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번홀 역전패 여고생 성은정 “클럽 선택 후회 안해”

입력 2016.06.2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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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에서 우승자보다 준우승자가 더 많은 주목을 받는 경우가 더러 있다. [사진=KLPGA 제공]

장 반데 발드(프랑스)는 골프 사상 가장 유명한 준우승자다. 1999년 디오픈에서 71홀까지 3타차 선두를 달리던 그는 4라운드 18번홀에서 3타를 잃어 연장전에 끌려들어 가 폴 로리(잉글랜드)에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지난 26일 경기도 안산 대부도 아일랜드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최종 라운드에서 여고생 아마추어 성은정(17·금호중앙여고)은 17번 홀까지 3타차 단독선두였다.

그는 18번 홀(파5)에서 티샷 OB를 포함해 실수를 연발한 끝에 3타를 까먹었고 연장전에서 오지현(20·KB금융)에 졌다.

하지만 성은정은 챔피언 오지현보다 더 큰 관심과 눈길을 받았다. 관심은 놀라움과 동정심이 뒤섞였다.

팬들은 아직 만 17세가 채 안 된 여고생이 큰 키와 당당한 체격을 앞세워 260야드가 넘는 장타를 펑펑 터트리는데 감탄했다. 프로 선수 못지않게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성숙함에도 놀랐다.

그리고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제풀에 무너져 눈물을 쏟아내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격전'을 치른 지 이틀이 지난 뒤에 전화로 만난 화제의 주인공 성은정은 뜻밖에도 "내 인생 최고의 대회였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손아귀에 들어온 우승컵을 놓쳐버린 통한의 실수에 대해 "더 잘 쳤어야 했는데, 그렇게 넓은 데서 그렇게 치면 안되죠. 하하"라며 이미 지나간 일이라는 태도였다.

성은정은 "18번 홀에서 OB가 난 뒤 네번째샷을 칠 때 아이언을 잡고 끊어서 가자고 캐디가 말했지만 내가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치겠다고 결정했다"면서 "클럽 선택은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그 클럽을 제대로 잘 치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티샷 OB가 갤러리의 휴대폰 사진 촬영 소음 때문이라고 일각에서 제기한 '관전 매너 논란'에 대해 "사진 촬영 소음은 들은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드라이버 티샷 실수가 언제든 나올 수 있는데 하필이면 그때 났을 뿐이고 전적으로 자신의 미스샷이라고 못 박았다.

성은정은 "이번 대회 덕에 유명해져서 앞으로 프로 대회에 초청받기가 수월해질 것 같다"면서 "나중에 프로 선수가 되면 최연소 기록보다는 최다승 기록에 도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성은정과 문답. 괄호 안은 상황 설명이다.

-- 대회 마친 날 저녁 시간을 어떻게 보냈나?

▲ 집에 가서 친구들과 카톡하고 전화하고… 다음날 대전 유성에서 열리는 한국여자아마추어선수권대회 1라운드 티오프 시간이 오전 8시로 잡혀 다른 걸 할 겨를이 없었다. 다음날 오전 5시에 용인 집을 나섰다. 졸려서 잠결에 1라운드를 치렀다.

--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성적을 자평한다면.

▲ 마지막 홀 빼곤 잘못한 게 없다. 그동안 주변에서 잘 친다 잘 친다 말씀들 해주셔도 그렇게 생각한 적 없었는데 이번 대회를 끝내고선 내가 정말 잘 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아직 부족한 건 맞지만 이렇게 부족한데도 이 정도면 잘 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에 으쓱해졌다.

-- 큰 관심을 받았고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 이런 주목을 받은 건 처음이다. 주목을 받아도 거의 하루뿐이었는데 이번에는 나흘 내내 주목을 받았다. 언론에 이름도 많이 나왔다. 마지막이 좀 아쉽지만 성은정이라는 이름 석 자를 알린 거 아니냐.

-- 18번홀 네 번째 샷 실수가 내내 입길에 오른다. 아이언으로 끊어갔으면 더블보기로 막을 수 있었는데 거기서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무리하게 공략하다 깊은 러프에 빠져 트리플보기를 했다는 지적이다.

