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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의경 “44년 만에 기적같은 2집…희망을 노래해요”
입력 2016.06.09 (16:57) 연합뉴스
"처음 노래를 시작할 때를 기억해요. 그 시절 우리에겐 많은 게 허락되지 않았죠. 자유를 잃고 헤매는 수많은 젊은이를 봤어요. 그래서 우리에겐 희망이 있으며 소망을 가질 권리와 자유가 있다고, 그런 마음으로 노래를 지어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첫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불리는 방의경(67)은 첫 독집 '내 노래 모음'을 이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빚었다. 작사, 작곡, 편곡을 하고 기타 연주에 노래까지 한 앨범은 군사정권 시대이던 1972년 방송 및 판매금지 조처가 내려졌고 폐기처분됐다.

1974년 시선을 피해가며 '내 노래 모음' 2집을 녹음했지만 마스터 음원이 분실돼 세상에 빛을 보지 못했다. 인혁당 사건을 보며 쓴 '하양나비', '마른풀' 등 삶과 사회에 대한 비판적이면서도 애정 어린 시선이 담긴 노래들이었다.

'저항 가수'란 수식어가 달렸고 더는 노래를 쓰고 부를 자신이 없어진 그는 1976년 미국으로 떠났고 이화여대 장식미술과(68학번) 출신답게 액세서리 디자인 회사를 경영해 성공했다.

지금 세대에겐 생소하겠지만 방의경은 '꽃잎 끝에 달려있는 작은 이슬방울들~'로 시작하는 양희은의 대표곡 '아름다운 것들'의 가사를 쓰고 처음 노래한 가수이다. 1970년 YWCA가 청년 쉼터로 만들어 윤형주, 서유석, 김민기, 양희은 등 포크 음악인을 배출한 '청개구리의 집' 개관 멤버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껏 그의 품에는 단 한 장의 앨범도 없었다. 오랜 포크 팬들에게 첫 독집 LP는 희귀 앨범이 됐고 자신도 딸에게 물려줄 앨범조차 구할 수 없었다.

그런 그가 팬들의 후원으로 44년 만에 두 번째 앨범을 발표한다. 300장 한정판(LP·CD)으로 제작되는 앨범은 복각한 '내 노래 모음' 1집, 신곡 6곡에 1집의 리메이크곡 4곡을 더한 '내 노래 모음' 2집을 합본해 출시한다.

방의경은 9일 인터뷰에서 "팬들이 크라우드 펀딩으로 후원해준 이 앨범은 나에겐 기적이며 기가 막힌 산물"이라며 "1집 LP는 몇 년 전 대구의 한 팬이 증정해준 덕에 복각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2집 녹음을 하고서 미국으로 이사를 가 이민 짐을 풀어보니 마스터 음원이 없었어요. 하늘에서 내보내지 말란 뜻이었나봐요. 마음을 접고 잊어버리고 살다가 인터넷 카페 '바람새친구'를 통해 절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고 마음을 전하는 게 도리 같아 곡을 다시 쓰기 시작했어요."

2집에 담긴 신곡들은 저항에 머물지 않고 희망을 노래한다.

딸에게 주는 사랑 노래인 '마이 러브',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을 보고 쓴 '컬러'(Color), 고통을 겪고서 성장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사랑의 축복' 등이 실린다.

그는 "과거에는 있는 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시절이니 내 가사에 모두 은유법을 썼다"며 "수많은 희생을 통해 이젠 잘 사는 세상이 됐다. 옛날만큼 죽도록 아픈 세상이 아니다. 꿈을 이루는 세상을 바라보며 더는 슬픔 속에 살지 말고 희망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시 부른 1집 곡 중 '불나무'는 2집 전체를 아우르는 타이틀곡이다.

"지금도 고통받는 많은 이들이 있으나 그래도 우린 또다시 피어날 수 있는 불나무와 같은 존재죠. 딸이 디자인한 불나무를 재킷 표지에 담았어요."

그는 11일 이화여자대학교 김영의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개최한다. 신곡을 비롯해 13곡을 노래할 예정이다. 공연을 마치면 15일 미국으로 출국한다.

