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의 정치 vs ‘분열’의 정치, 승자는?

입력 2016.06.17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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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과 버니 샌더스가 만났다. 클린턴이 워싱턴 D.C.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135일 간 펼쳐진 민주당의 대선 경선이 마무리된 직후다. 클린턴 캠프의 로비 무크 선대본부장, 존 포데스타 선대위원장, 샌더스 캠프의 제프 위버 선대본부장, 샌더스의 부인 제인 샌더스가 이 자리에 함께했다.

(현지 시간 6월 14일 워싱턴 D.C.) 샌더스가 클린턴과 비공식 회동을 끝낸 뒤 부인과 함께 나오고 있다.(현지 시간 6월 14일 워싱턴 D.C.) 샌더스가 클린턴과 비공식 회동을 끝낸 뒤 부인과 함께 나오고 있다.


회동 후 두 캠프는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만남이었다"고 같은 평가를 내놨다. "당을 통합하기 위한, 미국에 위협이 되는 트럼프를 막기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샌더스는 트럼프를 막기 위해 협력하기로 클린턴과 합의했지만, 클린턴 지지 선언은 하지 않았다. 샌더스가 지지 선언을 미루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 의료보험 확대, 국공립대 등록금 면제 등 자신의 진보적 정책들을 클린턴의 공약에 최대한 반영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본선 승리를 위해 샌더스 지지자들을 최대한 끌어안아야 하는 클린턴에게 샌더스의 지지 선언은 필수적이다. 클린턴이 샌더스의 정책을 어느 정도 전향적으로 포용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이미 경선 기간에도 샌더스의 영향을 받아 클린턴의 정책은 보다 진보적으로 변해왔다.
두 캠프의 협상이 필요하겠지만, 샌더스는 이미 클린턴 캠프에 축하의 말을 전했고, 민주당이 클린턴 중심으로 화합해 본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클린턴과 샌더스, 두 후보의 만남, 또 민주당의 화합은 오바마 대통령에게서 비롯됐다. 지난 9일,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클린턴의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한 동영상을 통해서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은 이 동영상을 공개하기 직전 백악관에서 샌더스를 만났다. 클린턴을 지지할 것임을 사전에 설명하는 자리였다. 힐러리가 매직 넘버라는 대의원 과반수를 확보해 경선은 이미 승패가 갈린 상황, 오바마 대통령은 그래도 2위 후보인 샌더스에게, 말하자면, '예의'를 지킨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힐러리 지지 동영상에서도 샌더스가 경제 불평등과 금권정치에 경종을 울렸고,젊은층을 선거의 과정에 끌여들였다며 추켜세웠다.

2012년 9월 14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힐러리 국무장관이 연설하고 있다.2012년 9월 14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힐러리 국무장관이 연설하고 있다.




샌더스도 오바마 대통령의 '예의'에 화답했다. 샌더스는, 백악관 회동 직후, 오바마 대통령이 경선 기간 중립을 지켰다며 사의를 표했고, 힐러리와 만나 트럼프를 꺾을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TPP협상, 이란 핵협상 등 논란이 많은 사안을 추진할 때마다 발휘됐던 '오바마 식 타협과 소통'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공화당의 상황은 '화합'과는 거리가 멀다.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트럼프가 사실상의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면서 봉합되는 듯했던 트럼프와 공화당 주류의 갈등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갈등 재연의 시작은 트럼프의 '멕시코인 판사' 발언이다. 트럼프는, 대학 인가도 없이 '트럼프 대학'을 세워서 비싼 수업료를 받았다는 혐의로 피소된 상태, 이 소송을 맡은 멕시코계 판사를 멕시코인이라고 비난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 미치 메커널 상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주류들은 트럼프의 발언을 정면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올랜도 총기 테러가 발생한 이후 공화당의 갈등은 더 깊어지고 있다. 테러범이 아프가니스탄 이민자의 아들로 밝혀지자 트럼프는 테러 역사를 가진 나라로부터의 이민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무슬림 입국 금지 카드도 다시 꺼내 들었다.
이에 대해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미국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철저한 보안심사를 거쳐야 하지만 종교심사를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무슬림 입국 금지'가 미국의 국가 이익에도, 공화당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심지어, 공화계 원로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은, 트럼프가 공화당의 가치를 배우려하지 않는다며 대선에서 클린턴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 주류의 '반 트럼프 정서'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트럼프의 '인종 차별 주의' 때문에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의회와 주지사 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히스패닉계와 소수계 유권자가 많은 주의 의원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실제로, 미국 공화당의 지지율은 급락했다. 블룸버그가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미국 유권자 천 명을 대상으로 정당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공화당의 지지율은 32%로 2009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49%였다.