▲ 캐디가 아이언 치자고 했는데 그냥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치겠다고 했다. OB 내고 티잉그라운드에서 세번째샷 칠 때도 드라이버 잡지 말고 짧은 채로 끊어가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았다. 짧은 채를 잡았으면 결과가 더 나을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후회하지 않는다. 후회되는 건 클럽 선택이 아니라 그 클럽으로 더 잘 치지 못한 거다.

-- 러프에서 무리한 공략이 아니었나.

▲ 어려운 라이가 아니었다. 딱 하이브리드 클럽 치기에 좋았다. 러프에 볼이 잠겨 있던 것도 아니었다. 거기서 그렇게 넓은 데를 놔두고 엉뚱한 곳으로 보내면 안 되는 거였다. 내가 잘못 친 샷이다.

-- 18번홀 티샷 OB가 갤러리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 소음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 전혀 사실이 아니다. 사진 찍는 소리는 듣지도 못했다. 드라이버가 지난해 1년 내내 말썽이었다. 그게 하루아침에 바로 잡히겠나. OB는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거다. 장타를 치니까 더 그렇다. 대회 치르다 보면 한번은 나는 OB가 하필 그 홀에서 났을 뿐이다.

-- 원래 성격이 그렇게 긍정적인가.

▲ 애늙은이라는 소리를 듣는 편이다.

-- 2013년에 국가대표를 반납했다.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많은 경험을 쌓으려는 의도라고 들었다. 국가대표 반납하고 어떤 경험을 쌓았나.

▲ 미국 대회에 많이 나갔다. 국가대표를 하면 아무래도 미국 대회에 나가기 힘들다. 국가대표 반납한 뒤 2014년 상반기에는 샷이 별로였다. 하반기에 US여자퍼블릭링크스챔피언십 우승하고 상승세를 타 한국에 다시 와서 아마추어 대회에 3승을 거뒀다. 작년에도 미국을 오가면서 대회를 많이 출전했다. US여자주니어선수권대회도 우승했다.

-- 미국을 오가려면 돈이 많이 들 텐데 가정 형편이 넉넉한가.

▲ 어머니가 사업을 하신다. 돈 벌어서 나한테 다 쓴다. 뒷바라지 더 해주고 싶어서 더 열심히 일하는 것 같다.

-- 경제적 뒷바라지도 고맙지만 훌륭한 유전자를 물려주신 것 같다.

▲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대학까지 농구 선수로 뛰었다. 큰 키와 넓은 어깨를 비롯한 좋은 체격을 물려주셨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하고 잘한 것도 부모님에게 물려받았다.(성은정의 부친 성주일(49)씨는 전남대 농구선수 출신이다. 어머니 소강순(45)씨 역시 농구선수를 했다.)

-- 골프는 어떻게 시작했나.

▲ 7살 때 어머니가 해보라고 해서 시작했다. 축구나 수영 등 여러 운동을 다 해봤는데 어머니가 골프가 제일 낫겠다며 권했다. 처음에는 골프가 재미없었다. 배우는데 지루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대회 나가서 6언더파 쳤는데 그때부터 골프에 재미를 붙였다.

-- 어릴 때부터 장타였나. 체격도 어릴 때부터 큰 편이었나.

▲초등학생 때도 250야드는 쳤을 거다. 키도 크고 체격도 컸다. 지금보다 몸무게가 더 나갔다. 하하. 뛰는 운동을 않다 보니 중학교 1학년 땐 몸무게가 87㎏까지 나갔다. 키는 170㎝였다. 지금은 175㎝에 70㎏ 정도다. 그때 봤던 분들이 요즘 보면 못 알아보신다.

-- 골프 선수가 아니라면 어떤 운동을 했을 것 같나?

▲ 아마 축구를 했을 거다. 요즘도 오빠들과 족구를 한다. 공 다루는 걸 잘하는 편이다.

-- 7살 때부터 한 골프가 지겹거나 힘들 때는 없었나.

▲ 한 6개월 전에 너무 골프가 안 돼서 그만둬야 하나 생각한 적이 있다. 공이 안 맞기도 하고 회의가 들었다. 그런데 기다리면 되지 않을까 했더니 회의가 없어졌다. 우승도 해보고 그 맛을 아는데 어떻게 그만두냐. 아깝지 않겠냐. 나중에 친구들 잘 나가면 그거 보고 후회될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회의가 사라졌다. 아버지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해주신 것도 큰 도움이 됐다.

