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를 날리고도 사장님 연봉은 올랐다

입력 2016.06.09 (15:40) 수정 2016.06.0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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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조를 날리고도 사장님 연봉은 올랐다.'

우리나라 공기업 얘기다. 콕 짚어 얘기하면 소위 에너지 공기업이라 불리는 수자원공사, 석유공사, 광물자원 공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2년전 만 해도 흑자 기업이던 한국 수자원 공사는 지난 한 해 무려 5조 7천여억 원을 까먹었다.

한국 석유공사 4조 5천여 억 원, 한국 광물자원공사 2조 6백여 억 원 등 세 개 공기업의 순손실 규모만 12조 원이 넘는다.

빚도 수십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하락에 따른 판매단가 하락과 개발 사업부문의 손실로 석유공사는 20조원에 육박하는 빚을 지고 있고 지난 정부에서 4대강사업을 맡았다 빚이 폭증한 수자원공사는 13조 2천여억 원, 광물자원공사 또한 4조6천억 원의 빚을 졌다.

이에 대해 수자원 공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최악의 가뭄이 찾아왔던 지난해 강도 높은 자구노력으로 전년 수준의 재무성과를 창출했다며 4대강 손상분을 빼면 부채비율은 전년보다 오히려 낮아졌다는 것.

그러나 지난 정권에서 4대강 사업을 수행한 기관으로서 그 빚을 어찌 빼고 얘기를 할 수 있겠는가?

[연관 기사]☞ [뉴스해설] 에너지 공기업 적자 12조 원

부채 3형제... 석유, 가스, 광물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의 지난해 부채비율은 30배 넘게 늘어 7,000%에 육박했다. 지난 정부 때 진행된 자원외교 투자로 인한 손실이 커진 탓이다.

정부가 발표한 2015년 공공기관 결산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광물공사의 부채비율은 2014년 219%에서 지난해 6,905%로 폭증했다. 이는 지난해 석유를 비롯해 구리·니켈 등의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며 지난 정부 때 투자했던 볼레오 구리 광산의 광구 평가액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석유공사도 부채비율이 2014년 221%에서 453%로 뛰었다.

유가 하락으로 지난 정부 때 시중 가격보다 비싸게 사들였다는 논란이 불거진 영국 다나(DANA)사의 해외 생산 광구 평가액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이와 함께 수자원공사(112%→211%)와 농어촌공사(402%→437%)도 친수사업권 감액과 매입 농지가 늘어나며 부채비율이 늘었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해외 자원개발 관련 공기업들의 방만 경영은 19대 국회에서도 질타를 받았다.

2019년에 만기가 되는 차입금도 석유공사 6조 9953억 원, 가스공사 13조 1789억 원, 광물자원공사 2조5108억 원으로 22조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장님 연봉은 올랐다.

'경영혁신' 또는 '뼈를 깎는 자구책'을 마련한다며 여러 가지 대책을 강조해온 공기업 기관장들의 주머니는 어떻게 됐을까?

기업이 적자가 불어 위기에 처했다면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 상식이지만 공기업 사장의 연봉은 지난해 평균 18%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2015년 공기업 기관장의 평균 연봉은 2014년보다 17.8% 상승된 1억8198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의 평균 연봉보다 2757만원이 증가한 금액이다.



공기업 가운데 전년대비 연봉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코레일로 2014년 1억409만원에서 2015년에는 1억8491만원으로 무려 77.6%(8081만원)나 늘어났다.

또한 주택도시보증공사는 75.3%(1억462만원) 증가했고, 2억 적자가 늘어난 석탄공사와 수자원 공사 사장의 연봉도 3천에서 4천만 원이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장 연봉만 오른 게 아니다. 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을 포함한 전체 공공기관의 이사 평균연봉은 지난해 7% 늘어난 1억3559만원이었다. 이들 기관의 감사 평균연봉은 1억4393만원으로 7.6% 증가했다.

정부는 지난 2013년부터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오면서 공공기관 요직에 부적격자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언론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낙하산 논란은 끊이질 않는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에너지 공기업 가운데 덩치가 가장 큰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13대, 15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모 씨가 사외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한전에는 인천대 교수 출신이자 18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모 씨도 현재 감사위원이면서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한전 비상임 이사는 회의참석수당 없이 매년 3000만원씩을 받는다고 알려져있다.

지난해 1억이 넘는 연봉을 받은 한국가스공사 상임감사에는 국회의원 보좌관출신 모 씨가, 8천만 원이 넘는 연봉을 받은 대한석탄공사 상임감사자리에도 정당 대변인 출신이 앉았다.

특히 공기업의 사외이사는 임원 추천위원회의 추천과 운영위원회 심의· 의결절차를 거쳐 기획 재정부 장관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청렴성과 도덕성을 갖춘분’이라던가 ‘국제적 감각이 뛰어난 분’등 애매모호한 지원 자격과 기준으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다 보니 정작 제 역할을 할 전문가 그룹은 밀려나고 정치권이나 관계부처 관료 출신 등 낙하산으로 오해를 살만한 인물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는 다음 주 중으로 에너지 공기업대한 기능조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합할 것인지 아니면 팔 것인지 정부 부처 간에도 이견 대립이 팽팽하다고 한다.

해외 자원 개발의 철수나 공기업의 합병, 사업재편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기능 조정이전에 시급한 일이 있다.

