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앗 뜨거워’ 음료는 발암물질…국물과 탕은??

입력 2016.06.21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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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5일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25년 만에 커피를 발암물질에서 제외하고 뜨거운 음료를 발암물질에 추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부분 사람은 커피가 발암물질이었다는 걸 처음 들었다며, 다시 발암물질에서 제외됐다고 하니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그냥 평소처럼 잘 마시면 된다는 이야기인 걸, 괜히 혼란만 준 셈이다. 여기에 딱 맞는 속담, '병 주고 약 주고'다.



기자의 관심사는 별문제 없는 커피보다는 뜨거운 음료였다. 커피와 달리 65도 이상 뜨거운 음료가 발암물질에 추가됐기 때문이다. 앞뒤 문맥을 파악하기 위해선 먼저 발암물질 분류기준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국제암연구소는 발암물질을 크게 4군으로 분류한다. 1군은 인간에게 암을 일으키는 게 확실한 물질이다. 2군은 2A와 2B로 나뉘는데, 2A는 인간에게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물질, 2B는 인간에게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다. 정도 차이가 있지만, 1~2군은 어찌 됐든 인간에게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다.

하지만 3~4군으로 가면 인간에게 암을 일으킨다는 증거가 없거나 오히려 암을 일으키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물질이다. 그래서 커피의 경우 2B 군에서 3군으로 하향 조정된 걸 두고 발암물질에서 제외됐다고 말하는 것이다. 반면에 뜨거운 음료는 2A 군에 추가돼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이 높은 물질로 분류됐다.



사실 뜨거운 음료에 대한 발암물질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제암연구소가 지난 1991년 커피와 마테차 등에 대한 발암물질 평가를 했을 때, 뜨거운 마테차를 2A 발암물질로 분류한 바 있다.

마테차는 주로 남아메리카에서 즐기는 차로 전통적으로 65도 이상 뜨겁게 마신다. 유독 남아메리카에서 식도암 환자들이 많았는데, 뜨거운 마테차와 관련성이 높아 당시 발암물질로 분류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 마테차 성분 때문에 암 발생 위험이 올라가는지, 마테차의 온도 때문인지는 평가가 불가능해, '뜨거운 마테차' 통째로 발암물질에 포함했다.

이후 세계암연구재단에서 마테차를 섭취하는 방식을 조사했다. 금속빨대를 통해 아주 뜨거운 마테차를 섭취하는 경우에 한정해 식도암 위험이 올라가는 것으로 평가했다. 또 연구자들은 차가운 마테차는 식도암 위험을 올리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마테차 자체는 발암물질의 누명을 벗겨줬다.

관심은 뜨거운 음료로 옮겨갔다. 국제암연구소에서 4만 9천여 명을 대상으로 마시는 차 온도에 따라 3그룹으로 나눴다. 60도 미만인 '따뜻한 차'를 기준으로 60~64도의 '뜨거운 차'로, 65도 이상의 '아주 뜨거운 차'로 구분했다.

그 결과, '뜨거운 차'를 마실 경우 식도암 위험이 2배, '아주 뜨거운 차'를 마실 경우 8배까지 높아졌다. 마시는 차 온도가 높을수록 식도암 위험이 커진 셈이다. 이는 뜨거운 음료를 마실 때, 열에 의해 구강과 인두, 후두, 식도에 화상을 입기 때문이다. 점막 손상이 계속 반복되면서 재생과정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해, 식도암까지 진행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뜨거운 음료는 발암물질이다. 이제 문제는 뜨거운 커피나 차, 국물과 탕을 선호하는 우리나라의 식생활 문화다. 커피전문점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가 너무 뜨거워 혀를 데인 적이 있다. 뜨거운 국물을 마시면서 '아 시원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여럿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먹는 커피, 국물, 탕 온도는 얼마나 될까? 65도 이상인지, 미만인지 궁금했다.



먼저 커피숍에서 막 건네받은 아메리카노의 표면온도를 재봤다. 뚜껑을 열고 측정했다. 처음엔 뚜껑에 가득 찬 열기에 70도를 넘나들다 이내 67도 선으로 안정화됐다. 65도보다 높은 아주 뜨거운 상태, 그냥 마셨다간 입을 데기 쉽다.