-- 장차 프로 선수가 되면 미국프로골프(LPGA)투어에 진출하는 게 목표인가.

▲ 미국이냐 한국이냐 정한 건 없다. 어느 쪽이든 먼저 기회가 되는 쪽을 선택하겠다. 아무래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가 먼저가 되지 않을까. 내년에 KLPGA 정회원 테스트를 볼 생각이다.

-- 프로 대회에 초청받아 나가서 우승해 투어에 합류하는 방안을 추진하나.

▲ 그 방법이 제일 좋은 것 아닌가. 올해 하반기에 프로 대회에 2차례 더 출전할 수 있다. 내년에도 출전 기회가 있을 거다. 이번 대회에서 잘해서 추천 선수로 나가는 게 좀 더 수월해지지 않나 싶다. 불러주는 대회가 아무래도 많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 프로 선수가 되면 목표가 뭔가.

▲ 최연소 타이틀보다는 최다승 기록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안니카 소렌스탐의 기록을 뛰어넘고 싶다.

-- 현재 자신의 실력이 KLPGA투어에서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보나. 정상급 선수가 되기 위해 더 연마하는 게 있다면.

▲ 드라이버, 아이언, 쇼트게임, 퍼팅 등 기술적인 면에서는 10위 이내라고 자부한다. 쇼트게임 실력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앞으로 미들 아이언과 쇼트 아이언 실력 더 늘리고 싶다. 더 정확하게 쳐야 버디 더 많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올해 일정이 어떻게 세웠나.

▲ 7월초 KB금융 여자아마추어선수권대회 출전하고 미국 건너가서 US여자주니어선수권대회와 US여자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하반기에 KLPGA 투어 대회에도 출전할 계획이다.

-- 고등학교 2학년인데 대학 진학 계획은 있나.

▲ 구체적인 대학 진학 계획은 아직 없지만, 대학은 꼭 가려고 한다. 공부를 꼭 하고 싶다. 나중에 골프를 그만두면 멘탈 코치 같은 일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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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번홀 역전패 여고생 성은정 “클럽 선택 후회 안해”
    • 입력 2016-06-28 10:01:24
    연합뉴스
골프에서 우승자보다 준우승자가 더 많은 주목을 받는 경우가 더러 있다. [사진=KLPGA 제공]

장 반데 발드(프랑스)는 골프 사상 가장 유명한 준우승자다. 1999년 디오픈에서 71홀까지 3타차 선두를 달리던 그는 4라운드 18번홀에서 3타를 잃어 연장전에 끌려들어 가 폴 로리(잉글랜드)에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지난 26일 경기도 안산 대부도 아일랜드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최종 라운드에서 여고생 아마추어 성은정(17·금호중앙여고)은 17번 홀까지 3타차 단독선두였다.

그는 18번 홀(파5)에서 티샷 OB를 포함해 실수를 연발한 끝에 3타를 까먹었고 연장전에서 오지현(20·KB금융)에 졌다.

하지만 성은정은 챔피언 오지현보다 더 큰 관심과 눈길을 받았다. 관심은 놀라움과 동정심이 뒤섞였다.

팬들은 아직 만 17세가 채 안 된 여고생이 큰 키와 당당한 체격을 앞세워 260야드가 넘는 장타를 펑펑 터트리는데 감탄했다. 프로 선수 못지않게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성숙함에도 놀랐다.

그리고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제풀에 무너져 눈물을 쏟아내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격전'을 치른 지 이틀이 지난 뒤에 전화로 만난 화제의 주인공 성은정은 뜻밖에도 "내 인생 최고의 대회였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손아귀에 들어온 우승컵을 놓쳐버린 통한의 실수에 대해 "더 잘 쳤어야 했는데, 그렇게 넓은 데서 그렇게 치면 안되죠. 하하"라며 이미 지나간 일이라는 태도였다.