"제 음악을 기억해주는 팬들이 만들어줬잖아요. 장사할 속셈으로 나온 앨범이 아니니 더 찍을 생각도 없어요. 공연에 오시는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담아 노래할 겁니다."
  • 방의경 “44년 만에 기적같은 2집…희망을 노래해요”
    • 입력 2016-06-09 16:57:52
    연합뉴스
"처음 노래를 시작할 때를 기억해요. 그 시절 우리에겐 많은 게 허락되지 않았죠. 자유를 잃고 헤매는 수많은 젊은이를 봤어요. 그래서 우리에겐 희망이 있으며 소망을 가질 권리와 자유가 있다고, 그런 마음으로 노래를 지어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첫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불리는 방의경(67)은 첫 독집 '내 노래 모음'을 이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빚었다. 작사, 작곡, 편곡을 하고 기타 연주에 노래까지 한 앨범은 군사정권 시대이던 1972년 방송 및 판매금지 조처가 내려졌고 폐기처분됐다.

1974년 시선을 피해가며 '내 노래 모음' 2집을 녹음했지만 마스터 음원이 분실돼 세상에 빛을 보지 못했다. 인혁당 사건을 보며 쓴 '하양나비', '마른풀' 등 삶과 사회에 대한 비판적이면서도 애정 어린 시선이 담긴 노래들이었다.

'저항 가수'란 수식어가 달렸고 더는 노래를 쓰고 부를 자신이 없어진 그는 1976년 미국으로 떠났고 이화여대 장식미술과(68학번) 출신답게 액세서리 디자인 회사를 경영해 성공했다.

지금 세대에겐 생소하겠지만 방의경은 '꽃잎 끝에 달려있는 작은 이슬방울들~'로 시작하는 양희은의 대표곡 '아름다운 것들'의 가사를 쓰고 처음 노래한 가수이다. 1970년 YWCA가 청년 쉼터로 만들어 윤형주, 서유석, 김민기, 양희은 등 포크 음악인을 배출한 '청개구리의 집' 개관 멤버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껏 그의 품에는 단 한 장의 앨범도 없었다. 오랜 포크 팬들에게 첫 독집 LP는 희귀 앨범이 됐고 자신도 딸에게 물려줄 앨범조차 구할 수 없었다.

그런 그가 팬들의 후원으로 44년 만에 두 번째 앨범을 발표한다. 300장 한정판(LP·CD)으로 제작되는 앨범은 복각한 '내 노래 모음' 1집, 신곡 6곡에 1집의 리메이크곡 4곡을 더한 '내 노래 모음' 2집을 합본해 출시한다.

방의경은 9일 인터뷰에서 "팬들이 크라우드 펀딩으로 후원해준 이 앨범은 나에겐 기적이며 기가 막힌 산물"이라며 "1집 LP는 몇 년 전 대구의 한 팬이 증정해준 덕에 복각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2집 녹음을 하고서 미국으로 이사를 가 이민 짐을 풀어보니 마스터 음원이 없었어요. 하늘에서 내보내지 말란 뜻이었나봐요. 마음을 접고 잊어버리고 살다가 인터넷 카페 '바람새친구'를 통해 절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고 마음을 전하는 게 도리 같아 곡을 다시 쓰기 시작했어요."

2집에 담긴 신곡들은 저항에 머물지 않고 희망을 노래한다.

딸에게 주는 사랑 노래인 '마이 러브',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을 보고 쓴 '컬러'(Color), 고통을 겪고서 성장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사랑의 축복' 등이 실린다.

그는 "과거에는 있는 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시절이니 내 가사에 모두 은유법을 썼다"며 "수많은 희생을 통해 이젠 잘 사는 세상이 됐다. 옛날만큼 죽도록 아픈 세상이 아니다. 꿈을 이루는 세상을 바라보며 더는 슬픔 속에 살지 말고 희망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시 부른 1집 곡 중 '불나무'는 2집 전체를 아우르는 타이틀곡이다.

"지금도 고통받는 많은 이들이 있으나 그래도 우린 또다시 피어날 수 있는 불나무와 같은 존재죠. 딸이 디자인한 불나무를 재킷 표지에 담았어요."

그는 11일 이화여자대학교 김영의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개최한다. 신곡을 비롯해 13곡을 노래할 예정이다. 공연을 마치면 15일 미국으로 출국한다.

"제 음악을 기억해주는 팬들이 만들어줬잖아요. 장사할 속셈으로 나온 앨범이 아니니 더 찍을 생각도 없어요. 공연에 오시는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담아 노래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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