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보다 아래는 안돼!”…남북 공동입장 치열했던 신경전

입력 2016.06.1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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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전이 있었어요. 입장하기 전까지... 기를 잡을 때 (북한) 남자 선수보다 손을 위로 가게 해라."

아직도 기억에 선한 올림픽 개회식의 명장면이 있다. 2000년 시드니 대회 남북한의 첫 공동 입장이 바로 그것. 당시 사마란치 IOC 위원장을 비롯해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들은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갈채를 보냈다. 한반도기를 들고 아리랑을 부르며 스타디움을 도는 남북한 선수들은 손에 손을 맞잡고 감동의 순간을 연출했다.



평화롭게만 보였던 입장이지만 스타디움에 나서는 순간까지 준비 과정은 숨 가빴다. 시드니 현지에서 결정됐기 때문에 단복 맞추는 것도 급하게 이뤄졌고, 기수도 기존의 남자배구 김세진이 아닌 여자 선수 가운데 키가 가장 큰 축에 속하는 농구 정은순으로 변경됐다. 북한이 유도의 남자 감독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기수로 나선 정은순 KBS N 스포츠 여자농구 해설위원의 말에 따르면 남북 화해의 분위기 속에도 묘한 신경전이 있었다고 한다. 특히 선수단 고위 관계자는 한반도기를 잡을 때 북한의 남자 기수보다 손이 아래로 가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실제로 개회식 중계를 다시 보면 정은순의 손이 항상 북한 기수보다 위에 있다. 모두가 처음 겪는 일이었기에 그 상황에서도 경쟁심이 발동한 걸까?



'평화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구현했던 순간, 전 세계의 시선이 하나가 된 코리아에 모였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도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림픽 역사상 가장 감동적인 모습으로 꼽았을 정도다.

하지만, 아테네올림픽 이후로는 더는 볼 수 없는 그야말로 개회식의 추억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우리의 현실은 아직도 묘한 신경전 속에 머물러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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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보다 아래는 안돼!”…남북 공동입장 치열했던 신경전
    • 입력 2016-06-17 20:23:20
    취재K
"신경전이 있었어요. 입장하기 전까지... 기를 잡을 때 (북한) 남자 선수보다 손을 위로 가게 해라."

아직도 기억에 선한 올림픽 개회식의 명장면이 있다. 2000년 시드니 대회 남북한의 첫 공동 입장이 바로 그것. 당시 사마란치 IOC 위원장을 비롯해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들은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갈채를 보냈다. 한반도기를 들고 아리랑을 부르며 스타디움을 도는 남북한 선수들은 손에 손을 맞잡고 감동의 순간을 연출했다.



평화롭게만 보였던 입장이지만 스타디움에 나서는 순간까지 준비 과정은 숨 가빴다. 시드니 현지에서 결정됐기 때문에 단복 맞추는 것도 급하게 이뤄졌고, 기수도 기존의 남자배구 김세진이 아닌 여자 선수 가운데 키가 가장 큰 축에 속하는 농구 정은순으로 변경됐다. 북한이 유도의 남자 감독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기수로 나선 정은순 KBS N 스포츠 여자농구 해설위원의 말에 따르면 남북 화해의 분위기 속에도 묘한 신경전이 있었다고 한다. 특히 선수단 고위 관계자는 한반도기를 잡을 때 북한의 남자 기수보다 손이 아래로 가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실제로 개회식 중계를 다시 보면 정은순의 손이 항상 북한 기수보다 위에 있다. 모두가 처음 겪는 일이었기에 그 상황에서도 경쟁심이 발동한 걸까?



'평화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구현했던 순간, 전 세계의 시선이 하나가 된 코리아에 모였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도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림픽 역사상 가장 감동적인 모습으로 꼽았을 정도다.

하지만, 아테네올림픽 이후로는 더는 볼 수 없는 그야말로 개회식의 추억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우리의 현실은 아직도 묘한 신경전 속에 머물러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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