성은정은 "18번 홀에서 OB가 난 뒤 네번째샷을 칠 때 아이언을 잡고 끊어서 가자고 캐디가 말했지만 내가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치겠다고 결정했다"면서 "클럽 선택은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그 클럽을 제대로 잘 치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티샷 OB가 갤러리의 휴대폰 사진 촬영 소음 때문이라고 일각에서 제기한 '관전 매너 논란'에 대해 "사진 촬영 소음은 들은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드라이버 티샷 실수가 언제든 나올 수 있는데 하필이면 그때 났을 뿐이고 전적으로 자신의 미스샷이라고 못 박았다.

성은정은 "이번 대회 덕에 유명해져서 앞으로 프로 대회에 초청받기가 수월해질 것 같다"면서 "나중에 프로 선수가 되면 최연소 기록보다는 최다승 기록에 도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성은정과 문답. 괄호 안은 상황 설명이다.

-- 대회 마친 날 저녁 시간을 어떻게 보냈나?

▲ 집에 가서 친구들과 카톡하고 전화하고… 다음날 대전 유성에서 열리는 한국여자아마추어선수권대회 1라운드 티오프 시간이 오전 8시로 잡혀 다른 걸 할 겨를이 없었다. 다음날 오전 5시에 용인 집을 나섰다. 졸려서 잠결에 1라운드를 치렀다.

--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성적을 자평한다면.

▲ 마지막 홀 빼곤 잘못한 게 없다. 그동안 주변에서 잘 친다 잘 친다 말씀들 해주셔도 그렇게 생각한 적 없었는데 이번 대회를 끝내고선 내가 정말 잘 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아직 부족한 건 맞지만 이렇게 부족한데도 이 정도면 잘 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에 으쓱해졌다.

-- 큰 관심을 받았고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 이런 주목을 받은 건 처음이다. 주목을 받아도 거의 하루뿐이었는데 이번에는 나흘 내내 주목을 받았다. 언론에 이름도 많이 나왔다. 마지막이 좀 아쉽지만 성은정이라는 이름 석 자를 알린 거 아니냐.

-- 18번홀 네 번째 샷 실수가 내내 입길에 오른다. 아이언으로 끊어갔으면 더블보기로 막을 수 있었는데 거기서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무리하게 공략하다 깊은 러프에 빠져 트리플보기를 했다는 지적이다.

▲ 캐디가 아이언 치자고 했는데 그냥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치겠다고 했다. OB 내고 티잉그라운드에서 세번째샷 칠 때도 드라이버 잡지 말고 짧은 채로 끊어가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았다. 짧은 채를 잡았으면 결과가 더 나을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후회하지 않는다. 후회되는 건 클럽 선택이 아니라 그 클럽으로 더 잘 치지 못한 거다.

-- 러프에서 무리한 공략이 아니었나.

▲ 어려운 라이가 아니었다. 딱 하이브리드 클럽 치기에 좋았다. 러프에 볼이 잠겨 있던 것도 아니었다. 거기서 그렇게 넓은 데를 놔두고 엉뚱한 곳으로 보내면 안 되는 거였다. 내가 잘못 친 샷이다.

-- 18번홀 티샷 OB가 갤러리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 소음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 전혀 사실이 아니다. 사진 찍는 소리는 듣지도 못했다. 드라이버가 지난해 1년 내내 말썽이었다. 그게 하루아침에 바로 잡히겠나. OB는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거다. 장타를 치니까 더 그렇다. 대회 치르다 보면 한번은 나는 OB가 하필 그 홀에서 났을 뿐이다.

-- 원래 성격이 그렇게 긍정적인가.

▲ 애늙은이라는 소리를 듣는 편이다.

-- 2013년에 국가대표를 반납했다.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많은 경험을 쌓으려는 의도라고 들었다. 국가대표 반납하고 어떤 경험을 쌓았나.

▲ 미국 대회에 많이 나갔다. 국가대표를 하면 아무래도 미국 대회에 나가기 힘들다. 국가대표 반납한 뒤 2014년 상반기에는 샷이 별로였다. 하반기에 US여자퍼블릭링크스챔피언십 우승하고 상승세를 타 한국에 다시 와서 아마추어 대회에 3승을 거뒀다. 작년에도 미국을 오가면서 대회를 많이 출전했다. US여자주니어선수권대회도 우승했다.

-- 미국을 오가려면 돈이 많이 들 텐데 가정 형편이 넉넉한가.

▲ 어머니가 사업을 하신다. 돈 벌어서 나한테 다 쓴다. 뒷바라지 더 해주고 싶어서 더 열심히 일하는 것 같다.