이젠 막대 온도계로 커피 내부 중심의 온도를 측정했다. 72도까지 올라갔다. 커피를 누가 빨대로 마시겠느냐마는 예전에 아무것도 모르고 커피 젖는 스틱 빨대로 마셨다가 목 안쪽을 덴 적이 있던 기자로선,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더 뜨거운 액체가 더 깊숙이 식도까지 침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음으로 된장찌개 뚝배기의 온도를 재보기로 했다. 팔팔 끓여야 제대로 된 맛이 우러나올 거라는 생각 탓일까? 막 끓여서 식당 테이블로 나온 된장찌개 온도를 재봤다. 대부분 맨 위층의 국물을 떠먹는 관계로, 표면온도만 측정했는데, 77도였다.

이번엔, 삼계탕이 궁금했다. 삼계탕의 표면온도는 더 높았는데, 82도였다. 이것만 보면, 커피보다 더 뜨거운 셈이다. 하지만 누가 이런 찌개나 탕을 한 번에 입을 대고 마시겠는가? 국과 탕이 발달한 우리나라는 숟가락을 사용하기 때문에 바로 마시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숟가락으로 국물을 뜨고 한번 호호 분 뒤 표면온도를 재봤다. 45도,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세계보건기구가 경고한 65도보다 훨씬 낮은 온도인 셈이다.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란 이야기다.



오진경 국립암센터의 암예방사업과장은 뜨거운 음료를 갑자기 한 번에 들이키는 건, 식도에 화상을 입힐 수 있어 위험한 건 사실이라며, 뜨거운 음료를 빨대로 직접 마시는 건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한 평소처럼 숟가락을 이용해 호호 불어 식혀 먹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만약 국물의 김이 모락모락 날 정도로 뜨겁다면, 표면적이 넓은 다른 접시에 옮겨 먹는 것도 온도를 크게 낮출 수 있다. 또 막 건네받은 뜨거운 커피라면 약 5분 정도 식혔다가 천천히 마시는 것도 암 예방을 위한 좋은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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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앗 뜨거워’ 음료는 발암물질…국물과 탕은??
    • 입력 2016-06-21 21:29:11
    취재후·사건후
지난 6월 15일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25년 만에 커피를 발암물질에서 제외하고 뜨거운 음료를 발암물질에 추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부분 사람은 커피가 발암물질이었다는 걸 처음 들었다며, 다시 발암물질에서 제외됐다고 하니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그냥 평소처럼 잘 마시면 된다는 이야기인 걸, 괜히 혼란만 준 셈이다. 여기에 딱 맞는 속담, '병 주고 약 주고'다.



기자의 관심사는 별문제 없는 커피보다는 뜨거운 음료였다. 커피와 달리 65도 이상 뜨거운 음료가 발암물질에 추가됐기 때문이다. 앞뒤 문맥을 파악하기 위해선 먼저 발암물질 분류기준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국제암연구소는 발암물질을 크게 4군으로 분류한다. 1군은 인간에게 암을 일으키는 게 확실한 물질이다. 2군은 2A와 2B로 나뉘는데, 2A는 인간에게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물질, 2B는 인간에게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다. 정도 차이가 있지만, 1~2군은 어찌 됐든 인간에게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다.

하지만 3~4군으로 가면 인간에게 암을 일으킨다는 증거가 없거나 오히려 암을 일으키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물질이다. 그래서 커피의 경우 2B 군에서 3군으로 하향 조정된 걸 두고 발암물질에서 제외됐다고 말하는 것이다. 반면에 뜨거운 음료는 2A 군에 추가돼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이 높은 물질로 분류됐다.



사실 뜨거운 음료에 대한 발암물질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제암연구소가 지난 1991년 커피와 마테차 등에 대한 발암물질 평가를 했을 때, 뜨거운 마테차를 2A 발암물질로 분류한 바 있다.

마테차는 주로 남아메리카에서 즐기는 차로 전통적으로 65도 이상 뜨겁게 마신다. 유독 남아메리카에서 식도암 환자들이 많았는데, 뜨거운 마테차와 관련성이 높아 당시 발암물질로 분류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 마테차 성분 때문에 암 발생 위험이 올라가는지, 마테차의 온도 때문인지는 평가가 불가능해, '뜨거운 마테차' 통째로 발암물질에 포함했다.

