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한국의 집회-결사 자유 위축”…정부는 반박 보고서 내

입력 2016.06.17 (20:40) 수정 2016.06.17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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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이 한국의 '집회·결사의 자유'에 대해 정부가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으며, 집회의 불법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등에 대한 정부 재량권이 지나치게 넓다고 지적했다.

■ UN이 게시한 한국의 집회·결사의 자유에 관한 보고서

유엔 인권이사회는 오늘(17일)부터 열리는 32차 유엔인권이사회를 앞두고, 한국의 집회·결사의 자유에 관한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21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지난 1월 한국을 방문해 관련 조사를 벌였던 마이나 키아이(Maina Kiai) 유엔 평화적 집회와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조사 내용을 토대로 작성된 것이다. 유엔이 한국의 집회·결사의 자유에 관한 보고서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이나 키아이(Maina Kiai)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지난 1월 29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방한 기간 중 정부와 시민단체등을 만나 평화적 집회 보장과 노조 결성 등 결사의 자유가 지켜지고 있는지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고있다. (사진=연합뉴스)마이나 키아이(Maina Kiai)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지난 1월 29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방한 기간 중 정부와 시민단체등을 만나 평화적 집회 보장과 노조 결성 등 결사의 자유가 지켜지고 있는지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고있다. (사진=연합뉴스)


[다운로드]☞ 한국의 평화적 집회의 자유·결사에 대한 유엔 특별보고관 보고서 [PDF]

키아이 특보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집회 결사에 대한 법규가 중요한 몇몇 영역에서 국제적 인권 기준에 부합하지 않고 정부가 지나치게 많은 자의적 재량권을 갖고 있다"며 "재량권 행사에 있어 정부가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준수하고 보호해야 할 의무에 대해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키아이 특보는 또 "한국이 지금까지 쌓아온 의미있는 민주적 성과들이 훼손될 수도 있다"고 강조하며 "평화적 집회와 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는 원칙적으로 지켜져야 하고 제한은 예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물대포·차벽 사용 정당화 어려워"

키아이 특보는 보고서에서 집회 시위에 대한 정부의 부적절한 대응 사례로 물대포와 차벽 사용을 들었다. "물대포 사용이 무차별적인데다 특정인을 겨냥하기도 하는데 이는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물대포를 맞았던 백남기 씨가 아직도 의식불명 상태라는 점을 예로 들며, 물대포는 "시위 참가자들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힐 수 있다"고 밝혔다. 키아이 특보는 버스 차벽에 대해서도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대응책이라기보다는 평화적 집회를 사전에 방해하려는 의도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제1차 민중총궐기 대회.지난해 11월 열린 제1차 민중총궐기 대회.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처벌이 집회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보고서는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불법 집회 주도로 형사처벌 대상이 된 점을 들며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 참가자들이 조사를 받거나 민형사적 책임을 져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정부가 전교조와 공무원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것에 대해 노동조합 설립이 신고제이지만 현실적으로는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공무원에게 금지된 '정치활동'의 의미가 모호하며 개개인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 집회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했다. 보고서는 "세월호 참사는 명백히 정치화됐고, 유가족들의 상징처럼 된 노란 리본은 이제 반정부의 상징으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치의 주요한 특징인 책임성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것을 정부의 기반을 약화하는 것과 동일하게 보는 것은 민주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집회 해산은 적절한 절차 거쳐"

키아이 특보의 이런 지적에 대해 한국 정부는 7쪽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집회 허가와 불법 여부 판단에 대한 정부 재량권이 지나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소수의 폭력 행위 때문에 해당 집회를 불법이라고 판단하지 않으며, 집회의 해산은 공공질서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판단될 때 적절한 절차를 거쳐 이뤄진다"고 밝혔다. 물대포 사용에 대해서도 "평화롭고 합법적인 시위대에는 물대포를 사용한 적이 없으며 불법 폭력시위자를 막는데 사용됐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다운로드]☞ 유엔 특별보고관 보고서에 대한 한국 정부 반박문 [PDF]

집회 참가자와 주최자에 대한 처벌을 지적한 데 대해서는 "집회 주최자는 목적과 절차에서 평화로운 집회를 보장할 책임이 있고, 불법 행동을 저지른 참가자들과 공동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을 사례로 든 데 대해서는 "박 씨의 행동과 당시 시위가 평화적이지 않았다는 형사 고발이 있었기 때문에 유엔 보고서는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라는 권고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헌법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활동도 법으로 금지돼 있다"며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폈다. 정부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보고서가 공식 발표된 뒤 반론 발언을 할 예정이다.

지난 1월 21일,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이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마이나 키아이 유엔 평화적 집회와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을 접견하고 있다.지난 1월 21일,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이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마이나 키아이 유엔 평화적 집회와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을 접견하고 있다.


이번 조사를 한 키아이 특보는 세계 각국의 평화적 집회와 결사의 자유권에 대해 조사하는 임무를 띄고 활동하는 전문가다. 한국 내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후퇴하고 있다는 인권단체들의 요청에 따라 지난 1월 20~29일까지 방한해 상황을 조사했다. 2011년 유엔 인권이사회에 집회와 결사 관련 특보가 생긴 이후 조사를 목적으로 특보가 방한한 것은 처음이었다.