-- 경제적 뒷바라지도 고맙지만 훌륭한 유전자를 물려주신 것 같다.

▲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대학까지 농구 선수로 뛰었다. 큰 키와 넓은 어깨를 비롯한 좋은 체격을 물려주셨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하고 잘한 것도 부모님에게 물려받았다.(성은정의 부친 성주일(49)씨는 전남대 농구선수 출신이다. 어머니 소강순(45)씨 역시 농구선수를 했다.)

-- 골프는 어떻게 시작했나.

▲ 7살 때 어머니가 해보라고 해서 시작했다. 축구나 수영 등 여러 운동을 다 해봤는데 어머니가 골프가 제일 낫겠다며 권했다. 처음에는 골프가 재미없었다. 배우는데 지루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대회 나가서 6언더파 쳤는데 그때부터 골프에 재미를 붙였다.

-- 어릴 때부터 장타였나. 체격도 어릴 때부터 큰 편이었나.

▲초등학생 때도 250야드는 쳤을 거다. 키도 크고 체격도 컸다. 지금보다 몸무게가 더 나갔다. 하하. 뛰는 운동을 않다 보니 중학교 1학년 땐 몸무게가 87㎏까지 나갔다. 키는 170㎝였다. 지금은 175㎝에 70㎏ 정도다. 그때 봤던 분들이 요즘 보면 못 알아보신다.

-- 골프 선수가 아니라면 어떤 운동을 했을 것 같나?

▲ 아마 축구를 했을 거다. 요즘도 오빠들과 족구를 한다. 공 다루는 걸 잘하는 편이다.

-- 7살 때부터 한 골프가 지겹거나 힘들 때는 없었나.

▲ 한 6개월 전에 너무 골프가 안 돼서 그만둬야 하나 생각한 적이 있다. 공이 안 맞기도 하고 회의가 들었다. 그런데 기다리면 되지 않을까 했더니 회의가 없어졌다. 우승도 해보고 그 맛을 아는데 어떻게 그만두냐. 아깝지 않겠냐. 나중에 친구들 잘 나가면 그거 보고 후회될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회의가 사라졌다. 아버지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해주신 것도 큰 도움이 됐다.

-- 장차 프로 선수가 되면 미국프로골프(LPGA)투어에 진출하는 게 목표인가.

▲ 미국이냐 한국이냐 정한 건 없다. 어느 쪽이든 먼저 기회가 되는 쪽을 선택하겠다. 아무래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가 먼저가 되지 않을까. 내년에 KLPGA 정회원 테스트를 볼 생각이다.

-- 프로 대회에 초청받아 나가서 우승해 투어에 합류하는 방안을 추진하나.

▲ 그 방법이 제일 좋은 것 아닌가. 올해 하반기에 프로 대회에 2차례 더 출전할 수 있다. 내년에도 출전 기회가 있을 거다. 이번 대회에서 잘해서 추천 선수로 나가는 게 좀 더 수월해지지 않나 싶다. 불러주는 대회가 아무래도 많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 프로 선수가 되면 목표가 뭔가.

▲ 최연소 타이틀보다는 최다승 기록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안니카 소렌스탐의 기록을 뛰어넘고 싶다.

-- 현재 자신의 실력이 KLPGA투어에서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보나. 정상급 선수가 되기 위해 더 연마하는 게 있다면.

▲ 드라이버, 아이언, 쇼트게임, 퍼팅 등 기술적인 면에서는 10위 이내라고 자부한다. 쇼트게임 실력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앞으로 미들 아이언과 쇼트 아이언 실력 더 늘리고 싶다. 더 정확하게 쳐야 버디 더 많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올해 일정이 어떻게 세웠나.

▲ 7월초 KB금융 여자아마추어선수권대회 출전하고 미국 건너가서 US여자주니어선수권대회와 US여자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하반기에 KLPGA 투어 대회에도 출전할 계획이다.

-- 고등학교 2학년인데 대학 진학 계획은 있나.

▲ 구체적인 대학 진학 계획은 아직 없지만, 대학은 꼭 가려고 한다. 공부를 꼭 하고 싶다. 나중에 골프를 그만두면 멘탈 코치 같은 일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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