이후 세계암연구재단에서 마테차를 섭취하는 방식을 조사했다. 금속빨대를 통해 아주 뜨거운 마테차를 섭취하는 경우에 한정해 식도암 위험이 올라가는 것으로 평가했다. 또 연구자들은 차가운 마테차는 식도암 위험을 올리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마테차 자체는 발암물질의 누명을 벗겨줬다.

관심은 뜨거운 음료로 옮겨갔다. 국제암연구소에서 4만 9천여 명을 대상으로 마시는 차 온도에 따라 3그룹으로 나눴다. 60도 미만인 '따뜻한 차'를 기준으로 60~64도의 '뜨거운 차'로, 65도 이상의 '아주 뜨거운 차'로 구분했다.

그 결과, '뜨거운 차'를 마실 경우 식도암 위험이 2배, '아주 뜨거운 차'를 마실 경우 8배까지 높아졌다. 마시는 차 온도가 높을수록 식도암 위험이 커진 셈이다. 이는 뜨거운 음료를 마실 때, 열에 의해 구강과 인두, 후두, 식도에 화상을 입기 때문이다. 점막 손상이 계속 반복되면서 재생과정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해, 식도암까지 진행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뜨거운 음료는 발암물질이다. 이제 문제는 뜨거운 커피나 차, 국물과 탕을 선호하는 우리나라의 식생활 문화다. 커피전문점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가 너무 뜨거워 혀를 데인 적이 있다. 뜨거운 국물을 마시면서 '아 시원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여럿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먹는 커피, 국물, 탕 온도는 얼마나 될까? 65도 이상인지, 미만인지 궁금했다.



먼저 커피숍에서 막 건네받은 아메리카노의 표면온도를 재봤다. 뚜껑을 열고 측정했다. 처음엔 뚜껑에 가득 찬 열기에 70도를 넘나들다 이내 67도 선으로 안정화됐다. 65도보다 높은 아주 뜨거운 상태, 그냥 마셨다간 입을 데기 쉽다.

이젠 막대 온도계로 커피 내부 중심의 온도를 측정했다. 72도까지 올라갔다. 커피를 누가 빨대로 마시겠느냐마는 예전에 아무것도 모르고 커피 젖는 스틱 빨대로 마셨다가 목 안쪽을 덴 적이 있던 기자로선,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더 뜨거운 액체가 더 깊숙이 식도까지 침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음으로 된장찌개 뚝배기의 온도를 재보기로 했다. 팔팔 끓여야 제대로 된 맛이 우러나올 거라는 생각 탓일까? 막 끓여서 식당 테이블로 나온 된장찌개 온도를 재봤다. 대부분 맨 위층의 국물을 떠먹는 관계로, 표면온도만 측정했는데, 77도였다.

이번엔, 삼계탕이 궁금했다. 삼계탕의 표면온도는 더 높았는데, 82도였다. 이것만 보면, 커피보다 더 뜨거운 셈이다. 하지만 누가 이런 찌개나 탕을 한 번에 입을 대고 마시겠는가? 국과 탕이 발달한 우리나라는 숟가락을 사용하기 때문에 바로 마시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숟가락으로 국물을 뜨고 한번 호호 분 뒤 표면온도를 재봤다. 45도,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세계보건기구가 경고한 65도보다 훨씬 낮은 온도인 셈이다.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란 이야기다.



오진경 국립암센터의 암예방사업과장은 뜨거운 음료를 갑자기 한 번에 들이키는 건, 식도에 화상을 입힐 수 있어 위험한 건 사실이라며, 뜨거운 음료를 빨대로 직접 마시는 건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한 평소처럼 숟가락을 이용해 호호 불어 식혀 먹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만약 국물의 김이 모락모락 날 정도로 뜨겁다면, 표면적이 넓은 다른 접시에 옮겨 먹는 것도 온도를 크게 낮출 수 있다. 또 막 건네받은 뜨거운 커피라면 약 5분 정도 식혔다가 천천히 마시는 것도 암 예방을 위한 좋은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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