"트럼프는 편견과 차별을 선거운동의 기초로 삼고 있다." 샌더스의 '일갈'이다. 물론 상대당 후보의 비판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유세장 곳곳에서 미국 사회의 '분열'이 확인된다. 트럼프 반대 시위와 극렬 지지자들의 맞불 시위가 벌어진다. 때때로 폭력사태까지 빚어진다.
'특정한 유권자'들을 포기하는 대가로 '다른 지지층'을 넓히고 공고히 할 수 있다는 판단, 비즈니스맨 특유의 '비용-편익 분석'이 낳은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판단은 결국 '분열'을 낳는다는 것을 지금 미국 사회는 목도하고 있다.

2012년 9월 14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힐러리 국무장관이 연설하고 있다.2012년 9월 14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힐러리 국무장관이 연설하고 있다.


총기 테러 사흘 뒤, 올랜도에선 대규모 추모집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모인 시민 수천 명은 성적 기호도, 인종도, 종교도 구별 없이 모두 '화합'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서로를 위로했다. 물론 논리적이지는 않지만, 이 자리에서 선 기자의 생각 속엔, 지지자와 반대자로 '분열'된 트럼프 유세장의 모습이 겹쳐졌다.

파리 테러 후에도, 샌 버나디노 총기 테러 후에도, 트럼프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보였다. 이슬람과 대 테러 정책 등을 놓고 강경 발언을 쏟아낸 결과로 보인다.
올랜도 총기 테러 이후에도 트럼프는 거친 발언들을 쏟아냈지만, 이번엔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 격차에 별 영향이 없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주를 이룬다. 물론, 최종 승부엔 어떻게 반영될지, 지금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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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합’의 정치 vs ‘분열’의 정치, 승자는?
    • 입력 2016-06-17 16:04:07
    취재K
힐러리 클린턴과 버니 샌더스가 만났다. 클린턴이 워싱턴 D.C.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135일 간 펼쳐진 민주당의 대선 경선이 마무리된 직후다. 클린턴 캠프의 로비 무크 선대본부장, 존 포데스타 선대위원장, 샌더스 캠프의 제프 위버 선대본부장, 샌더스의 부인 제인 샌더스가 이 자리에 함께했다.

(현지 시간 6월 14일 워싱턴 D.C.) 샌더스가 클린턴과 비공식 회동을 끝낸 뒤 부인과 함께 나오고 있다.

회동 후 두 캠프는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만남이었다"고 같은 평가를 내놨다. "당을 통합하기 위한, 미국에 위협이 되는 트럼프를 막기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샌더스는 트럼프를 막기 위해 협력하기로 클린턴과 합의했지만, 클린턴 지지 선언은 하지 않았다. 샌더스가 지지 선언을 미루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 의료보험 확대, 국공립대 등록금 면제 등 자신의 진보적 정책들을 클린턴의 공약에 최대한 반영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본선 승리를 위해 샌더스 지지자들을 최대한 끌어안아야 하는 클린턴에게 샌더스의 지지 선언은 필수적이다. 클린턴이 샌더스의 정책을 어느 정도 전향적으로 포용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이미 경선 기간에도 샌더스의 영향을 받아 클린턴의 정책은 보다 진보적으로 변해왔다.
두 캠프의 협상이 필요하겠지만, 샌더스는 이미 클린턴 캠프에 축하의 말을 전했고, 민주당이 클린턴 중심으로 화합해 본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클린턴과 샌더스, 두 후보의 만남, 또 민주당의 화합은 오바마 대통령에게서 비롯됐다. 지난 9일,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클린턴의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한 동영상을 통해서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은 이 동영상을 공개하기 직전 백악관에서 샌더스를 만났다. 클린턴을 지지할 것임을 사전에 설명하는 자리였다. 힐러리가 매직 넘버라는 대의원 과반수를 확보해 경선은 이미 승패가 갈린 상황, 오바마 대통령은 그래도 2위 후보인 샌더스에게, 말하자면, '예의'를 지킨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힐러리 지지 동영상에서도 샌더스가 경제 불평등과 금권정치에 경종을 울렸고,젊은층을 선거의 과정에 끌여들였다며 추켜세웠다.