수십조 단위의 손실을 국민의 세금으로 메우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경영혁신, 낙하산인사와 에너지 마피아의 척결 등 인사제도의 대대적인 혁신부터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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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조를 날리고도 사장님 연봉은 올랐다
    • 입력 2016-06-09 15:40:37
    • 수정2016-06-09 16:30:00
    사회
'12조를 날리고도 사장님 연봉은 올랐다.'

우리나라 공기업 얘기다. 콕 짚어 얘기하면 소위 에너지 공기업이라 불리는 수자원공사, 석유공사, 광물자원 공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2년전 만 해도 흑자 기업이던 한국 수자원 공사는 지난 한 해 무려 5조 7천여억 원을 까먹었다.

한국 석유공사 4조 5천여 억 원, 한국 광물자원공사 2조 6백여 억 원 등 세 개 공기업의 순손실 규모만 12조 원이 넘는다.

빚도 수십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하락에 따른 판매단가 하락과 개발 사업부문의 손실로 석유공사는 20조원에 육박하는 빚을 지고 있고 지난 정부에서 4대강사업을 맡았다 빚이 폭증한 수자원공사는 13조 2천여억 원, 광물자원공사 또한 4조6천억 원의 빚을 졌다.

이에 대해 수자원 공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최악의 가뭄이 찾아왔던 지난해 강도 높은 자구노력으로 전년 수준의 재무성과를 창출했다며 4대강 손상분을 빼면 부채비율은 전년보다 오히려 낮아졌다는 것.

그러나 지난 정권에서 4대강 사업을 수행한 기관으로서 그 빚을 어찌 빼고 얘기를 할 수 있겠는가?

[연관 기사]☞ [뉴스해설] 에너지 공기업 적자 12조 원

부채 3형제... 석유, 가스, 광물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의 지난해 부채비율은 30배 넘게 늘어 7,000%에 육박했다. 지난 정부 때 진행된 자원외교 투자로 인한 손실이 커진 탓이다.

정부가 발표한 2015년 공공기관 결산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광물공사의 부채비율은 2014년 219%에서 지난해 6,905%로 폭증했다. 이는 지난해 석유를 비롯해 구리·니켈 등의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며 지난 정부 때 투자했던 볼레오 구리 광산의 광구 평가액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석유공사도 부채비율이 2014년 221%에서 453%로 뛰었다.

유가 하락으로 지난 정부 때 시중 가격보다 비싸게 사들였다는 논란이 불거진 영국 다나(DANA)사의 해외 생산 광구 평가액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이와 함께 수자원공사(112%→211%)와 농어촌공사(402%→437%)도 친수사업권 감액과 매입 농지가 늘어나며 부채비율이 늘었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해외 자원개발 관련 공기업들의 방만 경영은 19대 국회에서도 질타를 받았다.

2019년에 만기가 되는 차입금도 석유공사 6조 9953억 원, 가스공사 13조 1789억 원, 광물자원공사 2조5108억 원으로 22조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장님 연봉은 올랐다.

'경영혁신' 또는 '뼈를 깎는 자구책'을 마련한다며 여러 가지 대책을 강조해온 공기업 기관장들의 주머니는 어떻게 됐을까?

기업이 적자가 불어 위기에 처했다면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 상식이지만 공기업 사장의 연봉은 지난해 평균 18%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2015년 공기업 기관장의 평균 연봉은 2014년보다 17.8% 상승된 1억8198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의 평균 연봉보다 2757만원이 증가한 금액이다.



공기업 가운데 전년대비 연봉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코레일로 2014년 1억409만원에서 2015년에는 1억8491만원으로 무려 77.6%(8081만원)나 늘어났다.

또한 주택도시보증공사는 75.3%(1억462만원) 증가했고, 2억 적자가 늘어난 석탄공사와 수자원 공사 사장의 연봉도 3천에서 4천만 원이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장 연봉만 오른 게 아니다. 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을 포함한 전체 공공기관의 이사 평균연봉은 지난해 7% 늘어난 1억3559만원이었다. 이들 기관의 감사 평균연봉은 1억4393만원으로 7.6% 증가했다.

정부는 지난 2013년부터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오면서 공공기관 요직에 부적격자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언론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낙하산 논란은 끊이질 않는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에너지 공기업 가운데 덩치가 가장 큰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13대, 15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모 씨가 사외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한전에는 인천대 교수 출신이자 18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모 씨도 현재 감사위원이면서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한전 비상임 이사는 회의참석수당 없이 매년 3000만원씩을 받는다고 알려져있다.

지난해 1억이 넘는 연봉을 받은 한국가스공사 상임감사에는 국회의원 보좌관출신 모 씨가, 8천만 원이 넘는 연봉을 받은 대한석탄공사 상임감사자리에도 정당 대변인 출신이 앉았다.

특히 공기업의 사외이사는 임원 추천위원회의 추천과 운영위원회 심의· 의결절차를 거쳐 기획 재정부 장관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청렴성과 도덕성을 갖춘분’이라던가 ‘국제적 감각이 뛰어난 분’등 애매모호한 지원 자격과 기준으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다 보니 정작 제 역할을 할 전문가 그룹은 밀려나고 정치권이나 관계부처 관료 출신 등 낙하산으로 오해를 살만한 인물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는 다음 주 중으로 에너지 공기업대한 기능조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합할 것인지 아니면 팔 것인지 정부 부처 간에도 이견 대립이 팽팽하다고 한다.

해외 자원 개발의 철수나 공기업의 합병, 사업재편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기능 조정이전에 시급한 일이 있다.

수십조 단위의 손실을 국민의 세금으로 메우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경영혁신, 낙하산인사와 에너지 마피아의 척결 등 인사제도의 대대적인 혁신부터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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