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도 예외없이?…태국 대학생이 교복을 입는 이유는?

입력 2016.06.1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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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방콕 시내에서는 흰색 상의에 검정색 바지와 치마를 입고 있는 젊은 남녀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언뜻 보기에는 제복을 입은 직장인 같지만 사실은 대학생들이다. 태국 대학생들이 입는 교복은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모든 대학교 교복의 색상과 디자인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무릇 교복은 학교에 따른 특징이 있기 마련이지만 태국은 그렇지 않다. 여학생의 경우 치마의 색은 동일하지만 길이는 제각각이다. 긴 주름치마, 짧은 주름치마, 짧은 미니스커트, 긴 치마 등 모양과 길이는 취향에 따라 다르다. 학교 구별은 넥타이나 배지 그리고 허리띠의 버클에 새겨진 문양으로 한다. 그래서 자세히 봐야만 어느 대학교 학생인지 구별할 수 있다.

태국 대학생 허리띠와 배지태국 대학생 허리띠와 배지


대학생 교복은 태국, 베트남, 라오스 등 5개 나라

대학생도 교복을 입도록 의무화하고 있는 국가는 태국을 포함해 모두 5곳인데 대부분이 동남아국가들이다.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은 공산당 집권하거나 사회주의 잔재가 남아 있는 국가들이다. 동남아를 제외하면 북한이 유일하다. 민주주의 정치 체제를 지향하는 국가 가운데는 태국 대학생들만 의무적으로 교복을 입는다.



태국 대학생들이 교복을 입는 이유는?

태국 대학생들이 교복을 입는 이유는 무엇일까? 태국인들은 대학생의 교복이 학생들 사이에 사회적 평등을 보장한다고 생각한다. 학교 밖에서 샤넬과 구찌 등 명품 백을 들고 다니고 BMW를 타고 다니는 학생도 교복을 입고 학교에 등교하면 모두 평등하다는 것이다. 적어도 겉모습에 따른 위화감이나 차별은 없다는 것이다.

또 태국에서 제복은 정체성과 신분의 상징이다. 태국에서 제복을 입는 계층은 왕족, 군인, 경찰, 공무원, 은행원 등 권력이 있거나 상대적으로 교육과 소득 수준이 높은 계층이다. 대학생의 교복도 마찬가지다. 태국은 우리와 달리 거의 모든 사람들이 대학에 가지는 못한다. 요즘은 예전보다 대학 진학률이 높아졌지만 한국 보다 많이 떨어진다. 대학에 가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가거나 가족과 함께 장사를 하는 사람도 많다. 따라서 19살에 생활전선에 내몰리지 않고 대학 교복을 입고 다니는 것은 “나는 공부를 하는 지식인이다. 그리고 우리 집안은 중산층 이상이다.” 라는 사실을 은근히 과시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특히 태국은 왕족이나 고위 공무원들은 공식 행사에는 각종 휘장이 달리고 문양이 새겨진 제복을 입기 좋아한다. 공개적으로 권위와 지위를 나타내는 일종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신분을 드러내는 제복의 문화가 대학의 교복에도 녹아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대학생의 교복 의무화 정책에는 규범을 가르친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교복을 입고 다녀야 한다는 단순한 규범도 지키지 못한다면 장차 사회에 나가 어떻게 법과 질서를 지킬 수 있는 시민이 될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직장 출근시간은 어떻게 지킬 것인가? 또 출근할 때도 반바지와 슬리퍼를 신고 갈 것인가? 직장 상사로부터 하기 싫은 업무 명령을 받았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태국은 아직도 연장자와 상사에 대한 존경과 예의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쿠데타로 집권한 쁘라윳 총리도 왕의 사진 앞에서는 무릎을 꿇고 예를 표한다. 관공서에서 취재를 하다보면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기관장과 차를 마시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비서들이 상사 앞에서 무릎을 꿇고 차나 커피를 테이블에 올려놓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 태국 사람들은 교복 문화를 통해 작은 규범을 잘 따르는 방법과 존경과 예의를 표시하는 방법을 배운다고 생각한다.

'대학생 94%가 교복에 찬성'... 반대 운동도

그렇다면 태국 대학생들은 교복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태국의 유명 여론 조사 기관인 수언 두싯 폴(Suan Dusit Poll)에 따르면 지난 2013년에 방콕 지역 대학생 1,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4%가 질서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교복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71%는 수업이 있는 날에는 매일 교복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일부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교복 반대 운동도 벌어졌다. 지난 2009년과 2013년에는 태국 최고의 엘리트 대학인 쭐라롱껀과 탐마삿 대학교 학생들이 교복 의무화 정책에 대해 반기를 들었다. 대학생들에게 교복을 입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자율성의 침해이자 인권 침해라며 한 때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시민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다.