키아이 특보가 당시 시민단체 관계자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등 집회 참여자,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다. 당시 키아이 특보를 만난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은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균형적 시각을 가져달라"고 당부했으며, 보수성향 단체들은 키아이 보고관과 진보단체들의 편향적 조사로 국격이 훼손되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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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N “한국의 집회-결사 자유 위축”…정부는 반박 보고서 내
    • 입력 2016-06-17 20:40:05
    • 수정2016-06-17 20:46:00
    취재K
유엔이 한국의 '집회·결사의 자유'에 대해 정부가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으며, 집회의 불법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등에 대한 정부 재량권이 지나치게 넓다고 지적했다.

■ UN이 게시한 한국의 집회·결사의 자유에 관한 보고서

유엔 인권이사회는 오늘(17일)부터 열리는 32차 유엔인권이사회를 앞두고, 한국의 집회·결사의 자유에 관한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21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지난 1월 한국을 방문해 관련 조사를 벌였던 마이나 키아이(Maina Kiai) 유엔 평화적 집회와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조사 내용을 토대로 작성된 것이다. 유엔이 한국의 집회·결사의 자유에 관한 보고서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이나 키아이(Maina Kiai)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지난 1월 29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방한 기간 중 정부와 시민단체등을 만나 평화적 집회 보장과 노조 결성 등 결사의 자유가 지켜지고 있는지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고있다. (사진=연합뉴스)

[다운로드]☞ 한국의 평화적 집회의 자유·결사에 대한 유엔 특별보고관 보고서 [PDF]

키아이 특보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집회 결사에 대한 법규가 중요한 몇몇 영역에서 국제적 인권 기준에 부합하지 않고 정부가 지나치게 많은 자의적 재량권을 갖고 있다"며 "재량권 행사에 있어 정부가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준수하고 보호해야 할 의무에 대해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키아이 특보는 또 "한국이 지금까지 쌓아온 의미있는 민주적 성과들이 훼손될 수도 있다"고 강조하며 "평화적 집회와 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는 원칙적으로 지켜져야 하고 제한은 예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물대포·차벽 사용 정당화 어려워"

키아이 특보는 보고서에서 집회 시위에 대한 정부의 부적절한 대응 사례로 물대포와 차벽 사용을 들었다. "물대포 사용이 무차별적인데다 특정인을 겨냥하기도 하는데 이는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물대포를 맞았던 백남기 씨가 아직도 의식불명 상태라는 점을 예로 들며, 물대포는 "시위 참가자들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힐 수 있다"고 밝혔다. 키아이 특보는 버스 차벽에 대해서도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대응책이라기보다는 평화적 집회를 사전에 방해하려는 의도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제1차 민중총궐기 대회.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처벌이 집회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보고서는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불법 집회 주도로 형사처벌 대상이 된 점을 들며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 참가자들이 조사를 받거나 민형사적 책임을 져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정부가 전교조와 공무원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것에 대해 노동조합 설립이 신고제이지만 현실적으로는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공무원에게 금지된 '정치활동'의 의미가 모호하며 개개인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 집회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했다. 보고서는 "세월호 참사는 명백히 정치화됐고, 유가족들의 상징처럼 된 노란 리본은 이제 반정부의 상징으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치의 주요한 특징인 책임성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것을 정부의 기반을 약화하는 것과 동일하게 보는 것은 민주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집회 해산은 적절한 절차 거쳐"

키아이 특보의 이런 지적에 대해 한국 정부는 7쪽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집회 허가와 불법 여부 판단에 대한 정부 재량권이 지나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소수의 폭력 행위 때문에 해당 집회를 불법이라고 판단하지 않으며, 집회의 해산은 공공질서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판단될 때 적절한 절차를 거쳐 이뤄진다"고 밝혔다. 물대포 사용에 대해서도 "평화롭고 합법적인 시위대에는 물대포를 사용한 적이 없으며 불법 폭력시위자를 막는데 사용됐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다운로드]☞ 유엔 특별보고관 보고서에 대한 한국 정부 반박문 [PDF]

집회 참가자와 주최자에 대한 처벌을 지적한 데 대해서는 "집회 주최자는 목적과 절차에서 평화로운 집회를 보장할 책임이 있고, 불법 행동을 저지른 참가자들과 공동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을 사례로 든 데 대해서는 "박 씨의 행동과 당시 시위가 평화적이지 않았다는 형사 고발이 있었기 때문에 유엔 보고서는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라는 권고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헌법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활동도 법으로 금지돼 있다"며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폈다. 정부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보고서가 공식 발표된 뒤 반론 발언을 할 예정이다.

지난 1월 21일,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이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마이나 키아이 유엔 평화적 집회와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을 접견하고 있다.

이번 조사를 한 키아이 특보는 세계 각국의 평화적 집회와 결사의 자유권에 대해 조사하는 임무를 띄고 활동하는 전문가다. 한국 내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후퇴하고 있다는 인권단체들의 요청에 따라 지난 1월 20~29일까지 방한해 상황을 조사했다. 2011년 유엔 인권이사회에 집회와 결사 관련 특보가 생긴 이후 조사를 목적으로 특보가 방한한 것은 처음이었다.

키아이 특보가 당시 시민단체 관계자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등 집회 참여자,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다. 당시 키아이 특보를 만난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은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균형적 시각을 가져달라"고 당부했으며, 보수성향 단체들은 키아이 보고관과 진보단체들의 편향적 조사로 국격이 훼손되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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