에서 클린턴은 '새로운 역사'를 강조했다. 미국 정당 역사상 2백여 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후보가 주요 정당의 후보가 됐다고 말이다. 지지자들은 힐러리 머리글자 H를 이용해 팻말을 흔들며 환호했다. 힐러리 클린턴은 2008년 경선 패배 때에도 슬퍼하는 여성 지지자들을 향해 "그래도 가장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에 1,800만개(경선을 통해 얻은 표의 숫자)의 금이 생겼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지율 판세는? 2008년이 더 치열했다

2016년과 2008년 민주당 경선은 모두 치열했다. 하지만 오바마와 클린턴이 맞붙었던 2008년 경선이 훨씬 더 치열했다.

굵은 실선은 슈퍼대의원 포함, 연한 선은 슈퍼대의원을 제외한 수치이다.(사진 출처 : 뉴욕타임스)

2008년 그래프를 보면 오바마와 클린턴의 그래프는 2월 이후 상당 부분이 겹친다. 즉 한 후보가 뒤쳐지지 않고 꾸준히 추격했다는 이야기다. 물론 2월 중순 이후에는 오바마가 역전에 성공한 뒤 꾸준한 격차를 유지했지만, 클린턴이 확보한 대의원 수도 이에 못지 않았다.

반면 2016년 경선은 3월 이후 겹치는 부분이 없다. 샌더스가 선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상 힐러리 클린턴의 독주다. 물론 힐러리 클린턴의 경우 슈퍼대의원(경선 투표로 뽑히는 게아닌 의원과 주지사 등 전현직 고위인사로 구성된 당연직 대의원)의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반면 샌더스는 슈퍼대의원의 도움 없이도 꾸준히 클린턴을 추격했다는 점에서 저력을 보여줬다.

경선이 끝난 뒤



힐러리 클린턴이 민주당 경선 승리를 선언했지만, 샌더스는 아직은 끝낼 생각이 없는 듯 하다. 다음달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전당대회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우리는 마지막 경선지인 워싱턴 D.C.의 프라이머리(예비투표)에서 싸움을 이어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사회와 경제, 인종, 환경 정의를 위한 우리의 싸움을 필라델피아로 가져갈 것입니다"

샌더스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원칙적으로 슈퍼대의원들이 전당대회 전까지 얼마든지 지지후보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클린턴을 지지했던 슈퍼대의원들이 샌더스 쪽으로 돌아선다면 7월 전당대회에서 후보는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변심한 슈퍼대의원은 없다.

샌더스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 클린턴이 트럼프에게 2~3%포인트 차까지 따라 잡히는 상황에서 자신의 본선 경쟁력이 더 우수하다고 주장한다. 또 이번 민주당 경선은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수단' 외에도 미국의 기성 정치와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한다. 참고로 버니 샌더스는 1941년생(76살)이다.

샌더스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아직은 확신할 수 없다. 본인 말처럼 7월 전당대회까지 완주할 수도 있고, 클린턴 후보가 2008년에 그랬던 것처럼 갑작스레 패배를 인정할 수도 있다. 민주당 경선이 사실상 마무리되고 본선 레이스로 접어들며, 민주당이 어떻게 클린턴과 샌더스로 나눠진 지지세를 재결집시킬 수 있을지 가장 관심이 가는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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