태국 사람들은 유니폼을 입는 것을 즐긴다. 출퇴근 시간에는 유니폼을 입고 출근하는 직장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왕과 왕비의 생일뿐만 아니라 국가의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에도 모든 국민이 동일한 색깔과 디자인의 티셔츠를 맞추어 입기도 한다. 지난해 국왕의 건강을 기원하는 바이크 포 대드(Bike for Dad: 태국의 국왕은 국민의 아버지로 추앙받는다.) 행사기간에는 상당수의 국민들이 약 일주일 동안 동일한 티셔츠를 입고 다녔다. 태국에서 제복은 신분과 소속감 정체성 등을 알리는 하나의 문화로 인식된다. 따라서 이런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 수년 안에 태국 대학생들이 사복을 입고 등교하는 모습을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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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생도 예외없이?…태국 대학생이 교복을 입는 이유는?
    • 입력 2016-06-19 10:01:45
    취재K
태국 방콕 시내에서는 흰색 상의에 검정색 바지와 치마를 입고 있는 젊은 남녀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언뜻 보기에는 제복을 입은 직장인 같지만 사실은 대학생들이다. 태국 대학생들이 입는 교복은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모든 대학교 교복의 색상과 디자인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무릇 교복은 학교에 따른 특징이 있기 마련이지만 태국은 그렇지 않다. 여학생의 경우 치마의 색은 동일하지만 길이는 제각각이다. 긴 주름치마, 짧은 주름치마, 짧은 미니스커트, 긴 치마 등 모양과 길이는 취향에 따라 다르다. 학교 구별은 넥타이나 배지 그리고 허리띠의 버클에 새겨진 문양으로 한다. 그래서 자세히 봐야만 어느 대학교 학생인지 구별할 수 있다.

태국 대학생 허리띠와 배지

대학생 교복은 태국, 베트남, 라오스 등 5개 나라

대학생도 교복을 입도록 의무화하고 있는 국가는 태국을 포함해 모두 5곳인데 대부분이 동남아국가들이다.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은 공산당 집권하거나 사회주의 잔재가 남아 있는 국가들이다. 동남아를 제외하면 북한이 유일하다. 민주주의 정치 체제를 지향하는 국가 가운데는 태국 대학생들만 의무적으로 교복을 입는다.



태국 대학생들이 교복을 입는 이유는?

태국 대학생들이 교복을 입는 이유는 무엇일까? 태국인들은 대학생의 교복이 학생들 사이에 사회적 평등을 보장한다고 생각한다. 학교 밖에서 샤넬과 구찌 등 명품 백을 들고 다니고 BMW를 타고 다니는 학생도 교복을 입고 학교에 등교하면 모두 평등하다는 것이다. 적어도 겉모습에 따른 위화감이나 차별은 없다는 것이다.

또 태국에서 제복은 정체성과 신분의 상징이다. 태국에서 제복을 입는 계층은 왕족, 군인, 경찰, 공무원, 은행원 등 권력이 있거나 상대적으로 교육과 소득 수준이 높은 계층이다. 대학생의 교복도 마찬가지다. 태국은 우리와 달리 거의 모든 사람들이 대학에 가지는 못한다. 요즘은 예전보다 대학 진학률이 높아졌지만 한국 보다 많이 떨어진다. 대학에 가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가거나 가족과 함께 장사를 하는 사람도 많다. 따라서 19살에 생활전선에 내몰리지 않고 대학 교복을 입고 다니는 것은 “나는 공부를 하는 지식인이다. 그리고 우리 집안은 중산층 이상이다.” 라는 사실을 은근히 과시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특히 태국은 왕족이나 고위 공무원들은 공식 행사에는 각종 휘장이 달리고 문양이 새겨진 제복을 입기 좋아한다. 공개적으로 권위와 지위를 나타내는 일종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신분을 드러내는 제복의 문화가 대학의 교복에도 녹아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대학생의 교복 의무화 정책에는 규범을 가르친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교복을 입고 다녀야 한다는 단순한 규범도 지키지 못한다면 장차 사회에 나가 어떻게 법과 질서를 지킬 수 있는 시민이 될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직장 출근시간은 어떻게 지킬 것인가? 또 출근할 때도 반바지와 슬리퍼를 신고 갈 것인가? 직장 상사로부터 하기 싫은 업무 명령을 받았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태국은 아직도 연장자와 상사에 대한 존경과 예의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쿠데타로 집권한 쁘라윳 총리도 왕의 사진 앞에서는 무릎을 꿇고 예를 표한다. 관공서에서 취재를 하다보면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기관장과 차를 마시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비서들이 상사 앞에서 무릎을 꿇고 차나 커피를 테이블에 올려놓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 태국 사람들은 교복 문화를 통해 작은 규범을 잘 따르는 방법과 존경과 예의를 표시하는 방법을 배운다고 생각한다.

'대학생 94%가 교복에 찬성'... 반대 운동도

그렇다면 태국 대학생들은 교복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태국의 유명 여론 조사 기관인 수언 두싯 폴(Suan Dusit Poll)에 따르면 지난 2013년에 방콕 지역 대학생 1,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4%가 질서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교복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71%는 수업이 있는 날에는 매일 교복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일부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교복 반대 운동도 벌어졌다. 지난 2009년과 2013년에는 태국 최고의 엘리트 대학인 쭐라롱껀과 탐마삿 대학교 학생들이 교복 의무화 정책에 대해 반기를 들었다. 대학생들에게 교복을 입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자율성의 침해이자 인권 침해라며 한 때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시민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다.

태국 사람들은 유니폼을 입는 것을 즐긴다. 출퇴근 시간에는 유니폼을 입고 출근하는 직장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왕과 왕비의 생일뿐만 아니라 국가의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에도 모든 국민이 동일한 색깔과 디자인의 티셔츠를 맞추어 입기도 한다. 지난해 국왕의 건강을 기원하는 바이크 포 대드(Bike for Dad: 태국의 국왕은 국민의 아버지로 추앙받는다.) 행사기간에는 상당수의 국민들이 약 일주일 동안 동일한 티셔츠를 입고 다녔다. 태국에서 제복은 신분과 소속감 정체성 등을 알리는 하나의 문화로 인식된다. 따라서 이런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 수년 안에 태국 대학생들이 사복을 입고 등교하는 모습을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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