2012년 9월 14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힐러리 국무장관이 연설하고 있다.



샌더스도 오바마 대통령의 '예의'에 화답했다. 샌더스는, 백악관 회동 직후, 오바마 대통령이 경선 기간 중립을 지켰다며 사의를 표했고, 힐러리와 만나 트럼프를 꺾을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TPP협상, 이란 핵협상 등 논란이 많은 사안을 추진할 때마다 발휘됐던 '오바마 식 타협과 소통'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공화당의 상황은 '화합'과는 거리가 멀다.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트럼프가 사실상의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면서 봉합되는 듯했던 트럼프와 공화당 주류의 갈등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갈등 재연의 시작은 트럼프의 '멕시코인 판사' 발언이다. 트럼프는, 대학 인가도 없이 '트럼프 대학'을 세워서 비싼 수업료를 받았다는 혐의로 피소된 상태, 이 소송을 맡은 멕시코계 판사를 멕시코인이라고 비난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 미치 메커널 상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주류들은 트럼프의 발언을 정면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올랜도 총기 테러가 발생한 이후 공화당의 갈등은 더 깊어지고 있다. 테러범이 아프가니스탄 이민자의 아들로 밝혀지자 트럼프는 테러 역사를 가진 나라로부터의 이민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무슬림 입국 금지 카드도 다시 꺼내 들었다.
이에 대해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미국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철저한 보안심사를 거쳐야 하지만 종교심사를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무슬림 입국 금지'가 미국의 국가 이익에도, 공화당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심지어, 공화계 원로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은, 트럼프가 공화당의 가치를 배우려하지 않는다며 대선에서 클린턴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 주류의 '반 트럼프 정서'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트럼프의 '인종 차별 주의' 때문에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의회와 주지사 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히스패닉계와 소수계 유권자가 많은 주의 의원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실제로, 미국 공화당의 지지율은 급락했다. 블룸버그가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미국 유권자 천 명을 대상으로 정당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공화당의 지지율은 32%로 2009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49%였다.



"트럼프는 편견과 차별을 선거운동의 기초로 삼고 있다." 샌더스의 '일갈'이다. 물론 상대당 후보의 비판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유세장 곳곳에서 미국 사회의 '분열'이 확인된다. 트럼프 반대 시위와 극렬 지지자들의 맞불 시위가 벌어진다. 때때로 폭력사태까지 빚어진다.
'특정한 유권자'들을 포기하는 대가로 '다른 지지층'을 넓히고 공고히 할 수 있다는 판단, 비즈니스맨 특유의 '비용-편익 분석'이 낳은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판단은 결국 '분열'을 낳는다는 것을 지금 미국 사회는 목도하고 있다.

2012년 9월 14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힐러리 국무장관이 연설하고 있다.

총기 테러 사흘 뒤, 올랜도에선 대규모 추모집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모인 시민 수천 명은 성적 기호도, 인종도, 종교도 구별 없이 모두 '화합'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서로를 위로했다. 물론 논리적이지는 않지만, 이 자리에서 선 기자의 생각 속엔, 지지자와 반대자로 '분열'된 트럼프 유세장의 모습이 겹쳐졌다.

파리 테러 후에도, 샌 버나디노 총기 테러 후에도, 트럼프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보였다. 이슬람과 대 테러 정책 등을 놓고 강경 발언을 쏟아낸 결과로 보인다.
올랜도 총기 테러 이후에도 트럼프는 거친 발언들을 쏟아냈지만, 이번엔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 격차에 별 영향이 없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주를 이룬다. 물론, 최종 승부엔 어떻게 반영될지, 지금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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